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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지만 긴 여운] 성매매업소에 끌려간 십대 여자아이 취재기 [보호자]

17.12.12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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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자,2017]
감독:최은우
출연:감승민, 전희연, 이윤선, 홍지석

줄거리
청소년 성매매를 소재로 시나리오 작업을 하던 정우는 여자 친구와 다툼을 하던 골목에서 성매매업소로 끌려가는 지민을 보게 된다. 다음날, 시나리오 독촉을 받고, 괴로워하던 정우는 우연히 어제 본 지민을 떠올리게 되고, 취재를 위해 찾아가 만나게 된다. 하지만 취재 도중 쓰러진 지민을 응급실로 데려가게 되고, 성매매업소 포주가 응급실로 지민을 찾아오지만, 정우는 포주를 피해 자신의 집으로 데려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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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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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의식을 기반으로 한 작품들은 주인공을 난감한 상황에 몰아넣은 뒤 그들의 딜레마를 자극하려 한다. 인간적인 선택과 윤리의식 사이에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에 위치시켜 당신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를 묻고는 한다. 대개 이런 작품들은 답을 내놓기보다는 열린 결말을 제시하는데, 그만큼 여기에 대한 정답은 없으며, 막상 영화를 완성한 창작자 본인도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잘 모른다. [보호자]는 청소년 성매매라는 민감한 소재의 작품을 완성하려 한 영화감독이 실제 성매매업소에 일하고 있는 여자아이와 마주하게 되면서 갈등하는 인간적인 모습을 그렸다. 

불완전한 미래로 인해 여자친구로부터 이별 통보를 받은 영화감독 정우. 영화사의 요구로 청소년 성매매를 소재로 한 영화의 시나리오를 맡게 되었지만, 민감한 소재를 지닌 만큼 무난한 이야기를 완성하기가 쉽지 않다. 작품 구상으로 고민하던 그는 우연히 포주에 의해 강제로 성매매 업소로 끌려간 십 대 여자아이를 생각하며 문제의 업소로 가게된다. 그곳에서 만난 지민은 며칠 전, 정우가 목격한 아이. 지민과 인터뷰를 시도한 정우는 지민이 갑자기 쓰러지자 병원으로 데려가게 되고, 의도치 않게 그녀의 보호자가 된다. 

자신의 인생 하나 제대로 책임지지 못한 그가 누군가의 보호자가 된 것은 너무나도 어색한 상황. 갑작스럽게 병원을 찾아온 포주와 마주한 자리에서 영화에 사용한 경찰증 소품을 사용하는 등 나름의 재주를 발휘하며 지민을 보호한다. 포주의 눈을 피해 지민을 자신의 숙소로 데려와 인터뷰를 시도하려 한다. 그런 와중에 이별을 선언한 여자 친구가 느닷없이 숙소로 찾아오게 되고, 정우는 의도치 않게 지민에게 상처가 되는 말을 뱉게 된다. 잠시나마 정우를 보호자라 생각한 지민은 실망스러운 심경을 느끼며 숙소를 뛰쳐나가고, 이도 저도 못하는 정우는 갈등하게 된다. 

[보호자]에서 가장 큰 공감을 불러온 대목은 바로 후반부 숙소 장면이다. 가출하다 업소에 붙잡힌 지민을 윤리의식과 양심에 의해 구해내는 데 성공했지만, 그 이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막막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당분간 집에서 지내며, 거처를 알아봐 준다고 말했지만, 지민의 인생을 도와줄 만큼 그의 형편도 넉넉한 상황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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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뱉은 말에 후회스러운듯한 표정을 짓고, 여자친구 앞에서 지민의 상황을 무책임하게 이야기할 정도로 정우는 가출 소녀의 보호자가 되기에 부족함이 많은 사람이다. 시종일관 자신을 바라보는 정우의 눈빛을 불편해한 지민의 마지막 말 한마디가 말해주듯이, 정우의 행동은 지민에게 가식에 가까운 모습이었을 것이다. 

우유부단한 정우의 이런 모습은 비단 작품 속 캐릭터만의 모습이라고 봐야 할까? 청소년 가출, 방황, 성매매 등의 다양한 사회적 논제에 대한 토론하고 대책을 마련하지만 언제나 의견과 이론으로만 그칠 뿐 실제적으로 우리는 발 벗고 나서서 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영화를 통해서라도 사회를 향한 메시지를 전해야 하는 영화감독 정우의 대처마저 현실에 부딪힌 만큼 우리가 누군가의 보호자가 되기란 어렵기 마찬가지다.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하는 성인의 위치에 있지만 그럴만한 여건과 처지가 되지 못해 도움을 줄 수 없는 정우의 모습은 실생활에서 문제를 마주한 우리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이 영화는 사회적 대책을 촉구하기보다는 불편하지만 씁쓸한 우리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이야기하고자 한 작품일 것이다. 적어도 이러한 솔직한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어려움에 처한 타인을 바라보는 시선과 그들이 우리를 바라보는 시선을 이해함으로써, 우리가 그들을 향해 진정으로 다가갈 수 있는 용기가 생기지 않을까?


#결정적 장면

"사람 그런 눈으로 쳐다보지마" (25분 53초~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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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가 자신을 구한 행동에 이유가 있었음을 알게 된 지민이 숙소를 나가버린다. 정우는 당황하며 나가려는 지민을 막아 세우며, 자신이 행한 선의적 행동을 무시하고 나가려는 그녀를 향해 따지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러한 그의 발언은 그녀를 강압적으로 대하고 모욕한 포주의 행동과 별반 다를바 없었다. '내가 선의를 베풀었으니 너는 따라야 한다'라는 식의 말투는 그녀에게 있어 결국 선의를 가장한 강압으로 느껴졌던 셈이다. 처음 숙소에 왔을 때부터 자신을 바라보는 눈빛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지민은 인터뷰를 가장해 자신에게 접근한 정우에게 "사람 그런 눈으로 쳐다보지마"라고 말하며 돌아서게 된다. 어쩌면 그녀가 원한 것은 도움이 아닌 인간 대 인간으로서의 평등한 대우이자 존중이 아니었을까? 자신에게 솔직하게 다가서지 않고, 자신의 처지를 타인에게 말한 정우의 행동은 지민에게는 가식으로 느껴졌다. 그러한 그녀의 말은 이후 영화 감독이 된 정우에게 오랜 잔상으로 남겨진다. 


*또다른 추천 단편 '어느날 색깔을 구분하지 못한 여성의 사연' [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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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인,2017]
감독:이혜인
출연:이시영, 서동진, 김민철

줄거리
결혼을 일주일 앞둔 쇼호스트의 좌충 우돌 이야기의 단편 영화

결혼이라는 새로운 출발과 설렘 속에 알게 모르게 불안함과 남모를 변화를 느끼고 있는 한 개인의 내면을 색깔 구분을 통해 그려낸 독특한 심리극이다. 다소 어려운 소재지만, 일상에서 느껴지는 변화와 색감 구분을 어려워 하게 되는 주인공의 모습이 묘한 공감을 불러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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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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