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지만 긴 여운] 썸남, 구남친과 함께 이사를…골때리는 삼각관계 로맨스 [인연인지]
17.09.14 11:33
[인연인지, 2013]
감독:이홍래
출연:김꽃비, 정요한, 권동호
줄거리
연지의 이삿날, 연지의 썸남, 동네 편의점 점장 요한과 함께 두 사람은 설레는 이삿날을 보낸다. 그러던 와중 연지의 구남친인 동호가 등장하고, 세 사람은 불편한 동행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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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
저번에 소개한 [이별택시]에 이어 [인연이지] 도 이별을 경험한 사람이라면, 격하게 공감하게 될 드라마가 될 것이다. 다른 점이라면 [이별택시]가 헤어진 연인에 대한 미련이 남아있는 사람들을 위한 공감과 위로를 전해준다면, [인연인지]는 과거의 연인을 잊고 새 출발 할 수 있는 희망을 전해주고 있다는 점이다. 그 때문에 [인연인지]는 [이별택시]와는 다른 유쾌하고 정겨운 여운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삼각관계라는 특수성이 지닌 묘한 긴장감과 유머가 영화만의 특별한 의미와 흥미를 유발한다.
이사를 준비 중인 연지는 동네 편의점 점장 요한과 묘한 '썸'을 타고 있다. 요한이 연지의 이사를 도와주기로 하면서,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연지는 자신의 방에서 구남친인 동호와 함께 찍은 사진을 보고 잠시 울적한 기분을 느끼게 된다. 다음날, 요한이 연지의 이삿짐을 차에 실어주는 가운데 구남친 동호와 마주하게 된다. 썸남과 구남친 사이에 마주하게 된 어색한 상황.
그런데 옛사랑의 모습이 이상하리만큼 추레하게 느껴진다. 단정하지 못한 헤어스타일에 츄리닝을 입고, 사투리를 써가며 자신을 동네 친구 처럼 대하는 동호의 태도에 연지는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 반면, 썸남인 요한은 단정한 머리, 패션에 어색하고 불쾌하게 느껴질 수 있는 이 상황에도 다정한 말과 신사적인 태도로 연지를 대한다. 너무 상반된 두 사람의 모습. 잠시나마 동호에 대한 그리움과 추억을 갖고 있던 연지는 지속되는 동호의 무례한 태도에 폭발하게 되고, 그로 인해 세 사람이 충돌하게 되는 난처한 상황이 발생한다.
한편의 시트콤을 보는듯한 유쾌한 유머로 풀어냈지만, [인연인지]는 여성의 시선에서 그려지는 옛 애인과 새로운 인연이 될 두 사람의 비교를 통해, 한때 사랑했던 과거와의 작별을 선언하게 되는 아련함을 담으며 그와 관련한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연지의 이사는 바로 그러한 새 출발을 암시한다.
한때 사랑했던 남자가 썸남에 비해 너무나 추해진 모습은 당사자의 입장에서 너무나 안타깝고 서글픈 순간일 것이다. 그래도 약간의 마음이 남았기에 동호와의 연애 시절을 추억을 상자 속에 간직했던 그녀였지만, 한순간에 벌어진 갈등으로 땅바닥에 나뒹구는 추억을 바라보며 수많은 만감을 교차하게 된다.
어쩌면 철없던 동호의 모습은 아픔의 상처를 잊고 친구로 지내고 싶었던 그의 순수함이 아니었을까? 그러한 마음을 몰라주고 한없이 차갑게 대하며 그와 작별한 연지는 왠지 모를 미안함과 아쉬움을 느낀다. 그럼에도 이제 그녀에게는 요한으로 상징되는 새로운 인연이 기다리고 있다. 동호와의 관계를 알면서도 그녀의 편에 서며, 마지막까지 그녀를 응원하는 그의 모습에 연지는 새 출발 할 수 있다는 희망과 자신감을 갖게 된다.
디즈니 & 픽사의 [인사이드 아웃]이 유년기 시절 추억과의 작별을 통해 성장하는 아이의 모습을 담았다면, [인연인지]는 구남친으로 대변된 과거의 추억을 버리고 새로운 사람을 맞이하게 되는 연지의 심경 변화를 통해, 성숙한 성인이 되어가는 과정을 의미 있게 담은 작품이다.
사람이 인연을 만나는 모든 과정은 하나의 성장기며, 우리 모두는 그들을 통해 성숙해 질 수 있었던 것이다.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은 아픔을 닦아주고, 위로한 든든한 내 편이자 나를 성장시켜준 고마운 사람이라는 것을…[인연인지]는 내 주변의 모든 이에 대한 감사와 애정을 느끼게 한 고마운 작품이다.
마지막까지 특유의 촌스러움과 찌질함을 밀고 나가는 구남친 동호를 연기한 권동호 배우의 연기가 시종일관 흥미를 유발한 가운데, [똥파리][명왕성] 등에 출연한 독립 영화계의 스타 김꽃비가 주인공 연지를 맡아 작품의 의미를 더해준다.
결정적 장면
# 썸남, 구남친의 묘한 눈빛 교환 (10분 38초~11분)
주인공 연지의 시선에서만 이 영화를 봤다면 무심코 넘어갈 수도 있었던 장면. 한 여자를 놓고 싸우는 두 남자의 묘한 신경전을 담았다. 차비가 없다며 끝까지 추하게 버티는 동호에게 요한이 차비를 주겠다며 돈을 건넨다. 선의의 의한 행동일 수도 있지만, 동호의 눈에는 요한의 그 모습이 자신의 자존심을 짓밟는 행위처럼 느껴진다. 젠틀해 보였던 요한의 표정도 그 순간만큼은 동호를 비웃는 듯한 모습처럼 그려진다. 이후에도 찌질하게 계속 연지에게 차비를 요구하는 동호의 모습은 남자의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고 싶어 한 몸부림과도 같다. 남자 관객이라면 금방 눈치챌 장면이다.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 영상=씨네허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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