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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보는 스티브 잡스 1부 픽사

11.10.26 21:36

 올리버 스톤의 영화 ‘알렉산더’의 마지막 장면. 알렉산더의 친구인 프톨레미(앤소니 홉킨스)는 알렉산더에 대해 이렇게 회상합니다.

“역사에 기억 되는 건 꿈을 쫓으며 산 사람들의 몫이다. 그 중 가장 위대한 꿈을 품었던 사람... 세인들은 이렇게 부르지...가장 위대했던 영웅 알렉산더 대왕.”

 한 시대를 풍미한 영웅의 정의를 올리버 스톤 만의 방식으로 풀이한 이 대사는 며칠 전 한 유명인이 타개 하면서 다시금 기억나게 해주었습니다.  
                                  

          
 물론 스티브 잡스 에게 영웅이란 표현은 너무 진부하거나 다소 과장된 표현일 것입니다. 그러기 에는 그의 평소 언변과 비지니스 적 자세를 세세히 따져본다면 공감할 수 없는 부분들이 많으니까요. 하지만 그의 죽음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안타까워하는 모습만 봐도 그의 부재는 우리 인류사에 있어 꽤나 큰 손실이라고 봐야 할 것이며 꿈을 쫓아 산 사람 이었기에 영웅이라 불릴 만 하지 않나 생각 됩니다. 어찌됐든 이 시간을 통해 영화로 스티브 잡스를 돌아보려 합니다.


(1) 픽사(PIXAR)

                     

잡스 와 영화를 엮는다면 절대 빼놓지 말아야 할 것은 당연 애니메이션 회사 ‘픽사’ 입니다. 스티브 잡스 본인이 직접 소유했던 회사였으며, 지금의 그를 있게 해준 존재 이기 때문입니다. 괴짜에 고집스럽고 주관이 뚜렷한 잡스처럼 픽사 의 구성원들도 그 못지 않은 정신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집단 이었습니다. 그렇기에 이들의 만남은 ‘환상의 짝궁’ 이었을 텐데요. 그들도 그렇게 생각 했을까요?

*악연? 인연?
 IT계의 거물이 애니메이션 회사를 사들이다. 누가 봐도 이것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조화 입니다. 이들의 만남에는 어떠한 과정이 있었을까요? 우리가 익힌 들은 대로 스티브 잡스는 1985년 잡스는 자신이 창업한 애플서 퇴출되고 그 후 NEXT라는 컴퓨터 회사를 창업하게 됩니다. 그 회사는 애플 같은 이사회의 영향권에서 자유로운 자신이 주인인 회사였기에 자신의 포부를마음껏 자유롭게 이룰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시장의 패권은 경쟁자들이 지배했고, 여전히 독선적인 운영에 헛점 을 드러내어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는 답답한 실정 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지인을 통해 “조지 루카스(스타워즈 감독겸 제작자) 가 아주 대단한 친구들을 보유하고 있는데, 지금 그들을 팔려고 한다” 란 이야기를 듣고는 무언가 느낌을 받았는지 그가 있는 캘리포니아로 가게 됩니다. 그곳에서 만난 팀 이 바로 픽사 였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컴퓨터 장비와 능력을 본 잡스는 기겁을 하게 되고 “바로 이거야” 하는 느낌으로 곧바로 루카스와 거래하게 됩니다.

*픽사에 대한 간략한 설명
픽사팀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 하자면, 우선 두명 의 구성원이 주축이 되어 만들어진 팀입니다. 현 픽사의 사장인 애드 캣멀은 초기 미국의 IT 산업의 전신인 유타 주립대의공대 출신의 유능한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헐리웃에 쓰이는 3D애니메이션 기술의 기초를 닦아낸 1세대 중 한명 입니다. 또 한명인 존 라세터는 디즈니 출신의 애니메이터로 <토이 스토리>를 만든 애니메이션 계의 한 획을 그은 인물 이며, 당시 풍부한 상상력을 지녔지만 차기 프로젝트들에 대해 디즈니 간부들의 고정된 관념을 바꾸지 못해 곧바로해고를 당한 불행한 인재 중 하나였습니다. 이들이 의기 투합한 픽사는 컴퓨터의 무한한 능력을 시험해 보고자 하는 천재와 이를 이용해 놀라운 작품을 만들려 하는 예술가 집단의 결합체였습니다. 이들은 특수효과의 아버지 격인 스타워즈의 조지 루카스에 의해 키워지게 되었지만, 갑작스런 자금 부족에 팔릴 위기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루카스는 당시 이혼 소송 때문에 위자료까지 내야 할 정도로 돈이 궁한 상황이었습니다.

 잡스는 이러한 루카스의 상황을 이용해 저렴하게 픽사를 인수하게 됩니다. 컴퓨터 몇 대 팔아야하는 게 급해야 할 양반이 갑자기 애니메이션 회사라니? 도대체 무슨 꿍꿍이로 이 회사를 인수한 것이었을까요?

*나는 꼼수다.
<픽사 탄생 10주년>을 기념한 특집 프로그램을 본다면 픽사 인원들은 자신들의 새로운 주인으로 스티브 잡스 라는 이야기를 듣고는 “너무 좋았어요” 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인수된 직후에도 그러한 생각을 가졌는지는 의문입니다. 사실 잡스는 이들을 통해 애니메이션 산업 진출을 하려던 것이 아니라 NEXT가 만든 전문가용 PC인 ‘픽사 이미지 컴퓨터’를 판매하기 위해 인수했던 것이었습니다. 한마디로 ‘꼼수’를 부린 셈이었죠. 당시 픽사팀의 작업용 PC의 사양과 디자인은 그래픽, 애니메이션 작업과 같은 고 직업 군의 사용자들을 충분히 노릴 만 하다고 생각해 픽사팀의 작업 노하우를 빌려와 이와 관련된 HW, SW개발에 관여 시킬 계획 이었다고 합니다. 애니메이션은 그냥 하나의 홍보수단 이라고 생각 했던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픽사는 이러한 기대와 다르게 양질의 애니메이션을 만드는데 몰두하고, 잡스의 본 목적 에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이러한 작업을 강조하고 닦달 하는 잡스를 매우 못마땅했다고 합니다. 어찌 본다면 둘의 만남은 잘못된 만남이 되어 버린 거 아닌가 싶었습니다. 이러한 상황 속 에서도 픽사팀은 애니메이션 사에 길이 남을 단편 걸작들을 연이어 발표하게 됩니다. (룩소 주니어, 틴토이등) 그리고 잡스 에게 돌아 오는 것은 아무 짝에도 쓸모 없는 단편 애니메이션 수상 트로피와 엔딩 크레딧 의 고마운 사람들 명단에 자신의 이름이 고정되는 게 전부였습니다. 이러한 성과(?)만 내놓는 픽사는 투자자 입장에서는 애물단지였으니 잡스는 후회를 하게 되면서 분노 모드(?)로 돌아가게 됩니다. 애드 캣멀에게 자금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압박하며 자금 지원을 끊을 거란 협박을 하다 결국 픽사에 대한 감축을 진행하였고 향후 지원 포기를 위한 극단적 수순까지 생각하게 됩니다.

                                                            

이러한 살 얼음판 같은 주종관계가 유지 되던 중 픽사의 능력을 확인한 디즈니는 픽사에게 거대 프로젝트를 제안하게 됩니다. 그것도 파격 적으로 픽사의 주도로 이루어지는 작업을 의뢰한 것이었죠. (우리 식으로 본다면 삼성이 번처 기업에 모든 프로젝트 권한을 맞긴 것 과 같습니다.) 그 작품이 바로 ‘토이 스토리’ 이며 이 작품은 역사적인 흥행 기록을 새우게 됩니다. 픽사에 환장해 하던 잡스는 그 동안 손해 본 투자 금액이 이 작품을 통해 한꺼번에 회수 되자 언제 그랬냐는 듯 얼굴 표정은 화색이 돋게 되며 곧바로 인터뷰 하러 온 기자에게 다음과 같은 멘트를 날립니다.

 “10년을 기다린 결실은 이만큼 더 달콤한 법이죠” 

*나비효과
이후 픽사 팀을 대한 잡스의 태도는 180도 달라졌다고 합니다. 픽사 사무실을 찾는 일이 빈번해 지고 전과 다르게 따뜻하게 대한 일이 많아지자, 픽사 직원들은 스티브의 이런 행동을 가식에 가깝게 봤다고 합니다. 어찌됐든 그 이후로 픽사에 대한 투자를 더 활발히 하였고 그 덕분에 서로 안 좋았던 감정들도 풀리게 되었습니다. 이후 픽사는 그 가치를 인정받아 디즈니에 74억 달러에 인수되고 스티브 잡스는 디즈니의 2대 주주가 됩니다. 영화의 대성공 은 오랫동안 실패의 늪에 빠져있던 잡스를 구제 시켰고, 무엇보다 그의 편협했던 시각을 넗혀 준 계기가 되었습니다. 픽사의 성공이 컨텐츠의 중요성을 일깨워 준 좋은 경험이 되었던 것이었습니다. 이 경험은 이후 산업전체를 뒤흔들 놀라운 나비효과를 일으키게 됩니다.

애플로 복귀한 잡스는 컴퓨터를 만들던 애플의 산업 구조를 완전히 바꾸는 역사적 행보를 진행 합니다. 컨텐츠의 중요성은 음악을 실행하고 다운 받던 아이튠즈의 등장으로 이어졌고, 향후 음악 뿐만이 아닌 영화의 다운로드도 진행하며, MP3 기기 아이팟은 동영상을 재생하는 멀티기기로 변신해 아이폰의 탄생을 이끌어 내게 됩니다. 특히 이때 스티브 잡스는 자신이 디즈니의 주주란 점을 강조하며 애플제품에서 디즈니의 제품을 안정적으로 볼 수 있음을 홍보하게 됩니다. 이러한 디즈니의 가족적인 정서가 강한 컨텐츠 는 조너선 아이브 라는 천재 디자이너가 만든 디자인과 만나게 되면서 애플은 그 어느 전자기업 보다 인간의 감성을 자극하는 기업으로 사람들에게 인식을 주게 됩니다.

                             

이러한 영향 탓인지 디즈니의 작품들 마저 암시적으로 애플을 드러내며 서로가 땔래야 땔 수 없는 사이라는 인식을 사상화(?) 시킵니다. <인크레더블>의 슈퍼 히어로 가족들의 슈트 글자의 ‘i’는 영락 없는 ‘아이…’ 시리즈 제품들을 뜻했으며, <월E>의 주인공은 아이팟 으로 영화와 음악을 감상하고 로봇은 너무나 매끈한 맥(MAC)을 연상케 한게 바로 그것입니다. 
결국, 디즈니와 애플의 이러한 유대적 관계는 양쪽이 모두 윈윈 하는 효과를 보여주게 되었고, ‘닷컴 버블’로 침체 되었던 IT산업과 불법 다운로드에 골머리를 앓던 컨텐츠 업계에 활기를 띄어주게 되며 이것은 곧 현재의 스마트 환경 구축의 주축적 기초를 만들게 됩니다. 현재 우리 손에 들려있는 스마트폰도 이러한 컨텐츠 시스템이 없다면 생기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스티브 잡스 에겐 픽사와 의 만남은 그의 역사적 과업의 시작이면서 실패와 버림받음으로 절망하던 천재들이 의기투합 하여 역사를 이룬 하나의 멋진 드라마 라고 봐도 무방할 것입니다. 만약 그가 인내심을 잃고 픽사팀 전체를 다시 팔았다면 서로의 운명은 어떤 길을 걷고 있었을까요? 그리고 우리의 현재 일상은 어떻게 변했을 까요? 내심 영화의 힘 에대해 알 수 있었던 일화들 아니었나 생각 합니다. 

                                                         

<스티브 잡스(가운데) 와 픽사 임원들. 잡스의 바로 왼쪽이 픽사 사장 애드 켓멀, 우측이 <토이스토리>의 존 라세터 >

참조 자료: 도서<icon 스티브잡스> 제프리 영 지음, <픽사 탄생 10주년 다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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