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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대립군] 이정재 "우성씨와 회사를 설립한 진짜 이유는…"

17.05.29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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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진구는 [대립군]의 제작보고회 당시 선배 배우들을 향해 아저씨라 말 한 이유에 대해 "현실에서는 정말 멋지고 잘생긴 분들이 생각지도 않게 변하셔서…" 라며 당시의 충격을 그렇게 표현한 거라고 말했다. 그도 그럴것이 얼마전 스크린을 통해 확인한 이정재와 인터뷰 당일 만난 이정재는 너무나 극과 극 모습이었다. 거친 쉰 목소리와 피곤에 찌든 눈빛과 지저분한 수염은 온데 간데 없이 다시금 '잘생김'이 강조된 '아저씨'로 돌아와 있었다. 

배우이기 이전에 어엿한 매니지먼트회사의 공동대표이기도 한 그와의 인터뷰는 개봉을 앞둔 영화를 비롯해 나날이 변화하는 한국 영화 산업에 적응해야 하는 나름의 고민이 깊이 담겨있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자신의 연기를 직접 본 소감은?

사실 토우라는 캐릭터가 너무 거친 남자여서 내가 잘 할 수 있을지 고민이었다. 그러다 보니 내가 이 역할을 위해 필요한 요소와 감정에 대해 많이 고민했다. 그래서 많은 연기 연습을 했고, 그 노력의 결과물이 스크린에서 잘 보였다고 생각한다. 


-인물의 거침 속에서 사려 깊음 배려가 잘 보였던 것 같다. 토우라는 인물을 생각할 때 심지가 있는 인물로 보았나?

토우의 그러한 인격은 극 중 대사에서도 나온다. 국경을 지키는 여진족들이 자주 침범을 당하니까, 일부 힘없고 가난한 서민들을 강제 이주시켜 국경을 지키게 하는 것이 선조와 조정 대신들의 결정으로 이주가 된 것이다. 토우도 그러한 잘못된 정책이 만들어낸 피해자중 한 사람이다. 막상 대립군에 오니 자신과 같은 처지인 사람들이 있었고, 그 모두에게 동병상련의 감정을 느꼈을 것이다. 나랏님들이 잘못해서 우리가 힘들 게 고생하고 있는데 나라가 무엇인가? 우리 팔자는 바뀌는 않는다는 대사가 인물들의 모습을 대변한다. 그랬던 토우가 한 리더의 잘못으로 고생하고 있는데, 그 아들을 봤을 때 느꼈던 감정은 달랐을 것이다. 광해를 대하는 감정은 처음에는 좋지 않았지만, 산행하게 되면서 광해의 의로움과 따뜻함을 보게 되었고, 그에 대한 연민의 정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목소리 톤의 변화를 준 것 같다. [관상] 때와 달리 약간 쉰 목소리가 들어간 것 같은데, 어떤 모습을 보이고자 목소리의 변화를 주게 되었나?

아무래도 거친 대립군을 인솔을 해야 하니 얼마나 더 거칠어 져야겠나? (웃음) 그리고 야외에서 이야기를 하다 보면 목소리를 크게 내야 한다. 고함을 많이 질렀을 것이고, 그런 생활이 오래되니 토우의 목소리는 남달랐을 거라 보았다. 


-토우는 무게감이 있는 인물이다. 목소리 외의 또 다른 변화를 준 부분은?

아무래도 외모에 신경 썼다. 전투를 기다리는 불안과 초조한 모습에서 시작 하게 되었다. 관객들이 우리를 보며 대립군이구나 느껴야 할 정도로 외모를 변화시켜야 했다. 사람들이 평소의 이정재를 느끼지 못했다면 그 점에서 성공이다. 그다음 부터는 감정신과 이야기에 의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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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의 몸이 될 수 있거나 배신할 수 있었던 토우가 끝까지 왕세자를 지키려 한 이유는 무엇이라 보는가? 

토우에게 있어서는 왕세자를 끝까지 지키는 것이 내 가족을 지킬 수 있었던 방법이라 생각되었을 것이다. 빨리 우리 가족에게 가는 것도 우선이지만, 왜군들이 더 퍼지지 않기 위해 왕을 지켜야 하는 것도 또 다른 방법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동료들에게 가족을 부탁하고 왕세자를 도와서 왜군과 맞서려고 했다. 캐릭터의 감정이 변화되는 과정은 광해와 다르다. 광해는 두려움을 느끼다가 서서히 성군의 모습으로 변모해 가는 방식이다.


-결국, 토우는 광해가 군주가 되는 데 있어 큰 영향을 끼친 정신적 리더이기도 하다. 광해에게 어떤 면을 가르쳐 주었다고 보는가? 

감독님과 그와 관련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광해에게 있어 토우는 어떤 존재일까? 나는 토우는 큰 형, 삼촌, 버림받은 아버지에게 느끼지 못한 또 다른 부성애를 준 사람이라 생각했다.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는 대비적으로 보여준 장면이 광해가 도망가는 와중에도 대신들과 책을 읽는 모습을 토우가 보게 되는 장면이다. 토우는 그 모습을 통해 광해가 행동하지 못하는 소심한 왕세자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광해가 물을 무서워하는 모습을 보고, 그것을 극복시키기 위해 그에게 물로 오게끔 의도하고, 칼을 사용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듯이, 토우는 광해에게 말이나 글이 아닌 행동을 가르쳐 준 스승 같은 존재다. 


-영화는 끝까지 대립군의 식솔을 보여주지 않는다. 일부러 그런 것인가? 

이럴때 보면 연출자의 생각은 전부 다른 것 같다. [인천상륙작전] 당시 장학수의 어머니가 영화에 나올 이유는 없다. 하지만 연출자는 그게 필요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정윤철 감독은 아들을 기다리는 토우 어머니의 모습이 필요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누가 옳다고 할 수 없지만, 연출 스타일에 따라 표현하는 방식이 전부 다른것 같다. 


-2012년부터 매번 새로운 작품과 캐릭터를 선보이고 있다. 본인의 의지도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

사실 우리는 선택을 받는 입장이다. (웃음) 시나리오가 들어오면 그중에서 가장 재미있는 작품을 우선적으로 고르게 된다. 그중에서 가장 재미있던 게 [대립군] 이었다. 조선 시대 이야기인데 이상하게 쏙쏙 이해가 된다. (웃음) 왠지 우리가 살던 지금의 세상과 많이 비슷한 것 같았다. 내가 글로 이해했다면 영상을 보는 분들도 쉽고 재미있게 공감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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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수록 연기가 더 느는 것 같다. 

연기자들이 비슷한 생각을 가진 것 같다. 대부분 안 해 봤던 캐릭터, 도전이라 생각했을 정도로 느꼈던 캐릭터를 해보는 것을 선호하는 것 같다. 하는 사람 입장에서도 이 캐릭터 안에 어떤 면이 있을까 호기심을 느끼며 찾아가려 한다. 그 과정이 참 재미있다. 그걸 구현해 내는 것도 연기의 즐거움 중 하나다. 그래서 고민이 된다 하더라도 어려운 역할을 해보고 싶다.


-이번에 어떤 모습을 찾고 싶었나?

고민 안하게 생긴 사람이 아주 고민하게 되는 모습? (웃음) 겉으로는 전쟁터에 나가서 싸울 것 같은 모습을 가지고 있지만, 눈과 표정에서는 두려움이 가득 찬 인물을 구현하려 했다


-만약이란 과정에서 드리는 질문이다. 공성전에서 무리를 배신한 곡수(김무열)가 사다리를 타고 올라와 토우와 마주쳤다면 어떻게 행동했을까? 

(웃음, 한참 고민하다) 그러면 끄집어 올려서 잘 왔다고 해야지. 결국에는 토우는 어떻게든 곡수를 구하려는 모습이 나오지 않았는가? 우리 영화가 현실감을 고집했기 때문에 절대로 일당백의 싸움을 비현실적으로 그려내려 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토우는 광해의 안전을 먼저 확보한 뒤 곡수를 구하려 했을 것이다. 


-곡수역의 김무열과의 호흡도 어땠는지 궁금하다.

김무열이 에너지가 굉장히 많은 배우이며, 감성이 아주 풍부한 배우다. 에너지와 감성을 잘 다루는 훌륭한 연기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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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배우들은 좋은 선배들을 만나서 성장하는 모습이 참 좋다. 여배우들은 그런 기회가 적은 것 같다. 컴퍼니를 이끄시는 대표로서 그런 고민은 없는지?

사실 나도 어렸을 때는 잘 차려진 밥상을 받기 원했다. 시나리오도 90점 이상에 좋은 연출자에 좋은 배우들이 다 모여있는 영화를 해보고 싶었다. 그런데 그런 일은 절대 없다. 결국 감독과 출연진 모두가 같이 만들어 나가야 되는 것이다. 그런 상황을 두려워해서는 안된다. 시나리오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도전하고, 노력해야 한다. 연출자와 이야기하고 상대 배우와도 잘해야 한다. 그게 안 되더라도 편집과 같은 후반 작업이 있으니 너무 잘 짜인 것에만 기대하면 안 된다. 배우도 노력하고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본다. 


-전쟁신이 많다. 그런데 토우는 정예군이 아니어서 액션에 있어 일반 정예군과 다른 폼을 유지해야 했을 것이다. 어떤 점에 신경 썼나?

서양 중세 영화를 보면 칼이 너무 많이 부딪친다고 생각했다. 나는 그것에 의문을 느꼈다. 진짜 실전이었다면 칼은 많이 안 부딪쳤을 것이다. 오히려 상대방에게 어떻게 쉽게 접근할 수 있는지에 더 고민했을 거라 본다. 그래서 칼싸움의 화려함보다는 현실적으로 쉽게 상대방을 죽이고 타격을 주는 데 강점을 두었다. 이 이야기가 현실에 더 가까운 모습을 보여주면 보여줄수록 그들의 치열함을 관객들이 믿었을 거라 생각했다. 너무 비현실적이면 관객들이 편안하게 감정을 잡지 못했을 것이다. 


-[대립군]이 싸움보다는 고생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준다. 현장도 그런가?

감독님이 영화신 순서대로 촬영하기 원하셨다. 8년 만의 작업이다 보니 여러 신을 오가면 본인이 감을 잊어버릴 거라 생각했다. 배우들도 감정을 키우기 위해서는 순차적 촬영이 필요하다고 고민했다. 그래서 배우들이 어느 순간 전부 자동으로 다이어트를 했다. (웃음)


-[대립군]을 보면서 계속 생각나는 영화로 아티스트컴퍼니의 공동 대표인 정우성이 출연한 [무사]였다. 추격전 형태와 신분간 대립도 비슷했고, 토우도 왠지 [무사]의 여솔과 비슷한 면이 있는것 같았다. 각본을 읽으면서 그런 느낌은 없었나? 

어디에서 어디까지 가야 하는 설정은 정말 똑같다. 그런데 관객분들이 쉽게 공감하며 부담없이 다가 설 수 있는 영화는 [대립군] 이라 생각한다. 그때 당시에는 계급 사회가 있던 시대였으며, [무사][광해][관상]과 같은 역대 사극물에서도 어디 가나 신분의 갈등이 존재했다. 사극에 신분 간 갈등을 다루는 것은 다 비슷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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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벽을 등에 맞대고 싸운다는 느낌은 배우 이정재의 모습과 같은 것 같다. 정말 모든 작품에 치열한 모습을 갖고 있는 것 같다.

나는 그게 관객분들에게 보답하는 내 방식이라 생각한다. 그런 모습을 갖고 있어야지 그래서 연기의 장점을 가져야 한다고 본다.


-신인 시절에는 그러지 않았다고 보는가?

오히려 방법을 몰랐다. 에너지를 어디에 쏟아야 하는지를 몰랐다. 그런 방법의 차이였던 것 같다. 여러 좋은 이야기를 듣고 싶은 욕심은 있었지만, 방법을 잘 몰랐다. 오히려 지금은 알아가는 단계라 생각한다.


-여진구가 이정재 배우를 부러워 한다는데…

에이 설마… (웃음) 그 친구는 나보다 훌륭한배우가 될 것이다. 나는 그 친구를 후배라 생각하지 않고 동료라 생각한다. 같은 무대에 연기하는 입장에서는 동료인것이 많]맞다. 게다가 그 친구는 아역 시절부터 지금까지 여러 작품을 꾸준하게 해왔다. 경험면에서는 무시 못할 친구다. 그래서 내가 조언 하기에도 맞지 않았다. 내가 이야기 할수 있다면 감독님께 전해서 이야기 했지, 직접적으로 가르치려 하지 않았다. 그걸 통해서 배우간의 합의를 이뤄냈다. 


-앞선 인터뷰에서 여진구의 감정을 뺏고 싶다고 했는데, 정확히 어떤 장면을 보고 저 감정을 뺏고 싶나 느꼈나? 

그 친구가 참 진중하다. 현장에서 일하는 태도와 자세가 아주 남다르다. 그런 기본적인 소양에서 그런 감정이 나오는게 아닌가 생각했다. 그런 깊이있는 모습이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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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진구에게 뺨을 맞았을 때의 느낌은? 테이크가 여러 번 간 것으로 알고있다.

그 친구가 미안하게 생각했다면 다행이지…(웃음) 글쎄 그렇게 많이 갔나? 하도 많이 맞아서 잘 모른 것 같네. (웃음)


-(커피를 보며) 의외로 아메리카노에 설탕을 많이 넣는 게 독특하다.

내가 촌스러운 사람이어서…(웃음)


-이번 영화 속 캐릭터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글쎄, 너무 어려운데... 그럴 싸한걸로 만들어 달라 (웃음)


-토우는 겉으로 보이지 않는 영웅 같다.

맞다. 그걸 의도했다. 처음 여진족과의 싸움에서는 토우의 두려움이 가득 담긴 모습을 그려주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그런 토우의 보이지 않는 두려움을 보여주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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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립군]만의 메시지를 지금의 시류와 대입해 본다면 어떤 메시지를 지니고 있다고 보는가? 

글쎄, 우리가 의도한 건 아닌데 장마 대선이 이 기간에 치뤄진 줄 누가 알았나? (웃음) 하지만 만든 사람 입장에서는 영화를 보신 각각의 관객들이 느끼신 온도차와 본인이 느끼고 싶은 감정은 따로 있다고 본다. 그것이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우리가 고민할 문제를 잘 보여준 것 같다. [대립군]은 그런 영화다. 


-[대립군]은 낮고 천한 백성이 리더를 만들었다는 메시지를 담고있는것 같다.

그렇다. 결국, 이 영화에서는 광해를 구하는 사람들은 제일 낮은 계급의 백성들이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결국 그 사람이 왕이 되고, 자신을 위해 힘쓴 백성들을 생각하게 된다. 


-배우로서와 컴퍼니 대표로서의 고민이 있다면?

연기를 더 잘했으면 좋겠다. (웃음) 


-얼마 전 아티스트 컴퍼니의 소속 연기자 김의성 배우가 예능에 나와서 자신은 여기서 신입사원이라며, 사내문화를 폭로(?)해 화제가 되었다. 그만큼 회사 운영에도 고민이 많을 것 같다. 

매니지먼트 사업 자체가 수익이 높은 사업이 아니다. 그럼 왜 했냐면, 바로 연기에 열정 있는 사람들이 모여서 그들만이 갖고 있는 고민을 함께하고 답을 내자는 게 목적이었다. 그래서 회사보다는 모임이라 보는 게 좋다. (웃음) 우리 회사는 연기와 좋은 작품을 결정하는데 고민하는 모임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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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고민하고 있는 잘하는 연기란 무엇일까?

아무래도 자기 일을 성실히 하는 사람들이 결국에는 잘 가는 것이다. 


-배우로서 여가 시간은?

친구들 만나서 노는 건데, 그 친구들이 다 회사로 왔다. (웃음) 친구들이 회사로 와서 알아서 논다. 지금 다들 와서 각자의 각본과 시나리오에 관해 물어보고 의논한다. 약간 스터디 그룹 같다고 할까? (웃음) 얼마전 찍은 단체 화보도 함께 하는 소풍을 보여주고자 한 것이다. 다들 바쁜 사람들이다 보니 그런 기회가 또 있을지 모르겠다. 

[대립군]은 5월 31일 개봉한다.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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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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