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지만 긴 여운] 상상속 이상형 소녀가 내 눈앞에 나타났다! [하얀 원피스를 입은 소녀]
17.10.27 16:32
[하얀 원피스를 입은 소녀,2015]
감독:윤형철
출연:최준석, 정인영
줄거리
주말에만 오시는 부모님으로 인해 혼자 외롭게 생활하고 있는 민수. 학교에서 도난사건이 발생하고 민수는 목격자로 지목된다. 하지만 귀찮은 일에 얽히기 싫어 어떤 소녀를 봤다고 거짓말을 하게 된다. 그 날 민수의 거짓말 속 그 소녀가 민수 눈 앞에 나타난다. 그리고 그 소녀는 민수에게 밖에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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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
인간 여성은 결점이 많은 존재라 생각하며 어떠한 이성도 만나지 않겠다고 결심한 조각가 피그말리온은 어느 날 외로움 속에 상아로 아름다운 여인상을 조각하게 된다. 조각상은 실제로 살아 있다는 착각을 불러올 정도로 너무나 완벽하고 아름다웠다. 자신이 평소 생각한 이상형적인 여인의 모습을 조각해서였을까? 피그말리온은 자신의 작품과 사랑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살아있지 않은 그녀의 모습에 상심한 그는 여신 아프로디테의 신전에 온갖 제물을 바치고 "제발 그녀가 제 아내가 되게 해주세요"라고 소원을 빌게 된다. 그의 정성에 감동한 아프로디테는 여인의 조각상을 인간 여성으로 만들어주게 되고, 피그말리온은 그녀와 행복하게 살게 된다. 이 신화를 토대로 혼이 없는 조각상에 생명을 불러일으켰듯이 간절한 기대는 반드시 현실로 이루어진다는 뜻의 피그말리온 효과라는 용어가 생기게 되었다.
[하얀 원피스를 입은 소녀]는 이러한 피그말리온 효과를 기반으로 한 영화로, 신화 속 이야기를 십 대 심리 드라마와 감독 나름의 정의로 새롭게 재구성했다. 사실, 이야기는 신화와 연결하기에 너무나 일상적이고 소박한 면모를 지니고 있다. 게다가 상세한 설명을 배제한 전개 방식 탓에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이 많다. 그렇기에 이 영화를 이해하려면은 전자서 언급한 피그말리온 효과를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친절하게도 영화 중반과 후반에 이와 관련한 설명을 등장시켜 감상 내내 어려웠던 부분들을 극적으로 이해시키는 동시에 영화만의 묘한 여운을 남겨준 요인이 된다.
가족들이 떨어져 지낸 탓에 홀로 외롭게 살던 고등학생 민수는 학교 도난 사건에 휘말리게 되고, 그 과정에서 어떤 소녀를 봤다고 거짓말을 한다. 단지 사건에 오랫동안 엮이기 싫어 거짓을 고했지만, 피그말리온 신화에 빗대서 본다면 소녀는 어쩌면 민수가 홀로 상상하던 이상형의 소녀이지 않을까 추정한다. 거짓이지만 민수의 상상으로 인해 탄생한 소녀는 민수에게만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민수는 자신의 거짓 때문에 친구와 불특정 타인들로부터 왜곡된 소녀의 이야기에 양심의 가책을 느끼게 된다. 비록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상대라 하더라도 자신의 거짓이 누군가에게 큰 상처를 줄 수 있음을 알게 된 것이다.
감독은 거짓이 세상 모든 사람에 의해 새로운 거짓으로 파생돼 왜곡될 수 있는 현실을 집단의 대표적인 공간인 학교생활을 통해 비유적으로 보여주려 했다. 단순한 십 대 판타지 드라마로 보여질수 있었던 영화는 이러한 사회적 메시지를 내포하며 영화만의 강렬한 여운을 전해주려 했다. 한편, 왜곡된 소문으로 마음의 상처를 입은 소녀는 일련의 도난사건이 자신의 행각이 아니라고 알려달라고 부탁하지만, 존재하지도 않는 그녀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그야말로 말도 안 되는 것이기에 민수는 갈등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점점 심해지는 왜곡된 소문과 소녀가 아파하는 모습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었던 민수는 모두에게 소녀는 없었고, 자신의 증언은 거짓이라고 고백한다. 그러자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하게 된다. 피그말리온 신화의 결말처럼 소녀가 현실 세상에 존재하는 인물이 되어 모두의 눈에 보이게 된 것이다. 대체 어떻게 이런일이 벌어진 것일까? 안타깝게도 영화는 소녀가 존재하게 된 이유를 직접적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이 부분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오갈 것으로 보이지만, 본 기자의 입장에서 생각해 본다면 소년의 '진실'된 고백이 '거짓'으로 존재하게 된 소녀를 현실 세계로 이끈 것이 아닌가 추측해 본다. 결국, 피그말리온의 정성과 민수의 진심어린 고백으로 상징되는 진실의 힘은 조각상으로 대변되는 허구적 존재를 인간으로 만들 만큼 인간이 추구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가치임을 암시적으로 강조한다.
영화의 마지막, 소녀는 다시 한번 민수에게 피그말리온의 이야기를 전하며 자신이 바닷가에 빈 소원을 민수에게 고백하게 된다. 그것은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닌 다른 차원의 소원임을 조용히 암시한다. 과연 그녀가 빈 소원은 무엇이었을까? 아마도 그것은 진실을 통해 소녀에 대한 자신의 진심 어린 마음을 고백한 민수에 대한 소녀의 화답일 것이다.
결정적 장면
소녀, 전교생에게 왜곡을 당하다 (11분 1초~12분 26초)
지속되는 도난 사건에 학교는 전교생들에게 도둑으로 몰리게 된 소녀에 대해 들은 내용을 종이에 써 적도록 강요한다. 아이들은 존재하지도 않은 소녀에 대한 온갖 왜곡된 소문을 써 내려가기 시작하고, 모두의 눈에 보이지 않은 소녀는 이 모든 것을 보며 괴로워한다. 불특정 다수의 루머로 인해 한 개인이 피해를 입게되는 과정을 상징적으로 그려낸 의미 있는 장면이다.
*또다른 추천 단편 영화 [내 아이의 모든 것]
[내 아이의 모든 것, 2016]
감독:최성은
출연:김진혁, 박동혁
아내와 엄마의 빈자리를 그리워하는 부자의 하루를 그린 단편 영화. 엄마라는 존재가 사라지고, 그로 인해 아빠와 어린 아들의 일상에 각각의 변화가 생기게 된다. 익숙치 않은 일상에 지친 아들이 돌발 행동을 하게 되자, 아빠는 그런 아들을 찾아 나서게 되고, 나중에야 아들이 돌발 행동을 하게 된 이유를 알게 된다. 안타까움과 슬픈 여운 그리고 감동을 불러오는 마지막 장면이 인상적이다.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 영상=퍼니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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