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지만 긴 여운] 우울한 당신을 단번에 치유시켜줄 5분 애니 [아이스캔디]
17.08.17 15:43
[아이스캔디, 2017]
감독: 양자신
출연: Minghuei Huang, Shih-lien Eugene Yen
줄거리
누나와 동생은 장례식이 끝나고 어머니의 죽음에 괴로워 한다. 그들이 그래도 예전과 같이 지낼려고 노력을 한다. 그에 따라 어렸을때 골목에서 장사꾼이 팔았던 아이스 캔디가 생각나는데…
프리뷰
대만 출신 양자신 감독의 정성스러운 손재주가 담긴 애니메이션. 처음 등장하는 3분 분량의 단편 [오후]는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식사라는 테마를 통해 포착한 작품으로, 평범한 일상과 사람을 바라보는 감독의 시선을 느낄 수 있다. 음식을 통해 개개인의 개성과 삶의 애환을 표현했듯이, [아이스캔디]는 음식이라는 매개체가 지니고 있는 정서와 이를 통한 사람과의 관계를 따뜻한 시선으로 조명한다.
제목이자 소재인 아이스캔디 때문에 달콤한 느낌의 정겨운 감성이 담길 거라 기대했지만, 영화는 그와 정반대의 정서에 다가서려 한다. 죽음으로 대변되는 영원한 이별을 맞이한 인물들을 통해 씻을 수 없는 아픔을 마주한 우리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려 한 것이다. 아픔과 상처에 대한 극복의 메시지를 전하기보다는, 그에 대한 인간적인 공감과 이를 함께하는 가족의 사랑이 이 영화가 전하려 한 핵심이다.
[아이스캔디]의 그러한 면모는 이 작품이 지니고 있는 현실적인 아이러니에 있다. 우리에게 다소 이색적으로 다가올 수 있는 대만식 장례식 장면과 태연한 척하지만 속으로는 슬픔을 참고 있는 인물의 모습이 대표적이다. 아이러니한 순간이지만, 한편으로는 지극히 현실적인 느낌을 전해준다.
사랑하는 어머니를 여의게 된 주인공 동생은 지금의 이 모든 순간이 우울하기 그지없다. 그와 달리 누나는 태연하게 동생을 위로하며, 장례식이 끝난 이후에는 오늘 먹을 저녁 거리에 대해 고민하다 수다를 떨기 시작한다. 누나의 그러한 모습을 본 동생은 문득 과거 어린 시절 누나와 있었던 일을 떠올리게 된다.
그날도 동생은 시무룩한 표정으로 소파에 앉아 있었고, 누나는 태연하게 오늘 먹을 저녁거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조용히 울고 있던 주인공의 모습을 본 누나는 아끼던 누에고치들이 모두 죽어버린 것에 슬퍼하고 있는 동생을 위로하며, 우연히 집 앞을 지나가는 아이스캔디 트럭 소리를 듣고, 바로 아이스캔디를 사준다.
우울함과 슬픔에 갇혀있던 어린 시절의 동생은 누나가 사준 아이스캔디로 그때의 아픔을 이겨낼 수 있었다. 과거의 추억이 끝날때 쯤, 저녁거리를 사온 누나가 동생에게 아이스캔디를 건내준다. 곧바로 TV를 켠 누나는 태풍 속보가 들어오는 뉴스를 보며 레스토랑 집 아들과 관련한 수다를 떨다 이내 눈물을 흘리기 시작한다. 동생의 우울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누나였기에 동생을 위해 평온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아이스캔디를 통해 누나의 사랑과 깊은 마음을 이해한 동생은 슬퍼하고 있는 누나 옆에 조용히 다가가 어깨에 팔을 두른다. 이제 동생이 누나를 위로할 때이다. 느닷없이 찾아온 태풍과 같은 슬픔이 찾아왔지만, 남매는 이제 아픔 속에 성숙해지는 법을 배웠고, 그런 만큼 함께 아픔을 이겨나가며 일상을 살아갈 것이다.
정겨운 수채화 같은 그림 속에 대만의 일상을 잘 담아낸 현실적인 묘사와 남매의 우애로 상징되는 가족적인 이야기가 슬픔에 빠진 모든 이들에게 위로와 공감의 메시지를 전한다. 슬퍼할수 밖에 없는 현실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지만, 함께 공감하고 울어줄 사람이 내 옆에 있지 않은지 다시금 우리의 일상을 돌아보게 한다. [아이스캔디]는 그런 일상의 소박한 행복과 기쁨을 전해주는 기분 좋은 힐링 애니매이션 이자 어른들을 위한 동화이다.
결정적 장면
# 퇴근후 남편을 위한 저녁준비 (2분 47초)
[오후]의 대표적인 장면이라 할 수 있는 부분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각 인물들이 스스로 식사를 해결하던 모습을 보여주다 마지막에 들어서야 함께 식사를 하는 평온한 순간을 의미있게 담았다. 짧지만 함께하는 식사를 준비하는 순간의 행복을 의미있게 담았다.
# 이색적인 퍼레이드 장례식 (4분 4초)
생소하게 느껴질 법한 대만의 장례식 문화를 보여주는 대목. 느닷없는 퍼레이드 지만 수많은 만감을 교차하게 한다. 경쾌한 음악과 달리 우울해 있는 주인공의 모습이 대비를 이룬다.
# 내 마음을 위로한 누나의 아이스캔디 (6분 52초)
어린 시절의 동생이 누나의 아이스캔디로 인해 우울함을 극복하게 되는 모습을 어떤 공간에 갇혀 있는 모습으로 표현했다. 공간에 갇힌채 홀로 슬픔을 삭히던 동생은 누나의 아이스캔디의 등장으로 슬픔을 이겨낸다.
# 누나의 눈물 (7분 22초)
장례식 부터 지금까지 태연했던 누나가 조용히 눈물을 훔치는 장면을 서서히 잡아냈다. 아무렇지 않은 주인공의 표정을 보여주던 그림이 단 한번의 눈물로 인물의 숨겨진 감정을 표현한다. 영화와는 다른 슬픔을 표현하는 애니메이션만의 방법을 보여준 대표적인 장면이다.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 영상=씨네허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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