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르코스] 시즌 3 리뷰: 범죄 스릴러의 마스터피스로 남겨질 위대한 시즌 ★★★★☆
17.09.20 11:01
[[나르코스] 시즌 3, 2017]
총감독:에릭 뉴먼
출연:페드로 파스칼, 다미안 알카사르, 알레르토 암만, 페페 라파소테
줄거리
파블로 에스코바르(Pablo Escobar)에 대한 피의 숙청이 끝나고 마약 단속국 DEA의 화살은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마약 밀매 조직인 칼리 카르텔(Cali Cartel)로 향한다. 4명의 강력한 대부 힐베르토(Gilberto), 미겔(Miguel), 파초(Pacho)와 체페(Chepe)가 이끄는 칼리 카르텔은 무자비한 테러와 폭력으로 신문의 일면을 장식한 에스코바르와 달리 정부에 뇌물을 주고 아무도 모르게 살인을 저지르는 은밀하고도 완벽한 방식을 추구한다. 칼리 카르텔의 수장인 힐베르토가 마약 사업에서 손을 떼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는 시기에 마침 마약단속국 요원 하비에르 페냐(Javier Peña)가 미국과 콜롬비아 사법당국의 힘을 빌려 칼리 카르텔을 향한 전쟁을 선포한다. 칼리 카르텔의 등장으로 모든 규칙들이 통하지 않은 가운데, 마약 단속국 요원들은 칼리 카르텔을 무너뜨리기 위한 최후의 수단을 선택하게 되는데…
넷플릭스의 독점 시리즈로 제작된 [나르코스]는 1980년대부터 시작된 콜롬비아 마약 조직의 탄생과 그 중심에 위치한 마약왕 파블로 에스코바르(와그너 모리아)와 콜롬비아 정부, 미국 마약단속국 DEA의 기나긴 싸움을 흥미롭게 그린 범죄 드라마다. 실화를 바탕으로 두고 있지만, 시리즈물 특유의 흥미와 분명한 메시지 전달을 위해 약간의 픽션적 설정을 도입한 특징을 지니고 있다.
전체적으로 무난한 흐름을 이어온 이 범죄 물은 시즌 1, 2에 독보적인 카리스마를 지녔던 '두목' 파블로 에스코바르가 사망하게 되면서, 사실상 시즌이 마무리 되는 듯 했다. 하지만 [나르코스]는 이 시리즈가 파블로 에스코바르 한 명에게만 고정된 작품이 아님을 증명하려는 듯, 제왕의 죽음 이후 그 자리를 차지한 새로운 카르텔 조직의 등장과 이를 제압하려 한 DEA의 전쟁에 다시금 초점을 맞추게 되었다.
우려되는 부분이라면, 시리즈의 매력이자 관람 포인트인 와그너 모리아에 의해 강렬하게 그려진 파블로 에스코바르의 카리스마 넘치는 존재감을 더이상 보기 힘들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그에 비견할 악당 캐릭터가 등장해야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자리를 대신할 칼리 카르텔은 파블로와 같은 강렬한 리더가 홀로 지배하는 조직이 아니다. 힐베르토, 미겔, 파초, 체페 등의 네 명의 보스들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특성을 지닌 조직이기에 단 한 명만 돋보여서는 안 된다. 그렇기에 이번 시즌 3은 그동안의 두 시즌과는 조금 다른 형태로 그려져야 했다.
제작진 또한 그 점을 인지하며 앞선 시즌과 다른 흐름을 이어나가려 했다. 전 시즌처럼 실화를 기반으로 한 이야기를 유지하면서, 이 시리즈의 기반인 스릴러물 특유의 다양한 요소들을 모두 응집시켰다. 스릴러물이 강렬한 악역의 존재감을 필요한 장르인 만큼, 신흥 조직인 칼리 카르텔의 압도적인 공포감이 우선적으로 돋보여야 했다. 시즌 1, 2가 파블로의 무자비한 모습을 보여줬다면, 시즌 3의 네 명의 보스들은 각기 다른 개성과 잔인성을 가진 악당들이다.
음모를 기획하는 조직의 두뇌이자 실질적인 보스인 힐베르토, 다혈질적인 성격에 조직 내 배신자가 있다면 반드시 피를 봐야 하는 미겔, 동성애자에 조직의 충성심을 위해 아이, 어른 할 것없이 잔혹하게 살해하는 파초, 그리고 미국의 경제 중심지 뉴욕에서 과감하게 범죄를 저지르는 체페. 이들은 그야말로 파블로 에스코바르를 4등분 한 캐릭터들로 각자의 소임을 충실히 수행한다.
파블로가 대중 앞에 전면에 나서서 친근함과 두려움을 동시에 조성했다면, 이들은 유령 회사라는 이름의 배후에 숨어 칼리 카르텔을 뒤에서 조종한다. 특히 이 카르텔의 본거지인 칼리는 사실상 이들이 지배한 도시로 정치, 치안, 통신, 경제까지 쥐고 있어 그 누구도 그들을 건들 수 없을 정도다. 모든 전화망이 그들에 의해 감청되고, 경찰이 이들을 보호해 주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된다. 해외까지 판로를 확장했지만, 소문만 알려졌을 뿐 실체가 명확하지 않은 조직처럼 운영되고 있기에 이들에 대한 공포 적 존재감이 더욱 배가되는건 당연하다.
시즌 1, 2와 다른 형태와 전략을 지닌 악당의 존재 탓에 이에 맞서는 DEA와 콜롬비아 군의 대응 방식도 달라졌다. 두 편의 시즌에서 DEA를 지휘한 스티브 머피(보이드 홀브록)를 대신해 그의 동료인 하비에르 페냐가 DEA를 지휘한다. 결혼한 아내와 가족의 부양을 우선적으로 생각한 머피와 달리 페냐는 가족을 미국 본토에 두고 싱글 생활을 유지하는 잃을 게 없는 캐릭터다. 그렇기에 그가 이끄는 DEA는 더욱 과감한 방식으로 칼리 카르텔을 상대한다.
첩보전, 특공 대작전 등의 무차별한 DEA의 압박 전이 진행되고, 이를 돈과 힘으로 막아내는 칼리 카르텔의 전쟁이 시리즈가 진행되는 내내 최고조의 긴장감을 불러오게 한다. DEA가 새로운 증거와 증인을 발견하면 칼리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를 저지하는 식이다. 숨바꼭질과 같은 대립이 진행되지만, [나르코스]가 지향하는 볼거리와 핵심은 이게 다가 아니다.
두 편의 시즌이 파블로 에스코바르가 구축한 거대한 제국의 멸망을 통해 탐욕으로 쌓아 올린 악(惡)의 심판과 붕괴를 그리려 했듯이, 칼리 카르텔이 불신으로 인해 붕괴되어 가는 과정을 그리게 되는데, 이 또한 전혀 생각지 못한 스릴러로 그려졌다. DEA의 심리전과 압박에 두려움을 느낀 칼리 카르텔이 배신자를 색출한다는 이유로 죄 없는 조직원들을 잔혹하게 처리하자 가족의 안정을 위해 조직을 배신하고 DEA와 내통하는 일원들이 하나둘씩 등장하게 된다.
이 배신적 행위에 동참하게 되는 인물을 핵심적인 캐릭터로 그려내 마치 [무간도]처럼 내부의 스파이가 DEA와 경찰에 몰래 정보를 흘리는 첩보 적 상황이 이어지게 된다. 선과 악을 대변하는 조직 간의 대결과 내부 세력 간의 숨박꼭질 같은 대립이 [나르코스] 시즌 3이 추구하는 핵심적 볼거리가 되어, 역대 시리즈 사상 최고의 긴장감과 스릴을 선사한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탓에 결말은 정해져 있지만, 예측불허로 진행되는 이야기 흐름 탓에 한편의 잘만든 픽션 범죄 물을 보는듯한 흥미를 가져다 준다.
범죄 스릴러 특유의 재미와 함께 시즌 1~3을 이어오면서 실체가 드러나지 않았던 실질적인 악이 세력의 실체가 공개되는 대목은 시리즈 최고의 반전이자 [나르코스]가 전하려 한 핵심 메시지다. 남미 마약 사업이 보존될 수밖에 없었던 근본적인 이유를 건듦으로써, 미국이 오랫동안 지속한 대외정책과 자본주의 시스템이 이러한 악의 순환 고리를 만들었음을 고발한다.
결국 지금의 자본주의 시스템을 받아들인 우리 모두 거대한 범죄의 동조자로 살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카르텔로 대변되는 잔혹한 조직이 하나의 거대 글로벌 기업이 되었던 것처럼 지금의 자본주의 시스템도 그와 다를 바 없는 구조임을 적나라하게 비판한다. 드라마의 마지막 주인공 페냐가 국경지대를 바라보며 한탄하는 모습은 카르텔과의 전쟁이 끝나지 않았음을 의미하며, 이 싸움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임을 예고한다. 결국, 싸움은 자본주의가 인간의 눈을 갖고, 올바른 길을 선택하게 될 때 끝나지 않을까?
[나르코스] 시즌 3은 넷플릭스를 통해 시청할 수 있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나르코스 시즌 1]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나르코스 시즌 2]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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