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지만 긴 여운] 아이 VS 어른의 심리전! 두번 보기가 무서운 섬뜩한 스릴러 [방문]
17.10.31 11:24
[방문,2016]
감독:신미래
출연:조기성, 이재희, 이주연
줄거리
아동학대를 받고 있다는 제보를 받은 사회복지사 동원은 어느 한가로운 시골마을로 조사를 나선다. 신고가 들어온 집을 방문한 동원은 아이들의 행동에 수상함을 느낀다. 무언가 미심쩍은 아이들에게 의구심을 품고 집으로 돌아가던 중 아이들의 다급한 연락을 받고 다시 그 집으로 돌아 가는데...
▲[방문] 바로 감상하기
*프리뷰 기사에 영화의 결말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어서, 영화를 먼저 보시고 읽으시기 바랍니다.
프리뷰
시작부터 끝까지 숨죽이게 만드는 놀라운 영화였다. 공간을 바탕으로 한 호러 영화답게 분위기는 물론, 아역 배우들의 수준급 표정 연기와 섬뜩함을 자아내는 묘사 방식은 한편의 장편 영화를 보는듯한 여운을 자아냈다. 그랬던 영화가 다소 모호한 결말로 마무리 지은 것에 적지 않은 아쉬움을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잠시 숨을 고르고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를 다시 한번 복기하며 이 영화를 연출한 신미래 감독의 연출의 변을 들어보자.
"아이들의 가치관은 어릴적 부모의 영향에 의해 형성 된다고 한다. 힘없는 아이들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어른들에 의해 폭력적 성향을 지니게 된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영악한 아이들의 모습을 통해 아동 학대가 가진 문제점을 역설적으로 표현 했다. " (출처:씨네허브 홈페이지)
이 부분을 읽고 다시 한번 결말 부를 돌아본다면 마지막 장면에는 섬뜩한 메시지가 베어 있음을 알 수 있다. 한 마디로 이 영화는 영악한 아이들이 던진 미끼에 걸려든 어른이 마주하게 된 돌이킬 수 없는 악몽에 관한 이야기이며, 그 비극의 원천은 윤리성이 결여된 어른들이 만들어낸 파장임을 기괴한 방식으로 전하려 한 것이다.
그런데 공포의 주체인 아이들에 대한 묘사 방식이 왠지 모르게 낯이 익다. 한적한 시골에 위치한 그림같은 집, 그 안에 있는 아기자기한 물건과 아름답지만 섬뜩한 그림들, 귀여운 외모와 달리 섬찟하면서도 의문 어린 행동을 반복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동화 속 세계관을 기괴하게 표현하는 장인 감독들의 영화 세계를 연상시킨다. 팀버튼, 장 피에르 주네 그리고 길예르모 델 토로 등 이들이 창조한 고딕 호러의 면모를 현실 세계에 절묘하게 대입시킨 묘사 방식은 [방문]의 공포를 분위기만으로도 배가시키게끔 한다.
귀여움과 아름다움으로 상징된 아이들의 내면에 위치한 기괴한 감성은 희망조차 보이지 않는 절망적인 두려움을 선사한다. [방문]은 그러한 정서를 직접 드러내기보다는 [곡성]이 그랬듯이 영화의 의문점과 공포의 원천에 대한 '미끼'를 간접적으로 던지는 식으로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끌고 가, 관객의 심리적 두려움이 차곡차곡 쌓이게끔 한다. 아동 폭력에 대해 이야기할 것 같았던 영화가 아이들의 이상한 행동을 지속적으로 보여주다가 마지막 한 방을 터뜨리는 식이다. 그 외에도 조그만 생물을 죽여놓고 미소를 짓는 아이들의 섬찟한 표정과 이를 절묘하게 대입시킨 편집방식도 이 영화만의 공포적 감성을 자극하는 요소 중 하나다.
영화의 소재이자 메시지인 아동 폭력은 직접 드러나지 않은 채 암시와 추측이 담긴 상징적인 요소로 그려졌다. 여동생 영희가 그린 그림은 주인공 동원을 비롯한 관객이 느꼈을 의문에 대한 해답이 담겨있다. 행복한 가정에서 시작되었지만, 어느 순간 아빠가 죽었고 장례식장에서 엄마는 미소를 짓는다. 그리고 이어지는 그림에서는 잔인하게 죽은 엄마의 모습으로 마무리된다. 시종일관 침착함을 유지하다 어느 순간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영수의 모습과 마지막 장면에서 보여지는 행동은 이 아이가 엄마(직접적인 언급은 없으나 그림으로 봤을때 새엄마로 추정된다)로 부터 폭력성과 잔인성을 물려받았음을 암시적으로 담아낸다. 영수가 미소를 지은채 동원에게 조용히 하라는 경고를 보낸 것은 어쩌면 엄마가 아빠를 죽인 이후 또는 아이들에게 폭력을 드러낸 이후 행한 경고였을 것이다.
엄마 혹은 부모의 탐욕과 잔인성이 만들어낸 공포는 자연히 아이들에게 정신적인 충격으로 이어지게 되었고, 아이들은 그 본능에 순응하며 자연히 엄마를 향해 본능을 표출하게 된다. 어른이 만들어낸 가치관과 정서가 아이들에게 미치는 과정을 섬뜩한 공포로 표현했지만, [방문]은 이를통해 어른이 된 우리와 윤리성이 결여된 인간을 향한 섬뜩한 경고의 메시지를 전하려 했다.
짧은 단편이었지만, 영화가 끝난 이후에도 섬찟한 여운을 오랫동안 남겼을 정도로 강렬한 공포물이었다. 기회가 된다면 장편으로 다시 리메이크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며, 놀라운 연출력과 묘사를 선보인 신미래 감독의 앞으로의 장래가 기대된다. 물론 좋은 연기력을 보여준 두 아역 배우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결정적 장면
영희의 무서운 행동 (4분 31초~5분 30초, 9분 42초~10분 51초)
영수의 여동생 영희는 [방문]의 공포를 상징하는 존재다. 귀여운 아이지만, 고딕 호러물에 나올법한 의상과 새하얀 피부를 지니고 있어 미소 짓는 모습만 봐도 섬뜩한 느낌을 자아낸다. 아이답지 않게 어른의 행동을 모방하는가 하면, 금붕어와 같은 조그만 생명의 목숨을 가지고 놀 정도로 무서운 행동을 보여준다. 그리고 후반부 진실이 담긴 스케치북을 그리는 장면까지… 영희는 존재만으로도 무서운 이 영화의 대표적인 캐릭터이다.
*또다른 추천 단편 영화 [우주의 닭]
[우주의 닭,2015]
감독:변성빈
출연:송소현, 신재훈
줄거리
다운증후군 장애를 지닌 소녀 우주는 담임 선생님을 짝사랑한다. 어느날 선생님이 자신에게만 선물한 줄 알았던 머리핀을 같은 반 친구에게도 선물한 것을 알게 된다. 배신감을 느낀 우주는 선생님께 드리려고 키우던 닭을 교실로 들고 가 난동 부리기 시작한다.
다운증후군 소녀가 느끼는 짝사랑과 배신에 대한 아픔을 냉혹한 현실에 빗대어 그린 영화. 장애인을 바라보는 현실속 사람들의 시선을 가슴 아프면서도 잔혹하게 느껴질수 있는 표현으로 담아냈다. 살벌함과 아픔이 공존한 순간에 영화는 또 다른 장애를 지닌 남자아이를 통해 위로와 진정한 사랑의 메시지를 전하며 한없이 따뜻하고 아름다운 감동적인 결말을 선사한다.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씨네허브)
※ 저작권자 ⓒ 무비라이징.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