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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살인자의 기억법]의 설경구 "강철중 VS 김병수가 싸운다면…" 승자는?

17.09.0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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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경구는 [불한당:나쁜 놈들의 세상]을 찍기 전 [살인자의 기억법]을 촬영했었다. 뒤늦은 개봉이란 점에서 작품의 여운에서 벗어날 법 할 시기이지만, 아직도 그는 김병수의 모습에 깊이 빠져있는 듯 보였다. 살인자라기보다는 자신만의 정당성을 추구하고, 어떻게든 딸을 보호하고 싶었던 아버지였으며, 뇌가 죽어가는 과정에서도 어떻게든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발버둥 치는 모습에서는 새로운 캐릭터를 갈망하는 연기자인 그의 고민이 가장 많이 묻어있었다. 그만큼 설경구 보인에게도 이 영화는 엄청난 고민을 안겨준 작업이었다고 한다. 

다음은 일문일답.


-영화를 보신 소감은?

언론 시사 때 처음 봤다. 시종일관 내 연기만 봤다. 촬영할 때는 병수의 얼굴과 외형을 어떻게 만들지 깊이 고민했었다. 어렵게 만든 외형이었지만 관객들이 보기에 어색하지 않을지 걱정이 됐었다. 


-그만큼 공을 많이 들인 것 같은데, 어떻게 그런 외형을 만들었나?

예전에는 그냥 살을 찌우고, 빼기만 하면 됐는데 이번에는 달랐다. 처음 기획에는 살을 빼고 특수분장까지 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는데, 감독님과 나는 그것에 전적으로 반대했다. 이 영화는 주인공이 얼굴 근육을 많이 써야 할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되도록 분장을 배제하려 했으며, 최대한 늙어 보이려고 노력했다. (웃음) 근데 그게 늙어서 될 문제가 아니었다. 나이가 들어서 젊었을 때와 달리 쉽게 쌀이 빠지지 않는 거였다. (사진) 어떻게든 얼굴에 신뢰를 줘야겠다 생각해서 잡티 같은 사소한 부분은 만들어야 했다. 영화속 병수는 소설과 달리 외톨이는 아니고 무리에 끼려고 한 인물이다. 다만 일반인과 다른 모습을 보이려고, 일상의 옷 대신 조금이라도 특이한 옷을 입었다.


-치매 연쇄 살인범이다. 처음 접했을 때의 느낌은 어땠나?

소설과 시나리오 모두 읽었지만, 나는 각각 다른 인물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소설과 다른 건조한 인물로 하고 싶었다. 소설보다는 영화 속 병수가 더 숨을 쉬는 캐릭터 같았다. 온기도 좀 있었고, 말도 안 되는 살인의 정당성까지 갖고 있다. 나는 김병수를 어두운 인물로 보이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가볍고, 코믹한 부분도 있는 사람이다. 그래서 좀 입체적인 인물로 바라봤다. 


-가장 고심한 부분이 있다면?

이 영화는 잠을 깊이 못 잤을 정도로 고민이 많았던 캐릭터였다. 그런데 정작 그 고민이 뭔지 몰랐다.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대로 하겠다고 했다. 그래서 평소의 모습에서 캐릭터를 접근하려고 했다. 그 부분에서 명확한 답은 없다. 최대한 캐릭터를 단순하게 그리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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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잃어버릴 때 마다 얼굴을 움직이게 되는 설정은 누구의 생각이었나? 어떻게 이 부분을 생각했나? 

그것은 소설에도 없는 설정이었다. 영화는 그 사람이 기억을 잃게 되는 장면을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해야 했다. 각본에서의 그러한 모습이 지금의 근육경련으로 묘사되었다. 그의 경련은 기억을 잃어가는 사인이자 약속과 같은 순간이다. 그 부분은 나조차도 생각하지 못한 표현이었다. 


-원작과 달리 살인을 정당화한 캐릭터의 행동이 이해가 되었나?

김남길이 연기하는 악과 악의 대결에 병수를 조금이라도 편들어주고 싶었던 것 같다. 그래서 그의 살인을 쓰레기 청소의 의미로 생각했다. 그럼에도 그의 행동은 살인이라는 악행이기에 응원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그렇기에 병수가 딸을 구하려는 형식에 초점을 맞춰서, 부성애적인 시각에 그를 이해하려 했다. 


-가장 고심한 장면은?

첫 장면과 끝 장면 이었다. 아무래도 첫 등장이라 했으니 영화만의 리듬을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게 가장 걱정이 되었다. 언론 시사 때도 그 부분을 유심히 봤다. 시작점이어서 미치겠더라 (웃음) 


-그 문제의 기찻길 장면이 [박하사탕]의 첫 장면을 생각나게 한다. 그 장면 모두 과거에 대한 기억의 시작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박하사탕]에 대한 기억은 나지 않았나? 

현장에서는 생각나긴 했었다. (웃음) 일상에서는 터널만 보면 생각이 난다. (웃음) 껌껌한 곳의 터널은 정말이지…(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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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경구의 액션 스릴러의 마지막에는 처절한 육탄전이 동반된다. 이번 육탄전은 좀 어땠나?

어떻게 보면 영화와 톤이 안 맞을 수도 있는 장면이었다. 그런데 남자 둘이 나왔으면 결판을 내야지. (웃음) 검거도 아니고 살기 위해 싸우는 캐릭터이고, 둘 다 직업이 연쇄 살인범이니까. (웃음) 그래서 남길이와 정말 처절하게 찍었다. 


-김남길이 굉장히 쎈 캐릭터였다. '살인자 대 살인자'로서 김남길을 보자면?

은퇴한 지 17년 된 캐릭터다. 그런 상황에서 새로운 살인범은 너무나 버겁게 보인다. 그럼에도 병수는 딸을 지키기 위해 그와 싸워야만 한다. 그래서 운동을 하지만 그렇게 해도 그를 이길 수 없다. 그래도 실제로는 내가 이기지 않을까? (웃음) 아무래도 딸을 위해서인데…(웃음) 그러고 보면 김남길의 태주는 왜 나를 죽이려 했을까? 태주 입장에서는 오히려 나를 살리고 싶어하는데…그래서 그의 마음에 대해서도 고민했다. 아무래도 태주는 나에게 살인의 모습을 꼭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런데 왜 이게 촬영 때가 아니라 지금 인터뷰 때 생각나지? (웃음) 


-원작 소설과 확연하게 다른 점이 있다면?

아무래도 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강조되었다는 점 아닐까? 부성애, 그리고 아버지의 시선, 말로는 트라우마가 있지만 병수는 병수 나름대로 내상이 있다. 어쩌면 자신의 살인 행위를 통해 아버지의 모습을 그리고 싶지 않았을까? 결국 병수도 아버지를 죽여야 가족의 행복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것도 병수에게 큰 혼돈을 주지 않았을까? 그로인해 가족의 인생도 비극이 되었는데, 그래서 병수는 자신의 살인 행위에 대한 정당성을 찾으려 했을 것이다. 


-[불한당] 전보다 [살인자의 기억법]을 먼저 찍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영화를 찍으면서 활기를 찾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맞다. 내 반복되는 이미지를 걷어낼 수 있어서 좋았다. 캐릭터도 긴장감도 있고 흥미로웠다. 캐릭터가 좀 고민되긴 했지만 그럼에도 연기에 대해 고민하고 여러 생각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 예전에는 캐릭터의 살을 찌우고 빼면 되었지만, 이제는 그게 아니었다. [살인자의 기억법]은 바로 얼굴과 내면을 만들려고 골몰한 작품이었다. 그래서 캐릭터의 얼굴을 만들려고 노력하다 보니 조금 재미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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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드 드림] 이후 최근 맡은 캐릭터의 흐름이 선역에서 이탈하는 모습이다. 

나도 모르게 좀 쌘걸 하고 싶었던것 같다. 그래서 그런 역할들을 계속 선택하는 것 같다. 최근 촬영을 마친 [니 부모 얼굴이 보고싶다]의 역할도 비슷해서 어떤 얼굴을 만들어 낼까 고민하고 있었다. 


-조금 엉뚱한 질문을 드리겠다. 만약 [공공의 적]의 강철중이 [살인자의 기억법]의 김병수와 격돌하는 영화가 제작된다면, 둘 중 누구의 역할을 맡고 싶은가? 그리고 누구에게 손을 들어주었으면 하는가?

(크게 웃음) 처음 같았으면 강철중인데, 지금은 김병수를 하고 싶다. 아무래도 정의를 위해 강철중이 이겨야 하는 게 당연하다고 본다. (웃음) 아무래도 살인은 막아야지…(웃음) 김병수 그 인간도 자기가 살인을 저지르는 것에 몹시 괴로웠을 것이다. 누가 좀 나좀 잡아달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불한당:나쁜 놈들의 세상] 이후로 마니아들이 생겼다. 왜 그들이 열광할까?

글쎄, 왜 그럴까? 나도 묻고 싶다 (웃음) 나 보다는 영화 속 캐릭터에 열광하다 보니 그런 것 같다. 나야 감사할 따름이다. 예전에 [불한당] 상영회 대관을 해서 갔는데 아주 열광하더라. (웃음) 우선 외롭지 않아서 좋았다. 


-임시완과는 군대 가기 전 연락은 없었나? 

그럼. 머리 깍을때 내가 옆에 있었다. (웃음) 그 현장을 기록에 남겼다. 그리고 제대한 다음에 이 사진을 선물 하겠다고 했다. (웃음) 벌써 나한테 연락을 여러 번 했다. 외출, 외박 나올 때 마다 연락한다. 본인 입장에서는 진짜 시간이 안 간다고 한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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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김병수는 어찌 보면 죽어가는 인물이다. 이 인물에 몰입하면서, 많은 생각이 들지 않았나?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특히 치매라는 병에 대한 생각이 많이 들게 되었다. 그리고 병수 개인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엔딩을 보면 참 암담했다. 아마 그 장면은 그의 망각이자 마지막 최후의 순간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는 그 와중에도 문태주를 계속 찾고 있다. 김병수 개인의 문제라기보다는 그가 계속 살인만 생각하는 모습이 너무나 암담하고 슬퍼 보였다. 그의 인생과 주변은 과연 어떻게 될까? 나도 이제 나이가 들었는지라 우리 부모님을 치매에 들지 않게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웃음) 치매가 정말 무서운 병이라는 걸 느꼈다. 치매는 살았지만 죽은 상태와도 같으니까. 이렇게 말하니까 정말 무섭네! (웃음) 


-올 한해는 설경구에게 변화가 많은 한해다. 소감은?

롤러코스터를 탄 기분이다. 마지막 롤러코스터인 이 영화가 정말 잘 됐으면 좋겠다. 우리 회사가 곧 쇼박스 아래로 이사하는데, 지금 흥행작인 [택시운전사]의 기를 쫙 빨았으면 한다. (크게 웃음)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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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주)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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