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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밤] 리뷰: 오랜만에 만난 제대로 된 정통 스릴러 영화 ★★★☆

17.11.27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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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밤, 2017]
감독:장항준
출연:강하늘, 김무열, 문성근, 나영희

줄거리
새 집으로 이사 온 날 밤 정체불명의 괴한들에게 납치된 형 유석. 동생 진석은 형이 납치된 후 매일 밤 환청과 환각에 시달리며 불안해한다. 납치된지 19일째 되는 날 돌아온 유석은 그동안의 모든 기억을 잃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돌아온 뒤로 어딘가 변해버린 유석을 의심하던 진석은 매일 밤 사라지는 형을 쫓던 중 충격적인 사실과 마주하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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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 전문으로 인식된 장항준 감독의 작품이 맞나 싶을 정도로 [기억의 밤]은 유머 적 색체가 전혀 없는 묵직하고 어두운 스릴러를 지향하고 있었다. 여타의 작품서 흔히 등장하는 부가적 요소와 정서마저 완전히 배제한 채 최소한의 인물과 제한된 공간을 유지하며, 이 영화가 보여줄수 있는 긴장감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동시에 예상치 못한 절묘한 반전을 통해 복선의 흐름을 무시하며 무작위한 반전을 찍어대던 근래의 스릴러물을 무색하게 할 정도로 좋은 스릴러의 표본이 무엇인지를 보여줬다. 물론 여러 제한된 상황을 유지한 만큼 아쉬움도 전혀 없었던 건 아니지만…

줄거리와 공개된 예고편의 상황을 보자면 [기억의 밤]은 두 가지 장르의 혼용을 연상케 한다. 하나는 음모 물이 가미된 스릴러이며, 또 하나는 개인의 심리를 기반으로 하는 공포물이다. 영화는 예상대로 이 두 개의 장르적 요소를 끌고 가고 있지만, 강하늘이 연기하는 진석의 시선을 메인 전개로 만들어, 두 장르의 혼합이 만들어낸 정서적 파급력을 관객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영화는 진석의 악몽으로 시작해 다정한 가족의 모습으로 자연스럽게 넘어가더니 의문의 방, 형의 납치라는 미스터리적 코드를 연이어 던지며 긴장감과 호기심을 절로 불러일으키게 한다. 두 개의 코드 모두 이상하리만큼 괴리되어 있지만, 이후 전개될 영화의 진실과 반전에 유용하게 사용될 단서로 연결되는 복선들이다. 

하지만 영화는 관객에게 이 두 개의 요소에 대한 호기심을 던지기만 할 뿐, 이 부분에 답을 찾기 위한 직접적인 접근을 피하려 한다. 절대 들어가지 말아야 할 의문의 방에 이상한 소리와 현상이 발생하지만, 주인공이 직접 이 방에 들어가 의문점을 확인할 기회를 놓치는 일이 종종 생기는가 하면, 형 유석의 납치 미스터리는 경찰의 미진한 수사와 갑작스러운 귀환으로 쉽게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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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두 개의 요소는 중후반 복선으로 활용될 뿐, 직접적인 이야기에 사용되는 요소도 아닌, 관객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한 '맥거핀' 이었다. [기억의 밤]의 장점은 관객의 시선이 이 두 미스터리에 집중되어 있을 때, 예상치 못하게 등장하는 공포 요소와 인물의 불안한 심리 상태를 표현한 서스펜서에 있다. 

이야기의 화자인 진석은 대학입시 삼수로 인한 불안감에 시달려, 시종일관 약을 복용해야 될 정도로 심각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안고 있다. 그런 진석에게 새로 이사 온 집은 민감함 그 자체이며, 그 안에 의문의 옆방이 존재한다는 것은 불안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요인이다. 영화는 진석이 밤마다 의문의 옆방에 듣게 되는 소리, 그로 인한 불안감이 만들어낸 악몽과 환상을 조명하며, 호러물과 서스펜서 사이를 오간다. 

애민함과 스트레스로 인해 반쯤 미쳐가는 듯한 주인공의 모습은 이어지는 전개의 흥미를 높여주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 형 유석이 납치에 풀려나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지만, 주인공 진석에게는 형은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느껴진다. 이는 그의 시선을 빌린 관객도 함께 느끼게 되는 요인이다. 그러나 전자에 언급된 불안한 심리상태를 지닌 주인공의 시선에서 진행되는 이야기는 온전히 정상일까? 밤마다 악몽을 꾸며, 의문의 옆방에 대한 무서운 상상을 현실처럼 받아들이고 있는 진석의 시선은 그가 만들어낸 허구일 수도 있다. 

[기억의 밤]은 이러한 눈에 보이는 진실에 대한 의문과 그로 인한 불안감이 만들어낸 상황을 시종일관 끌고 가며, 진석이 겪게 되는 다양한 서스펜서적 상황을 완성한다. 달라진 형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그의 뒤를 밟게 되는 추적극의 형태와 영화의 전체적 공간인 집에서 발생하는 대립구조와 공간을 활용하는 방식이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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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서스펜서 스릴러의 전개에 모두의 시선이 집중된 상황에서, 영화는  전자서 언급한 두 개의 미스터리 코드에 대한 답을 서서히 꺼내놓기 시작한다. 자연히 그 과정에서 이 영화가 의도한 거대한 반전이 등장하게 되고, 예상치 못한 새로운 흐름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반전과 함께 등장한 후반부는 처음부터 이어진 모든 이야기를 다시 돌아보게 하는 대목이자, 초반부터 이어진 스릴러와 전혀 다른 구성방식을 보여주는 새로운 이야기의 시작인 셈이다. 

치밀한 구성력을 기반으로 한 초반과 달리 [기억의 밤]의 후반부는 어두웠던 영화의 분위기에 드라마적인 요인과 영화만의 메시지를 담고 있어, 스릴러의 여운에 취해있던 관객에게는 다소 아쉽게 다가올 수 있는 설정으로 논란이 될 수 있는 부분이다. 물론 이 드라마 또한 감정에 치우치기보다는 영화만의 어두운 색채를 강조하는 요소라는 점에서 분위기의 큰 방해를 주지 않는 요소지만, 정서적 부분을 강조하기 위해 약간의 개연성을 해친 부분들이 남아있다는 점은 아쉽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제한된 상황과 설정을 그럴듯하게 구연한 각본과 연출의 힘을 비롯해, 극한의 상황에 몰려있는 개인의 심리를 강렬하게 연기한 강하늘과 두 개의 상반된 내면을 자연스럽게 오가며 긴장감을 높여주는 김무열의 열연이 영화가 추구하는 장르적 쾌감과 긴장감을 제대로 선사해 줬다. 완벽하지 않지만, 드라마와 로맨스 같은 쓸데없는 요소들을 완벽하게 배제하고, 장르적 법칙과 구성에 충실한 정통 스릴러를 구축했다는 것만으로도 [기억의 밤]은 근래 보기 힘든 흥미로운 작품으로 인정받아야 한다.  

[기억의 밤]은 11월 29일 개봉한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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