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범죄도시] 윤계상, 감독들이 그를 좋아할 수 밖에 없는 이유
17.10.16 09:30
국민 아이돌 그룹 GOD의 멤버였던 그가 조선족 악당을 연기할 줄 그 누가 알았을까? [범죄도시]를 통해 무난한 악역 연기를 선보인 만큼 이제 그는 다양한 역할을 자연스럽게 소화할 수 있는 전문 연기자로 거듭나게 되었다. 인터뷰 당일, 스크린 속의 장첸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단정한 헤어스타일에 편안한 반바지 차림과 샌들을 신은 그의 수수한 모습이 너무나 정겨웠다. 낙천적인 모습만큼 인터뷰를 통해 해맑게 웃고 있는 그의 모습에서는 선악 역할 구분 없이 자신의 역할을 즐기는 연기자의 긍정 마인드가 느껴졌다. 이제는 아이돌 출신이란 표현을 잊어버릴 정도로 전문 연기자의 길을 향해 조금씩 성장해 나가는 그와 이번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연기를 본 소감은?
나두 일반 관객 처럼 영화를 즐기고 있는 기분이었다. 내가 출연한 영화지만 블라인드 시사회 당시 평점이 좋아서 매우 기대했는데, 내 연기보다는 영화 자체가 먼저 보였다. 아무래도 영화 속 모든 캐릭터들이 생동감이 넘칠 정도로 잘 살아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한편의 좋은 영화를 본 느낌이었다.
-본인 연기를 솔직히 자평하자면?
숨고 싶었다. (웃음) 어떻게 내가 내 자신을 평가하겠는가? 그냥 열심히 했던 것 같다.
-악역 연기에 대한 심리적 압박감은 없었나?
전혀. 오히려 기분 좋게 열심히 했다.
-보통 악역을 처음하게 되면 심리적 압박감이 있다는데…
그런적은 없었지만, 약간의 잔상이 좀 남았다. 그 잔상은 장첸이 잔혹하게 사람을 살해하고 폭행한 장면들 이었다. 아무래도 장첸의 곁에 있었던 배우들이 너무 연기를 잘해주셔서 그 잔상이 깊게 남았던 것 같다. 그거 때문에 조금 찜찜했다.
-제작보고회 당시 긴 머리에 대해 고충을 털어놓았는데, 그렇게 불편했나?
너무 불편했다. (웃음) 처음 머리를 붙였을 때는 그냥 팽팽했는데, 촬영 중 다칠 때 그 아픔이 머릿속까지 따라왔다. 한번 붙이면 석 달을 가야 하는 거라 해서 고충이 컸다. 만약 자기 머리였다면 편했을텐데, 이걸 여러 묶음으로 붙이니깐 너무 아팠다. 그것도 실리콘이 아니라 단백질로 붙였기 때문에 그 느낌이 너무 달랐다. 그래도 내가 장발 머리를 선택했으니, 내 실수다. (웃음) (웃음) 그래도 이렇게 고생해야지 좋은 영화가 나오는 거 아닌가?
-연기가 나날이 발전해가는 걸 느끼나?
그럴 때가 있는 것 같다. 때가 오면 돋보이는 캐릭터가 올 것 같고, 그것을 증명하는 순간이 올 거라 생각했다. 순간적으로 연기가 늘었다기보다는 경험치가 쌓이면서 그런 발전이 조금씩 나오는 것 같다.
-작품 선택을 보면 일부러 강인한 역할을 선택하는 것 같다. [범죄도시] 에서의 변신이 눈에 띄었다.
그런 건 아니다. (웃음) 새로운 역할을 찾으려 하다 보니 그렇게 보인 것 같다. 그 신선함이 너무 좋았다. 나는 아직 더 노력을 해야한다.
-아이돌 가수에서 정식 배우가 되었다. 연예계 생활을 돌아보니 어떤가?
가수 시절과 연기 데뷔 시절 모두 쓸모가 있었던 것 같다. 경험이 다양하고 많다는 건 배우라는 직업에 있어 큰 재산이다. 연기는 경험이 우선이다. 장첸을 연기할 때 [풍산개]의 눈빛 연기, 드라마 [라스트]의 원펀치 액션의 경험을 모두 참고했다. 언제가는 가수 시절의 경험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장첸은 인간적인 감정이 전혀 없는 절대 악, 사이코 패스같은 인간이라고 봐야 할까?
맞다. 장첸은 사람을 죽이는 것을 수단으로 생각하는 악인이다. 그렇게 해야 조직을 운영할수 있기 때문이다. 그 행위에 대한 죄책감은 전혀 느끼지 못할 정도로 보통사람이 갖고있는 윤리성이라고는 전혀없다. 과거에 대한 사연도 없는 조건 없는 악이라고 봐야 하는 게 좋다.
-싸움전 장첸은 기 싸움으로 상대를 누그러뜨린다. 기 싸움 했을 때의 모습이 화를 내기보다는 웃음 짓거나 능청스럽게 이야기하면서 협박하는 식인데, 어떤 심리 상태서 그런 감정을 연기했나?
아마 그때 장첸의 심리 상태는 수단적 방식이 아니었을 것이다. 장첸에게 그러한 태도는 그냥 말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상대방에게는 위협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장첸 입장에서는 바로 상대를 죽일 수도 있었기에, 그말은 "너 죽을래? 살래?"와 같은 말투였다. 임형준에게 "내가 왜 널 살려뒀을까?"라는 말을 남긴 것도 같은 의미다.
-그러한 악역을 연기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히 여긴 게 있었다면?
이걸 어떻게 표현할까 였다. 관객들이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중요하다. 그래서 여러 번 감시하고 감독님께 물어봤다. 스태프들도 내 장면 부분에서 많이들 집중하고 있었다.
-본인이 봐도 그랬나?
그랬다. 굉장히 위협적이었다.
-참고가 된 캐릭터가 있다면?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에서 하비에르 바르뎀이 연기한 안톤 쉬거, [시카리오:암살자의 도시]에서 베네치오 델 토로가 연기한 알레한드로, [황해]의 김윤석 선배님이 연기한 면사장 캐릭터를 참고했다. 그중 가장 참고한 쪽은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안톤 쉬거 캐릭터였다.
-악랄한 악당이지만 장첸에게는 나름의 조직을 이끌어가는 철학과 기준이 있었을 것이다. 그 철학이 있다면?
아무래도 재정이지 않을까? 그걸로 조직을 충당하는 생계형 보스이기 때문이다.
-마동석과의 케미는 어땠나?
동석이형 하고는 예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여서 함께 작업하게 되어서 너무 좋았다. 형이 액션 연기에 전문이다 보니 합을 맞추는 데 있어 어렵지 않았다. 그리고 모든 것을 끌어않는 타입이기에 편하게 할 수 있었다.
-윤계상 씨는 영화적이지만, 마동석 씨는 재미있는 면이 많은 캐릭터다.
그런데 동석이 형의 그 연기도 굉장히 쉽지가 않다.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게 정말 부럽다. 그 형사 말투가 그냥 생기는 게 아니다. 실제로 들으면 무서운데, 영화에서 그것을 재미있게 표현했다는 게 대단한다. (웃음) 형의 그런 배우로서의 모습이 너무 좋았다.
-악역에 대한 목마름 때문에 이 역할을 선택했다고 들었다.
나한테는 악역에 대한 제안이나 시나리오가 잘 안 오는 편이다. 나에게 처음으로 악역 제안이 정식으로 들어온 건 이번 영화가 처음이다. [비스티 보이즈]때 함께 한 장원석 대표님께서 "그때 영화 속 너의 캐릭터를 악역으로 만들어 보면 좋겠다."라고 말씀하시면서 이번에 내 악역 캐릭터를 만들어 주셨다. 내 눈빛이 자세히 보면 무섭다. (웃음)
-그동안 작품을 함께한 감독님들이 계상 씨에 대한 칭찬이 자자할 정도다. 왜 그렇다고 보는가?
첫 영화 데뷔 시절, 배우가 가져야 할 태도라며 변영주 감독님께서 가르쳐주신 적이 있었다. 현장에서 지켜야 할 자세, 마인드, 연기적 절실함을 강조하며, 영화판 사람들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를 일깨워 주셨다. 그러면서 나도 그에 맞춰서 잘해야겠다고 깨달으며 촬영현장에 되도록 일찍 오려고 노력한다. 그 점을 감독님들께서 좋게 봐주셨던 것 같다.
-돈을 위해 싸우는 장첸을 보면 자본화되는 중국과 한국 사회의 편견이 만들어 낸 괴물이라 생각되었다. 그에게 그와 비슷한 애처로움 같은 감정은 느껴지지 않았나?
장첸은 절대 공감할 수 없는 캐릭터다. 마음에 안 들면 죽여버리는 절대 악이니까. 이 영화가 그런 것들을 대변하는 영화라 생각되지 않는다. 그냥 평범한 오락물로 봐주셨으면 한다. 실제 범죄사건을 바탕으로 한 만큼 기획에 들어갔던 시기가 4년전 이라고 한다. 그만큼 오랫동안 준비됐다. 사실 이 문제 때문에 조선종 동포들에 대한 비하처럼 보여질수 있지만, 이 영화는 실화를 소재로 한 오락물일 뿐이다. 그렇게 나쁜 쪽으로 봐주지 않았으면 한다.
-영화 속에서 좋았던 장면과 아쉬웠던 장면을 꼽자면?
가장 좋았던 장면은 장첸이 경찰이 던진 미끼임을 직감했지만, 이것을 물것인가 말 것인가를 두고 갈등하는 장면이 가장 좋았다. 아쉬웠던 장면은 거의 없었다. 사실 잔혹한 장면들이 조금 있었지만 다행히 이 부분을 전부 편집해 주셨다. 아마도 영화에 대한 불쾌감을 주지 않기 위해 감독님께서 결정하신 것 같다.
-배우의 입장에서 봤을 때 그러한 불쾌한 설정은 필요했다고 보는가?
우선 도전해보고 싶다. 영화는 감독의 예술이며, 배우는 그 예술의 정점을 향해 끝까지 가야 하는 직업이다. 내 임무인 만큼 끝까지 가야 한다.
-악역 연기를 직접 해보니 기분은 어떤가?
심적으로는 편하지 않았지만, 고민하지 않았도 된다는 장점이 있었다. 착한 캐릭터라면 망설여야 했지만, 악인을 그런 고민이 없다. 그런데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악행을 행하는 연기도 쉽지가 않다. 나에게 죽임을 당한 배역들에게 이 자리를 빌려 사죄한다. (웃음)
-촬영 장소는 어디었나? 실제 가리봉동이었나?
아니다. 서울 근교 영등포 쪽이었다. 아무도 없는 거리서 직접 세트장을 형성해 촬영했다. 사람이 사는 진짜 동네를 배경으로 했는데, 촬영하고 보니 아무도 없었다. 이 영화 나름대로 대작이다. (웃음) 나도 진짜 가리봉동인 줄 알았다.
-변호사 같은 사회적 엘리트, 범죄자, 서러운 청춘, [죽여주는 여자] 속 캐릭터 같은 소외된 캐릭터를 오가면서 연기했다. 어떤 부분에 더 정감을 느끼나?
아무래도 서러운 청춘의 모습이 나와 더 맞는 것 같았다. 나도 약간 그런 면이 있었고, 연예인으로 데뷔하기 전 많이 배고팠다. 집안 사정이 좋지 않았고, 20살 될 때까지 내 방도 없어서 할아버지와 함께 지냈다. 아버지께서는 집안 경제를 위해 다양한 일을 하시면서 고생을 많이 하셨다. GOD 준비하면서도 많이 어려웠다. 그래서 나름 서민의 삶을 잘 안다. 왜 그들이 배고프고 힘들어하는지를 잘 안다.
-아버지께서 지금 모습을 보시면 아주 뿌듯해 하시겠다.
나름 집안의 자랑이다. (웃음) 그러니 잘살려고 노력한다. 나는 부모님에게는 희망 같은 존재였으며, 사랑을 많이 받았다. 형편이 좋지 않았는데도 온 가족이 나를 사랑해 줘서 너무 감사하다.
-실제 인간 윤계상의 성격에 가장 가까웠던 캐릭터는?
[발레교습소]의 민재 캐릭터다. 정말 실제의 나와 같았다. 이것저것 해보고 싶은 게 많았지만, 아직 어리고 부족했다. "괜찮아" 이런 소리를 듣고 싶었던 걸 보면, 그 당시 어렸을 때의 내 모습을 본 것 같았다. 사춘기도 있고 그랬으니까. 지금 보면 그 영화 나름 초호화 캐스팅이다. (웃음) 김동욱, 이준기 그리고 이성민 배우님이 이 영화를 통해 첫 데뷔를 하셨다. 아무래도 내가 천운을 잘 받은 것 같다. 그때 상도 탔었는데, 너무 감사했다. 욕심을 내지 않았기에 그런 복을 받은것 같다.
-흥행을 예상하자면?
우리 영화가 200만이 손익분기점이다. 그래서 열심히 할 것이다. 다행히 시사회 때 다크호스란 평을 들었다. 입소문이 정말 좋다. 이왕이면 [킹스맨] 보고 우리 영화도 봐주셨으면 한다. (웃음)
-출연하는 작품의 기준이 있다면?
내게 꼭 필요한 작품인지, 소모품으로도 활용될 수 있는 작품인지를 유심히 본다. 내가 쓸모 있게 좋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작품이라면 무조건 한다. 그런데 이 사람도 하고 저 사람도 하는 건 굳이 하지 않는다. 나를 필요하다면 막 달려가는 편이다. 물론 이건 안 배고플 때의 상황이다. (웃음)
-예비 관객에게 영화에대해 한마디 하자면?
절대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절대로! 돈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겁니다. 적어도요. (웃음)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키위미디어그룹 / 메가박스㈜플러스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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