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지만 긴 여운] 여자라면 더욱 통쾌하게 느껴질 영화…엄마와 딸의 멋진 한방 [꼬인회로]
17.11.29 11:42
[꼬인회로, 2016]
감독:장은진
출연:효천, 김윤영, 전혜원
줄거리
명숙은 딸 희영과 함께 자신의 오빠 광철의 집으로 향한다. 광철의 아들 형준이 결혼 전 함께 식사하는 자리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광철의 가족들은 가난한 명숙과 희영을 무시하고, 참다못한 명숙이 소리를 지르자 평소 심장질환이 있던 노모가 쇼크를 받고 쓰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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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
누구나 명절 또는 친척들을 만나는 자리에서 불편함을 느끼는 말을 한 번쯤은 들었을 것이다. "취직은 언제 하니?" "애인은 있어?" "대학은 어디갈거니?" 와 같은 오지랖이 지나치게 넓으신 어른들의 조언은 불편함을 넘어서 자존감에 큰 상처를 준 한마디다. 이러한 '진상 친척'에 말도 못 하고 속을 삭여야 했던 당신이라면, 오늘 보게 될 9분 단편영화 [꼬인회로]가 위안이 될 것이다.
평범한 일상의 이야기를 지향하는 단편영화지만 한국사회에 잔재되어 있는 편견과 가부장적인 마인드가 뿌리 깊게 자리 잡은 가족 관계와 질서를 적나라하게 풍자하면서, 이러한 불합리한 현실에 강력한 한방을 던지는 통쾌한 영화다. 제목에는 여성 관객이 더 좋아할 거라 강조했지만, 남녀를 떠나 한 번쯤 같은 경험을 해본 관객이라면 매우 즐거워할 작품으로 다가올 것이라 생각한다.
명숙은 남편과 이혼 후 홀로 딸을 키우는 중년의 주부. 어느 날 친오빠 광철의 아들이 결혼할 여자를 데려온다 하자 딸 희영과 함께 광철의 집을 방문한다. 명숙이 부엌에서 요리 완성을 도와주는 사이, 소파에 누우면서 TV를 시청하던 광철이 난데없이 희영을 향해 "대학은 가니?" 라고 물어본다. 희영이 대답을 못하고 얼버부리자 광철은 희영을 무시하듯이 "대학을 가야 사람이 된다"라는 식의 불편한 말을 던진다.
명숙은 광철의 이러한 무시성 발언에 불길함을 느끼게 되고, 그 불길함은 가족들이 모두 모인 식사자리에서 현실이 된다. 아들 부부를 향해 '화목'의 의미가 담긴 조언을 전해주겠다며, 명숙의 이혼사례를 우회적으로 언급하는가 하면, 조카와 딸이 보는 앞에서 명숙의 밥 먹는 습관까지 지적하고 비웃으며 공개적인 망신을 준다. 거기에 한술 더 떠 나이든 노모까지 광철의 편을 들어주며 명숙을 무안하게 만든다.
그럼에도 자신을 향한 비웃음을 잘 견뎌내던 명숙이었지만, 이어지는 딸 희영을 향한 조롱에는 분을 참지 못하게 된다. 공고를 막 졸업한 희영이 대학을 가지 않고 전기 기능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하자, 광철이 코웃음 치며 "여자가 무슨 기술이냐? 우리 공장 경리나 해라"라는 '성차별'에 가까운 망언을 하게 된다. 자신의 딸이 무시를 당하자 명숙은 고함을 지르며, 광철과 노모와 싸우게 된다. 그녀의 눈에는 그들은 더이상 가족이 아닌 편견과 물질 사회에 물든 속물 집단에 불과했다.
명숙이 희영을 데리고 나가려 하는 사이, 노모가 충격으로 쓰러지게 되고 서로 싸우던 가족들은 당황하게 된다. 쓰러진 노모를 깨우기 위해 광철과 의사 아들이 분주하게 움직이지만 별다른 방법을 찾지 못하고, 유일한 희망인 제세동기까지 작동시키려 하지만 말을 듣지 않는 상황. 모두가 발만 구루고 있는 그 사이, 희영이 고장난 제세동기에 관심을 갖게되고 집안에 있는 드라이버와 장비를 사용해 제세동기의 고장 원인을 발견해 즉석에서 바로 수리를 하게 된다. 희영의 손놀림으로 완성된 제세동기로 노모는 어느 정도 의식을 차리게 되고, 가족들 모두 구급대원들을 따라나서게 된다.
한편, 딸 희영의 응급대처로 모든 것이 잘 해결되자 명숙은 딸과 함께 홀가분한 기분으로 팔짱을 끼며 광철의 집안을 나서게 된다. 영화 초반 근심어린 걱정으로 집안을 들어선 모습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었다. 대학을 나오지 않고, 이혼에, 무식하다는 편견을 가족들로 부터 했던 그녀는 딸의 지혜로 큰 위안을 받게되었다. 그리고 그녀가 또 얻은것이 있으니…영화를 유심히 본 관객이라면 매우 흐뭇해할 라스트신이다.
[꼬인회로]는 우리의 일상과 가족 그리고 사회가 정의하는 편견을 향해 보기 좋은 한 방을 날리는 드라마로 9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재미와 의미있는 메시지를 전해주는 작품이다. 러닝타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광철의 진상이 보는 내내 불편함과 분노를 유발했지만, 마지막까지 인내심을 보고 감상한다면 일상에서 느낀 '짜증'을 한 번에 해소해줄 '통쾌한 힐링'을 느끼게 될 것이다.
tvn 드라마 [이번 생은 처음이라]에 이은솔역으로 출연한 전혜원이 공고를 나온 딸 희영을 연기했다.
*또다른 추천 단편 '고대 악마 군단과 한국 신부들의 전쟁을 그린' [더 슈발리에]
[더 슈발리에, 2017]
감독:이관주
츌연:임승범, 조성덕, 김명규, 이영석
줄거리
사탄에 맞서 싸우는 신부들의 활약상을 보여주는 판타지 액션 단편 영화.
[검은사제들]을 연상시키는 엑소시즘적인 분위기와 세계관을 추구하고 있지만, [더 슈발리에]는 '엑소시즘'과 거리가 먼 직접 칼을 들고 싸우는 '기사 신부'들의 이야기를 그린 판타지 액션물이다. 중반까지 어느정도 세기말적인 분위기와 종교적 모습을 보여주더니, 실제 악마 군단의 CG와 칼을 들고 싸우는 신부들의 액션 활극이 펼쳐지면서 B급 전대물의 색채를 지닌 작품임을 드러낸다. 다소 어색하게 느껴질 CG와 배경이지만, 전대물의 영향을 받은 독립 단편 이라는 점을 감안해 본다면 부담없이 볼만한 작품이다. 세계관이 괜찮은 만큼 상업 영화로 잘 기획해 본다면 괜찮은 결과물이 나올것으로 기대된다.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 영상=퍼니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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