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유리정원] 문근영, '아픔'을 이기고 돌아온 강인한 '국민 여동생'
17.10.30 10:01
'국민 여동생'에서 이제는 어엿한 배우로 돌아온 문근영. 투병 생활로 한동안 고생해 모두를 안타깝게 했지만, 차기작 [유리정원]을 통해 건재함을 과시했다. [유리정원]이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선정과 한층 성숙한 연기력을 보여준 장이 되면서 문근영은 오랜만에 화제의 중심에 서게 되었다. 아역 배우의 타이틀과 신체적 아픔을 극복하고 성숙해진 모습으로 돌아온 그녀의 복귀였기에 이번 만남 또한 더할 나위 없이 반가웠다.
다음은 일문일답.
-영화를 직접 본 소감은?
내 연기에 대해 아쉬운 점과 모자란 부분을 보게 되었다. 그럼에도 영화 자체가 너무나도 아름다워서, 공감을 많이 하면서 볼 수 있었다. 어떤 장면에서는 촬영 당시의 기분을 그대로 느끼게 해준 부분도 있었다. 현장에서 느꼈던 기분 그대로를 전해주니 저절로 울컥할 수 밖에 없었다.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캐릭터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배우로서 캐릭터를 이해하고 고민하고 생각하다 보니 그런 것 같다. 재연의 모든 행동을 수행할 때 마다 내가 이렇게 해도 되는 것인지 고민을 많이 해야 했다. 아무래도 대부분의 연기가 감정적이다 보니 그런 감정이 오랫동안 남아있었던 것 같다.
-주인공 재연의 캐릭터는 시나리오로 봐도 쉽게 해석하기가 어려운 캐릭터였다. 그럼에도 출연을 결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내가 연기할 캐릭터를 보고 쉬울 거다 어렵지 않을 거다 생각하지 않는다. 뭐든 어렵고 쉽지 않은 편이다. 캐릭터 연기에 대해서는 딱히 어렵다는 느낌은 없었다.
-시나리오를 봤을 때의 느낌은 어땠나?
소설책 한 권을 본 기분이었다. 장면 하나하나를 볼 때마다 수많은 형상이 저절로 떠올랐고 완성될 영화에 대해 기대를 하게 되었다.
-재연은 순수한 캐릭터이지만 [미저리]의 여주인공을 연상시킬 만큼 기괴한 성향도 함께 갖고 있는 캐릭터다. 이러한 성격의 캐릭터를 어떻게 해석하려 했나?
재연의 성격에 대해서는 순수와 광기의 기준으로 구분하지 않았다. 그냥 이 친구가 어떤 상처를 받고 치유를 하게 되는 방식에 집중하며, 이 친구를 어떻게 보듬어야 하나 고민했다. 이야기의 전개에 따라 진행되는 감정의 흐름과 변화에 대해서 잘 표현하고 싶었다.
-재연의 애절함을 더해줄 눈빛 연기도 인상적이었다.
마음에 드는 장면이지만, 되도록 과한 감정을 갖지 않도록 노력했다. (웃음) 배우들은 저마다 자유롭게 표현하고 싶은 욕구를 하나씩 다 갖고 있다. 그래야 감정적인 부분이 해소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너무 눈으로만 연기를 할까 봐 감정을 조절해야만 했다.
-재연 캐릭터를 위해 체중 감량까지 했다고 들었다.
감독님께서 재연이가 나무 같은 느낌이었으면 좋겠다 하셔서 체중 감량 이야기를 넌지시 흘리시기에 바로 하겠다고 했다. (웃음) 한 5, 6킬로 정도 뺐는데, 감독님께서 내가 너무 뺐다고 나무라셨다. (웃음) 남들은 살이 어디 있냐고 그러는데, 나도 숨겨둔 살이 꽤 많은 편이다. (웃음)
-영화의 영향 덕분에 자연과 인간다운 삶에 대해 좀 더 고민해 보지 않았나?
비슷한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영화 촬영장소가 숲이다 보니 나무 냄새와 정겨운 새소리가 들려와서 절로 힐링이 되었다. 그러면서 '인간이 자연에 포함되어 있는데 왜 우리는 자연과의 공존이라는 표현을 쓰는 거지?' 라며 고민 하게 되었다. 그만큼 우리 인간이 자연에 순응하고 적응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
-신수원 감독과 코드가 잘 맞았다고 했는데, 어떤 부분이 잘 맞았나?
촬영 후, 일과를 함께 정리하며 나눴던 방식이 나와 비슷하셨다. 그래서 감독님과 대화하는 시간이 너무 즐거웠다. 그런데 막상 생각해 보니 감독님과 전부 다 쿵짝이 맞았던 건 아니다. 서로 소통하는 방법과 이야기를 나누는 방식이 비슷했고, 서로가 자유롭게 말하는 것을 존중해 주다 보니 감독님께 편안함을 느꼈던 것 같았다.
-재연이가 다리를 절뚝거리다 어느 장면에서는 멀쩡하게 걷는 장면이 나온다. 그 부분에 대한 해석이 다 달랐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재연이 일반인처럼 멀쩡하게 걸었던 부분은 지훈의 환상 속에서만 진행되었다. 지훈은 재연이 실제로도 행복했으면 하는 마음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지막 장면 같은 경우는 내가 제대로 절뚝거리고 걸었는지 내가 봐도 헷갈렸다. (웃음)
-[유리정원]이 상처 치유에 대한 이야기라고 간담회에서 말했다. 어떤 점에서 그렇게 정의했나?
사실 극 중 재연은 치유하지를 못했다. 그 과정이 치유였는지 나도 아직 잘 모르겠다. 아마 치유라 이야기 한 것은 내 자신이 [유리정원] 촬영을 통해 위안과 치유를 받았기 때문인 것 같다. 어떤 이에게도 이 영화가 치유되지 않았을까? 재연이 지훈의 손을 잡으며 "손이 참 따뜻하네요"라고 말하는 장면을 보면서 그녀가 사람의 따뜻한 온기를 느끼고 싶어한 가여운 캐릭터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그 온기에 관해 이야기 한 것이 위로였던 것 같다.
-포스터 속 모습이 화제가 되었다. 너무 이쁘게 나와서 좋았을 것 같다.
너무 이쁘게 나와서 부담스러웠다. (웃음) 동화 속 요정이 나타난 것처럼 만들어서, 독립영화 같지가 않았다. (웃음) 사람들이 이쁜 장면이 나오는 걸 기대하고 보지 않을까 우려도 했었다. (웃음) 그래도 마음에 든다.
-전자서 언급한 [미저리] 속 주인공처럼 이 영화가 재연의 극단성을 강조한 장르물이었어도 출연했을 것인가?
만약 그런 영화였다면 출연 여부를 고민했을 것이다. 내가 재연 역할을 선택한 것은 그 캐릭터의 진심과 순수함이 남아있었기 때문이었다. 재연이와 나는 같은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보니 나와 재연에 대해 고민했고, 내가 누구인지도 고민을 했었다. 장르성이 강조된 캐릭터였다면 아마 그러한 공감이 덜했을 것이다.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이어서 영화팬들의 관심이 매우 지대했다. 그 때문에 기대가 컸겠다.
어떤 영화제의 오픈을 책임졌다는 것은 매우 영광스럽고 가슴 벅찬 순간이 아닐 수 없다. 그 때문인지 두려움도 있었지만 뿌듯한 마음이 더 컸다.
-관객의 기준에서 잠시나마 악역으로 보일 수 있는 장면을 연기했을 때의 감정은 어땠나?
나는 그게 참 재미있었다. 평소의 내가 아닌 다른 인물로 살면서 내 감정을 쓸 수 있다는 사실이 매우 흥미로웠다. 평상시 못하는 감정을 표현할 때 일탈을 한 기분이었다. 그 순간만큼은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그런 면에서 재연의 어두운 부분을 연기하는 장면에서는 일탈을 느꼈던 것 같다. 그러고 보면 내가 그동안의 작품들에서 참 평범한 역할을 안 한 것 같다. (웃음)
-[유리정원] 언론 시사 당시 캐릭터에 너무 공감해 우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만큼 힘겨운 캐릭터였는데, 이 캐릭터에 어떻게 빠져 나올 수 있었나?
아역 배우를 시작했을 당시부터 이 말을 곱씹어왔다. "너 자신이 이 캐릭터라고 믿는 순간이 위험한 순간이다."라는 말이었다. 연기하면서 그 부분을 상기했는데, 지나고 나니까 나도 모르게 이입되는 순간이 있었다. 이 캐릭터가 내 자신과 동일시되던 때였는데, 그때마다 그 말을 곱씹으며 내 자신을 다스렸다.
-많은 이들이 물어봤을 텐데, 현재 건강 상태는 어떤가?
많이 건강해졌다. 이제 회복도 다 되었고, 전체적으로 컨디션 조절을 진행하고 있다. 그 때문에 하고 싶은 게 많아졌다. 이제는 걱정 안 하셔도 된다. 많은 분이 응원하고 걱정해 주셨고, 정말로 감사드릴 뿐이다.
-지금의 아이돌 못지않은 국민 여동생으로 사랑받았다. 지금은 그 이미지를 탈피하고 완벽한 배우 문근영이 되었다. 사실 아역 배우들이 그러한 이미지 탈피 과정을 실패하거나 두려워하기도 한다. 그런 이미지 탈피에 성공할 수 있었던 계기가 있다면?
사실 나는 연기가 좋아서 이 이일을 시작했는데, 너무나 과분한 사랑을 받았던 것 같다. 하지만 그때 대중분들의 사랑을 거절할 필요는 없었다. 그런데 계속 그런 생각을 했었다. '연기가 좋았다, 잘하고 싶다. 좋은 배우가 되어야겠다' 이런 생각을 지속하면서 활동을 해오니 이 자리까지 온 것 같다. 주어진 시간 속을 돌아보면 그것은 탈피이자 도전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래도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러한 변화와 시도는 배우로서 좋은 연기자가 되고 싶었던 생각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 같다.
-역대 캐릭터 중 평소의 문근영과 가장 비슷한 캐릭터는?
전부 다 현실 속 나와 비슷한 것 같다. (웃음) 나도 가끔 그런 생각이 있다. 모든 사람이 내가 누구인지 모르겠지만 내가 살아온 시간에서 다른 인물로 산 시간들이 더 많았다. 처음에는 나와 다른 캐릭터라고 생각했는데, 지나고 나서 보면 그게 나였던 것 같았다. 그게 나와 같은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아직도 나란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겠다. (웃음)
-[유리정원]이 가져다주는 메시지는?
상처에 대한 이야기일 수도 있고 치유에 대한 이야기일 수 있다. 나는 그렇게 남아있다. 이 영화의 매력은 푸르름, 녹색, 자연이 주는 이미지가 좋은 영화이다.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나무엑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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