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지만 긴 여운] 24분의 달콤함을 뒤집어버리는 충격적인 결말 [동호, 연수를 치다]
17.07.21 10:42
[동호, 연수를 치다, 2016]
감독: 석재승
출연: 나종찬, 손수현, 동현배
줄거리
부족함 없이 자라온 탓에 살뜰한 생활력을 갖고 있거나 일에 대한 열정이 대한 것도 아닌 동호, 그는 요즘 아빠의 봉사활동 이야기에 피곤하고 귀찮을 따름이다. 우연히 지하철에서 연수를 도와주게 되는 동호는 연수의 향기에 취하게 되고 그렇게 연수를 놓치게 된다. 알고 보니 연수는 동호의 미술관에서 전시를 준비중인 작가였던 것이다. 그때 갑자기 미술관의 전기가 나가고 둘은 오롯이 촛불에 의지해 서로를 알아가게 된다.오픈을 앞둔 어느날, 동호는 연수에게 데이트 신청을 하고 그렇게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헤어지는데…
프리뷰
자동차를 몰던 주인공 동호가 우연히 한 교통사고 현장을 지나친다. 다음날 동호는 또 다른 우연적인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이번에는 자신과 직접적으로 관련한 상황이자 운명과도 같은 인연을 만나게 되는 순간이다. 초반에 등장한 교통사고 장면과 상관없이 이후 영화는 자연스럽게 두 남녀의 사랑이 형성되는 듯한 달콤한 로맨스의 흐름을 이어나가게 된다.
처음 만난 남녀가 연인이 되어가는 풋풋한 느낌의 데이트 영화의 흐름을 유지하며, 유머 요소까지 더해져 전체적으로 가벼운 분위기를 이어나간다. 그 때문에 [동호, 연수를 치다]는 부담 없이 볼 수 있는 장르 영화적 시점에서 감상할 수 있지만, 사실 이 모든 과정은 눈속임이다. [동호, 연수를 치다]는 익숙한 장르적 요소들을 전면에 배치한 채, 핵심적인 주제와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드러내려 하지 않는다.
영화를 보는 관객들이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장면들에 영화의 주제와 관련한 단서들을 숨겨 놓았다. 인물의 행동, 대사, 배경 속에 그와 관련한 요소들을 배치해, 영화 초반 사고현장을 지나친 동호의 상황을 관객의 상황으로 연계시킨다. 그러한 요소가 드러나는 대목에서부터 순식간에 영화의 장르적 분위기가 전환된다.
연수가 타인과의 관계와 자신 안에 내재한 두려움에 관해 이야기하는 장면은 실타래처럼 얽힌 우리 사회 속의 관계, 즉, 개인과 타인의 인연과 악연과 같은 운명적인 연결고리에 대한 이야기다. 여기에 개인의 윤리적, 비윤리적 행동이 불러오는 여파까지 그리고 있어, 모든 행동에는 결과가 따르는 윤리적인 주제관을 의미 있게 내포했다.
이 모든 것을 담고 있는 반전과 같은 마지막 장면은 결국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인연인 동시에 피해자이자 가해자가 될 수 있는 관계임을 암시한다. 특히 이 장면은 지금까지 유지된 달콤한 로맨스를 단번에 뒤집는 설정이란 점에서 처음부터 영화를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한다. 그 점에서 볼 때 [동호, 연수를 치다]는 눈에 보이는 설정만 바라보는 우리의 일반적인 감상 방식을 뒤엎는 파격성을 가진 동시에, 단편영화가 지니고 있는 묘미를 제대로 보여준 참신함 작품이다.
일반 관객에게 익숙한 손수현과 동현배가 출연했으며, 배우 손현주가 전화 속 목소리 연기로 특별출연했다.
결정적 장면
#1. 운명적인 첫 만남 (3분 13초)
기다랗게 이어진 지하철역 에스컬레이터에서 동호와 연수가 운명적인 첫 만남을 갖게 되는 장면. 멜로 영화의 전형적인 설정이자, 첫눈에 반하게 된 상황을 풋풋하게 완성했다. 이 영화의 주제인 사람과의 인연과 관계를 에스컬레이터라는 공간을 통해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2. 어둠 속에서 그녀의 그림을 보다 (9분 25초)
정전된 전시장에서 동호가 연수가 스케치한 그림들을 보게 된다. 세상을 바라보는 연수만의 관점을 보여주는 장면이자, 두 사람의 진전되는 관계를 암시한다.
#3 그녀의 두려움 (14분 50초)
인물과 배경을 절묘하게 반으로 나눈 화면비가 인상적이다. 연수는 자신이 느끼는 사람들 사이에 끼어있는 두려움에 관해 이야기 한다. 화면에 등장하는 사람과 유리창 배경 사이에 위치한 꽃은 연수의 그러한 두려움을 상징한 것처럼 보인다.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이 장면은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 대한 설명이자 주제와도 열결되는 복선이다.
▲[동호,연수를 치자] 바로보기 (영상제공: 퍼니콘)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퍼니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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