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연보다 강렬한 조연]1년만에 단역서 주연급 조연으로 올라선 무서운 신예 [미옥] 오하늬
17.11.27 20:31
작년까지만 해도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엑스트라급 단역 배우가 단 1년 만에 비중 있는 조연급 배우로 출연하기까지의 확률은 어느 정도일까? 그동안 여러 조연급 배우를 소개하면서, 그들의 굴곡진 삶과 필모그래프를 유심히 돌아봤지만, 이번에 소개한 연기자는 불과 1년 만에 단역의 위치에서 조연으로, 그것도 주연에 가까울 정도의 비중있는 배역을 맡게된 특이한 케이스를 갖고 있다.
그것도 독립 영화가 아닌 상업 영화 무대에서 이뤄낸 성장이란 점에서 이 연기자의 급성장은 분명 주목할 필요가 있다. 프로필을 보면 '로또' 같은 운좋은 행운 한번을 맞이한 것처럽럼 비칠 수 있지만, 이 연기자 또한 다른 연기자들과 동일한 눈물겨운 무명생활을 보내며 자신의 길을 만들기 위해 수없이 노력하다가 오늘의 좋은 결과를 얻게 되었다. 이번 칼럼의 주인공은 최근 개봉한 김혜수, 이선균 주연의 범죄 누아르 [미옥]에서 나현정(김혜수)의 친동생 같은 존재 웨이를 분해, 과감하면서도 인상 깊은 연기력을 선보인 신예 오하늬다.
이름:오하늬
생년월일:1990년 3월 26일
출생지: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빌레펠트 (공식 프로필 상에는 서울로 표기됨)
키:163cm
오하늬는 1990년 3월 26일 독일의 조그만 도시인 빌레펠트에서 태어났다. (前 축구 국가 대표 차두리 선수가 처음 뛰었던 팀이 있는 도시) 그녀가 한국이 아닌 독일에서 태어난 까닭은 당시 그녀의 부모님이 유학생의 신분으로 독일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이다. 유학 생활에 얻게 된 귀중한 딸인 만큼 좋은 이름을 선물해 주고 싶었던 부모는 서쪽에서 오는 바람이라는 뜻인 순수 우리말 '하늬'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독일 태생이지만 이곳에서 보낸 유년기가 짧은 탓에 독일어와 문화를 접할 기회가 거의 없었다고 한다. 부모님은 그녀가 태어난 지 얼마 안돼 귀국을 결심했고, 자연히 한국으로 오게 되었다.
스무 살이 되기 전까지 평범한 학창 시절을 보내며 장래에 대해 고민하던 십 대 후반의 오하늬는 메이크업 아티스트인 어머니를 따라다니다 수많은 연예인과 예술계 관련 사람들을 만나다가 우연히 유명한 공연을 접하게 된다. 공연장의 수많은 관객이 무대 위 연기자에게 매료되는 것을 보고 질투(?)를 느끼게 되었고, 사람들을 매료시킨 연기라는 것에 관심을 갖게 돼 스무 살의 나이에 연기 입시 학원에 들어가 연기의 기본기를 배우게 된다.
어쩌면 그녀가 이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된 데에는 외가에서부터 물려받은 엔터테이너적인 영향력과 끼도 한몫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녀의 외할머니는 과거 미스코리아 출신이며, 막내 이모 또한 미스코리아와 가수를 겸한 연예인이었으며, 큰이모는 예술적 재능을 지닌 성악가였다. 그녀의 친오빠인 오동하는 아직 상업영화에 데뷔하지 않았지만, 현재 여러 단편 영화를 연출한 영화감독이다.
▲영화 [순수의 시대] (2015)
▲영화 [쎄시봉]에서 맨 왼쪽이 오하늬 (2015)
연기 입시학원에서 2년의 시간을 보낸 오하늬는 수많은 대학교 연극영화과에 지원했지만, 그에 못지않은 불합격의 고배를 마셔야만 했다. 그러다 어느 연예기획사로부터 아이돌 제안을 받게 되고, 그곳에서 연습생 생활을 하다가 1년 만에 그만두게 되었다. 기약 없는 연습생 기간에 대한 불안감과 춤, 노래가 적성에 맞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스무 살 초반에 여 러번의 실패를 맛봤지만, 오하늬는 이러한 경험을 통해 어떻게든 전문 연기자의 길로 가야겠다는 굳건한 결심을 갖게 된다.
아이돌 기획사를 나온 그녀는 직접적인 연기 경험과 활동을 하기 위해 인터넷에 있는 배우 관련 커뮤니티를 통해 프로필 작성 방법과 단역 배우 캐스팅, 오디션 관련 정보를 접하게 된다. 기획사와 매니저도 없었던 그녀는 무심코 직접 작성한 프로필을 여러 영화사에 보내는가 하면, 자신의 존재를 더 알리기 위해 자신의 사진을 첨가한 '배우 오하늬' 라는 명함을 직접 만들어 영화 관련 관계자들에게 돌리기에 이른다. 출연한 작품 목록이 거의 없었던 탓에 무명 시절 그녀의 프로필 목록은 빈공간이 전부였으며, 명함에는 작품 대신 신체 사이즈(?)를 기입하기까지 했다.
눈물겨운 자기 홍보였지만, 꾸준하게 자신의 존재를 어필했고, 틈틈이 피팅 모델, 고깃집 알바, 바리스타 아르바이트를 겸하며 연기자가 되는 그날을 위해 노력했다. 그러면서 틈틈이 오빠가 연출하는 단편 영화에 출연하며 연기의 감을 잃지 않으려 했다.
▲오하늬의 단편영화 출연작 [벚꽃때문에]
▲오빠 오동하의 단편영화 연출작 [목격자], 오하늬는 이 영화서 편의점 알바생으로 출연
그러한 특이한 자기 홍보와 노력 덕분이었을까? 오하늬는 2014년 신하균, 장혁, 강하늘 주연의 영화 [순수의 시대]의 취향루 기녀로 캐스팅된다. 극 중 왕실 연회장에서 신하균의 시중을 드는 기녀로 몇 초간 등장하는 단역에 불과했으나, 그때의 출연은 오하늬 개인의 첫 상업 영화 데뷔이자 소중한 경험이 되었다.
이후 [쎄시봉][스물]의 단역으로 출연하며, 경험을 쌓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연예기획사로 들어가 다양한 활동을 접할 기회를 얻게 된다. 다음 출연작은 전도연, 김남길이 주연을 맡은 [무뢰한]. 단역 캐릭터였으나 대사와 정면 컷이 담긴 연기 장면을 선보여 '손민지'라는 캐릭터의 이름을 처음으로 얻게 되었다.
▲영화 [무뢰한] (2015)
▲영화 [밀정] (2016)
▲영화 [미옥] (2017)
그 이후 출연하게 된 [헤어화] [밀정]에서도 단역에 가까운 캐릭터였으나, 오랜 시간 이 배역을 얻기 위해 고생한 선배들을 생각하며, 오하늬는 정성껏 연기에 임했고, 자신이 등장한 장면이 돋보이게 보일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얻게된 [미옥]의 오디션. 과거 무명 시절의 프로필에 비해 한층 화려해진(?) 프로필은 그녀의 자부심이 되었고, 어렵게 얻은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자신이 지원할 웨이라는 캐릭터에 대해 연구하게 된다. 웨이에게 완벽하게 동화되기 위해 캐릭터의 자서전과 같은 일기를 쓰는 노력을 하게 되고, 다른 환경에서 자라왔지만, 내면적으로 외로웠던 웨이의 모습에 정감을 느끼며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이러한 캐릭터에 대한 남다른 공감과 정서를 이해하고 있었기에 그녀는 [미옥]의 웨이로 캐스팅될 수 있었다. 신인답지 않은 파격 노출과 강도 높은 대사와 행동이 가장 눈에 띄었지만 김혜수, 이선균 이라는 스타급 선배들 앞에서 기죽지 않는 연기력과 자신감을 선보여 영화를 본 모든 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길 수 있었다. 영화에 대한 호불호가 상당한 와중에도 이번 작품에서 독보적인 정체성과 개성을 지니고 있는 캐릭터는 오하늬가 연기한 웨이가 유일하지 않았나 싶을 정도였다. 이러한 [미옥]에서 보여준 연기력을 인정받아, 얼마전 열린 제1회 신필름 예술영화제에서 상업영화부문 신인상을 수상했다.
▲드라마 [역도요정 김복주]에서 리듬체조 선수 연습중 (2016~2017)
▲영화 [마리오네트] 촬영장에서 (2017)
그만큼 자신의 캐릭터를 지켜냈다는 것은 배우 자신에게 있어 큰 성과이자 명예와도 같은 것이다. 영화의 성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오하늬 자신은 이번 영화에 출연한 자신의 모습에 감사함을 느끼며, 시사회 이후 여러 번 극장을 찾아가 볼 정도로 [미옥]에 대한 애정을 쏟아붓고 있다고 한다.
다음 개봉작인 [마리오네트]의 개봉을 앞두고 있는 그녀는 현재 앞으로 배우로서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외국어와 노래 등을 배우고 있으며, 틈틈이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들도 연구하며 감상하고 있다. 영화에 대한 취향과 애정은 '씨네필' 수준으로 에릭 로메르, 짐 자무쉬, 이와이 슌지, 기타노 다케시 감독의 영화가 그녀의 취향이라고 한다.
남다른 연기적 재능과 영화에 대한 애정을 갖으며, 정성이 담긴 연기력을 선보인 오하늬. 단기간에 놀라운 성장을 보여준 무서운 신예인 그녀의 행보가 벌써부터 기대된다.
-화보 & 일상 모습들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HB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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