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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드 리버] 리뷰: 미국과 백인사회의 치부를 드러낸 강렬한 미스터리 드라마 ★★★★

17.09.12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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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드 리버, 2016]
감독:테일러 쉐리던
출연:제레미 레너, 엘리자베스 올슨, 켈시 초우, 줄리아 존스, 길 버밍햄

줄거리
발자국마저 사라지는 고요한 설원 위를 맨발로 달리던 한 소녀가 피를 토하며 죽는다. 윈드 리버의 야생동물 헌터 ‘코리’(제레미 레너)가 소녀의 시체를 발견하고, 신입 FBI요원 ‘제인’(엘리자베스 올슨)이 사건 담당자로 그곳에 도착한다. 범인이 남긴 증거는 눈보라에 휩싸여 점점 사라지고, 수사는 난항을 겪는다. 3년 전, 윈드 리버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과의 유사점을 발견한 ‘코리’가 수사에 공조하면서 두 사람은 범인의 그림자에 빠른 속도로 접근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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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리오]의 각본과 [로스트 인 더스트]를 연출하며 할리우드의 젊은 거장으로 추대되고 있는 테일러 쉐리던이 의미심장한 신작을 들고 돌아왔다. [윈드 리버]는 전자서 언급한 두 작품의 정서를 이어받으며, 하얀 설원으로 상징되는 차갑고 냉정한 분위기를 시종일관 유지한다. 한없이 무겁지만, 마지막까지 영화를 본다면 작품 속에 깊게 담겨진 진한 여운을 느끼게 될 것이다. 

[윈드 리버]는 테일러 쉐리던의 전작 [로스트 인 더스트]를 흥미롭게 본 관객이라면, 관심을 두고 볼만한 작품이다. 국경지대, 평야 그리고 사실상 버려진 '러스트 벨트' (쇠락한 산업지대)와 같은 문명사회와 도시 문화에 도태된 지역을 배경으로 삼았다는 점과 카우보이와 인디언으로 대변되는 미국의 전통적 가치와 문명의 충돌에 대한 의미심장한 메시지와 여운이 이번에도 강렬하게 담겨있다. 

스릴러와 스나이퍼 사격 액션과 같은 긴장감 넘치는 요소가 담겨있지만, 영화는 이를 단순한 오락적 요소로 활용하려 하지 않았다. 모든 것의 시작이 되는 살인 사건은 등장인물 들을 광기와 아픔으로 몰고 가는 내면의 상처로 이어지며, 화려해 보인 사격은 문명사회의 정의와 법치가 통하지 않은 이 지역의 냉정한 심판의 도구로 상징화되는 식이다. 게다가 사건을 해결해야 될 주인공들도 그리 정상적인 모습이 아니다. FBI 요원 제인은 이 모든것을 혼자 감당하기에 경험이 부족한 신입 요원이며, 윈드 리버의 환경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헌터 코리는 과거의 정신적 상처를 평생 안고 살아가야 한 서글픈 인간이다.

이처럼 테일러 쉐리던의 관심은 미스터리한 사건을 활용하는 오락적 흥미가 아닌, 불완전한 인간의 본성과 이들이 만들어낸 세상의 본질에 있다. 마약범, 경찰 그리고 복수자의 삼각관계가 만들어낸 대립의 세상([시카리오]), 부동산 경제 추락의 여파로 생존을 위해 범죄를 저지른 형제와 은퇴를 앞둔 노인 보안관의 대립 ([로스트 인 더스트])이 그가 만들어낸 영화 속 인물 관계와 세계관의 본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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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롭게도 [윈드 리버]는 전작의 대립 관계를 벗어난 인간과 인간의 공감에 초점을 두고 있다. 사건의 열쇠를 풀기 위해 함께한 제인과 코리는 서로의 부족함과 상처를 이해하고 보듬으며 사건의 진실을 파헤쳐 나가게 된다. 진실을 좇는 과정에서 마주하게 되는 희생자들의 시신을 마주할 때 마다 이들이 보인 반응도 비슷하다. 희생자의 시신을 온전하게 대하려는 코리와 그들이 얼마나 고통스럽고 힘들었는지를 눈물을 흘리며 공감하려는 제인의 모습은 냉정하고 차가운 이 스릴러에 한 줄기 빛과 같은 따뜻한 기온이 된다. 

하지만 이러한 따뜻한 공감에 대한 시선보다 더 눈에 들어온 것은 대망의 엔딩에 등장하는 진실과 그로 인한 여파가 불러온 냉정한 결말에 숨겨진 의미심장한 메시지다. 사건의 진실과 마주한 이후 제인, 코리, 보안관 일행은 예상치 못한 강렬한 저항을 받게 된다. 끔찍한 사건을 저지른 장본인의 저항과 역전된 관계는 테일러 쉐리던이 전작에서 보여준 인간의 상식과 법치가 파괴된 아이러니한 현실에 대한 경종이다. 

그러한 경종은 더 나아가 이 영화의 희생자였던 여성들로 대변된 미국의 원주민 (혹은 인디언)들의 희생과 백인들이 만들어낸 폐해에 대한 고발로 연결된다. [시카리오]가 남미 카르텔과 치안 조직의 물고 물리는 관계를 이용한 미국의 대외정책에 대한 비판을, [로스트 인 더스트]가 자본이라는 괴물을 방치한 정부에 대한 비판적 시선을 내포시켰다면, [윈드 리버]는 원주민의 땅과 문명를 빼앗고 망가뜨린 백인 사회와 그들이 만든 국가 미국의 원죄를 드러내는 대담함을 선보인다. 

테일러 쉐리던은 이러한 원죄의 세계 속에서 인간의 양심과 기본적인 정의를 추구하려 한 개개인에 카메라의 시선을 고정하며, 이 땅의 진정한 주인인 원주민이 추구한 운명과 자연 앞에 순응하게 되는 그들의 모습을 강렬하게 담아낸다. 결국, 원죄에 대한 속죄와 심판은 언젠가 이뤄질 것임을 전하고 있다. 

히어로 프랜차이즈 물에 소비된 이미지를 벗어나 오랜만에 [허트로커]의 외로운 영웅의 모습으로 돌아온 제레미 레너의 차분한 연기와 엘리자베스 올슨의 감성 연기가 깊은 여운을 남기며며, [윈드 리버]가 추구한 진한 감동을 선사한다.

[윈드 리버]는 9월 14일 개봉한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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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유로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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