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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호실] 리뷰: 파산 직전의 서민 사장과 절대 '을' 알바생은 왜 적이 되었나? ★★★

17.11.13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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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호실, 2017]
감독:이용승
출연:신하균, 디오, 김동영, 김종수, 김종구

줄거리
서울의 망해가는 DVD방 사장 두식(신하균). 학자금 빚을 갚으려 DVD방에서 일하는 알바생 태정(도경수). 팔리지도 않던 가게에 기적처럼 매수자가 나타난 바로 그 때! 예상치 못한 사고가 일어나고, 두식은 시체를 7호실에 숨겨 봉쇄한다. 한편, 빚을 해결해주는 조건으로 마약을 7호실에 잠시 감춰놨던 태정은 늘 열려있던 그 방의 문을 두식이 갑자기 잠가버리자 당황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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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양 산업이 되다시피 한 DVD 방을 배경으로 했다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현대 한국 자본사회의 축소판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려 하는 작품임을 짐작게 했다. 예상대로 [7호실] 은 현실의 풍자를 담아내는 데 목적을 두었다. DVD 방은 '반짝' 한탕을 꿈꿨으나, 그와 반대가 되어버린 자영업자들의 좌절된 욕망을 의미하는 동시에 오늘날 한국 서민 경제의 암울한 현실을 상징하는 요소다. 

[7호실 ]은 꿈은 사라지고 좌절만 남겨진 현실 속에서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인간 군상들의 처절한 순간을 웃음과 슬픔이 담긴 소동극으로 그려낸 동시에 이기적일 수 밖에 없는 우리의 모습을 의미심장하게 조명하려 했다. 영화는 주요 인물 간의 관계를 현실 속 문제와 대입시켜 공감적인 이야기로 풀어낸다.

신하균이 연기하는 DVD방 사장 두식은 이 영화의 가장 상징적인 대목이자 누구나 공감할 법한 우리 개개인의 이면을 보는 것 같았다. 부동산, 건물주 앞에서 한없이 약한 모습을 보여야 하는 '을' 이지만, 밀린 월급을 받지 못한 채 묵묵하게 자기일을 수행하는 알바생 태정 앞에서는 고개를 올리고 다니는 '갑'이다. 갑과 을의 위치를 처지에 따라 활용하는 모습이 다소 비열하게 느껴질 법 하지만 어쩌면 이것이 자본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 혹은 서민의 시선에서는 지극히 인간적인 캐릭터로 느껴질 것이다. 

영화는 두 얼굴의 이면을 지닌 두식의 상황만 다루지 않고, 절대적인 을에 위치한 태정의 상황을 비중 있게 다루며 두 사람의 처지를 동등한 위치에서 바라보게끔 한다. 그나마 약간의 자본을 가진 두식과 달리 태정은 학자금 대출과 어려운 집안 경제 현실 속에서 자신의 꿈을 제대로 펼치지 못하는 오늘날의 청춘이다. 그가 최악의 가난을 조금이나마 벗어날 방법은 사회의 어두운 악과 결탁하는 방법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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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7호실] 은 최악의 상황에 몰린 서민층과 청춘의 절박한 상황을 부각해 이들의 대립이 개개인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의 현실이자 세대 간의 갈등이 부딪치게 되는 상황임을 직시시킨다. 물론 이들의 대립은 그 누구도 원했던 상황이 아니었다. 의도치 않은 블랙코미디 같은 갑작스러운 사고와 절박한 상황이 부딪치게 되면서, 난처한 상황이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7호실] 은 이 난처한 상황의 시작을 물질적 욕망에 집중해 현실의 문제를 직시하지 못한 우리 사회의 안일함이 불러온 재앙으로 표현했다. 그 과정에서는 조선족으로 대변되는 사회에서 배제된 제 3자 또는 약자의 희생까지 그려내 강도 높은 풍자성까지 담아내려 한다. 두 사람의 입장과 상황은 시간이 흐를수록 최고조의 위기감으로 연결되어 영화만의 흥미를 유발한다.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7호실'에 각자의 위기 상황을 타파할 수 있는 '무언가'가 남겨진 상황이기에, 두 사람은 엎치락뒤치락 하는 상황을 연이어 맞이하게 된다. 두 캐릭터가 7호실의 비밀과 주도권을 잡기 위해 대립하는 과정은 DVD 방의 특수한 공간을 활용한 에피소드와 두 인물 간의 심리전과 '막싸움'이 그대로 담긴 연극적인 즉흥 연기가 그대로 담겼다. 

캐릭터의 의존도가 높은 만큼 두식과 태정을 연기한 두 배우의 개성적인 연기력이 가장 중요한 때이다. 신하균은 지속적인 위기 상황으로 인해 애민해진 현대인의 심리를 슬랩스틱을 연상케하는 과장된 외형으로 표현하며 웃음과 슬픔을 동시에 지닌 인물을 재미있게 표현했다. 도경수의 태정은 감정을 절제시킨 상황에서 위기의 순간을 벗어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청춘의 모습을 냉철한 시각으로 그려냈다. 짧은 분량이었지만 김동영이 연기한 조선족 한욱은 이 영화의 가장 불쌍한 여운을 남기는 캐릭터로 [7호실] 이 지니고 있는 분위기와 메시지를 강렬하게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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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급의 여운과 특유의 풍자성이 강렬하게 담긴 유머 적 요소들이 적절하게 담긴 영화였지만, 스토리텔링의 측면에서는 다소 아쉽게 느껴진 요소들이 많다. 전자서 언급한 DVD 방이라는 특수한 구조를 활용하는 방식과 두 사람 간의 대립을 비중 있게 그리려는 대목이 사실 그리 많지 않은 편이다. 

두 인물의 사연과 안타까운 정서를 부각하기 위한 요소가 비중 있게 그려진 탓에 [7호실] 만의 B급적 유머와 여운이 그리 큰 부분을 차지하지 못했다. 물론 지금의 결과물도 나쁜 편은 아니지만, 정서적 여운 조금 낮추고 '7호실'을 쟁탈하기 위한 두 사람의 대립과 관계에 좀 더 집중한 이야기를 끌고 갔다면, 작품이 원했던 재미와 풍자성이 좀 더 강렬하게 표현됐을 거라 생각한다.  

[7호실]은 11월 15일 개봉한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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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명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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