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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어떻게 이런분이 스릴러를…'진짜' 유쾌한 연출자 [기억의 밤] 장항준 감독

17.12.10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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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터를 켜라][불어라 봄바람] 등 유쾌한 코미디를 주로 연출했던 장항준 감독이 오랜만에 복귀했다. 하지만 이번 그가 내놓은 이번 장르는 스릴러. 그의 아내 김은희 작가의 전문 분야지만, 코미디 분야에 평소 유쾌한 이미지의 웃기는 감독으로 유명한 그가 스릴러를 내놓았다는 사실이 조금 의아했다. 하지만 공개된 영화는 그의 작품이 맞나 싶을 정도로 유머 하나 없는 묵직한 정통 스릴러였다. 그런데 인터뷰를 위해 만난 장항준 감독은 정말 이 영화를 만든 연출자인가 싶을 정도로 시종일관 가만히 있지 않았다. 어떻게든 유쾌한 수다를 이어나가려 할 정도로, 웃음을 불러냈기에 인터뷰 시간은 내내 흥겨운 분위기였다. 공포적  분위기와 상징적 장면이 많은 스릴러물을 유쾌하게 설명해 준 덕분에, 얼마전 배우 김무열이 언급한 화기애애한 촬영 분위기가 어땠는지 알 것 같았다. 앞으로 장항준 감독과 함께 일할 제작진과 배우들은 매우 행복한 분위기 속에서 무서운 스릴러를 촬영할 것이라 생각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결과물을 냉정하게 평가하자면?

아주 많이 아쉬운 부분들이 있긴 하다. '아…이렇게 하지 말 걸 하지 말걸…' 하는 부분들이 많았다. '저건 사족이었구나. 루즈 했구나. 설명적이었구나.' 하는 부분들이 간혹 있었다. 개인적으로 영화에 너무 빠져서 후반 작업하면서 그런 건 생각 못했는데, 막상 결과물을 보니 그 문제점이 보이는 거였다. (웃음) 정말 재촬영하고 싶다고 느낀 부분들이 많았다. 그래도 전반적으로 우리 배우들이 연기를 잘해줘서 잘 나온 것 같다. 스태프들도 최선을 다했다. 크지 않은 예산에서 우리 할 건 다했다. (웃음) 


-술집에서 들은 이야기를 토대로 이 작품을 기획했다고 들었는데…어쩌다 이 작품을 기획하게 되었나? 

합정동 술집에서 지인과 술 한잔하다가 들은 이야기가 원천이었다. 사촌 형이 집을 나갔다 돌아왔는데, 형이 이상해졌다는 이야기였다. 잘 알고 지낸 사람이 갑자기 서먹하게 느껴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만약 그 사람이 형이 아니었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가 가출에서 납치, 기억상실 설정까지 넣으면 괜찮은 미스터리가 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영화만의 줄거리를 완성할 수 있었고, 여기에 어떤 메시지를 넣어야 할까 생각했다. 그러다 가족의 이야기로 가자고 결정했고, IMF 시대의 가족 붕괴를 넣어서, 가족을 잃어버린 두 남자의 컨셉을 끌고 가기로 했다. 최면, 정신분열과 같은 설정을 넣기 위해 드라마 [싸인] 때 부터 알고 지낸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자문을 받게 되었고, 내 상상이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에 너무 놀라서 바로 활용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심리적인 요소가 많아서 자문을 받을 수 밖에 없었고, 1년간의 각본 수정 작업을 진행했다. 


-소수의 인물, 한정된 배경을 한 탓에 연극을 보는 느낌이 들었다. 이러한 촬영방식으로 인한 현장 작업에서의 장단점이 있었다면? 

우선 내가 항상 한정된 공간에서 발생하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재미있게 본 영화들도 거의 한 장소서 벌어진 이야기다. 하지만 이러한 설정은 관객 입장에서는 지루할 수밖에 없다. (웃음) 관객분들이 초반 전개가 빠르다고 했지만, 실제 영화적으로 볼 때는 느린 전개였다. 그렇기에 관객들이 지루함을 느끼면 안 된다 생각해서 인물의 세밀한 감정에 집중했다. 마룻바닥, 창문, 음악 활용 등 미세한 것에 집중했고, 신비스럽고 음산한 분위기를 만들려고 했다. 그러다 인물들이 집 밖에 나갔을 때 쾌감이 컸다. 그때부터 영화가 쉬지 않고 전개된다. 관객들도 그 부분에 큰 재미를 느꼈을 것이다. 


-하우스 호러, 음모 물, 심리 물, 서스펜서 등 스릴러의 모든 장르적 요소들이 이 영화에 적절하게 담겨있다. 그래서인지 히치콕 영화처럼 이리저리 장르를 오가는 기분이 들었다. 하나의 방향으로 갈 생각은 없었나? 

이 영화는 상업적인 장르물이다. 한 방향으로 쭉 가는 것은 팝콘 영화 관객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다. 우리 영화 후기를 보니 팝콘이 앞으로 다 쏟아졌다고 한다. (웃음) 그러면 안 되는데...(웃음) 친한 지인은 어제 영화 보고는 처음 너무 놀라서 바로 옆에 있는 사람을 껴안았다고 한다. (웃음) 우리 영화는 장르적으로 가기에는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다. 가족의 붕괴, 해체를 통한 비극적인 운명을 다루려 하다보니, 모든 요소들이 중요했다. 이번에 느낀 것이라면 관객들을 쫄깃한 여운으로 끌고 가는 것이 더 좋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다음에는 하나의 톤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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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집은 유령의 집인 동시에 정신병동 같은 곳이다. 무엇보다 이 영화가 가족의 배신을 담았다는 게 충격적이었다. 이 영화가 말하려는 가족의 의미는 무엇이라 봐야 할까? 

나는 그것을 장르적으로 봤다. 가장 익숙한 곳이 낯설어지는 것, 그러한 요소가 인간이 가장 두려움을 느낄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보통 영화라면 가족에게 돌아오면서 끝나지만, 우리 영화는 반대다. 가족에게 왔지만, 같이 있는 가족이 이상한 존재라면 어떻게 느껴지겠나? 이 영화가 가족의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사실 이 가족에게는 무서운 비밀이 있다. 우리 영화의 가족은 결핍과 상실을 의미한다. 그것을 보여주기 위해 1997년 IMF 설정이 등장하게 되는데, 바로 이 모든 비극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가족은 영화 속에 그려진 것처럼 익숙하고 따뜻한 것이다. 그것이 바로 진석과 유석이 원하는 가족의 이상향일 것이다. 포근하고 기대서 잘 수 있는 것 그게 바로 그들이 원한 가족이다. 하지만 우리 영화는 그들의 바람을 완벽하게 배신한다.  


-샤프심 장면을 비롯해 문을 묘사하는 장면에서는 게임 '바이오 하자드'의 장면이 연상되었다. 그만큼 디테일을 중시한 것 같다.

나도 그 게임 많이 했다. (웃음) 그 문이 진짜 무서웠다. 김은희 작가와 같이하다가 소리도 질렀을 정도였다. (웃음) 샤프심 설정은 예전 독서실 다닐 때, 실제 당한 내용을 토대로 했다. 독서실에서 애들이 많이 자는데, 그럴 때 마다 물건을 훔치는 도둑들이 있다. 그때 훔쳐가는 애들이 애가 진짜 자는지, 안 자는지 보려고 영화 속 같은 샤프심 실험을 한다. 실제로는 눈이 아닌, 머리 뒤에 한다. 그때 내가 도둑에게 당한 경험과 유석의 감정을 겹쳐서 완성했다. 문장면의 경우에는 문 너머에 무엇이 있다는 상상력을 최대한 이용했다. '그 너머에 뭐가 있을까?'라는 설정을 의도적으로 다뤘고, 이 장면에 어울릴 음향에 대해서도 고민했다. 


-강하늘을 극한으로 몰아붙이는 영화다. 강하늘의 심리를 두렵게 하기 위해 개인적으로나 즉흥적으로 의도한 게 있다면?

배우의 연기가 매우 중요한 영화였기에, 강하늘과 일대일로 만나면서 장면에 대해 논의했다. 배우는 배우대로 자기 의견을 내세웠다. 감정이 꽤 명쾌한 친구여서 크게 안심했다. 그래서 현장에서 즉석에서 의도한 설정은 없었다. 오히려 더 압박하지 않을 정도로 하늘 씨가 너무 잘해줬다. 김은희 작가도 영화를 보고 나서, 배우들에게 고마워해야 한다고 했다. (웃음)


-두 배우가 전혀 의도치 않은 애드립을 선보여 놀라게 한 장면이 있었다면? 

아쉽게도 없었다. (웃음) 배우들이 시나리오대로 잘 해줬다. 너무나 말을 잘 듣고 유순한 사람들이다 보니 각본안에서 최선을 다하려 했다. 배우 자체가 감정의 기복이 심한 직업군인데, 이 두 사람은 어떻게 이렇게 착할까 할 정도로 '군계일학' 이었다. 이상한 걸 하더라도 나한테 물어보고 할 정도였다. (웃음) '컷' 해서 "이거 하지마!" 하면 "네"라고 할 정도였다. (웃음) 내가 볼 때, 이게 아니야 라면 따지지 않고 그대로 따르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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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 소재의 작품이라 매우 민감할 수 밖에 없다. 문제의 후반부 살인 장면을 찍을때, 가장 주의한 장면은?

최대한 잔인해 보이지 않게 하려고 노력했다. 원래 삭제된 장면인데 40대의 진석이 방에 들어온 장면에서 살해 재연 장면이 있었다. 긴 느낌이 있지만, 실제로 보면 너무 잔인하다. 그래서 그 부분은 최대한 편집했다. 진석에게 관객이 공감을 하려면 피치 못할 사정이 있을 수 있겠지만, 최대한 감정 공감이 될 수 있어야 했다. 그래서 살인 설정은 제정신이 아닌 상태서 발생하는 거로 했다. 살인 장면과 관련해 배우에게 너무 많이 찌르면 관객이 용서할 수 없다 생각해서, 너무 깊은 감정을 담지 말라고 주의했다.  


-이 영화를 보고나니 '무한도전' 영화에서 보여준 어두운 색채의 연출력이 괜한 게 아닌 것 같았다. 그 영화는 [기억의 밤]을 위한 연습이었다고 할까?

그럴 수도 있고 안 그럴 수도 있다. 원래 안 하려고 한 작품이었는데, 김은희 작가가 하라 해서 결국 하게 된 거였다. (웃음) 원래 무한도전 팀에서 직접 두 번이나 요청했는데, 제작사 대표님이 영화를 찍어야 하니 워밍업으로 생각하고 하라고 했다. 사실 촬영요건이 좋지 않았다. 힘든 부분들이 많았지만, 끝나고 나니 속이 후련했다. 그때가 힘들었던 기억이 많다. 스케줄이 살인적이었고, MBC에서는 큰 예산으로 지원했지만, 좋은 퀄리티를 만들기 위해서는 적은 예산이었다. 어찌 됐든 연습이 맞다. 


-촬영장에서 플랭크를 한 이유는? 

계속 앉아 있으니까. (웃음) 그리고 그때 몸을 가꿔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대로 가면 무너진다고 생각해서 플랭크를 하려고 했다. 그때 플랭크에 재미가 들릴 때였다. (웃음) 감독들은 촬영장서 계속 앉아 있으니, 이 운동을 해야 한다. 뭐 오래 걸리지도 않았다. 


-신인 감독 시절 코미디 영화를 연출했던 이유는? 

그때는 코미디가 참 좋았다. 어느 장르보다 재미있었고 좋아했다. 만드는 과정도 참 좋았다. 아마도 계속 취향이 바뀌는 것 같다. 배우들도 그렇듯이 감독들도 그렇다. 특정 장르 영화를 하다가 갑자기 다른 장르물을 하고 싶을 때가 있다. 김지운 감독님이 그렇지 않은가? 그 나이 때 흥미로울 수 있는 장르인지 모르겠지만,스릴러 같은 묵직한 장르는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더 끌리는 것 같다. 인간의 본성, 본연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서 그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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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 영화로 다시 돌아오실 의향은?

그건 모르겠다. 지금은 스릴러가 좋다. 언제 또 바뀔지 알 수 없다. (웃음)


-예전 기획한 1954년 스위스 월드컵에 출전한 한국 대표팀의 이야기 구상은 물 건너 간 건가? 

그렇다. 아무래도 예산문제가 컸다. 그리고 너무 대작이었다. (웃음) 70억 정도 필요하다고 생각했는데, 현장에서는 60억으로 하자고 했다. 만약 그렇게 했다면 정말 욕먹는다. 1954년 한국, 일본, 스위스가 나와야 하니 어마무시 하지 않은가. (웃음) 엄청난 분량이 들어가야 하기에 쉽지가 않았다. 그때 들어갔으면 좋았겠지만, 만약 그때 안됐다면 해야 했다. 


-예전 라디오서 영화 비하인드 관련 이야기를 거의 연재식으로 들었다. (그때 당시 방송이 'MBC 윤종신의 두시의 데이트') 지금도 말재주가 좋으시고, 대중적인 인기도 있으신데, 이런 형식으로 책이나 팟캐스트로 내놓을 의향은 없으신가?

그런 이야기를 가끔 듣는다. 그런데 그러면 조사를 철저히 해야 해서…(웃음) 앞으로 내가 영화를 못할 수도 있으니, 나중에 영화를 못 하면 하겠지. 지금은 계속 영화 작업을 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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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메가박스(주)플러스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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