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택시운전사] 토마스 크레취만, 말이 통하지 않은 송강호와 소통하는 그만의 방법
17.08.02 20:30
토마스 크레취만은 폴란스키 감독의 2003년 영화 [피아니스트]를 통해 처음 알게 된 연기자였다. 짧은 분량의 등장이었지만, 영화의 전체적인 정서적인 여운에 큰 영향을 줬을 정도로, 강한 인상을 남긴 연기였다. 토마스 크레취만은 그 후에도 여러 편의 할리우드 영화와 해외 영화의 조연으로 출연해 인상 깊은 활약을 펼친 그가 한국 영화에 출연해 광주의 아픈 역사를 세계에 알리는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 영화의 홍보를 위해 다시금 한국을 찾은 그와 [택시운전사]의 비하인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완성된 영화를 본 소감은?
영화 너무 좋았다. (웃음)
-본인이 원한 캐릭터가 그대로 나왔나?
영화는 잘 나왔지만, 내 연기에는 썩 만족스럽지 않았다. 항상 내 연기를 보느 것이 고통스러울 때가 많다. 내 연기에 대한 소감은 본인이 자동응답기에 메시지를 남겼을 때의 느낌이었다. 작품에 대해서는 매우 만족스럽다. 광주 민주화 운동의 스토리는 이제 알려져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세계적으로 봤을 때 잘 알려지지 않았기에 이제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람이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장훈 감독과 작업하는 것이 너무 좋았다. 너무나 좋아하는 감독이며 전 세계 수많은 감독과 다작을 했지만 그와 함께 할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나에게 감동을 주었고 작업을 하면서 놀라게 했다. 한국 배우들과 일하는 것도 보람찼다. 송강호는 정말 판타스틱한 배우다. 그의 감정 전환은 놀라울 정도였다. 재미있다가 갑자기 진지한 모습을 보일 때는 너무나 놀라웠다.
-광주 민주화 운동은 가슴 아픈 사건이었다. 이 사건에 대해서 알게 되었거나, 사건을 접했을 때의 감정은?
사실 전혀 듣지 못했다. 이 사건에 대해 듣고 나서 너무 놀랐다. 그래서 이것에 대해 알고 싶어서 장훈 감독에게 물어봤는데 감독님이 많은 걸 알려주셨다. 너무 놀란 게 한국 외 아시아에서는 광주 민주화 운동에 대해 전혀 몰랐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자료 요청을 해서 다큐를 봤는데, 다큐가 그렇게 많지가 않은 점도 놀라웠다. 이에 대해 장훈 감독이 너무 친절하게 설명을 해줘서 친해지게 되었다. 그는 나에게 안정감과 영감을 전해 주었고, 이 작품의 중요한 요소가 무엇인지를 잘 인지해 주었다. 이 자료와 관련해 리서치를 해봤지만, 그렇게 자료도 많지도 않았다. 그래서 자료를 찾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어떠한 작품을 준비하는 데 규칙이 있지는 않다. 어떨 때는 리서치를 할 때도 있고 안 할 때도 있다. 그래서 직관적으로 하려고 했다. 이번 작품은 대본을 봤을 때 대본이 충분히 스토리를 전해주었다고 본다. 메소드 배우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데 사실 나는 메소드 배우가 아니다. 솔직히 그것이 무엇인지도 모른다. 나는 세트에서의 자연스러운 리액션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연기자다. 그래서 때로는 리허설도 하지 않고 들어갈 때도 있다.
-한국 촬영이 너무 더웠다고 한다. 다른 제작 환경이라 어려운 점은 없었나?
여러 가지 복합적인 어려움이 있었다. 작년 여름 촬영은 너무 더워 고생을 많이 했다. 촬영은 어렵지 않지만, 무더위를 극복하는 게 너무 어려웠다. 언어적 장벽도 무시 못했다. 통역이 도와 주었지만, 배우 감독과 소통이 안되는 게 너무 힘들었다. 나 때문에 흐름이 끊끼는 것 같아서 너무 안타까웠다. 보통 이야기를 엿들으면서 감을 잡고 연기하는데, 그것을 못 듣게 되어서 그것이 나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었다. 그래서 항상 주변의 모든 사람이 들은 다음에 나에게 브리핑해줘야 하는 형식이었다. 그 점이 너무 미안했다. 나 때문에 촬영이 지연된 것 같아서 힘들었다. 그래서 짐작하겠지만, 연기자로서 심리적인 관점에서도 좋지 않은 환경이었다. 항상 내가 문제아처럼 느껴졌다. 이거 괜찮아? 라고 물어봐야 하는 모습이 세 살 짜리 아이 같았다.
-언어적 장벽에도 불구하고 출연을 선택하게 된 계기는? 위르겐 힌츠펠터를 연기하는 데 있어 주안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대본을 읽자마자 이 작품을 해야겠다고 결정햇다. 대본, 감독, 배역 그외의 나머지는 잘 해결 된다고 생각했고 작품 선택에 잇어 이 부분을 주안점으로 두었다. 어쩔때는 쉽고, 어려울때가 많았다. 사실 한국에서의 체험은 상당히 이국적이었다. 촬영 끝날때 까지 적응을 하지 못하고 돌아가야 해서 아쉬웠다. (웃음) 아시다시피 나는 외국인 전문 배우여서 쉽게 적응할 거라 생각했는데, 그렇지 못했다. 언어, 음식 그리고 계속 이동하며 촬영해야 한다는게 너무 힘들었다. 여행을 계속하면서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렸다. 한국은 나에게 계속 이국적으로 남겨질 것 같다.
-그래도 다음에 좋은 시나리오가 있다면 또 한국에서 촬영할 계획인가?
물론이다. (웃음)
-국적과 언어가 다른 배우들은 말은 통하지 않아도 눈빛과 행동만으로 서로를 이해하며 상대방의 의도를 알아간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송강호 배우 및 한국 배우들, 장훈 감독과 호흡하면서 그랬던 순간은 없었는지? 있었다면 에피소드를 들려주셨으면 한다.
(웃음) 물론 있다. 눈빛과 손짓, 발짓 만이 우리가 의사소통 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웃음) 장훈 감독과 의사소통하면서 나는 기다림을 배웠다. 그때마다 나는 내가 ADHD 장애가 있는 사람이라 생각하며 기다림을 배웠다. 원래 나는 들으면서 해야 하는데 이번에는 달랐다. 거의 90%는 바디 랭귀지였다. 송강호 배우와는 말로는 이야기하지 못했지만 거의 바디랭귀지를 통해 의사소통했다.
-위르겐 힌츠펜터를 통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영화 준비하는 과정에 그분이 돌아가셔서 아쉽게도 만나보지 못했다. 꼭 만나고 싶었고, 그분도 우리를 뵙고 싶었을 것이다. 사실 한 배우로서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는 이야기를 꺼리고 조심스러워 한다. 그 이유는 사람마다 받아가는 메시지가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내가 받은 메시지와 위르겐의 메시지를 대변하자면 그분은 진실을 추구하는 분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것을 강조하고 싶었다.
-극 중 캐릭터에 대해 아쉬움은 없었나?
지금 생각했을 때 특별히 아쉬운 것은 없다. 장훈 감독이 실제로 캐릭터를 잘 만들어 주었다. 만약에 마음에 안 든 점이 있으면 나에게 충분히 이해될 수 있도록 설명해 주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내가 설득해서 만들어 나간다. 캐릭터를 설정해 나가는 것은 배우의 아이디어도 있다고 본다. 여러 요소가 있어서 이 작품이 잘 나왔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내가 내 연기에 대 만족한 것은 아니다. (웃음) 현장에서 최선을 다하고 노력하는 편이다.
-촬영장에서 사진을 많이 찍었다고 한다. 캐릭터에 적응하기 위해서인가?
캐릭터와 상관없이 사진 찍는걸 좋아한다. (웃음) 어제도 내가 사진 촬영 당했는데 그 모습을 찍게 되었다.
-촬영장 때 박찬욱 감독이 놀러 왔다고 들었다.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 [택시운전사]에 등장한 클래식 카를 탄 기분은?
함께 좋은 사진을 많이 찍었다. (웃음) 인생, 사진 촬영과 관련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가 내 카메라 모델을 좋아한다고 했다. 난 원래 박찬욱 감독의 빅 팬이었다. [스토커]는 정말 화면 적으로 아름다운 영화다. 박찬욱 감독의 차기작에 나를 캐스팅 한다면 정말 좋을것 같다. (직접 박찬욱, 송강호, 장훈 감독을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어떤가? 잘 찍지 않았나? (웃음)
▲기자에게 보여준 토마스 크레취만이 찍은 현장 사진
아실지 모르겠지만, 동독을 1983년에 탈출했다. 영화속 택시를 타면서 동독 시절의 모습이 생각났다. 영화에 나온 택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나보다는 송강호 씨가 운전하셨기에 나보다 그 느낌을 더 잘 아셨다고 본다. 기어 수동을 넣고, 운전하는 재미를 마음껐 느꼈을 거라 본다. 참고로 송강호 씨가 운전을 정말 잘하신다. (웃음) 이건 독일인으로서 매우 큰 칭찬이다. (웃음)
-과거 동독 수영 선수로 활동하다 배우가 되신 것으로 알고 있다. 그 계기는?
사실 나는 수영과 배우가 된 것은 전혀 상관관계가 없다. 상관 관계를 찾자면 내가 원래 장거리 수영선수였는데, 그래서 체력이 좋았고, 연기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원래는 배우 보다는 건축설계사와 디자이너가 되고 싶었다. 그때 친구들이 했던 이야기가 "동독 공산권에서 무엇을 설계할고 디자인 할 수 있는데?" 라고 말리는 거였다. 그래서 결국 배우가 되기로 결심했다. (웃음)
-한국을 처음 방문했을 때의 소감은?
사실은 너무나 혼란스러웠다. 베를린에서 천둥, 번개 때문에 비행기를 놓친 상태였다. 어렵사리 공항에 도착하니 수많은 사람이 나를 반겨주었다. 처음엔 프로덕션에서 온 사람들인 줄 알았는데, 팬들이라고 해서 너무나 놀랐고 신선했다. 셀카를 찍는 걸 보고 팬인 줄 알게 되었다. (웃음)
-오늘 한국 팬들과 만남도 기대되나?
약간 우려되는 게 있다면 한국의 레드카펫을 처음 밟기 때문에 긴장된다. 이것보다 더 긴장되는 것은 한국 팬들이 이 영화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다. 이와 유사한 작품이 [스탈린 그라드] (러시아 영화) 였는데 관객들이 우는 걸 보면서 그 마음을 이해하게 되었다. 택시 운전사 또한 그러한 정서를 지닌 작품이었으면 좋겠다.
-정말 영화 출연을 많이 했다. 애착이 가는 감독, 영화, 캐릭터가 있다면?
어떠한 감독님을 특별히 언급하면 그분들이 서운해할 수 있다. (웃음) 강력한 임팩트를 남긴 감독은 로만 폴란스키 감독이었다. 그 작품으로 그와 가까워졌고 나 또한 성장하게 되었다고 본다.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쇼박스)
※ 저작권자 ⓒ 무비라이징.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