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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 리뷰: 무서울 줄 알았는데, 따뜻하고 귀여운 호러물일 줄이야…★★★☆

17.09.06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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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 2017]
감독:안드레스 무시에티
출연:빌 스카스가드, 제이든 리버허, 소피라 릴리스, 핀 울프하드, 잭 딜런 그레이저

줄거리
살인과 실종사건이 이상하게 많이 생기는 데리라는 마을, 비 오는 어느 날 종이배를 들고 나간 동생이 사라졌다. 형 빌은 ‘루저 클럽’ 친구들과 함께 동생을 찾아 나서고, 27년마다 가장 무서워하는 것의 모습을 한 채 아이들을 잡아먹는다는 ‘그것’이 빨간 풍선을 든 삐에로의 모습으로 그들 앞에 나타나는데…빌과 친구들은 공포를 이겨내고 ‘그것’에 맞서 동생과 사라진 아이들을 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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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킹의 소설 팬이라면, 그의 작품 중 실사화가 가장 기대되었던 작품은 [다크타워]와 [그것]일 것이다. 두 작품 모두 스티븐 킹이 방대하게 담은 장편이라는 점과 SF 판타지와 공포물이라는 확연한 각각의 장르적 색채가 묻어났기 때문이다.  [다크타워]가 SF 판타지적인 색채를 지니고 있다면, [그것]은 성장 드라마와 오랜 시간 동안 이어진 공포에 대한 묘사가 인상적인 소설이다. 

소년, 소녀들의 유년기의 추억과 모험, 동심을 불러오는 소재와 미지의 존재의 등장 이라는 설정이 스티븐 킹의 유년기 공포물의 특징이 이 소설에 전부 담겨 있다. 이러한 특징적 요인들이 넷플릭스의 인기 시리즈 [기묘한 이야기]와 같은 여러 SF 호러, 모험물에 큰 영향을 끼쳤던 만큼, [그것]은 스티븐 킹 작품중 가장 중요한 위치에 속해있는 작품이다. 

여기에 현재 격인 성인기와 과거의 유년기를 오가는 방대하고 복잡한 전개 방식을 지닌 만큼 제작진은 [그것]을 유년기를 다룬 '챕터 1'과 성인기를 다룬 '챕터 2'로 나누었다. 즉, 이번에 공개된 [그것]은 '챕터 1' 이며, 속편인 '챕터 2'는 향후 제작될 예정이다. 

유년기를 다룬 스티븐 킹 원작 영화라는 점에서, 그의 또 다른 원작 영화인 [스탠 바이 미]를 절로 떠오르게 될 것이다. 시체로 대변되는 미스터리한 현실과 마주하는 긴장감 속에 친구들과의 우정과 모험, 그로인한 성장을 정감있게 담았던 작품인 만큼, [그것]은 [스탠 바이 미]의 따스한 정서를 이어받은 호러 드라마를 지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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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이 1950년대의 유년기를 다루고 있지만, 현세대 관객들의 공감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시대적 배경에 대한 변경이 필요했다. 이에 영화는 시대적 배경을 1980년대 후반으로 바꿨고, 그와 관련한 복고적 정서와 소재를 추억의 매개체로 활용한다. 스트리트 파이터로 대변된 게임, 뉴 키즈 온 더 블럭으로 상징되는 음악이 여과 없이 등장해 보는 현재의 성인층이 공감할 수 있는 요소들이 많다. 

시대적 요소 만큼 '루저 클럽' 으로 대변된 개성적인 아이들 캐릭터도 이 영화를 유지하고 있는 큰 축이자, 또 하나의 주요 볼거리다. 재미있는 농담과 장난을 즐기며, 함께 모험을 하는 모습들이 자주 등장해 섬뜩하게 느껴질 법한 이 공포 영화를 유쾌함과 활력이 넘치는 영화로 만들었다. 이 부분에서는 극중 리치로 출연한 아역 핀 울프하드의 연기가 돋보인다. 전자에 소개한 넷플릭스 [기묘한 이야기]의 주인공인 그는 스티븐 킹의 유년기 원작의 세계관을 잘 이해하는 아역 배우로, [그것]이 심각한 상황에 빠져 있을 때마다 특유의 활기를 불어넣어주는 유머적 요소를 완성하는 감초 캐릭터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성장 드라마의 형태를 지닌 만큼 성장기에 대한 아픔과 극복 과정이 [그것]의 핵심적인 메시지다. 원작은 이 부분을 성인 캐릭터들의 우울한 운명으로 연결하기 위해, 다소 어둡게 묘사하지만, 챕터 2에 의지하지 않은 채 한편의 독립적인 영화로 남으려 한만큼, 상처 극복 과정을 극적인 드라마로 다룬다. 

극 중 아이들의 모임이 '루저 클럽'으로 불리는 것은 이들이 학교의 아웃사이더 성향을 지닌 주인공이라서 라기 보다는 각자가 않고 있는 상처를 극복하지 못한 아이들의 모임이기 때문이다. 실종된 동생 조지에 대한 집착을 놓지 못하는 빌, 성숙하지만 아버지에 대한 상처를 지닌 베벌리, 엄마가 지닌 병에 대한 공포를 그대로 이어받은 에디, 유대인 종교 지도자 가정이라는 부담을 안고 사는 스탠, 화마로 부모를 잃은 마이크는 각자 말 못 한 아픔과 공포를 지닌 아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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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해결해 줘야 할 어른들은 무능하고 현실에 안주하려는 무관심한 존재들이다. 그러한 어른들이 만들어낸 데리시와 그 지하에 숨어있는 광대 악령 페니와이즈는 무관심과 공포가 만들어낸 도시이자 그것을 먹고 자란 도시의 악령이다. 어른들이 해결해 주지 못한 미스터리한 사건을 마주한 '루저 클럽'의 아이들은 페니와이즈에 두려움을 느끼지만, 각자의 아픔과 상처를 이해하게 되면서 단순한 친구를 넘어선 가족과 같은 동질적인 집단이 된다. 

페니와이즈와의 대면은 결국 성장을 가로막은 내면의 공포와 트라우마와의 싸움이며, 아이들은 악령과의 대립과 싸움을 통해 자신들의 상처를 극복하려 한다. [그것]은 각 캐릭터의 정서적 교감과 그들의 상처를 이용해 접근하는 페니와이즈의 습격을 유심히 담아내고, 이를 공포 영화의 전형적인 방식으로 다룬다. [샤이닝]과 같은 미학적인 장면을 비롯해 안드레스 무시에티의 전작 [마마]를 연상케 하는 비주얼과 호러 정서, 갑작스러운 등장, 광대로 대변된 기괴한 이미지가 연이어 등장하지만 그리 새롭게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스티븐 킹 원작 호러물에 등장한 익숙한 설정과 장면을 반복해서 보는 느낌이다.

유머와 감성 드라마적인 접근이 꽤 큰 정서를 차지하고 이를 모험물의 형태로 다루는데 집중한 탓에, 신선한 공포적 설정을 기대했다면, 다소 아쉬운 측면이 크다. 제작진은 이번 '챕터 1'을 향수적 분위기가 가득한 성장 드라마로 완성하고, '챕터 2'에 본격적인 공포를 선보이려 했을까? 

그럼에도 [그것]의 공포는 어느 정도 기본을 유지하는 편이며, 빌 스카스가드의 페니와이즈 연기도 기대 이상의 섬뜩함을 보여주었다. 호러물에서는 감히 접하기 힘든 특별한 감성의 성장 드라마를 선보인 점은 이 영화를 특별하게 느끼게 한다. 유년기의 추억과 위로의 정서를 담았다는 점에서 오히려 힐링되는 호러 영화라고 해야할까?

[그것]은 현재 절찬리 상영중이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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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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