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여배우는 오늘도]의 문소리, 연출 데뷔작이 성찰의 시간이 된 까닭은?
17.09.10 23:14
[여배우는 오늘도]의 문소리는 본인의 모습 그대로 출연했다. 자신의 이름과 인생을 그대로 등장시킨 만큼 (물론 일부 각색이 있음) 이 영화는 그녀의 민낯과 인생에 대한 솔직한 성찰이 담긴 의미있는 작품이었다. 이번 인터뷰도 그녀의 그러한 인간적인 모습을 직접 마주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대부분 인터뷰를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하던것과 달리 이번 인터뷰는 어느 게스트 하우스의 옥상이었다. 문소리 개인에게는 추억이 많았던 공간인 만큼 편안하고 기분좋은 분위기에서 더욱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던 것 같았다. 그만큼 그녀는 평범한 일상의 공간에서 낭만적인 정서를 즐길 줄 아는 배우 아니 사람이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결과물을 본 소감은?
글쎄, 그걸 바로 말하기가…(웃음) 정말 적은 예산으로 조금씩 촬영했었다. 2013, 2015년 동안 틈틈이 연출하며 만든 결과물이 이 작품이었다. 큰 배급사나 투자사가 따로 지원한 것도 아니었다. 지인들의 지원과 도움에 의존했고, 그 덕분에 영화 배급, 홍보와 같은 외부적 요인들을 배울 수 있었던 좋은 시간이었다. 한국영화사, 시스템 등의 여러 작업을 속속들이 배울 수 있어 좋았다. (웃음) 무엇보다 함께 연기한 배우들이 연기 경험이 전혀 없거나, 실력이 있으나 명성이 없었던 배우들이었는데, 그들이 자신의 출연장면을 보고 기뻐하는 모습들을 보니 내가 엄한 짓을 하지 않은 것 같아 뿌듯했다. (웃음)
-그런 것 같다. 언론 시사서 기자들이 많이 웃으며 즐긴 편이었다.
그러게…기자분들이 웃는 일이 참 드문 건데, 내가 취향을 잘 건드렸나? (웃음) 아마도 동종업계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보니 공감을 많이 해준 것 같다. 무엇보다 이 영화가 여자들이 현실을 살아가는 시점을 담은 이야기이다 보니 여기자분들이 더 공감해 줬던 것 같다.
-각본을 어떻게 구성했나?
유머 적 요소를 우선으로 생각했다. (웃음) 웃음은 우리 인생에 중요하다는 걸 항상 느끼고 있다. 그 때문에 나와 유머 코드가 맞지 않은 관객들을 고려해 여러 사람에 대해 이해하려 했다. 영화속 유머 코드는 한 마디로 타인에 대한 이해라고 생각하면 된다. 유머 요소를 만들 때 마다 되도록 여러 사람의 처지에서 생각했고, 웃자고 한 이야기가 남에게 상처가 되지 않도록 주의했다. 특히 한국 영화서 코미디가 좀 약한 편이다. 개인적으로 우디 앨런 영화를 보며 많이 웃는 편이다. 그만큼 코미디 영화도 종류별로 다양한 만큼, 많은 이들이 웃으면 즐기는 코미디 영화들이 많이 제작되었으면 한다.
-제목이 [여배우는 오늘도]라는 동사가 빠진 상태서 마무리된다. 적절한 동사가 담긴 제목을 넣는다면?
제발 동사가 한 두개였으면 좋겠다. (웃음) 만약 넣는다면, [여배우는 오늘도 사랑받고 있어요] [여배우는 오늘도 홍보해요] 이러면 인생이 참 심플하게 보일 것 같다. (웃음) 너무 동사가 여러개이다 보니 양립할 수 없는 것들이 존재해서 거기서 오는 아이러니들이 많을 것 같다.
-화제가 되었던 [여배우는 오늘도]의 메인 포스터는 어떻게 구상한 것인가?
포스터는 친한 사람들과 함께 작업했다. 이번에 영화를 배급하는 친구, 제작을 도와준 프로듀서 친구들이 나와 10년이 넘도록 알고 지낸 사람들이다. 영화판에서 만나다가, 나이가 들며 함께 맥주를 마시면서 "우리가 이렇게 헤어질 수 없잖아" 라고 말했다. 그러다 그 자리에서 서로의 생각을 교환하다가 배급하는 친구가 저예산 영화 연출 제안을 하게 되었다. 사실 처음에는 모두가 말렸다. (웃음) 함께 수다 떨고 놀며 작업을 하다, 포스터 제작까지 오게 되었는데, 홍보사 대표가 문소리의 일상보다는 영화제서 많이 보던 드레스의 모습을 조금 비틀어 인간적인 분위기를 풍겨보자고 제안했다. 그때 프로듀서가 제니퍼 로렌스가 아카데미 시상식서 넘어지는 걸 보고는 우리도 이런 반전 이미지를 만들어 보자고 이야기 했다. 그러다 문득 내가 강의하고, 운동하고 있는 단국대의 운동장이 생각났다. 그래서 인생이 긴 레이스이고 트랙이라는 이미지가 생각나서 그곳에서 촬영하기로 결정했다. 근데, 촬영날이 너무 너무 더운 날이어서, 고생을 많이 했다. 그때 앰블런스까지 부르자는 이야기가 나왔을 정도였다. (웃음)
-영화 속에서 주변인들이 문소리를 보며 어떤 영화의 어떤 역할들을 언급하는데, 평소 주변인들이 먼저 언급하는 문소리의 영화 속 캐릭터는 무엇인가?
다양한 캐릭터를 언급하는 편이다. 20대부터 아기 엄마 역할을 주로 많이 하다 보니, 사람들이 대개 애 엄마로 나를 많이 인식한다. 그래서 요즘 애가 몇 살이냐고 물어보는 이들이 많다. 아무래도 일반 관객분들의 대부분은 나를 [오아시스]의 공주로 많이 기억하는 편이다. 그런데 요즘은 드라마 [푸른 바다의 전설] 때문에 대치동 사모님으로 많이 기억한다. (웃음)
-여배우의 삶은 차력 쇼 같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였다. 픽션이지만 본인의 진심을 담았다고 했는데, 어떤 기분으로 이 영화를 완성했나?
내가 주인공이지만, 내 이야기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내 삶이 정말 이랬다면 안 내놨을 것이다. (웃음) 내 이야기는 친구, 그리고 남편과 많이 나누면 되는 거다. (웃음) 그렇게 보면 더한 것도 많은데. (웃음) 내 삶의 어떤 부분들, 다른 직업을 가진 사람들, 내 또래의 여성들이 함께 고민하는 것들을 이 영화에 투영시켰다. 무엇보다 함께 영화일 하는 사람들이 많이들 공감하는 부분들이 이 영화에 있다고 본다. 나도 여러분과 비슷한 고민이 있으니 한번 나눠 보자라는 심정으로 이 영화를 작업했다.
-어떤 분들에게는 '여배우'의 '여'라는 단어가 성차별로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여배우라는 단어를 쓴 것은?
어쨌든 나는 여배우로 불리는 삶을 살고 있다. 이 영화의 이야기에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여성의 삶이 절반 정도 담겨 있다면, 배우란 직업을 갖고 살아가는 여성의 이야기를 비중 있게 담으려 했다. 당신들이 생각하는 여배우의 삶이란 이런 것이란 걸 보여주고 싶었다. 물론 나도 내 소개를 할 때 여배우가 아닌 연기하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렇게 불리는 삶에 대한 태도에 대해 더 이야기 해보고 싶었다.
-실제 문소리는 어떤 사람인가?
평범함을 지향하기 위해 사는 사람이다. (웃음) 그런데 이 평범함도 주관적이다. 어떤 이에게는 내가 보고 생각한 게 평범한 게 아닐 수도 있다. 내가 데뷔하던 26살까지는 정말 평범하게 살았다. 근데 그런 평범함이 내 능력으로 평가받았다. 이것이 내가 가진 개성이자 장점이라 생각하게 되었다. 사실 이것은 이창동 감독님의 세뇌 교육의 결과물이었다. (웃음) 지금 생각해 보면 너무나 감사하고 고마운 세뇌였다. 평범함이 나의 큰 재산이며, 그것을 절대로 바꾸지 말라고 조언해 주신 분이었다. 그래서 그 교훈적인 말씀을 배신하지 않고 따르려 했다. 배우이기 이전에 한 아이의 엄마이기에, 딸에게도 너가 노력한 것은 무조건 가지라고 이야기한다. 내 아이가 유명인의 딸이라 해서 자신을 너무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그래서 아이를 시골에서 평범하게 키우려 했는데, 그것도 평범하지 않은 거라고 누가 말하더라. (웃음)
-영화에서 보면 평범한 삶에 대한 고민을 계속한다.
거기에 대해서 미련 있거나 고민이 있는 건 아니다. 그런데 사람의 마음속에 지향점이 있다 하더라도 모두가 다 이해하는 게 있다. 나는 늘 그렇게 생각한다. 내가 대학 전공이 교육학과이다 보니 대학교 친구들 대부분이 각자 나와 다른 길을 가게 되었다. 그 친구들에 비해서 나는 특별히 돈을 벌었고, 큰 집에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른 배우들에 비하면 돈을 못 벌 수도 있고, 적을 수도 있는 편이지만, 전체를 보면 스스로에 대해 판단하기가 어려우면서도 중요한 것 같다.
-세 번째 에피소드는 극 중 사망한 어떤 감독과의 관계를 그린 에피소드인데, 실제 모델이 된 감독이 있었나?
없다. 전부 만들어낸 이야기인데, 찍으면서 그동안 함께 작업한 감독님들을 생각하게 되었다. 함께 작업하던 분들이 나이를 드시고, 너무 할아버지처럼 되셔서 가끔 이야기할 때 마다 말이 안 맞을 때가 많았다. 그래서 내가 그때마다 "늙은 사람처럼 왜 그래요"라고 한 적이 있었다. (웃음) 사실 그 에피소드를 찍으면서 故 김종학 감독님이 많이 생각났었다. 감독님과 친한 사이는 아니었지만, 그분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에 너무 슬퍼서, 장례식장 가서 실신할 정도로 울었다. 못된 며느리가 시어머니 돌아가시면 정신 차린다는 말처럼 그분 가시는 길에 눈물이 많이 나왔었다. 극 중 영정 사진의 주인공은 평소에 친분이 있던 영화사의 대표님이셨다. (웃음) 그 분의 평소 느낌이 무언가를 초월하신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웃음) 아, 그러고 보니 대표님의 아내분이 영화의 첫 번째 에피소드에서 내 친구로 등장한 배우 중 한 명이다. (웃음) 부부가 내 영화서 너무 열심히 해줬다.
-세 번째 에피소드서 함께 호흡한 윤상화 배우와는 평소 욕도 같이 할 정도로 친한 사이인가?
사실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다. (웃음) 이 배역을 구하기 위해 평소 대학로에 친한 연출가들에게 수소문했다. 4, 50대 배우 중 인상 더럽고, 술버릇 안좋은 배우들을 알아봐달라고 했다. (웃음) 윤제균 배우도 후보였지만 그 분은 너무 유명해서 아웃! (웃음) 그러다 윤상화 배우를 추천받았는데, 실제로 보니 무서워 보였다. (웃음) 그래서 실제로 뵈었는데, 주사 연기에 대해 의논했는데, 실제로 술을 안 하는 분이라고 하시는 거였다. (웃음) 예전 아버님이 상을 당하신 날 너무 심한 주사를 부려서 사고를 여러 번 치셨고, 그와 관련한 사고를 목격한 분들이 꽤 많다고 한다. 그래서 술을 안 하시다고 했는데, 이번 영화서 특별히 부탁을 드렸다. (웃음)
-이번 영화를 보면서 상업 영화로 욕심부려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럴 계획은 없었나?
내가 지금 가진 욕심만으로도 사지가 남지 않는다. (웃음) 지금 작업 중인 영화도 많고, 학생들도 가르치고 있다. 더 중요한 건 지금 우리 애를 먼저 잘 키워야지. (웃음) 그것 때문에 지금 여유가 없다. 혹시나 다른 틈이 생겨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오면 그때 할 생각이다. 지금은 잘 모르겠다.
-이번 연출 경험이 배우 생활에도 도움이 될까?
그럴 수도 있고, 안 그럴 수도 있다. (웃음) 연출 괜히 했다고 후회되는 순간이 있었는데, [아가씨] 때 목매달고 나무에 걸려있는 장면을 찍었을 때 의견 제안을 했더니, 박찬욱 감독님이 "연출하고 나니 아이디어가 막 생겨나네"라고 칭찬해 주시는 거였다. 근데 순간 무안했다. (웃음) 장률 감독님과 작업할 때도 그런 의견 제안을 하다가 "문 감독 말을 들어야지"라고 농담하셨는데, 너무 무안해지더라. (웃음) 그런 말 들을 때 마다 너무 짓궂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내 연출이 여러 사람에게 부담을 줬나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앞으로 감독님들께 잘해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 장준환 감독의 조언은 없었나?
없었다. 그나마 해준 말이 "배우는 자세로 만들어 보세요." 가 다였다. (웃음) 장준환 감독이 평소에 말하는 걸 들어보면 아주 세심하고 여린 측면이 많은 사람이다. 하지만 영화 세계는 전혀 그렇지 않다. 모험심이 강하고 대볌하며, 탐험가 기질이 있다. 그래서 이야기를 쓰기만 하면, 하나의 장면에 들어가는 제작비가 어마어마할 때가 있다. (웃음) 그래서 서로의 세계관이 다르다는 걸 알아서, 마지막 영화 파이널 버전만 모니터링을 부탁했다.
-두 분은 영화처럼 평소에도 존댓말을 쓰는 편인가?
그렇다. 남몰래 연애할 때도 그렇게 했다. 아무래도 부모님하고 같이 사니 서로 존댓말을 써야겠지. (웃음)
-대부분 배우의 최종 목표는 오래 살아남는 거라고 한다. 배우로서의 목표가 있다면?
비슷한 것 같다. 어렸을 때는 그렇게 오래 하고 싶었다. 건방지게 말하자면 그 당시에는 배우 생활을 오랫동안 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 당시에는 메릴 스트립도 별로였는데, 지금은 존경하는 대상이 되었다. (웃음) 다양한 장르에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실제 마주하게 된다면, 무릎 꿇는 시늉으로 언니라고 해보고 싶다. 예전에 그런 적이 있었다. 영화제서 상을 받았는데, 여우주연상을 시상하러 남녀분이 올라왔다. 그때 시상을 하시던 분께서 여우주연상을 "우리 여배우들의 꽃"이라고 말씀하시는 거였다. 물론 좋은 쪽의 이야기였지만, 그 말에 좀 반대하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수상 소감에서 "꽃에 주는 상이어서 감사하다. 하지만 나는 꽃이 아닌 한국 영화계의 뿌리, 줄기, 거름이 되고 싶다"라고 말했다. (웃음) 지금 생각해보니 "아름다운 밤이에요."라고 이야기 해야 했는데, 그때 왜 그랬는지. (웃음) 아무튼 영화계의 든든한 존재가 되고 싶은 게 내 목표다.
-마지막 에피소드의 눈물 장면의 의미가 있다면?
굉장히 고심한 장면이다. 먼저 돌아가신 분에 대한 애도의 의미가 있었고, 자기반성에 대한 의미가 가장 컸다. 창작자들을 신랄하게 비판한 적도 있었고, 공격적으로 대한 적도 있었다. 그러다 일을 하면서 드는 생각이 내가 그 사람들을 헤아릴 수 없었던 면이 가장 컸다는 걸 깨달았다. 그렇게 내가 같이 일하는 동료들에게 날을 세울 필요가 없었는데, 왜 그렇게 날카로웠냐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나는 두려움이 많다. 무언가 내가 잃고 상처 받을 거 같아서 더 공격적으로 간 것 같다. 그것이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상대방을 헤아렸다면, 나는 그 결과를 떠나서 충분히 행복할 수 있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내가 그들에게 어떤 존재가 될 거란 생각이 들었다. 굉장히 많은 감독님들에 대한 연민으로 연기한 거였는데, 아는 지인과 친구들이 영화를 허투루 만들면 다 묻어버리겠다는 메시지냐고 묻더라. (웃음) 돌이켜 보면 내 인생의 소중한 시간을 돌아보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필앤플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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