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반드시 잡는다]의 백윤식, 카리스마 전문 배우가 독거 노인으로 분한 느낌은?
17.12.03 16:58
매번 강렬한 카리스마가 담긴 캐릭터들을 완성하던 백윤식이 영화 [반드시 잡는다]에서 이기적인 마인드를 지닌 독거노인 캐릭터로 돌아왔다. 장년층 배우들 중 가장 활발한 활동을 보이는 그가 일상적인 캐릭터를 연기했다는 점이 조금 의외였다. 하지만 이번 작품서 백윤식이 연기하는 배역은 인기 웹툰 '아리동 라스트 카우보이'의 주인공. 원작을 통해 증명된 매력적인 캐릭터인 만큼, 이번 연기는 백윤식에게 있어 새로운 도전이었다. 만화 속 캐릭터의 실사화이자, 독거노인이라는 특이한 배역을 연기한 그와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소감은?
뭐라고 해야 할까? 배우는 언제나 자기 작품을 냉정하게 본다. 웬만하면 영화를 즐기고 싶지만, 평가하면서 객관성을 갖고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뭐라고 말씀드리기가 어렵다. 자기 영화에 출연해 놓고 반대 이야기를 하면 자아비판으로 볼 수 있지 않은가? (웃음) 다행히 보신 분들 모두 잘 보신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동료분들도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준비 단계에서부터 원작을 치밀하게 살펴봤으며, 제작진 모두 힘들게 노력한 결과물이라 본다. 영화를 볼 때마다 촬영당시의 기억과 추억이 계속 생각났다. 개봉하면 관객분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으면 한다.
-영화 속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대부분의 장면을 다 좋아한다. 원래 내가 등장한 모든 장면을 사랑하는 편이다. 어디에 편파적 점수를 주는 건 절대 아니다. 대신에 연기하는 과정에서 난이도가 있었던 장면들이 더 여운이 남는다. 개인적으로 영화의 후반부 액션신이 가장 애착이 남는다. 악천후 적인 순간에서 찍은 결투신이다 보니, 인상 깊게 다가왔다. 그날이 비오는 겨울밤이어서 그런지 액션 연기를 했다는 게 쉽지가 않았다.
-원작 웹툰인 [아리동 라스트 카우보이]를 보고 작품을 해야겠다는 확신이 들었나?
맞다. 처음 나에게 출연 제안이 왔던 시나리오와 이번 김홍선 감독이 수정한 시나리오는 완전히 달랐다. 처음에는 선뜻 다가오지 않지만, 계속 미팅하면서 결정되는 작품이 있다. 시나리오를 볼 때마다 캐릭터보다는 각본의 전체적 짜임새를 보는 편이다. 원작 웹툰이 포털에서 연재돼 많은 사랑을 받았으며, 나 또한 재미있게 봤다. 심덕수라는 인물이 만화적으로 봤을 때 완전 노인이었는데, 기획 과정에서 그 개념이 바뀌었다고 들었다.
-원작을 본 사람으로서 처음에 이 작품을 영화화한다 했을때, 전직 형사 박평달 역은 백윤식이 해야 한다 생각했었다. 카리스마가 있는 박평달이 더 탐나지 않았나?
지나간 이야기지만 사실 나도 처음 제작진에게 비슷한 말을 한 적이 있었다. 영화속 심덕수를 박평달과 합쳐서 만들어 달라고 했었다. 심덕수는 소시민 같은 역할이어서, 내가 접근하기에 조금 어려워 보였다. 제작팀에서는 혼자 하는 것 보다는 둘이 함께 하는게 더 좋다라고 요구해서, 결국 그에 따르기로 했고, 결과는 좋았다.
-영화 속 모든 액션을 대역 없이 직접 했나?
맞다. 우리 영화의 무술팀이 있었고, 그들의 지도를 통해 액션 연기를 구현했다. 나도 어느 정도 할 수 있으니까. (웃음) 오토바이 운전도 직접 했다. 스쿠터에 가까운 오토바이였고, 열쇠 수리 관련한 장비도 들고 다녀야 해서 균형을 맞추느라 애를 썼다.
-기존에 보여준 설정된 액션과 다른 일상적인 액션이어서 어려웠을 것 같다.
그렇다. 예전에는 고수 느낌의 액션이었다면 이번에는 본능적인 액션 연기다. 거의 목숨을 내놓고 적진을 향해, 정신력으로 버티기만 한다. 다시 영화를 보고 나니 꽤 많은 사람과 부딪쳤다. (웃음)
-성동일 배우와 함께한 소감은?
그는 무조건 좋은 연기자다. (웃음) 오죽하면 전 인터뷰에 연기 잘한다고 애기했겠나? 그 친구도 연기 한지 20여 년이 넘는 베테랑이다. 프로필만 봐도 나와 20년 차이다. (웃음, 앞에 놓인 녹음기를 발견하고 입에 갖다 대며…) 동일아 미안하다 나이를 오픈해서 (웃음) 작품 활동을 왕성하게 한 후배 연기자이며 전무후무한 인생 캐릭터를 만났으니, 그 친구가 정말 잘했다. 자기 스스로도 촬영하기 전에 그동안 보기 힘든 캐릭터를 만나게 될 거라고 자신했었다. 거의 자기 생활하는 개념으로 편하게 연기했으니, 호흡을 맞추기가 쉬웠다. 성동일은 참 센스 있는 배우다. 그리고 매너도 정말 좋다. 그래서 생전 내가 이런 편은 아닌데, 상대 배우에게 처음으로 편하게 말을 놓으면서 연기했다. 내가 말을 놓고 편하게 하니 스태프들도 놀라면서 좋아하더라. (웃음) 성동일은 앞으로 창창하게 연기와 인생이 잘 풀릴 것 같다.
-후배들하고 연기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누는 편이 아닌가?
잘 안 한다. 어떤 사람은 조언을 한다고 하지만 나는 자기 자신이 알아서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연기는 스스로 터득해야 한다. 좋은 교육기관도 있고, 연극 무대도 있으니 배우 스스로가 노력하고 경험해서 완성해야 한다. 나도 연극에서 처음 시작했고, 난이도가 있는 연기도 많이 해봤다. 유명한 배우들도 연극에서 출발을 많이 해봤다.
-데뷔 시기를 보면 탤런트였는데 그전에 연극을 했었나?
그랬다. 그때부터 연기를 처음 했다. 고등학교 때는 연기에 대해서 전혀 몰랐다. 연극 영화과를 다니면서 연극무대에 대해 알게 되었고, 친구들과 함께 연기하면서 배우게 되었다. 그러다 학교에 다니면서 무대에 발을 넣게 되었다. 동인 극단과 같은 자체적 제작비를 조달해서 하는 시스템을 겪어봐서 자급자족 개념의 무대도 만들어 봤다.
-심덕수는 홀로사는 독거노인이자, 이기적인 캐릭터다. 잠시 이기적인 외로운 노인을 연기해 본 소감은 어떤가?
크게 괴리되는 부분은 없었다. 나도 나이는 이야기하기 싫지만…(웃음) 웬만큼 살아보지 않았나? 나도 나름대로 배우라는 직업을 통해서 이 나이까지 왔으니, 캐릭터를 통한 사회적 괴리감은 없었다. 그런 다양한 사건들과 관련한 뉴스를 접했고, 심덕수와 같은 캐릭터 또한 많이 봤다. 월세를 받고 하는 것은 치사해 보이지만, 그의 유일한 생계수단이기에 어쩔 수 없다고 본다. 거기다 그는 또 유능한 열쇠수리공이지 않은가? 어쨌든 아주 열심히 성공한 캐릭터라 생각했다. 그런 자수성가한 심덕수의 모습은 '귀여운 스쿠루지' 라고 본다. 우리 사회에는 심덕수 처럼 그렇게 열심히 사는 분들이 많다. 그들은 자기 앞 충분히 가리며, 관리도 철저히 하는 현명한 분들이다. 그런 심덕수가 이기적으로 보일수 있지만, 속마음은 깊은 인물이다. 영화 후반 지하실에서 범인이 심덕수에게 왜 구하러 왔냐고 묻자 "미안해서 그랬다" 라고 말하는 부분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심덕수는 205호 여대생이 힘들게 사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자기의 생활기준이 무너지기 때문이다. 있는 사람이 너무 몰아붙인 것 같지만 그런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 심덕수의 철학이다. 어려운 만큼 약간은 도와주면서 더 열심히 살라고 무언의 조언을 준 것이다. 물론 현실의 청춘들에게는 어렵게 다가올 수 밖에 없다. 결국 심덕수 같은 세대가 해줄수 있는 것은 그럼에도 어떻게든 열심히 살라는 메시지다. 원작에서 보면 심덕수가 죽음에 관해서 트라우마가 있다. 한국전쟁 당시 동생의 죽음을 보게 되었고, 그로 인해 죽음에 대한 트라우마가 크다. 자신의 실수로 인해 동생이 죽었기에 그에 대한 죄책감을 갖고 있는 캐릭터다. 그것 때문에 205호를 구해야 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우리 영화에서는 그러한 부분은 삭제했지만, 내가 캐릭터를 완성할 때 원작의 그 모습을 참고했다.
-전작과 이번 작품도 웹툰이 원작이다. 평소에 즐겨보는 웹툰이 있었나?
웹툰은 아니고 만화 단행본을 즐겨보는 편이다. 아들인 도빈이가 책을 자주 구입해 줘서, 자주 본다. 그리고 웬만한 좋은 작품이 나오고, 영화화되려는 원작이라고 들었을 때는 반드시 구입해서 보는 편이다. [타짜]도 그렇고, 허영만 화백의 책도 꾸준히 보는 편이다.
-지금까지 동원한 관객 수가 4,000만이다. 비결은 뭐라 보는가?
글쎄 그건 장담할 수 없는 거라 입에 담기가 그렇다. (웃음) 근데 그런 것은 항상 하는 이야기지만 흥행은 하나님도 모르는 것이다. (웃음)
-배우로서 반드시 지키는 원칙이 있다면?
없다. 나는 자연인이다. (웃음) 무슨 틀에 박혀 있다기보다는 내 직업에 충실하고 최선을 다할 뿐이다. 나는 진행형 인생을 추구하는 편이다. 우리는 직업의 특성상 예술의 틀 안에서 나의 소소한 움직임은 창작 활동이라 생각한다. 창작이란 앞으로도 계속 진행되는 것이다.
-2011년 [뿌리깊은 나무] 이후 권력의 한 가운데에선 캐릭터를 연이어 해와다. 백윤식이 생각한 권력이란 무엇이라 생각하시나?
'양날의 검'이라 생각한다. 어떤 훌륭한 칼이 있다고 치자. 그런데 그것을 어느 쪽으로 반대로 뒤집느냐는 따라서 결과나 상황이 달라진다. 그것을 긍정적인 쪽으로 사용해야지 부정적으로 사용한다면 비극이 된다. 역사적으로 그렇지 않은가? 결국, 권력은 긍정적으로 사용해야 좋은 거라 생각한다.
-자기 관리는 어떻게 하는 편인가?
아까 이야기한 대로 자연인 대로 사는 것이다. (웃음) 많이 움직이고, 기본적으로 스포츠 클럽 가서 기본적인 체력관리를 한다. 그리고 기회 닿는 대로 부딪쳐야 한다.
-심덕수와 같은 생활규칙이 있는 편인가?
그렇다. 그냥 막살면 안 되잖아. (웃음)
-장년 배우분들의 영화들이 많지 않다. 그런 거에 대한 아쉬움은 없나?
아쉬움보다는 그걸 억지로 할 수 없지 않은가? 투자, 제작, 감독분들의 상황이고 마인드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지금 모든 시스템이 할리우드화 되고 있다는 점은 좋은 편이라고 본다. 관객들이 원하는 다양한 요소들이 완성될 수 있으니까. 음식들도 편식하면 안 되듯이 투자와 제작하는 분들의 마인드를 보면 다양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본다. 거기에 못지않게 관객들의 정서도 중요하다.
-예전 시나리오 작가 지인이 전쟁영웅, 킬러, 암흑계의 전설 캐릭터로 백윤식을 염두하며 쓰고 있다고 한 적이 있었다. 그 정도로 대중들은 백윤식 하면 강렬한 카리스마를 지닌 캐릭터로 생각한다. 왜 그렇게 생각한다고 보는가?
내가 좀 그렇게 보이나 보다 (웃음) 그런 걸 접근하고 소화할 수 있는 좋은 재료로 볼 수 있다니 배우 입장에서는 좋다. 그렇게 생각해 준 것만으로도 고맙게 생각한다. (웃음)
-새롭게 도전하고 싶은 캐릭터는?
항상 진행형이다. 여건만 좋다면 새로운 캐릭터가 나올 것이라 본다. 새로운 캐릭터 제안이 온다면 관객들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 부분에서는 긍정적인 마인드다.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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