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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성탈출:종의 전쟁] 리뷰: 슬프지만 당연한 인류의 멸망과 유인원의 승리 ★★★★

17.08.10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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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성탈출:종의 전쟁, 2017]
감독: 맷 리브스
출연: 앤디 서키스, 우디 해럴슨, 스티브 잔, 아미아 밀러, 카린 코노발, 테리 노터리

줄거리
전 세계에 퍼진 치명적인 바이러스 ‘시미안 플루’로 인해 유인원들은 나날이 진화하는 반면, 살아남은 인간들은 점차 지능을 잃고 퇴화해 간다. 인간과 공존할 수 있다고 믿었던 진화한 유인원의 리더 시저(앤디 서키스)는 유인원들을 몰살하려는 인간군 대령(우디 해럴슨)에 의해 가족과 동료들을 무참히 잃고 분노한다. 진화한 유인원이 언젠가 인간을 지배하게 될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인류의 생존을 위해서 인간성마저도 버려야 한다는 대령과 더 이상의 자비와 공존은 없다며 가족과, 자유와, 터전을 위해 전쟁에 나서게 된 시저. 종의 운명과 지구의 미래를 결정할 피할 수 없는 전쟁. 과연, 최후는 어떻게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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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부터 이어져 온 [혹성탈출] 프리퀄 삼부작의 대미이자, 위대한 오리지널인 1968년 작품과의 연결이 이번 영화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이다. 하지만 [혹성탈출:종의 전쟁]은 단순한 시리즈의 마지막이자 프리퀄의 가치를 넘어서 혁명과 인간성의 가치, 구원의 메시지가 담긴 뜻깊은 블록버스터였다.

[혹성탈출:종의 전쟁]은 이전 두 편의 작품에서 시도되지 않았던 독특한 시점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세 번째 시리즈만의 독특한 차별성을 띄려 했다. 시리즈를 이끄는 주인공 시저의 시선을 오랫동안 담아내, 시간의 흐름에 따른 심리적 변화를 유심히 포착한다. 주인공 시저가 유인원이 아닌 인간에 가까운 존재로 진화되었기 때문이다. 

유인원이지만 다른 유인원들과 달리 수화를 하지 않은 채, 오로지 말로 대화하며 다양한 감정 표현을 드러내는 대목이 누가 봐도 자연스럽게 다가왔다. 결국 이번 영화의 포인트는 거대한 스케일과 볼거리 같은 시각적 요소가 아닌 시저의 시선에서 진행되는 드라마에 있다. 

두 번째 시리즈였던 [혹성탈출:반격의 서막]에서 확연한 리더의 모습을 보여준 시저가 더 큰 시련을 맞이하게 되고, 그로 인해 유인원 무리는 최대의 위기를 맞게 된다. 인간 군대에 의해 삶의 희망과도 같은 가족을 잃은 시저는 분노와 복수에 사로잡히게 된다. 감정적인 시저가 복수와 종족의 안정을 위해 인간 군대를 지휘하는 대령(우디 해럴슨)을 찾아 나서게 되면서 영화는 로드무비의 형태를 띄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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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성탈출:종의 전쟁]의 로드무비의 형태는 피터 잭슨의 [반지의 제왕][호빗]에 가깝다. 친구들과의 모험, 새로운 동료들과의 만남, 진실과 마주하는 과정, 그리고 각성의 단계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한 캐릭터의 변화를 흥미롭고 의미 있게 담아낸다. 충동적인 감정에서 시작된 여정이 시저를 진정한 리더이자 영웅으로 거듭나게 하는 과정으로 바뀌게 된 것이다. 

이러한 극적인 순간에는 나름의 큰 의미와 상징성을 띈 의미 있는 에피소드가 있었다. 로드무비가 끝난 이후에는 곧바로 2차 세계 대전 수용소 영화를 연상시키는 드라마가 전개된다. 시저가 대령과 만난 곳은 인간군의 부대이며, 그곳에서 박해당하고 있는 유인원 종족의 현실과 마주하게 된다. 이를 통해 영화는 선과 악의 구조를 확실하게 설정하며 관객들이 유인원의 시선에 감정 이입하게끔 유도한다. 그러한 설정에는 인류 역사에 익숙하게 느껴질 법한 요소들이 사용된다. 

유인원이라는 '종'에 대한 분노, 병든 동료를 버린 채 강한 군인만을 생존시키며, 삭발한 형태의 헤어스타일을 유지하는 인간군의 모습은 과거의 나치와 현시대의 네오나치즘을 자연스럽게 연상시킨다. 맷 리브스 감독은 네오나치즘의 형태를 띤 군국주의와 광기에 물든 인간의 모습을 통해 [혹성탈출] 세계관이 인간들이 어떻게 멸망하게 되었는지를 의미있게 재해석하려 했다. 유인원에 대한 억압은 지구의 주인 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두려움과 서서히 인간의 본성인 이성과 감성을 잃어버리는 인간들의 자의적인 멸망을 의미심장하면서도 서글픈 시각으로 담아냈다. 

그와 반대로 유인원은 철저히 유대인 홀로코스트와 같은 존재들인 동시에 성경 속 이집트에 의해 억압당한 이스라엘 백성들처럼 묘사된다. 물과 음식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한 채 폭력이 오가는 강제 노역이 이뤄지고, 어른과 아이는 철저히 분리당한다. 이같은 종족의 처절한 억압을 목격한 시저는 자신의 분노가 만들어낸 잘못된 결과에 참담함을 느끼며 최후의 저항을 꾀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원수와 같은 대령과 대립과 교감을 나누게 되고, 둘의 관계는 예상치 못한 흐름과 드라마적인 정서를 낳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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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인 '종의 전쟁'이란 단어 때문에 인간과 유인원의 거대한 격돌이 담긴 스케일과 볼거리를 기대했다면, 주인공의 심리적 변화와 대립의 긴장감이 담긴 드라마 위주의 전개 과정에 다소 아쉬움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치밀하게 연결된 전개, 캐릭터 간의 관계가 만들어낸 드라마, 복선이 되는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연결시킨 각본의 묘미가 묘한 재미를 가져다준다. 

유인원 시저가 겪게 되는 역경과 고난의 드라마가 흥미로운 모험극으로 그려지는 가운데, 수용소에서의 인간과 유인원의 대립이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다, 막판에는 [대탈주]를 연상시키는 긴장감 높은 밀도 높은 탈출 액션 스릴러의 묘미를 전달해 주게 된다. 이러한 긴장감의 흐름은 마지막 치열하고 거대한 전투신으로 대미를 장식하며, 볼거리에 대한 아쉬움을 단 한 번에 덜어주게 된다. 

긴장감과 치열함이 가득한 영화의 마지막 메시지와 여운에는 맷 리브스가 오래전부터 예고한 성경적 요소와 정서를 등장시켜 (모세와 이스라엘 백성들의 이집트 탈출, 예수의 희생) [혹성탈출]이 시저로 상징되는 위대한 영웅의 이야기이자 유인원 종족의 탄생 신화였음을 드러낸다. 그 신화의 이면에는 인류의 멸망이라는 서글픈 현실이 담겨 있지만, 이를 통해 현재의 인간 문명사회가 인간의 주요 가치와 본성을 잃고 야만의 길로 가고 있지 않은지 다시금 돌아보게 한다. 

사실적인 시각효과 기술을 넘어서 유인원의 표정과 내면적 감정을 인간이 공감할 수 있게 연기한 앤디 서키스의 연기는 소름 돋다 못해 감탄을 불러오게 한다. 이제는 모션캡처 전문 연기를 하는 배우들도 아카데미 상을 받게 되는 일이 그를 통해 이뤄지지 않을까 예상해 본다. 

역사적인 1968년 [혹성탈출]과의 자연스러운 연결까지 깔끔하게 마무리하며 대미를 장식한 [혹성탈출] 프리퀄은 그렇게 할리우드가 완성한 또 다른 성공적인 트릴로지로 남게 되었다. 

[혹성탈출:종의 전쟁]은 8월 15일 개봉한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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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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