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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 리뷰: 넥타이 부대와 촛불 세대에 바치는 '대한민국' 헌정 영화 ★★★★

17.12.22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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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 2017]
감독:장준환
출연:김윤석, 하정우, 유해진, 김태리, 박희순, 이희준

줄거리
1987년 1월, 경찰 조사를 받던 스물두 살 대학생이 사망한다. 증거인멸을 위해 박처장(김윤석)의 주도 하에 경찰은 시신 화장을 요청하지만, 사망 당일 당직이었던 최검사(하정우)는 이를 거부하고 부검을 밀어붙인다. 단순 쇼크사인 것처럼 거짓 발표를 이어가는 경찰. 그러나 현장에 남은 흔적들과 부검 소견은 고문에 의한 사망을 가리키고, 사건을 취재하던 윤기자(이희준)는 ‘물고문 도중 질식사’를 보도한다. 이에 박처장은 조반장(박희순)등 형사 둘만 구속시키며 사건을 축소하려 한다.  한편, 교도소에 수감된 조반장을 통해 사건의 진상을 알게 된 교도관 한병용(유해진)은 이 사실을 수배 중인 재야인사에게 전달하기 위해 조카인 연희(김태리)에게 위험한 부탁을 하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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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은 당시의 어두웠던 현대사를 몸소 겪었던 과거의 넥타이 부대 세대와 촛불을 통해 역사적인 순간을 눈으로 확인한 오늘의 세대가 함께 공감하며 볼 수 있는 영화라는 점에서 완성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만큼 잘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을 테지만, 완성된 영화는 민주화를 위해 싸운 과거와 현세대의 뜨거운 마음과 열정이 하나가 되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하늘 위에서 떨어진 빗방울이 천장과 하수구를 거쳐 큰 강으로 흘러가듯이 영화는 한 대학생 청년의 죽음이 세상을 불러오게 되는 과정을 유심히 담아낸다. 고문으로 인해 사망한 박종철의 죽음이 정부, 언론 그리고 민주화 세대를 흔들게 되고 이것이 평범한 사람들에게 전달되어 광장을 메우게 되는 과정이 이 영화의 전체적인 흐름이다. 그 때문에 너무나 방대한 인물들의 등장으로 산만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장준환 감독은 캐릭터에 대한 적절한 비중 배분을 통해 안정된 이야기 전개 방식을 유지했다. 

고문으로 인해 사망한 박종철의 죽음을 최초로 확인한 정부는 이를 조용히 덮으려 하지만 부정한 집단과 국가에는 양심적인 인물들이 있기 마련. 영화는 이 진실을 세상으로 전파한 양심적인 내부고발자들의 활약을 조명하며, 그들의 모습을 영화적인 캐릭터로 묘사해 관객들이 이 사건을 무겁지 않은 가벼운 '흥미적 관점'으로 감상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하정우가 연기하는 최 검사가 바로 그러한 면을 지닌 인물로, 하정우 특유의 유머러스함과 낙천적인 성격을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1987]은 사실적인 배경과 흐름 속에서도 관객이 이 영화를 부담 없이 볼 수 있는 영화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에 게을리하지 않았다. 메시지 전달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관객들의 시선 또한 중요하다고 본 것이다. 극 중 캐릭터 모두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의 면모와 개성을 그대로 이어받았다는 점에서 친숙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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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종일관 긴장감을 유지하는 전개 방식 또한 인상적이다. [1987]은 전자서 소개한 '빗방울' 처럼 정부와 같은 상부 조직에서 시작된 사건이 평범한 시민들에게까지 이어지게 되는 과정을 인물의 관점을 바꾸는 형식으로 그려낸다. 최검사를 비롯한 치안기구의 양심적인 여러 인물이 언론을 통해 이를 흘리게 되고, 언론은 이 정보를 기반으로 기사를 쓰고, 이 기사를 보게 되는 민주세력, 일반 시민 그리고 대학생과 이를 제압하려는 공안 당국의 대립을 면밀하게 표현한다. 

영화는 이 모든 과정이 비밀스럽게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주며 한편의 첩보 영화를 보는듯한 긴박감을 전해준다. 은폐하려는 자와 이를 알리려는 집단의 대립을 중간자적인 입장에서 바라보며, 이 두 집단에 속한 인물들의 인간적인 모습을 담아내려 한다. 무조건적인 악역으로 그려질 수 있었던 공안당국 수사관들에 대한 묘사는 이들 또한 역사의 희생양이었다는 여운을 남겨줘 해방 이후 6.25 전쟁으로부터 시작된 현대사의 비극이 만들어낸 잔재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쫓고 쫓기는 스릴러의 흐름 속에서, 영화의 시작을 알린 청춘의 희생을 잊지 않으려는 듯, 인상적인 청춘드라마의 정서를 이어나가며 영화의 정점을 찍으려 한다. 평범한 여대생 연희와 운동권 남학생의 에피소드는 당시의 변화를 이끈 청춘 세대의 깨어남을 보여주는 대목으로, 설레는 로맨스물의 여운 속에 순수하고 뜨거운 열정을 지닌 청년의 마음을 조명한다. 

묵직하고 의미심장한 배경 속에 영화만의 흥미 적 장치와 은유적이고 상징적인 장면과 편집을 통해 [1987]은 우아하면서도 감동적인 '헌정 영화'를 선사했다. 감독과 배우의 혼신의 연출력과 연기가 만들어낸 이 결과물은 앞으로도 오랫동안 우리를 깨우치게 해줄 작품으로 기억될 것이다.  

[1987]은 12월 27일 개봉한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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