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지만 긴 여운] 자살하러 여관에 간 남자...죽은 귀신의 유혹을 받다 [404호]
17.12.21 21:26
[404호, 2013]
감독:조지훈
출연:손철민, 이인호, 김로완, 김수웅
줄거리
자살하러 여관방에 간 남자가 그 곳에서 1년 전에 자살했던 영혼을 만난다. 영혼은 남자의 몸을 통해 환생하기 위해 남자가 육체를 기증하도록 유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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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
'인생은 아름답고 살아볼 만한 가치가 있다.' [세븐]의 서머셋 형사 (모건 프리먼)가 읊조린 대사처럼 인생은 정말 살아볼 가치는 있지만, 그만큼 살아가기란 어렵다. 언제나 우리의 삶이 아름다울 수 없기에 누구나 한 번쯤은 자살에 대해 고민하고 생각해 봤을 것이다. [404호]의 주인공 종수가 그 누구도 실천하기 어려운 자살을 실행하기 위해 허름한 여관방에 들어선다. 그리고 과감하게 자살을 시도했지만, 갑자기 사후세계의 영혼 승덕을 만나게 되고, 그곳에서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다. 자살한 사람은 무조건 지옥에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지금의 인생보다 더 고통스러운 순간이 있다는 사실을 안 종수에게 승덕은 천국에 갈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한다. 그 방법은 남자의 육체를 자신에게 양도하는 것. 이를통해 죽은 영혼인 승덕은 종수의 몸으로 현재를 살아간다. 곧 죽을 그에게 달콤한 제안이었지만, 이상하게 막상 모든것을 포기하고 떠나기가 쉽지가 않다.
[404호]는 자살 이후 육신을 교환한다는 참신한 소재를 강점으로 두고 있다. 삶과 죽음 그리고 지옥이라는 테마를 둔 만큼 무거운 분위기는 기본이지만, 이를 표현하고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대목들이 친숙하리만큼 꽤 흥미롭게 그려졌다. 영혼을 교환할 수 있는 중개적 역할과 계약서를 통해 교환이 이뤄진다는 설정이 현실 세계의 자본 논리를 보는듯한 느낌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주인공 종수에게 신체 교환 제안을 하는 여관 안의 영혼 승덕은 과거 영업 세일즈맨 출신으로, 과거의 경험을 살려 종수가 신체를 내놓을 수 있도록 유도한다. 자살하면 무조건 지옥행이기에 천국에 가려면 신체를 교환하면 된다. 이는 마치 현실의 불안감을 강조하며 보험과 관련한 금융상품을 강요하는 현실 세계의 영업방식을 떠올리게 한다. 그의 이러한 언변과 친화력은 천국과 지옥을 관리하는 관계자들과의 친분으로 연결돼 사후세계의 모든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요인이 된다.
이러한 계약 논리와 세일즈 방식이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순간에도 이뤄진다는 점이 아이러니한 여운을 불러오지만, 이는 이 영화만의 재미를 불러오게 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달콤해 보이는 승덕의 제안이지만, 목숨을 바꾼다는 점을 고려해 본다면 신중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자살하면 지옥에 간다는 승덕의 말은 과연 사실이며, 그가 이렇게 신체를 바꾸는 것에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쉽게 신체를 내줄 것 같았던 종수였지만, 그는 이런저런 이유로 신체를 주는 것을 미룬다.
사후세계에 대한 궁금증과 어렸을 적 세상을 떠난 엄마의 천국, 지옥 행방 여부를 지속해서 물으며 시간을 번다. 그 때문에 왠지 그가 신체를 내주지 않을 것이라는 예감을 불러오게 한다. 친절하게 종수에게 모든 것을 설명하던 승덕은 종수의 이러한 모습에 애만 태우다 후반부에 본성을 드러낸다. 자살을 선택한 두 사람의 공감으로 시작돼 따뜻한 여운과 감동을 불러올 것 같았으나, 자신들의 근원적인 욕망이 들어선 대목에서 충돌하게 된다.
지옥의 존재와 자살한 영혼의 살고자 하는 의지, 그리고 죽은 엄마와의 잠깐의 만남을 통해 종수는 현실보다 더한 사후 세계의 무서움을 알게 되었고, 뒤늦게야 힘들지만 현실을 살아가야 하는 이유를 깨닫게 된다. 인생은 힘든 고난이지만 그럼에도 아름답고 살아볼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두 영혼의 대화와 대립이 지속된 [404호]는 영화적 재미와 삶에 대한 교훈을 전해주며 다시 한번 우리가 살아야 하는 이유를 전해준다.
*또다른 추천 단편 '엄마와 딸의 정겨운 공감을 담은' [콩자반]
[콩자반, 2016]
감독:선고은
출연:변하늬, 주은, 이은결, 이태하
줄거리
지영은 춤바람 나면서 변한 엄마가 싫다. 그런 엄마가 늘 해주는 콩자반도 싫다. 엄마를 원래의 엄마로, 콩자반을 고기반찬으로 바꾸기 위해 엄마를 설득할 영상편지를 녹화하는 지영. 녹화를 마치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지영은 엄마와 제비가 함께 있는 모습을 발견하고는 몰래 숨어 그 둘의 대화를 엿듣는다. 그런 지영 위로 콩이 하나 둘 떨어지기 시작한다.
엄마와 자식 간의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심경을 귀여우면서도 가벼운 유머로 풀어냈다. 사춘기 소녀다운 표현 방식이 묻어난 대사, 아기자기한 편집이 재미를 불러온다. 엄마이기 이전에 누군가의 여자이자 소녀가 되고 싶었던 엄마를 딸이 이해하게 되는 과정이 여운이 남는 감동을 불러온다. 소녀 감성과 재치있는 유머의 향연과 따뜻한 감성을 좋아한다면 추천한다.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씨네허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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