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브이아이피] 장동건 "애들이 고소영과 출연한 영화 보고 보인 반응이…"
17.08.25 19:02
'절세 미남'으로 불리던 그가 '애 아빠'가 되어서 돌아왔다. 한때 감히 쳐다보기 힘든 대스타로 느껴졌지만, 처음 만나 인사를 나눈 장동건은 동네에서 누구나 쉽게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형 또는 동네 이웃 같은 수수함을 지닌 사람이었다. 아마도 그것은 이번 작품이 단독 주연작이 아닌 네 명의 동료들과 함께 호흡을 맞췄기 때문 아니었을까? 장동건은 이제 성공이라는 큰 집착을 내려놓고 편하게 자기 일을 즐길 줄 아는 배우가 되었다. 그런 마음의 짐을 덜어 넣고 여유를 지닌 모습이 '꽃미남'으로 불리던 시기보다 더 보기 좋았다. 과연 무엇이 장동건에게 그러한 마음의 편안함을 준 것일까?
다음은 일문일답.
-영화를 본 소감은?
시나리오 봤을 때 스토리가 신선하고 쿨했다. 보통 작품을 결정할 때는 오랫동안 고민하는 편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읽자마자 바로 하고 싶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야기가 너무 풍부하고 좋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네 명의 캐릭터가 다 함께 모이지 않고 각각 등장하는 설정이어서 감이 잡히지 않았는데, 결과물을 보니 매우 그럴듯하게 잘 나와 만족했다.
-박재혁이라는 캐릭터를 보면서 배우 장동건이 연기를 즐긴다는 걸 느꼈다. 어려운 캐릭터인데 배우로서는 뿌듯했을 것 같다.
맞다. 아주 재미있게 작업했다. 그는 이번 영화에 유일하게 심리적인 변화를 느끼는 인물이다. 그러한 캐릭터를 연기한다는 것은 배우 입장에서는 매우 흥미로운 작업이다. 감독님과 캐릭터에 대해 논의 했을 때도 그의 외적인 변화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었다. 현장 요원이었다가 사무직 요원이 되었을 때의 감정적 변화와 정의감을 누르고 현실에 순응해야 하는 심리 상태가 바로 그것이다. 관객 입장에서는 선악의 개념으로 인물을 바라보려 하지만, 재혁은 현실적이고 자기 일에 충실한 사람의 전형이다.
-후반부 결말에 만족하나?
만족한다. 엔딩을 본 분들은 그 후 박재혁의 심경에 많이 궁금해할 것이다. 아마도 재혁의 기분은 그리 좋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심경의 변화 없이 그냥 현실을 살아가는 무미건조한 사람이다. 일이 끝나고 폴과 대화를 나누는 장면을 봤듯이 그는 끝까지 현실적인 것을 놓치지 않는 사람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마지막 엔딩은 힘든 업무를 마무리하고 돌아가는 회사원의 기분을 느끼게 해주었다.
-극 중 박재혁은 거의 보살 급 캐릭터다. 시나리오를 봤을 때 정말 분노케 한 대목이 많았을 것 같다.
맞다. (웃음) 사실 시나리오를 읽을 때부터 김광일이 죽이고 싶을 정도로 미웠다. (웃음) 그런 점에서 박재혁은 참 답답한 캐릭터다. 하지만 그렇기에 이 영화의 긴장감이 시종일관 유지될 수 있었다고 본다. 영화 중간에 박재혁이 폭발하는 장면을 보면 그도 김광일을 매우 미워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원래는 그 장면도 빼려 했었다. 채이도는 다혈질적인 성격이지만, 박재혁은 마지막까지 현실을 우선시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어떻게든 참으려 한다. 그래서 감독님과 그런 사람이 폭발했을 때의 반응에 대해 많이 논의했다. 최대한 그의 잠재된 분노를 아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한편으로는 다른 캐릭터와 달리 명확하지 못한 면을 지니고 있어 논란이 많을 것 같다.
다른 캐릭터들은 목적이 분명한 데 비해 재혁만은 계속 딜레마에 시달리고 있다. 그는 정의로움이 아닌 선택의 딜레마에 놓인 인물이다. 리대범이 김광일을 납치하는 장면이 그의 내적 갈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장면이다. 영화를 본 사람들이 이 영화를 선과 악으로 정의하려 하는데, 이 영화는 자기 임무에 충실한 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작품이다. 예전 관객분들이 [친구]의 결말을 놓고 논쟁을 벌인 것을 기억한다. 유오성이 장동건을 죽인 것이냐는 논란을 보며, 그런 것도 영화의 흥미이며, 관객의 몫이라 생각한다. 그런 논란은 재미있는 부분이다.
-그동안 총기 액션을 많이 선보여서 그런지, 액션신에서 여유가 느껴졌다. 어떤 기분이 느껴졌나?
한국 관객 입장에서는 한국 사람이 총을 들고 액션을 한다는 것에 리얼리티가 떨어져 보일 것이다. (웃음) 항상 총기 액션을 하면서 신경을 많이 썼던 부분은 총을 쓰면서도 멋있어 보여야 한다는 점이었다. 이번 장면은 태생적으로 그런 모습을 보여야만 했다. (웃음) 초기 액션은 이제 매우 익숙해진 연기 부분이다. (웃음) [우는 남자]를 준비했을 당시에는 3박 4일 동안 미국 FBI 훈련소에 가서 총기 사용과 자세에 대해 배운 적이 있었는데, 그때 배운 것을 이번 영화서 차용하려 했다.
-장동건의 총기 액션은 볼 때마다 [영웅본색]이 연상된다. 그 장면을 많이 참고하는 편인가?
최대한 그 모습은 벗어나려고 하는데 그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웃음) 총 든 동양인 배우라면 주윤발이 생각나는 건 당연하니까. 저절로 그 모습을 따라 하게 된다. (웃음)
-[브이아이피]는 장동건의 다른 면을 보여준 영화 같다. 이 영화를 통해 발견한 게 있다면?
이번 영화는 전체적으로 욕심을 버려야 하는 작품이었다. 더군다나 네 명의 캐릭터가 등장하기 때문에 부담이 줄어들지만, 분량에 대한 욕심이 많아진다. 어떤 장면에서도 무엇을 또 보여주고 싶었지만, 조금 깊이 생각해 보면 그 모습도 불필요하다고 생각해 그런 과장된 멋을 덜어내려고 노력했다. 이번 영화는 줄이는 것에 목표를 둔 영화였고 덕분에 편하게 작업할 수 있었다.
-장동건 하면 연기보다는 외모가 더 주목받을 때가 많다. 그런 시선에 대한 스트레스는 없었나?
애초에 그런 스트레스는 없었다. (웃음) 그래도 한때는 그런 것을 극복해야 한다는 생각과 시기가 있었다. 이번 [브이아이피] 작업을 하면서 '내 외모를 극복해서 연기를 인정받아야지'라기 보다는 한계를 알아가는 과정으로 생각했다. 바꿔 말하면 그게 못생긴 배우에게는 한계이지 않은가? 마찬가지로 그런 요소는 배우들이 공평하게 극복해나가야 할 요소라 생각하며 그것을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더 잘하는 것을 찾아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큰 부담과 욕심을 내려뒀다고 했지만, 그럼에도 욕망하는 것이 있다면?
예전에는 배우로서의 욕심이 심하게 있었는데, 그런 것들이 연기를 통해서 어느 정도 사라진 것 같다. 너무 잘하기보다는 즐겁게 작품을 하려고 했다. 과거에는 무조건 잘해야 한다는 것에 집착하다 보니, 내 연기가 싫어진 적이 있었다. 그런 시기가 지나고 나니 이제 즐겁게 연기하는 것에 관심을 끌게 된 것 같다.
-결과적으로 봤을 때 [브이아이피]는 박재혁이라는 인간의 성장과 변화가 주된 작품인 것 같다. 특히 그가 상대한 채이도에게 많은 영향을 받은 것 같은데, 그에게 배운 게 있다면?
[브이아이피]에도 보통 남자들이 나오는 브로맨스 같은 요소들이 담겨 있다. 사실 그런 장면이 시나리오에서 표현되기도 했다. 다리 위에서 담배피는 재혁과 이도의 모습이 그런 장면인데, 그 모습을 더 보여줘야 한다는 말이 있었다. 그럼에도 영화는 그러한 브로맨스의 정서를 최소화시킨다. 대사와 감정으로 표현 못 해도 두 사람을 통해 그러한 정서가 전달되고 있을 거라 본 것이다. 둘 다 개인의 원한 관계를 갖고 있지 않았으며, 각 분야의 프로라는 사실을 인식하며 대립해왔다. "서로 할 만큼 했다." 라는 대사는 서로를 인정하고 이해하는 과정이라 보면 좋다.
-실제 촬영장에서 각 배우들에게 배운 게 있다면?
네 명의 캐릭터가 함께 등장하는 장면이 없어서, 배우들끼리 만나는 일이 거의 없었다. 박희순 씨는 멀리서 촬영할때 만 바라봤고, 이종석과는 오랫동안 함께하지 못했다. 명민씨 와 어떻게 해서 현장에서 함께 시간을 보냈는데, 정말 훌륭한 배우라는 것을 느꼈다. 유연하면서도 연기 도중 발생하는 돌발상황을 의연하게 대처하는 모습이 너무 부러웠다. 종석이는 왜 이 영화를 선택해 살인범 연기를 하나 의아해했는데, 이 친구가 연기하는 것을 보고 그 심정을 이해하게 되었다. 연기적 변화를 위해 애쓰는 모습이 예전의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웃음) 아마 그때가 내가 [해안선]을 작업했을 시기인데, 종석이의 그 눈빛이 그때의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더욱 정이 갔다. 희순씨는 현장에서 정말 양반이었다. 한 마디 할 때마다 위트가 있고, 사람을 집중시키게 만드는 능력도 지니고 있었다. 스태프들이 희순 씨를 매우 좋아했다.
-이종석 배우가 장동건 배우에게 많이 감사했다는 의미로 문자를 보냈다고 들었다.
맞다. 종석이가 감사하다는 문자를 보냈다. 나 또한 마음속으로 그를 응원했는데, 현장에서 함께 못해서 미안한 게 많았다. 요즘 현장에 오면 선배보다는 후배에 대한 관심이 더 커졌다. 그러다 보니 내가 그동안 후배들에게 살갑게 다가서지 못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때 종석이가 "존경합니다"라는 문자를 보면서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그걸 보면서 앞으로는 후배들에게 더 신경을 써야겠다고 다짐했다.
-좋은 선배란 어떤 사람이라 생각하나?
필요할 때 충고해 주는 것이 좋은 선배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내가 충고를 잘 안 하는 편이다. 충고를 섣불리 했을 때 괜히 어설퍼지기 마련이다. 충고는 필요할 때 해야 한다고 본다. 존경하는 안성기 선배님 같은 경우는 충고를 전혀 안 하는 분이셨다. 오히려 후배들의 고민을 이해하고, 편하게 해주시는 모습을 보면서, 내 일을 열심히 하고 그와 같은 좋은 배우가 될 수 있도록 모범을 보여야겠다고 생각했다.
-필모를 보면 집단에 이탈하는 문제아 또는 반항아를 주로 많이 연기했다. 이번 캐릭터는 그나마 온전했지만, 약간의 반항의 여지를 지니고 있다. 그런 캐릭터에 끌리나?
그러고 보니 그런 캐릭터를 많이 했다. (웃음) 그런 역할이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평범하지 않고 감정의 굴곡에 있는 캐릭터는 연기자 입장에서 매우 다채롭다고 생각한다. 반대로 젊었을 때는…가만 지금의 나도 젊은 거 아닌가? (웃음) 사람들이 생각한 내 이미지가 착한 이미지가 많아서 그런 것을 깨고 싶었던 것 같다.
-신인 시절 부터 대중의 관심을 많이 받아 왔다. 지금은 어떤 기분인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한때 그런 관심이 부담 스러웠는데 이제 관심이 적어져서 서운했다.(웃음) 그런게 그러고 보니 내가 할 수 있는 작품의 분야가 넓어지는 거였다. 얼마 전 박중훈 선배님이 진행하는 라디오에 출연하다 댓글을 봤는데 [마지막 승부]로 활동하던 시기의 작품들만 계속 이야기하고 있었던 거였다. 그걸 보면서 사람들이 나에 대해 좋게 생각하고 추억하고 있구나 라는걸 느꼈다. (웃음) 반대로 너무 옛날 작품이 계속 언급된 걸 보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장동건 자신에게 있어 최고의 VIP를 꼽자면?
아무래도 아이들이 아닐까? (웃음) 지금 신경이 많이 쓰일 때 이다. 이제서야 아이들이 부모가 무엇을 한 사람인지 인지했다.
-아이들이 어느 정도 클 때가 되면, 가장 먼저 보여주고 싶은 자신의 출연작이 있다면?
최근에 아이들한테 엄마와 함께 출연한 [연풍연가]를 보여줬다. 아빠, 엄마가 함께 출연하니 그건 봐도 될 것 같아서. (웃음) 그런데 애들이 부끄럽고 오글거리다고 못 보겠다고 한다. 돌이켜 보면 그 정도로 애들에게 보여줄 만한 작품이 없다. (웃음) 그래서 애들이 볼 수 있는 작품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조만간 작업하게 될 작품들은 애들한테 못보여줄 것 같다. 아무래도 악역이니까…(웃음) 그래서 언젠가는 애들이 편하게 볼 수 있는 작품을 해야겠다. (웃음)
-남편 장동건의 입장에서 아내 고소영의 연기를 냉정하게 본다면?
사실 깜짝 놀랐다. (우음) 그렇게 잘 할지는 몰랐다. (웃음) 한편으로 본인이 연기를 하며 즐거워 하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았다. 나라면 부담감이 컸을 텐데 그걸 즐기는 모습을 보니 '어떻게 10년동안 참았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즐겁게 연기해야 하는 방법을 더 배우게 되었다.
-그동안 총을 잡으셨는데, 차기작 [창궐]에서는 오랜만에 칼을 잡을 것으로 알려졌다. 쉽지 않은 고난도 액션 연기를 펼칠 것 같은데 힘들지 않을까?
사실 요즘 몸이 더 좋아졌다. 운동을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해서 그런 것 같다. [창궐] 때는 칼을 사용하는 액션 훈련을 하고 있다. 그래서 생각보다 괜찮았다. 대신 구르기 할 때가 힘들다. 아무래도 나이가 되어서 그런지 관절이…(웃음)
-관객들이 이 영화를 어떻게 봐줬으면 하는가?
재미있게 봐줬으면 좋겠다. 이 영화가 태생적으로 불리한 점이 많다. 청불 영화고 장르적 호불호도 있다. 이 장르를 좋아하는 관객들이 좋아했으면 한다.
-요즘 가장 행복한 시기는?
뻔한 대답인데…아이들과 있을 때 정말 행복하다. 최근 취미로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으로 좋아하는 아이들을 찍었을 때 기분이 너무 좋았다. 애들이랑 놀 때 체력적인 한계도 있고 힘들지만, 사진을 찍을 때는 덜 힘든 편이다. (웃음) 그래서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늘리려고 한다.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SM 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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