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군함도] 류승완 감독, 논란에 묻힌 그가 전하고자 한 메시지
17.08.20 22:42
한때 두려움 없었던 '액션 키즈'로 불리던 그가 이제는 세상의 현실과 문제와 마주한 중년이 되어 돌아왔다. [군함도]가 예상치 못한 거센 논란에 부딪힌 탓에 당황한 기색이 가득할 것 같았지만, 류승완 감독은 여유로운 표정과 들뜬 기분으로 기자를 맞이해 주었다. 자신과 영화를 향한 논란에 직접 반박하기보다는 관객들이 아쉽게 느꼈을 법한 여러 문제적 요소에 대한 잘못을 쿨하게 시인하며, 지금의 논쟁이 건전한 발전으로 이뤄지기를 소망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논란이 되고 있는 [군함도]의 논란에 대한 견해와 이 작품을 통해 전하고 싶었던 궁극적인 메시지는 무엇이었을까? 그것과 관련해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짧은 일문일답을 나눴다.
-전에 비해 살이 너무 빠진 것 같다.
아니다. (웃음) 근육량이 빠져서 그렇게 보인 거다. 요즘 컨디션을 유지하는 중이고, 그러다 보니 매우 건강해졌다. 인바디 체크하면 내가 짱이다. (웃음) 오히려 보는 것과 달리 과체중이라고 할까? 내가 마른 비만이라고 하더라. (웃음)
-결과물을 냉정하게 평가하자면?
이 영화는 우선 내가 다루지 못했던 시대와 다양한 인물들을 다뤘다. 밸런스를 유지한다는 측면에서 자평하자면 제작진을 비롯한 우리 모두가 원한 방향에서 원래 의도했던 부분을 성취했다고 생각한다.
-그 방향성이 무엇인가?
이 영화의 기획이 시작될 당시가 2013년쯤이었다. 나도 애들 부모이고 역사를 가르쳐야 할 입장이었는데, 이 사실을 이제 알았다는 점이 부끄러웠다. 우선 군함도라는 섬이 강제로 징용된 사람들이 자유롭게 이동하지 못하는 점이 특이했는데, 마치 감옥 같았다. 군함도의 역사 전문가에게 들었더니 실제로 40명의 집단 탈출 시도가 있었다고 한다.
작가의 입장에서 그 이야기를 들으니 조선인 집단 탈출을 생각하게 되었고, 이것을 어떻게 다룰지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되었다. 우선적으로 막장 1,000m 까지 간 사람들의 열망에 대해 생각해 봤다. 이들도 해방과 자유를 원했을 것이다. 덜 두드려 맞고 잘 먹고, 잘 사는 걸 원했을 것이며 실제로 그분들도 그것을 원하셨다고 한다. 실제 역사를 보면 일왕이 항복 선언을 한 이후에도 일본은 이 조선인들을 돌려보내지 않았다고 한다.
조선인 징용자들을 태운 배가 있었는데, 그게 침몰 되었다고 한다. 정확하지 않지만, 그것도 일본의 소행이었다는 말이 있다. 그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영화라는 것을 통해 실제 그분들의 염원을 이뤄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조선인들이 집단으로 탈출하는 대규모의 탈출 영화를 기획하게 되었다. 완벽한 완성을 위해서 실제 OSS 훈련을 받은 광복군과 당시 훈련을 받은 조선인들 그리고 실제 탈출 전문가의 조언과 상황을 고증하는 데 역점을 두었다.
-군함도를 어떻게 알게 되었나?
최초 기획을 한 신경일 작가가 방송에서 군함도와 관련한 다큐를 보고 알았다고 한다. 그때가 [베를린]이 개봉한 직후였다. 사실 그전에도 언론에도 몇 번이고 알려졌다지만, 이슈화가 되지 못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것을 알려야겠다고 생각했다. 개봉하기 전과 예고편 공개 후에 많은 분이 관심을 가져 주셨다. 어떤 분들이 "왜 일본 쪽 배우들을 캐스팅 하지 않았냐?"고 물어보시는데, 사실은 우리도 하려고 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일본 쪽 에이전시에서 우리의 캐스팅 작업을 막으려 했었다고 한다. 일본 관방장관과 우익단체가 [군함도]의 예고편이 공개되었을 때, 분탕질을 하는 것을 보며, 이 영화가 한일 양국의 뜨거운 감자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개봉 후 예상외의 논쟁을 불러왔지만, 달리 본다면 이를 통해 군함도가 이야기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본다. 군함도라는 소재의 영화는 지금이 처음이다. 이 논란은 이제부터 시작이고 앞으로도 건전하게 나눠줘야 한다고 본다.
-지금 같은 논란을 어느 정도 예상했었나?
군함도에 대한 자료가 의외로 한정적이다. 그만큼 학계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고 한다. 촬영이 끝나고 후반 작업에 집중하면서도 추가로 고증을 확인했고 일본의 르포 작가, 민속학자, 인권 운동가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되는 부분에 관해서도 확인을 해봤다. 예상은 못 했지만, 그만큼 많은 이야기가 오갈 거라 생각했다.
-영화 속 친일파 캐릭터에 대한 논란이 가장 크다. 감독 입장에서 이 부분을 어떻게 다루려 한 것인가?
영화 초반 소지섭과 친일파 캐릭터인 김민재가 목욕탕에서 충돌하는 장면을 보면 이를 관리해야 할 일본인들이 싸움을 붙여두고 구경만 한다. 내 영화를 꾸준히 본 사람들이라면 내 의도를 이해했을 것이다. 내 작품인 [짝패]는 사건의 배후에 있는 서울 사람들이 싸움을 붙여두고 자신들은 가만히 있는다.
나는 거대한 권력에 희생당하는 사람들 간의 싸움에 초점을 맞추고 싶었다. 일본의 행위는 명백한 범죄이며, 그것을 다뤄야 하는 게 목적인 것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 친일을 다루지 않는다면 나는 그것은 반쪽짜리 프로파간다라 생각했다. 내가 캐스팅 이야기를 했듯이 그러한 상황에 대한 밸런스를 맞추고 싶지 않았다. 제작보고회 당시 친일파를 언급하지 않은 것은 그게 이 영화의 스포가 되기 때문이다. (웃음) 이분법적으로 다루지 않은 것도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그러한 논란이 아직 청산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본이 독일만큼만 했어도 지금 같은 논란이 없었다. [베를린] 촬영하러 독일에 왔을때 거기 제작진에게 들었던 주의 사항이 공공장소서 히틀러와 나치를 말하지 말라고 했다. 지금도 독일에는 나치 부역자를 찾는 기관이 있을 정도로 나치를 역사의 과오이자 중대한 범죄로 인식하고 있다. 베를린 광장 센터에는 홀로코스트 메모리얼 이라는 광장이 있는데, 그 광장을 조성한 회사가 그 학살에 독가스를 제조한 회사라고 한다. 그것과 달리 일본 정부와 미쓰비시 같은 전범 기업은 어떤가? 어쩌면 지금의 이러한 논란은 우리 사회와 역사가 건강해질 수 있는 하나의 중요한 과정이라 생각한다.
-관객들은 선악이 확실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 아쉬움이 많은 것 같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통쾌한 영화는 아니다. 6, 70년대 만들어졌던 항일 영화를 보자면 그러한 방식의 통쾌한 영화가 많다. 하지만 최근의 [덕혜옹주] [박열] [암살]을 보면 그때 당시 일제의 범죄와 악행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 우리 내부의 친일 행위와 같은 배신적 행동에 대한 성찰을 중점적으로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군함도] 또한 그러한 방향을 기반으로 우리 내부의 성찰을 새롭게 다루려 했다.
-그 점에서 보면 이 영화는 한국 입장에서는 친일파를, 일본 입장에서는 탐욕가들과 같은 배신자들에 대한 처벌과 단죄가 분명해 보인다. 그렇게 보면 이것은 류승완 감독식 정의구현이라고 봐야 할까?
맞다. 어쩌면 그것이 역사적 정의구현을 위한 나만의 해석일 것이다. 식민사관을 조장하고, 이익을 위해 약자들을 착취한 그들의 최후를 내식대로 그려보고 싶었다. 영화는 결국 막판에 들어서 인물 하나하나가 자신들의 욕망 때문에 스스로 망가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민족을 배신한 친일파들처럼, 그곳의 일부 일본인들도 전쟁 이후를 대비해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려고 하다가 결국 스스로 무너지고 만다.
-스크린 독과점 논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분명히 이 2,000개가 넘는 상황이 된 것에는 비난을 받아야 한다. 나는 단 한 번도 독과점에 대해 찬성하지 않았다. 제도적 장치를 통해서 이것에 대한 마련이 있었으면 좋겠다. 20년 넘는 영화 인생에서 내 영화가 이런 논란에 있다는 점이 아쉽다. 그로 인해 내 영화가 비난받는 것에 나도 마음이 아프다. 지금 이 문제에 대해 많은 영화감독들과 영화인들이 화가 나 있다고 한다. 왜 감독들이 이것에 대해 비난받고 있어야 하는 건가? 영화를 만드는 우리들은 배급하는 사람들의 얼굴도 모른다. 제작, 감독들은 그게 어떤 형식으로 배급되는지 잘 모른다. [군함도]가 이 논란을 종식시키는 단계가 되었으면 좋겠다.
-영화의 마지막 탈출 시도가 실제 군함도의 조선인들의 집단 탈출 시도를 기반으로 했다고 말했다. 이 부분도 전자에 언급한 그분들의 염원을 이뤄주고자 한 의도였나?
그렇다. 이 지옥 같은 섬을 탈출시킴으로써 그들의 한과 염원을 조금이라도 이뤄주고 싶었다. 마지막 나가사키 폭파에서의 대사가 보여줬듯이 나는 전쟁과 강점기 시대의 비극을 이야기하려 했었다. 거기에도 조선인이 있고 사람이 있다. 그 원폭의 이미지를 시각적으로 다룬 것은 역사적 의미를 가져다주기 위해서였다. 이러한 피해에 대해 제대로 이야기하지 않으면 역사는 끝나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만약 쾌감이었다면 해방감이 있는 장면으로 끝났을 것이다. 우리는 이 역사가 끝나지 않았음을 말해주고 싶었다. 군함도의 정의가 끝나지 않았듯이 문제는 지금도 현재 진행 중이다. 단순한 탈출이 아닌 역사가 우리에게 온 것이다.
-어느 순간부터 류승완 영화는 액션과 인물을 떠나 인간의 탐욕과 현실에 더 초점을 두는 것 같다. 언제부터 그 부분에 관심을 끌게 되었나?
영화를 만들면서 내가 달라져야 한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영화를 만들다 보니 균형을 잡는 것에 관심을 두게 되었다. 가장 장르적 자극이 센 [짝패] 같은 경우는 부동산 개발에 의해 무너지는 지방의 현실을 중점적으로 다루었듯이 말이다. [군함도]는 개인의 탐욕과 욕망을 이야기하고 그로 인한 시스템의 빈틈에 기생하는 탐욕을 이야기 하고 있다. 거기서도 그러한 캐릭터가 나오지 않는가? (웃음)
-[군함도]의 캐릭터들은 시대상을 상징하는 매력적인 인물들이다. 만약 네 명의 인물 중 어느 한 명을 주인공으로 한 스핀오프 또는 프리퀄 영화를 만든다면, 누구의 이야기를 다루고 싶은가?
흥미로운 질문이다. 개인적으로 소희의 이야기를 다뤄보고 싶다. 이 영화에서 끝까지 살아남은 인물인 동시에, 전쟁의 가장 큰 피해자인 아이와 여성을 대변하는 상징적인 캐릭터다. 이 영화의 대본을 직접 쓴 사람으로서 이 상황을 이겨낸 소녀의 얼굴을 클로즈업하는 것으로 영화를 마무리하고 싶었다. 역사의 큰 전환점을 목격하고 그것을 응시한 소녀의 모습이 내 영화의 중점이다. 소녀가 우리와 눈을 마주치게 한 것이 우리의 메시지다. 소희는 앞으로 더 험난한 우리의 근 현대사를 마주하게 된다. 바로 그것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CJ엔터테인먼트/외유내강)
※ 저작권자 ⓒ 무비라이징.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