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지만 긴 여운] '눈물 주의' 소소한 일상속 깊은 감동을 전해줄 [한수탕]
17.09.18 19:33
[한수탕, 2016]
감독:박상균
출연:신현진, 이익수, 박혜원
줄거리
목욕탕에서 때밀이를 하는 주인공이 저녁 늦게 찾아온 노신사를 손님으로 맞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단편영화.
▲[한수탕] 바로 감상하기
프리뷰
저녁 9시가 가까워진 시간. 손님이 아무도 오지 않은 목욕탕을 때밀이를 하는 주인공이 홀로 관리하고 있다. TV를 보며 퇴근 시간을 기다리던 그때. 한 노신사가 뒤늦게 목욕탕을 방문하며, 정중하게 때밀이를 요청하자, 주인공은 늦은 시간에 방문한 손님을 나무라기보다는 친절하게 노신사의 요구를 받아준다.
이후 영화는 너무나 무난한 흐름을 이어나간다. 기존 소개된 단편 영화서 그려진 갑작스러운 충격적인 장면과 돌발적 상황이 벌어질 법 하지만 영화는 그 어떤 사건도 발생하지 않은 채 조용한 목욕탕의 모습 있는 그대로 담아내는 데 집중한다.
영화의 제목이자 배경인 한수탕은 세련된 느낌의 현대식 목욕탕과 달리 오래되고 낡은 목욕탕의 분위기를 풍기는 곳이다. 작고 낡은 사물함과 번호표, 오래되어 보이는 타일과 수도꼭지 그리고 친아들처럼 노신사를 반겨주고 맞이해 주는 때밀이 주인공…낡았지만 정겨운 일상을 담은듯한 목욕탕의 분위기는 손님으로 온 노신사의 벌거벗은 육체와 어울린 듯한 느낌을 자아내며, 마치 이곳이 그를 위해 존재한 곳처럼 그려진다.
그 때문에 한수탕은 노신사가 인생의 마지막 가는 길을 위해 잠시 들린 정류장 혹은 휴게소와 같은 장소처럼 느껴진다. 때밀이를 받기 위해 누운 채로 수건의 눈을 가린 장면, 살을 벗겨내는 때밀이의와 죽음의 묘한 연결, 주인공을 통해 다양한 자세의 때밀이를 받는 모습은 일반적인 때밀이와는 조금 다른 '염'을 위해 시신을 닦아내는 장의사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아마도 그것은 나이든 주인공과 언제 문을 닫을지 모를 오래된 목욕탕의 이미지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한수탕]은 그러한 '저승'의 여운과는 거리가 먼 지금의 '이승'으로 대변된 일상의 희망과 소소한 행복의 가치를 전해주는 작품이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밑동이 되어 노인이 된 주인공의 휴식처가 되어주었듯이, 낡은 목욕탕은 나이 든 노신사의 영원한 쉼터가 되어줄 휴식처와 같은 곳이다. 노신사의 마지막 가는길 까지 친절하게 대하는 때밀이 청년의 존재는 이 목욕탕이 오랫동안 지속할 곳임을 암시하며, 언제나 그의 방문을 기다릴 것처럼 느껴진다.
영화 말미 노신사의 사연이 드러나는 대목은, 이 모든 추측적 상황이 그대로 이뤄질 것임을 의미하며, 한수탕이 존재하게 된 사연과 두 사람 각자의 인생을 조명하게 만드는 장면이자 친절함으로 내포된 '인간미'를 감동적으로 그린 장면이다. 영화의 잔잔한 분위기와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결말이란 점에서 따뜻한 여운과 예상치 못한 눈물을 불러올 것이다. [한수탕]은 근래 소개한 작품 중 따뜻한 감동과 메시지를 전하는 작품이자, 일상에 대한 감사와 행복을 전해줄 짧지만, 오랫동안 기억될 단편 영화로 남겨질 것이다.
결정적 장면
# 저녁은 드셨어요? (2분 19초~ 3분)
주인공이 노신사에게 때밀이를 해주며 말벗이 되어준다. 주인공이 노신사에게 "저녁은 드셨어요?"라고 묻자 노인은 "아직 안 먹었다. 청국장이 먹고 싶다."라고 답변한다. 때밀이 상황과 전혀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이야기가 다소 아이러니해 보였지만, 영화의 마지막과 묘하게 연결되는 지점이란 점에서 훈훈한 여운으로 조명될 의미 있는 장면이다. 전자서 언급한 '염'을 치르기 위한 준비 과정을 연상시키는 때밀이가 이 대목에 등장한다.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 영상=퍼니콘)
※ 저작권자 ⓒ 무비라이징.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