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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 프레지던트] 리뷰: 답답하고 화나지만…잠시나마 박사모가 되어보자 ★★★★

17.10.26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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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 프레지던트,2017]
감독:김재환

줄거리
청주에 사는 농부 조육형 씨는 매일 아침 일어나 의관정제하고 박정희 사진에 절하며 국민교육헌장을 암송한다. 새마을 운동 역군으로 자신의 존재를 불러주었던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감사가 삶의 힘이고 사람의 도리라 여긴다. 울산에 사는 김종효 씨 부부는, 6.25 직후  동네마다 굶어죽는 사람이 흔하던 시절에 배고픔이란 원초적 공포를 해결해준 박정희 대통령만 생각하면 두 눈에 눈물이 고인다. 흰 한복을 입고 병든 자를 안아주었던 육영수 여사 이야기만 나오면 돌아가신 엄마를 그리워하듯 슬픔과 추억에 잠긴다. 박정희 육영수의 딸 박근혜의 탄핵이란 충격적인 상황 앞에서 이들은 세상이 뒤집힌 듯한 혼란을 느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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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관점이 전부 다르지만, 본 기자의 냉정한 시선으로 이 영화를 봤을때 [미스 프레지던트]는 '박사모'의 처지를 대변하거나 그렇다고 그들을 비판하려는 목적으로 제작된 영화라고 정의하기는 어렵다. 영화는 박사모가 된 그들에게 인간적인 시선이 담긴 카메라를 비추며 왜 그들이 박정희, 박근혜에 그렇게 맹목적으로 빠져들 수 밖에 없는지를 담담하게 담아내고 있다. 

이 영화가 비판과 풍자의 시선이 없어 애매하게 느껴졌다면, 잠시나마 카메라의 시선에 온전히 집중해보자. 이해하고 어렵기 힘든 박사모의 목소리를 온전히 듣게 되지만, 그렇다고 이들의 생각과 사상에 동화시키려 하지 않는다. 단지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데 집중할 뿐, 그들에 대한 명확한 정의와 결론을 내리려 하지 않는다.

그러한 중립적 관점을 유지한다는 점에서 [미스 프레지던트]는 한동안 잊고 있던 다큐멘터리가 기본적으로 지향해야 할 원칙을 충실하게 수행한 작품이다. 마이클 무어의 작품이 등장한 이후 뚜렷한 시선, 목적성을 지닌 다큐멘터리들이 범람하게 되면서 그것이 이 장르의 원칙인 것처럼 인식되었지만, 사실 다큐멘터리는 중립적 입장에서 다뤄야 하는 것이 정답이다. 그러한 관점에서 이 영화는 평가되어야 한다. 

물론 [미스 프레지던트]는 방향성과 의도성을 완전히 배제하진 않았다. 이 영화 또한 나름의 목적과 시선을 갖고 있지만 그 시선은 박사모로 대변된 이들을 향한 풍자와 조롱이 아닌 연민과 안타까움 같은 인간적인 다양한 감정이며, 이는 곧 이 영화가 추구하려 한 중립적인 시선의 중요 부분이다. 

잠시나마 박사모의 바라본 박정희와 박근혜는 신화이자 종교같은 존재지만, 그들의 이러한 행동적 배경에는 격동의 6, 70년대를 살아온 기성세대의 정서와 그 시대가 만들어낸 씁쓸한 시대적 유산임을 암시하고 있다. 박정희를 추억하며 눈물을 흘리고 박근혜의 탄핵위기에 안타까움을 느끼며 태극기 시위에 나서는 모습은 그러한 과거와의 작별을 하지 못하는 애처로운 몸부림으로 비친다.

그들의 이러한 모습에 영화는 어떠한 나래이션이나 감정을 유도하는 외부적 요소와 설정을 철전히 배재한 체 오로지 관객 스스로가 갖고있는 관점으로 정의하도록 유도한다. 이제는 사라진 과거이자 역사의 치부로 기억되는 그 순간에도 마지막까지 몸부림 치는 그들에게 우리는 어떠한 시선과 마음을 지녀야 할까? 각자마다 다르게 이들을 바라보며 정의할 테지만, 이들 모두 우리 역사와 이 땅의 한 부분이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임을 영화는 강조하고 있다. 사라져야 하지만 동시에 안고 가야 하는 것이 바로 역사이기 때문이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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