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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군함도] 이정현의 간절한 부탁 "제발 나에게 로맨스 영화 각본을 달라!"

17.08.02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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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의 영화, 가요계 데뷔는 그야말로 센세이셔널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꽃잎] 이라는 데뷔작에서 보여준 최상의 연기력과 '와' '바꿔' 등의 테크노 음악을 대중화 시켰던 그녀의 활약을 떠올려 본다면 지금의 활동은 다소 조용한 행보에 가깝다. 그럼에도 지금의 전문 연기자 이정현의 활동은 그녀의 20대 초반 못지않은 '제2의 전성기'와 같은 순간이라 생각한다. 어쩌면 최고의 흥행작으로 기록될 수 있는 [군함도]의 주연인 동시에, 전작에서 보여준 안정된 연기로 여우주연상까지 받은 이력을 떠올려 본다면, 연기자로서의 그녀의 앞날은 여전히 창창하다. 이제는 로맨스 영화의 각본을 간절히 바라고 있는 그녀와 현재 개봉 중인 [군함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연기를 자평하자면?

(웃음) 언론 시사 전날에도 긴장돼서 영화를 제대로 보지 못했는데, 나 뿐만 아니라 출연한 모든 배우들이 다 그랬다고 한다. 중기 본인만 잘 잤다고 자랑한다. (웃음) 영화는 언론 시사 보다 VIP 때 제대로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촬영당시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라서 좋은 기억을 추억하는 시간이었다. 내일 영화가 개봉하는데, (인터뷰가 개봉일 전날) 그때 집 앞의 극장에 가서 제대로 보려한다. (웃음)


-오말년이라는 캐릭터가 위안부로 끌려가 고생을 많이 한다. 이 캐릭터를 어떻게 받아들이려 했나? 

캐릭터 제안을 받고, 역할에 대한 설명을 들었을 때 너무 좋았다. 그동안 나온 위안부 캐릭터는 힘이 없는 존재였지만, 이번 류승완 감독님이 완성하신 위안부 캐릭터는 나한테는 원더우먼 같은 존재였다. 피해자 이에도 불구하고 시종일관 당당하고, 나중에는 일본군을 상대하는 역할이란 점이 너무 멋있었다. 캐릭터 완성을 위해 위안부와 관련한 다큐멘터리를 모두 섭렵했다. 그리고 나를 제외한 출연진 모두 캐릭터의 외형을 위해 다이어트를 해야 했는데, 나한테는 그런 제안이 없었다. 말년이란 캐릭터가 돋보이기 위해서는 더 마른 모습을 보여줘야겠다 생각해서 나도 함께하겠다고 말씀드렸다. 감독님께서 굳이 안 해도 된다고 걱정하셨지만, 나는 이 영화의 배우가 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좋았고, 모든 배우가 모두 열심히 하는 모습들이 너무 좋아서 기꺼이 함께 하려 했다. 힘들었지만 배우로서는 너무나 행복한 순간이었다. 사실 이번 군함도 촬영을 하다 화상을 입었는데, 내가 그 정도로 다친 줄도 몰랐을 정도로 너무 몰입했다. (직접 상처 부위를 보여주며) 이 상처는 나에게 있어 영광의 상처다. (웃음) 피부과서 지울 수 있지만, 천천히 지우려 한다. (웃음) 


-캐릭터를 위해 무려 36.5kg을 뺐다고 들었다. 어떻게 뺐나?

사실 그런 의도는 없었다. 다만 감독님께 뼈가 보일 정도로 하겠다고 하니, 감독님이 당황해 하셨다. (웃음) 식욕을 참고 최대한 적게 먹었더니 엄청 빠졌다. 치맥이 너무 땡겼는데 즐기지 못한 점이 너무 아쉬웠다. (웃음) 그럼에도 행복하게 뺐다. 


-데뷔작 [꽃잎]을 시작으로 주로 시대에 아픔을 상징하는 여성 캐릭터를 많이 연기했다. 그 부분이 힘들지 않은가?

그러고보니 그렇네. (웃음) 이상하게 나에게 그런 것들만 들어온다. (웃음) 왜 그런지 모르겠다. 그나마 제안이 들어온 작품 중 가장 평범한 작품이 [스플릿] 이었다. 개인적으로 나는 로맨스를 하고 싶다. (웃음) 제발 로맨스 영화 각본이 들어올 수 있도록 잘 알려줬으면 한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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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굶은 상태에서 이리저리 뛰어야 하는 상황이 힘들지 않았나? 그러한 상태서 체력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체력 유지 비결은 현장의 에너지와 열정 덕분이었다. 출연진, 스태프분들의 열정이 너무나도 대단했다. 내가 관객분들에게 감히 당부드리고 싶은 것은 우리 영화에 대한 기대치를 조금만 내려주셨으면 한다. (웃음) 스태프와 조단역 배우들의 노력을 생각해 좀 부족한 면이 있더라도 응원을 많이 해주셨으면 한다. 감독님이 참 고생이 많으셨다. 하루에 100가지가 넘는 상황을 통제해야 하니 힘드셨을 것이다. 류승완 감독님은 현장에서 책까지 읽으시는 분이시다. 감독님은 힘든 상황에서도 화내지 않고 젠틀한 감성을 유지하시는 좋은 분이다.


-말년을 해본 느낌은?

가슴이 너무 아팠다.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영화적 스토리를 가미한 작품이기에 역사는 역사대로 스토리는 스토리대로 했으면 한다. 위안부 캐릭터를 한 만큼 위안부 문제가 빨리 해결되었으면 한다. 그 부분을 인정하지 않는 일본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어서 사죄하고 우리랑 잘되었으면 좋겠다. 그런 사실들을 모두가 배웠으면 좋겠고, 무엇보다 자라나는 학생들이 이를 잘 인지했으면 한다. 특히 일본 관객분들이 이 영화를 많이 보고 역사적 사실을 인지하셨으면 한다. 


-말년이 온갖 치욕을 당하고도 계속 생존하고, 당당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이라 보는가?

나는 소희와 조선 소녀들 때문이라 생각한다. 말년은 아빠와 떨어진 소희를 보고 본능적으로 엄마처럼 껴안는다. 위안부들이 실제로 여러 섬과 지역을 오가며 고생을 하셨다고 한다. 그걸 보면서 이렇게 나뉘고 끌려온 소녀들을 보며 아픔을 느꼈을 것이고, 마지막까지 이 소녀들과 함께 탈출하고 정신적 지주가 되어야겠다 생각하면서 삶의 희망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항상 옆에 붙어 있었던 김수안 배우가 정말 연기를 잘해 흐뭇했겠다.

(웃음) 정말 잘한다. 3년 전 단편영화제 심사위원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수안이 연기를 처음 접했다. 정말 연기를 잘해서 그 배우가 상을 받도록 심사위원들과 싸우기까지 했다. (웃음) 순수하고 이쁜 친구며, 현장에서는 마스코트 같은 배우였다. 나중에는 손편지까지 써서 '언니 토토가서 봤어요. 가수였죠?' 라고 보내줬다. (웃음) 현장이 너무 힘들었을 텐데 나를 좋게 봐줘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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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들에게 계속 당하던 말년이 마지막에 총을 잡는 부분은 관객들도 통쾌할 만한 대목이다. 그런 감정을 시종일관 유지하다 총을 잡고 반격했을 때 실제 느낌은 어땠나?

첫 느낌은 '아 총 진짜 무겁네' (웃음) 너무 너무 통쾌했다. 내 캐릭터가 그렇게 당당하게 나와서 좋았다. 사실, 액션이 처음이었다. 너무 긴장되었고 무술팀 같은 경우는 폭탄 때문에 다칠 수도 있는 상황에서, 내가 총을 못 쏘면 전부 엎어지게 되는 상황이라 긴장을 많이 했다. 다행히 내 옆에 있던 소지섭 배우가 이 부분을 잘 도와줘서 잘 할수 있었다. 정말 상대 배우가 누구냐에 따라 연기도 잘 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잠깐 영화를 벗어난 질문이다. 이제 가수 활동은 안 하시는 건가?

은퇴는 아니다. (웃음) 현재 영화와 연기에 충실할 예정이다. 그래도 아직 공연은 하고 있다. [군함도] 개봉하고 다음 차기작을 준비 중이어서 아직 앨범 작업을 할 여유가 없을 뿐이다. 다시 말하지만 절대 은퇴는 아니다. (웃음)


-활발한 가수활동을 해오다 어느 순간 연기에 전념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박찬욱 감독님 때문이다. (웃음) 박 감독님이 제작에 참여한 단편영화 [파란만장]이 상영하고 상도 받게 되면서부터 연기에 대한 흥미를 다시 갖게 되었다. 박감독님이 "그동안 왜 연기 안했어?" 라며 나를 북돋아 주었다. (웃음) 사실 20대 초반에 여러 영화의 시나리오를 받았을 당시, 캐릭터가 너무 애매했다. 그러다 가수를 하게 되었고 연기를 기다렸는데 가수 이미지가 강해서 제한된 캐릭터만 왔다. 그리고 우연히 박찬욱 감독님을 만나게 되었고, 감독님께 내 고충을 이야기하니 "너 연기 은퇴한 줄 알았는데..."하시면서 연기에 대한 힘을 실어주셨다. 그 영향으로 [범죄소년] [명량]을 통해 좋은 연기를 하게 되면서 연기력을 발전시킬 수 있었다.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군함도] 캐스팅도 박찬욱 감독님의 추천이었다. 감독님이 아니었으면 나는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웃음) 박찬욱 감독님은 나의 영원한 멘토시다. 감독님 부부와 주말에 영화를 보러 가고 함께 모임도 같는다. 옛날 영화도 함께 보면서 영화적 자극을 함께 나누고 있다. 


-그럼 이제 박찬욱 감독님 차기작에 모습을 볼 수 있는 건가?

나도 하고 싶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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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선배인데 볼 때마다 고참 갖지 않다는 말을 듣는다. 어떻게 자기 관리를 하고 계신가?

감사하다. (웃음) 큰 칭찬이다. 항상 운동하면서 자기 관리를 하고 있다. 발레, 테니스, 필라테스를 하면서 몸매를 가꾸고 있고, 건강한 음식을 먹으려고 노력한다. 


-다시 영화로 돌아와서, 말년과 칠성의 관계가 애매하다. 애정의 감정인가? 아니면 단순한 연민의 정인가?

나는 그것을 관객들에게 넘기고 싶다. (웃음) 짚어보는 재미라고 할까? 처음 원수처럼 만나다가 나중에는 빨래터에서 과일도 던져주는 사이가 된다. '유곽에서 둘이 대화하고 노래를 읊조리면서 무슨 일이 생겼을까?' 라는 암시만 남긴다. 그것은 관객들이 알아서 판단해 주셨으면 한다. 그래도 굳이 내 생각을 말한다면, 말년은 칠성이를 연민으로 바라봤었다고 생각한다. 왜 나에게 그런 과일을 던져 줬는지 칠성이에게 묻고 싶다. (웃음) 현장에서 지섭 씨의 그런 연기에 여자 스태프들이 소리 지르고 좋아하더라. (웃음)


-본인의 의견이 반영된 장면은? 

말년의 말투와 고향을 바꾼 설정이었다. 처음 말년의 말투는 서울말 쓰는 여자였다. 서울말 쓰면 너무 이뻐 보일까 봐 감독님께 사투리 쓰는 캐릭터로 바꾸자고 제안했다. 감독님도 좋아하셨는데, 막상 하다 보니 너무 어려웠다. 그리고 욕도 찰지게 해야 하는데 그게 너무 어려웠다. 내가 평소 욕을 안 하다 보니 발생한 문제였다. (웃음) 그래서 사투리 선생님께 언어와 욕도 배워야 했다. 


-송중기하고는 어땠나?

부딪치는 일은 전혀 없었지만, 현장에 함께해 너무 좋았다. 중기가 캐스팅 되었다 해서 사실 긴장을 많이 했는데, 이 친구가 실제로 성격이 너무 좋다. 정말 인간이고 촌스러운 면이 강한 정감 있는 친구다. 중기가 힘들 때 마다 응원해 줘서 너무 고마웠다. 지섭 선배는 말없이 사람을 챙기는 츤데레 타입이라면, 중기는 말도 많고 사람을 잘 챙기는 타입이다. (웃음) 군함도를 통해 배우로서의 영광도 받았지만 이를 통해 사람을 얻은 점이 너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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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 영화에서 [미씽:사라진여자] [싱글라이더]와 같은 능동적인 여성 주인공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 [군함도]의 오말년 또한 그 점에서 보면 그런 캐릭터. 어떻게 생각하나?

너무 좋다. (웃음) 나는 강하게 그려진 여성 캐릭터가 정말 좋다. 위안부 여성 피해자가 나온다 해서 슬픈 것 보다는 담담하고 강하고 마지막에 총질까지 하는 모습이 너무나 멋있었다. 그런 현상은 좋은 현상이라고 본다. 


-데뷔 때부터 주연을 지속적으로 맡아온 드문 케이스다. 데뷔 시절을 다시 돌아본다면?

[꽃잎]은 나를 있게 해준 소중한 작품이다. 박찬욱, 봉준호 감독님을 만날 때 항상 [꽃잎]을 언급해 주신다. 그 점에서 너무 감사하다. [군함도]를 찍고 나서 배우 생활을 쉽게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해보니 너무 어렵다. 그래서 다음 작품도 좀 더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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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CJ엔터테인먼트/외유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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