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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캔 스피크] 리뷰: 할머니가 듣고 싶었던 간절한 한마디 '아이 엠 쏘리' ★★★☆

17.09.18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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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캔 스피크, 2017]
감독: 김현석
출연: 나문희, 이제훈, 박철민, 염혜란, 성유빈, 이상희, 김소진

줄거리
온 동네를 휘저으며 무려 8천 건에 달하는 민원을 넣어 도깨비 할매라고 불리는 ‘옥분’. 20여 년간 누구도 막을 수 없었던 그녀 앞에 원칙주의 9급 공무원 ‘민재’가 나타나면서 팽팽한 긴장감이 흐른다. 민원 접수만큼이나 열심히 공부하던 영어가 좀처럼 늘지 않아 의기소침한 ‘옥분’은 원어민 수준의 영어를 구사하는 ‘민재’를 본 후 선생님이 되어 달라며 시간과 장소를 불문하고 부탁하기에 이른다. 둘만의 특별한 거래를 통해 결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았던 두 사람의 영어 수업이 시작되고, 함께하는 시간이 계속 될수록 서로를 이해하고 소통하게 되면서 친구이자 가족이 되어 간다. ‘옥분’이 영어 공부에 매달리는 이유가 내내 궁금하던 ‘민재’는 어느 날, 그녀가 영어로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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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여러 언론을 통해 위안부 소재의 드라마로 소개된 [아이 캔 스피크]. 사실 무거운 역사를 소재로 했다는 점에서 자칫 무겁게 다가올 수 있었던 작품이지만, 티저 예고편 당시 정겨운 코미디를 예고하다가, 메인 예고편을 통해 주인공 옥분의 사연이 드러나면서 슬픔과 희망이 담긴 따뜻한 영화임을 드러냈다. 이처럼 [아이 캔 스피크]는 우리가 알지만 외면했던 위안부 할머니들의 아픔을 공감 어린 시각에서 바라보며 포옹하게 만드는 대중적인 영화였다. 

[아이 캔 스피크]는 로맨틱 코미디 또는 세대별 갈등과 교감을 다룬 드라마의 전형성을 기반으로 두고 있다. 매일 매일 귀찮은 민원 제기로 구청 공무원들을 괴롭히는 민원왕 할머니와 융통성이라고는 전혀 보이지 않는 9급 청년 공무원의 조합은 조화가 아닌 대립의 관계로 갈수 밖에 없는 흐름이다. 물과 기름 같은 성격때문에 초반부터 티격태격하며 충돌하던 두 캐릭터는 이후 '영어'라는 공통적인 목표로 인해 자연히 스승과 제자라는 아이러니한 관계를 형성한다.

이렇듯 [아이 캔 스피크]의 묘미는 두 사람의 개성과 여러 사건으로 인해 시종일관 변하게 되는 '관계'에 있다. '대립의 관계'가 적과의 동침 같은 '조화의 관계'로 변하다 이후에는 생각지도 못한 '가족의 관계'로 이어지게 된다. 당연히 이 영화에서 가족의 관계로 나아간다는 것은 감동을 예고한 클라이맥스로 다가서기 위한 과정이다. 

이러한 과정은 시종일관 전개된 다양한 유머 적 상황에 의해 맞춰진다. 영화의 유머는 실없는 농담과 과장된 코미디가 아닌 김현석 감독 영화에 주로 사용된 익숙하면서도 신선한 유머 적 요소들이다. 인간미가 담긴 정겨운 유머들, 실생활의 에피소드를 접목시킨 코미디, 캐릭터들의 성격을 대변한 뜬금없는 상황들이 그것이다. 융통성 제로에 눈치 없는 민재의 성격을 대변하는 '아재 개그'와 주민들을 위해 열심히 무언가를 준비한 공무원들의 귀여운 실수(?)는 신선하다 못해 세대별 관객들 모두가 공감할 만한 정서적 요소로 자리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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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캔 스피크]의 정서는 이 영화가 지향하는 가족의 의미를 강조하는 대목으로, 이를 통해 위안부 피해자들을 먼저 포용하는 우리의 자세를 촉구하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도구와 같다. 민재와 그의 동생을 손주처럼 대하는 옥분의 인간적인 모습을 통해, 고집불통 할머니의 숨겨진 이면과 그 안에 담긴 사연에 대한 호기심을 자연스럽게 끌어내는 식이다. 그녀와 가족처럼 지낸 민재와 옥분의 주변인들이 뒤늦게야 사연을 마주하며 보이게 되는 각양각색의 반응은 화해와 포옹의 의미가 담긴 갈등 완화의 드라마로 완성된다.

자세히 보면 [아이 캔 스피크]의 이러한 과정은 전자서 언급한 로맨틱 코미디의 전형적인 흐름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 갈등과 조화 그리고 재갈등과 화해로 이뤄지는 흐름이 너무나 익숙하게 다가와 다음 상황을 충분하게 예상하게 할 정도로 영화만의 내러티브는 단순한 편이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이러한 전형성의 함정에 빠지지 않은 것은 소재가 가져다주는 힘과 이를 잘 활용한 좋은 각본과 연출력 덕분이었다. 영화의 후반부가 그것을 잘 나타내 주는 대표적인 장면이다.

시종일관 일상을 접목시킨 유머로 공감대를 형성한 영화는 옥분이 미국 의회에서 연설을 하는 장면으로 이어진다. 동네 할머니가 역사적인 순간과 마주하게 되는 상황이 자칫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는 부분이지만, 옥분이 전반부에 보여준 고집적인 성격과 친할머니와 같은 가족적 포용을 위안부 할머니의 인간적 모습으로 연결시킴으로써 장면이 가져다줄 수 있는 어색함을 단번에 희석시킨다. 이 대목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음을 보여준 장면인 동시에 일상의 평범한 힘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영화적인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어 영화가 의도한 감동적 정서를 충분히 자아내게 한다. 

무공해 유머와 따뜻한 드라마를 무난하게 완성한 가운데 영화가 강조하고 싶은 깊이 있는 메시지를 의미 있게 전달한 나문희의 열연이 영화를 더욱 대중 친화적인 작품으로 완성했다.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인식을 대중들에게 친근하게 전해 줬다는 점에서 오랫동안 화자될 작품이다. 

[아이 캔 스피크]는 9월 21일 개봉한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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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리틀빅픽처스/영화사 시선/명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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