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지만 긴 여운] 청춘이 또 다른 청춘에 갑질, 착취를 가하는 이야기 [마리아들]
17.11.02 18:59
[마리아들,2017]
감독:배채윤
출연:이주영, 이후림
줄거리
상미는 마리아를 고용해 대학에서 대리 출석과 시험을 치르게 한다. 그 대신 상미는 아르바이트와 토익 공부를 병행하며 취업을 준비한다. 그런데 마리아가 원하는 점수를 받지 못하자 상미가 학교에 있는 마리아를 찾아가 한 바탕 싸우고 학교에서는 이 사실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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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
영화의 제목인 마리아는 성서 속 '성모'의 이름으로 이 세상 모든 여성들을 지칭할 때 사용된다. 또한, 같은 성서 속 인물이자 죄인 취급을 받은 창녀에서, 예수에게 구원을 받은 막달라 마리아의 이름으로 인간의 죄를 비유적으로 다룰 때 사용된다. 극 중 두 인물의 상황을 생각해 본다면, [마리아들]은 이 두 가지 의미를 혼용 적으로 섞은 뜻이 아닐까 생각한다.
[마리아들]은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는 '대리 제도'를 바탕으로 현시대를 살아가는 청춘의 갑박한 삶과 현실을 이야기하려 한다. 그 점에서 고통받는 청춘의 모습을 전면으로 다룰 거라 생각하지만, [마리아들]은 이들의 고통을 정면으로 다루기보다는 서로가 서로에게 갑질을 할 수 밖에 없는 아이러니한 현실에 초점을 맞춘다.
상미와 마리아의 관계는 조금 특별하다. 상미가 마리아를 고용해 대학교 대리 출석과 시험을 치르게 하는 대신, 자신이 뼈 빠지게 일해 번 아르바이트 비용을 마리아에게 지급하고 취업과 토익에 몰방하는 식이다. 인간적인 정서와 거리가 먼 계약 관계로 철저한 자본주의적 마인드로 맺어진 관계다.
영화는 초반부터 이들이 계약관계를 맺은 장면을 생략하고, 두 사람이 대립하는 순간을 우선적으로 다룬다. 마리아는 상미의 부탁으로 마리아는 대리 출석과 시험을 치렀지만, 성적이 마음에 들지 않은 상미가 이에 분개해 마리아와 싸움을 일으킨 것이다. 두 사람은 서로의 입장만 인지할 뿐 단 한 번도 타인의 입장과 처지를 생각하지 않았다.
상미는 자신이 마리아를 고용했기에 갑의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며, 만족할 만한 점수를 받지 못한 그녀를 나무란다. 마리아는 단지 공부가 좋아서 대학교 강의를 듣고 시험을 치렀을 뿐, 상미를 위해 좋은 점수를 받아야 한다는 의무감은 없었다. 서로의 입장만 생각한 그녀들의 이기적인 싸움은 결국 예상치 못한 파국을 불러오게 된다.
[마리아들]은 이러한 대립적인 상황을 이야기의 중심에 위치시켜, 결과적으로 '을'의 처지에 놓인 이들의 시궁창 같은 싸움을 한층 부각하는데 집중한다. 학교와 기업에 절대적인 을인 취업준비생인 상미와 점수를 위해 교수에게 굽신대야 하는 마리아는 같은 처지에 놓여있는 '을'적인 존재들로 이들의 최후는 인간적 정서가 결여된채 맺어진 집단의 씁쓸한 말로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서로에게만큼은 '갑'이고 싶었던 두 사람은 영화의 마지막 지도 교수의 문 앞에서 울고 절망하며 한순간에 엉켜버린 자신들의 인생을 한탄하게 된다. 모든 것이 끝나고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놓인 그녀들은 뒤늦게야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게 된다.
[마리아들]은 비인간적인 관계로 맺어진 인간관계라도, 동병상련의 입장에 놓이게 되면, 서로를 이해하는 인간의 아이러니한 본성을 비추게 된다. 어쩌면 그 행동이 이기적이면서 치졸하다고 말할 수 있지만, 누가 그들에게 그러한 윤리적인 의미의 돌을 던질 수 있을까? "누구든지 죄 없는 사람이 먼저 저 여자를 돌로 쳐라" 라고 말하며 막달라 '마리아'를 보호하던 예수의 말처럼, 우리는 서로에게 죄인이자 을일 수 밖에 없는 동일한 존재들인 것을…
영화 [춘몽][꿈의 제인], 드라마 [역도요정 김복주]에서 이선옥으로 출연해 연기력을 인정받고 있는 라이징 스타 이주영이 마리아로 출연해 특유의 털털한 연기력을 선보였다.
결정적 장면
상미와 마리아의 충돌! (2분 26초~4분 6초)
이 영화를 '어긋난 계약 관계로 인한 두 여자의 싸움'이라고 정의할수 있는 대목. 상미와 마리아가 머리를 부여잡고 싸우는 첫 장면이 이 영화의 모든 것을 정의하는 장면이라 본다. 이 장면과 함께 영화의 라스트를 연결해서 본다면 더 의미있게 다가올 것이다.
*또다른 추천 단편 영화 [시험]
[시험,2016]
감독:박지혜
출연:이창주, 김상민, 노형주
줄거리
기말고사 시험 마지막날 답안지를 보여달라는 친구의 모습을 그린 단편 영화.
현재 절찬리 상영 중인 커닝 스릴러물 [배드 지니어스]를 연상시키는 영화로 학교 사회에서 당연시하게 여겨지는 커닝 문화의 폐단과 그로 인해 갈등을 느끼게 되는 한 개인의 심리를 섬세하게 그렸다. 옳은 일을 행하려는 주인공의 행동을 이상하게 여기는 집단의 모습이 씁쓸한 여운을 불러오며, 우리 사회의 비정한 현실을 풍자적으로 담아냈다.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 영상=퍼니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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