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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 드라이버] 리뷰: 음악으로 영화를 타자! 올해 가장 '미친 영화' ★★★★☆

17.09.11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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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 드라이버, 2017]
감독:에드가 라이트
출연:안셀 엘고트, 릴리 제임스, 케빈 스페이시, 존 햄, 제이미 폭스, 에이사 곤살레스

줄거리
귀신 같은 운전 실력, 완벽한 플레이리스트를 갖춘 탈출 전문 드라이버 베이비. 어린 시절 사고로 청력에 이상이 생긴 그에게 음악은 필수다. 그러던 어느 날, 운명 같은 그녀 데보라를 만나게 되면서 베이비는 새로운 인생으로의 탈출을 꿈꾸게 된다. 하지만 같은 팀인 박사, 달링, 버디, 배츠는 그를 절대 놓아주려 하지 않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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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마블이 에드가 라이트 감독에게 그대로 [앤트-맨] 연출을 맡겼다면, 어떤 영화가 탄생했을까? 지금의 [앤트-맨]이 그가 완성한 각본을 기반으로 완성된 영화라지만, 그의 연출 스타일이 더해졌다면, 그야말로 '미친 작품' 하나가 나왔을 것이다. 아마도 마블은 에드가 라이트의 능력을 높이 사면서도, 자신들만의 유니버스 흐름을 유지하기 위해 그의 하차를 종용하지 않았을까? 그의 신작 [베이비 드라이버]를 보며 이러한 불순(?)한 추측을 하게 되었다. 그만큼 이 영화는 에드가 라이트가 만든 역대 작품 중 가장 '미친 영화' 이기 때문이다. 

[베이비 드라이버]는 오프닝에서부터 보는 이를 숨죽이게 만든다. 일반 승용차에서 복면을 쓴 채 무장을 한 세 명의 강도들이 은행을 급습한다. 그런데 카메라는 은행에 들어간 강도들이 아닌, 승용차를 운전한 드라이버에 주목한다. 선글라스를 낀 채 가만히 앉아있던 드라이버는 차 안에 울려 퍼지는 '존 스펜서 블루스 익스플로전'의 음악 'Bellbottoms'에 맞춰 몸을 흔들며 따라부르기 시작한다. 강도 일행이 일을 마치고 차안에 들어오자 드라이버는 음악의 리듬에 맞춰 능숙하게 자동차를 몰며, 신출귀몰한 실력으로 경찰들의 추적을 따돌리기에 이른다. 

시종일관 음악을 듣고 리듬에 맞춰 움직이는 이 괴짜 드라이버가 바로 이 영화의 주인공이다. 독특한 주인공의 등장으로 [베이비 드라이버]는 보통의 영화들과 다른 구성과 설정을 가진 특별한 작품임을 스스로 증명한다. 괴짜 주인공의 존재만큼 [베이비 드라이버]는 독특하면서도 개성적인 캐릭터의 구성이 돋보인다. 

범죄 계획을 세우는 지능적인 지휘관, 반드시 피를 봐야 하는 잔인무도한 악당, 보니 앤 클라이드를 연상시키는 악당 커플…자신들의 개성을 일관성 있게 고집하는 이들이 이상하리만큼 익숙하게 느껴진다. 이들은 [보니 앤 클라이드][폭풍속으로][분노의 질주] 처럼 자유를 갈망하는 거친 인생을 상징한 캐릭터들이다. 그에 비해 복잡한 도시를 떠나기 희망하는 데보라와 그녀와의 사랑을 지키려한 베이비는 폭력적인 세상 속에서 자신들이 꿈꾸는 사랑을 위해 몸부림치는 [트루 로맨스]의 연인들을 떠올리게 한다. [베이비 드라이버]는 자유를 지향하는 케이퍼 명작에 대한 헌사와 그에 대한 에드가 라이트만의 재해석이 담긴 야심 찬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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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전형성의 세상 속에서 주인공 베이비는 변종 같은 캐릭터에 가깝다. 화려한 운전실력을 지녔지만, 남들과 다르게 행동하고, 동료인 악당들의 성격과 인성을 닮지 않으려는 그의 의지는 보니 앤 클라이드 커플과 잔인무도한 악당의 신경을 건들기에 이른다. 같은 무리에 속한 캐릭터들의 갈등적 위험은 이 영화의 긴장감을 형성시키는 중요한 요인이 되며, 정감 어린 괴짜 주인공의 활약을 더욱 기대하고 보게 만드는 요소가 된다. 

전자서 언급한 재해석의 누를 끼치지 않으려는 듯 화려한 질주 장면과 거침없는 총격전인 오가는 볼거리는 단연 일품이다. 안셀 엘고트의 드라이빙 연기는 카리스마와 더불어 감탄을 불러오게 만든다. 비슷한 자동차 액션물인 [분노의 질주]가 추격과 묘기에 흥미를 뒀다면 [베이비 드라이버]의 드라이빙은 도주를 기반으로, 좁은 도시의 골목과 차도를 활용한 절묘한 드리프트 운전이 가져다주는 묘미에 중점을 뒀다. 경찰차, 헬기 그리고 그를 위협하는 적들을 절묘하게 따돌리고 도망가는 과정은 손에 땀을 쥐게 할 정도로 긴박하다. 여기에 코미디의 대가인 에드가 라이트의 유머와 농담이 적절하게 배치된 만큼, [베이비 드라이버]는 유쾌한 분위기 속에서 긴장감 넘치는 액션을 즐길 수 있다. 

[베이비 드라이버]는 이러한 케이퍼 영화에 대한 애정어린 헌사를 이 영화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닌 음악과 결합시킨다. 시종일관 음악을 듣는 주인공 베이비의 시선으로만 진행되는 전개이기에, 30여 개가 넘는 무수한 음악들이 연이어 등장해 센스있게 활용된다. 길을 건널 때도, 사람의 경청할 때도, 사랑의 감정을 교류할 때도, 경찰이 추적하는 긴박한 상황에서도 그와 딱 맞는 음악이 플레이되어야만 움직일수 있다. 특히 이 음악들은 베이비가 화려한 드라이빙을 선보이는 액션 장면에서 가장 큰 장점을 발휘하게 된다. 

음악의 리듬과 박자에 맞춰 움직이는 캐릭터에 대한 설정은 에드가 라이트의 전작 [새벽의 황당한 저주]에서 퀸의 'Don't stop me now'의 박자에 맞춰 좀비를 때리던 등장인물들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에드가 라이트의 대표적인 유머코드로 언급되고 있는 장면인 만큼, 영화 속 음악은 단순한 배경음이 아닌 주인공 베이비의 원동력이자 이 영화의 상징적 의미를 지닌 중요한 장치임을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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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가 흘러나오는 음악의 호흡에 맞춰 화려한 운전 실력을 선보이며, 연이은 위기를 모면했듯이, 그의 모든 행동과 감정을 지켜본 관객들도 자연히 그 음악의 리듬과 박자를 느끼게 된다. 마블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가 그랬던 것처럼, 60년대에서 90년대 초사이 유행한 팝, 로큰롤, 힙합을 담은 음악은 과거의 향수와 그 안에 담겨진 정서적 교감을 불러오는 도구와도 같다. '똘끼' 처럼 느껴진 에드가 라이트의 이 독특한 실험은 영화와 관객을 분리한 '스크린 화면'이라는 물리적 경계선을 넘어서는 정서적인 화합과 소통을 이뤄내는 의미 있는 시도였던 것이다. 

이를 통해 영화 속 캐릭터와 객석의 관객은 음악을 통해 함께 호흡하고, 감정을 느끼게 된다. 그가 운전하면, 관객도 함께 운전하는 기분을 느끼게 되고, 그가 사랑을 하면 자연히 사랑의 애틋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이 영화가 복잡한 내면 묘사를 지향하지 않고 단순하게 일관적인 행동을 하는 캐릭터의 성격을 지향하려 한 것은 바로 관객과의 정서적 소통을 이루기 위해서였다. 

디지털 음색을 완전히 배제한 잡음 섞인 아날로그의 정서가 그대로 담긴 기타, 드럼, 보컬의 음색은 범죄에 물든 다른 악당들과 달리 마지막까지 정의와 올바름을 추구하는 주인공 베이비의 독특한 성격에 대한 설명으로 연결되어, [베이비 드라이버]만의 진한 정서적 여운을 전달하게 된다. 

그것은 [보니 앤 클라이드][폭풍속으로][드라이버][분노의 질주]로 대변되는 억압당하지 않는 자유를 위해 위험한 질주를 선택한 거친 인생 대신, [트루 로맨스]로 상징되는 사랑과 순수한 정서에 대한 진심 어린 예찬이었다.  

[베이비 드라이버]는 9월 14일 개봉한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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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소니 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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