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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츠] 리뷰: 로맨스? 스릴러? 모두의 예상을 뒤엎는 오종의 파격 걸작 ★★★★

17.07.18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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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츠,2017]
감독: 프랑수아 오종
출연: 피에르 니네이, 폴라 비어

줄거리
1차 세계대전 직후 독일의 작은 마을, 전쟁으로 약혼자 프란츠를 잃고 슬픔에 빠진 안나. 그녀에게 자신을 프란츠의 친구라 소개하는 프랑스 남자 아드리앵이 찾아온다. 안나는 아드리앵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하지만, 비밀을 간직한 아드리앵은 돌연 편지 한 통을 남기고 자신의 고향 프랑스로 돌아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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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범상치 않은 작품을 선보이는 '거장' 프랑수아 오종의 흑백 영화라는 점에서 다소 의아한 느낌이 들었다. 1차 세계 대전 이후의 독일과 프랑스를 오가는 시대적 배경과 고전 영화의 특성에 맞춰진 카메라 앵글의 구조는 그 시절 영화와 시대를 향한 오마주 격의 성격이 다분해 보였다. 그러한 의도로 맞춰진 구성이라면, [프란츠]는 먼저 절반의 성공을 안고 갔다. 누벨바그 이전과 이후의 유럽 영화의 특성을 한곳에 모아둔 것 같은 화면의 움직임과 배우들의 연기는 과거에 대한 완벽한 재연이었다. [프란츠]는 그것에 특징을 두려 한 작품인듯했다. 

하지만 그러한 예상은 이 영화가 시작된 지 얼마 안 돼 컬러 화면으로 변하기 시작하면서 뒤집어진다. 죽은 약혼자의 무덤을 찾아오는 남성과 여주인공의 인간적 교류와 감정을 나누는 영화라 생각했다면 오산이었던 작품이었다. 프랑수아 오종은 화면의 흑백, 컬러 전환과 장르를 오가는 파격적인 구성을 통해 시대의 편견과 규범 속에 통제된 인간의 순수한 욕망에 관해 이야기하려 했다. 

전체적으로 흑백 화면을 유지한 영화가 컬러가 변하기 시작한 대목은 두 남녀의 관계가 진전되는 부분이자 감정적 교류를 갖게 되는 장면, 프란츠와 아드리앵의 아름다웠던 과거 회상 때이다. 대개 흑백 영화가 이런 컬러적 장면을 변칙적으로 등장시키는 것은 1999년 영화 [플레전트 빌]이 그랬듯이 색감을 통해 인간의 감정 변화를 상징화했듯이, [프란츠] 또한 이러한 변칙적 설정을 통해 인물들의 감정을 다양하게 표현하려 했다. 하지만 [프란츠]의 이러한 감정적 장면에 대한 묘사는 아름다움의 정서와 거리가 먼 발칙함에 가까웠다. 

적국의 사람이라는 편견 속에 서로를 바라본 두 남녀와 일부 주요 인물들이 감정 교류를 통해 편견을 걷어내게 되지만, 서서히 드러나는 진실과 그로 인한 인물들의 거짓된 행동을 통해 이 모든 것이 하나의 위선적인 행동임을 암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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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의 영상과 색채에 의미심장한 의미를 부여한 [프란츠]는 이야기 진행에서도 만만치 않은 전개를 이어나가고 있다. 프랑수아 오종은 지금까지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연출하면서, 기존 이야기의 바탕 속에 이야기의 긴장감과 흡입력을 유지하는 유연한 내공을 지닌 연출자다. [프란츠]는 바로 그러한 그의 대중적인 감각과 예술성이 가장 돋보인다.

전쟁이 남긴 여파로 인해 이뤄질 수 없을 것 같았던 독일 여성 안나와 프랑스 남자 아드리앵의 로맨스가 애틋함과 아슬아슬함을 넘어 진행되더니, 이후부터는 아드리앵의 행적과 정체성과 관련한 미스터리로 진행되기에 이른다. 애틋한 로맨스가 어울리지 않은 스릴러로 자연히 연결될 수 있었던 것은 오종만의 재치있는 의미부여와 묘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독일에서 색채와 인물의 심리와 같은 정서를 통해 로맨스와 전쟁 드라마의 여운을 남겼듯이, 아드리앵을 찾아 나서기 위해 프랑스로 가게 되는 안나의 여정이 스릴러물을 연상시키는 전개 과정으로 진행된다. 

죽은 약혼자와 아드리앵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한 안나가 약혼자의 부모에게 거짓말을 하게 되는 설정은 심리 스릴러의 한 형태를 연상시킨다. 이어서 아드리앵을 찾기 위해 프랑스로 오게 된 안나가 그의 의심스러운 행적을 발견해 찾아 나서는 과정은 한편의 추적 물을 보는 긴장감을 불러오게 하며, 그가 자주 감상했다는 화가 마네의 추상적인 작품이 미장센으로 사용되는 대목은 섬뜩함을 불러오며, 미스터리적 분위기를 더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등장하는 소규모의 반전과 새로운 인물들과의 만남과 대립은 다시금 묘한 긴장감을 불러오며 마지막까지 영화의 흐름을 예측불허로 이어나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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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프란츠]는 프랑수아 오종만의 시대에 대한 아픔을 이야기하는 영화이자, 이루고 싶은 욕망을 실현하지 못하는 인간의 서글픈 운명과 거짓마저 사랑할 만큼 애정을 원하는 인간의 마음을 애처롭게 그린 드라마이다. 고전미가 담긴 영상속에 현대적인 심리 묘사와 긴장감이 기반이된 구성, 상징적인 미장센이 담긴 화면 구성은 새로운 시도와 변화를 추구하는 거장의 흥미로운 실험에 동참한 듯한 강렬한 체험을 느끼게 하는 수작이다. 

[프란츠]는 7월 20일 개봉한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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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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