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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네버엔딩 씬]! [광식이 동생 광태] 故 김주혁이 남겨준 정감어린 명장면

17.10.31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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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혁
(1972~2017)

"배우는 어떤 모습을 보여도 멋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바로 내 가치관이다." 
(2017년 4월 28일 [석조저택 살인사건] 인터뷰에서)

너무나 갑작스러운 소식이었다. 6개월 전 인터뷰를 통해 이야기를 나눈 김주혁은 배우가 지녀야 할 자긍심과 나름의 연기 철학을 지닌 사람이었다. 그때의 첫 만남 이후 김주혁이라는 배우를 새롭게 보게 되었고, 그가 말한 '배우의 멋'에 초점을 두며 배우들의 연기장면을 유심히 보게 되었다. 그러고 보면 김주혁은 멋과 품격을 아는 연기자였으며, 매 순간 자신의 캐릭터를 자신의 철학에 맞게 창조하기 위해 노력하는 아티스트였다. 짧았지만 1시간 동안 인상 깊은 여러 명언을 남기며 새로운 연기 도전을 기다리고 있었던 그가 내심 그리워졌다. 

추모 기사를 위해 그의 출연작을 다시 살펴보려 할 때, 유독 단, 한편의 영화만 떠올랐다. 영화 속 그의 모습은 평소 주장한 멋과 다소 거리가 멀었지만, 지금의 김주혁을 더욱 정감 어린 존재로 인식시켜준 캐릭터였다. 그 영화는 김현석 감독의 2005년 작품 [광식이 동생 광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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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여자들을 만나 즐기는 바람둥이 인생을 즐기고 있는 7살 어린 동생 광태와 달리 주인공 광식은 10년 동안 한 여자만 짝사랑하고 고백 한번 못해 본 답답한 남성이다. 대학생 때부터 고백도 못 한 채 가슴 앓이만 하던 후배 윤경(이요원)을 졸업후에도 바라만 보다가 결국 사진관 조수인 일웅(정경호)에게 뺏기게 되고, 둘은 나란히 결혼을 하게된다. 바보같이 고백한번 못한 채 짝사랑만 하던 광식은 그렇게 윤경에게 '좋은 오빠'로만 남겨지게 되었다. 그리고 결혼식 날, 광식은 떠나가는 그녀를 향해 처음이자 마지막인 진심어린 고백을 하게 된다. 

그의 고백은 직접적인 고백이 아닌 영원한 동반자를 만나 가정을 이루게 될 그녀를 향해 행복을 빌어주는 '좋은 오빠' 만의 고백이었다. 


최호섭의 '세월이 가면'은 한 여자를 향해 가슴앓이만 한 광식의 이야기와 마음을 단 한 번에 축약한 노래였다. 영화를 본 관객에게는 마지막까지 답답하게 여겨질 장면이지만, 한편으로는 한없이 착한 순정을 지닌 이 남자만의 이별 선언이었던 셈이다. 노래가 끝난 뒤 담담하게 자신의 마음을 전하는 광식이의 독백은 그래서인지 더욱 애잔하면서도 공감 어리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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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이었을까? 아닌건 아닌거다. 될꺼라면  어떻게든 된다. 7년 넘게 그녀를 마음에 품고 있었으면서도 정작 그녀와 이루어질거란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 어쩌면 나는 그녀를 생각하고 그리워하는 바보짓들을 즐겼는지도 모른다. 그게 짝사랑의 본질이다. 이제 더 이상 바보짓 안는다."

수많은 광식이중 하나였던 나에게는 영화 속 김주혁의 마지막 모습과 독백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겨졌다. 위로이자 충고와도 같았던 그 대사와 장면을 남긴 그의 모습을 오랜만에 다시 보니 여전히 광식이와 같은 모습을 갖고있는 내 자신이 한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애잔하게 느껴졌다. 돌이켜보면 수많은 이별을 경험할때 마다 영화속 그의 대사와 장면이 남모를 위로가 되어줬던것 같았다.영화를 통해 수많은 '좋은 오빠'들의 마음을 대변한 그의 연기는 너무나 고마웠고, 앞으로도 영원히 기억될 것 같다. 

오늘따라 그가 부른 '세월이 가면'이 더욱 슬프게 느껴지는건 왜일까? 앞으로 이 노래를 들을때 마다 멋과 품격 그리고 누구보다 사람의 마음을 이해한 그를 영원히 기억하고 싶다.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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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나무엑터스, 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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