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신과함께-죄와 벌] 하정우, 그에게 정우성, 이정재는 어떤 존재일까?
17.12.25 22:43
인터뷰 당시 하정우는 두 대표작의 개봉을 연달아 앞두고 있었다. 현재 [신과함께-죄와 벌]이 (이하:[신과함께]) 흥행 1위를 달리며, 400만을 돌파하고 있어서, 그의 마음은 한결 가벼워 졌을 거라 생각한다. 이번 주는 [1987]의 개봉이 예정된 상황. 하정우는 두 영화의 성공을 기원하며, 초조한 가운데에도 여유로운 마음을 지닌 채로 인터뷰에 응했다. 사후 세계와 인간의 죄에 대한 교훈을 지닌 작품인 만큼, [신과함께]는 그의 현재 삶에도 큰 영향을 끼친 작품이었다고 한다. 과연, 이 영화의 어떤 점이 그의 삶에 변화를 준 것일까?
다음은 일문일답.
-내일은 [신과함께]가, 다음 주는 [1987]이 연달아 개봉한다. 그래서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감사함을 느낀다. 빅 시즌에 작업했던 두 작품이 연이어 걸리게 되어서 기분이 좋다. 물론 배급사들의 생각이지만…(웃음) 이틀 연속으로 언론시사회와 기자간담회를 가진 것도 첫 경험이었다. (웃음) 그래서인지 정신이 없었다. 오달수 형을 [터널] 이후로 1년 반 만에 만나게 되었는데, 그때 달수 형이 [국가대표 2]의 개봉도 연이어 준비 중이었다. 그런데 형은 결과적으로 잘 된 [터널]보다는 덜 사랑받았던 [국가대표 2]에 더 정을 갖고 있었던 것 같았다. 사랑에도 차이가 난다면 마음이 쓰인다는 것을 달수 형을 통해 알게 되었다. (웃음)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건 기도밖에 없다.
-검증된 원작이며, 소재도 매력적이다. 캐스팅 제안이 왔을 때부터 바로 결정했나?
김용화 감독이 [미스터 고]로 적게 사랑을 받아서 당황하던 시기였다. 당시 나는 [더 테러 라이브]로 큰 사랑을 받던 시기였다. (웃음) 김용화 감독은 나와 동문이었고, 입봉하기 전부터 알고 지낸 선배 형님이다. 그때 내가 어쭙잖게 위로 한답시고 소주 마시다가 "다음 작품에 내가 도움이 되고 싶어" 라고 무심코 말하게 되었다. 여자 역할만 빼면 다 하겠다고 했는데... (웃음) [신과함께]를 영화화한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고, 만화를 보게 되었는데, 이게 어떻게 영화로 완성될지 궁금했다. 물론 [미스터 고]를 통해 덱스터 스튜디오가 발전했고, 그로 인해서 더 성장할 것이라 생각했다. 사람이 한 번 실패했는데, 두 번 죽을 수 없지 않은가? (웃음) [신과함께]는 드라마의 울림이 강한 작품이기에, 이 부분이 김 감독의 장기라 생각했다. 나중에 [신과함께] 1, 2편의 시나리오를 동시에 받았는데, 결과적으로 내용이 너무 좋았다. 1부는 자홍, 2부는 차사들의 이야기가 될 것이라 들었다. 그래서 내가 자홍을 하나 했는데, 내가 보편적인 느낌이 아니어서...(웃음) 물론 나는 내 자신을 보편적이라 생각한다. (웃음) 결국 내가 강림이 되었고, 내 오른팔 격인 해원맥을 누가할지 궁금했다. 그러다 감독님을 통해 주지훈에 대해 듣게 되었는데, 사석에서도 만난 적이 없던 친구라 술자리에서 처음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생각했던 이미지와 다르게 연기를 대하는 자세와 성격이 너무 좋았고, 배우가 지닌 특유의 순박함을 지녔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그렇게 해서 우리 영화가 출발할 수 있었다.
-[신과함께][1987] 각각 어떤 느낌의 영화라 생각하는가?
[1987]은 감사한 느낌이 배인 작품이다. 30년 전 투쟁이 있었기에 오늘 이 시간 우리가 이런 영화를 만들 수 있었다는 게 너무나 감사하다. 무엇보다 이 영화에 보탬이 되었다는 게 자랑스럽다. 작년에 촛불 집회를 통해서 세상의 변화를 경험했기에 30년 전에 대한 감사함을 느꼈기 때문에 모두들 이 영화를 보며 감사함을 느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신과함께]는 김용화 감독의 장점이 잘 담긴 작품이라 생각한다. 한편에서는 신파적 작품이라고 이야기하지만, 난 풍부한 감정이 담긴 정서로 정의했다. 또한 기술적인 성과로 봤을 때 이 영화는 엄청난 성과를 지닌 작품이라 본다. 할리우드에서 만들어진 시각효과에 익숙함을 느낀 탓에 이 영화의 시각효과가 매우 낯설게 다가올 것이다. 동양적 판타지물을 지향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시작을 열었다고 본다. 앞으로 우리 배우들이 그린 스크린 앞에서 연기하는 일이 많이 발생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 낯설음이 부정적으로 다가올 수 있지 않을까?
그럴 수 있다. 하지만 나는 [미스터 고]의 경험이 충분히 좋은 재료가 되었다고 생각하며, 그때의 경험을 토대로 부족함을 극복할 거라 생각한다. 김용화 감독과 함께 작업하며 나중에 꼭 '베프'가 된다. 그 정도로 김감독은 매우 매력적인 사람이며,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정서를 지니고 있는 연출자다. [미스터 고]이 고릴라가 그걸 어떻게 잘 전달하겠는가? (웃음) 그점에서 생각해 본다면, [신과함께]를 위해서 [미스터 고]를 말아먹은 게 아닌가 생각한다. (웃음)
-시종일관 상대방에게 호통을 치고 타이르는 둥 해결사이자 조언자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 지속해서 상대를 돌보고 조언해 주니 어떤 기분이 느껴졌나?
사실 1, 2부까지 전부 다 촬영을 했기 때문에, 1부는 강림의 차사적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차사들의 드라마는 2부에 배치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관객들이 차사 캐릭터에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그러다 [신과함께]와 [1987]의 내 캐릭터에 공통점을 발견했다. [1987]의 최 현은 묵직한 성격이지만 밀도 있는 이야기를 경쾌하게 다루는 역할이라 생각했다. [신과함께]의 모습도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비록 최 현과 성격은 다르지만, 버팀목 같은 든든한 존재가 되어서 영화의 틀을 지탱해주는 캐릭터라 생각했다. 그 점에서 보면 강림과 최 현은 두 영화의 분위기를 대표하는 역할이라 생각한다.
-원작 속 강림과 변호사 '진기한'의 역할을 다 하고 있는데, 이 균형을 어떻게 맞추려 했나?
그 부분이 아쉬울 수도 있지만, 영화적인 작업에서 봤을 때 매우 영민한 작업이었다고 본다. 그을 이끌어가는 인물의 개체 수를(?) 줄여줬기 때문이다. (웃음) 단어가 좀 그런가? (웃음) 어쨌든 웹툰이 지닌 정서와 메시지를 잘 가져왔다면, 큰 이질감은 없었다고 본다. 강림과 진기한을 합쳐놓은 시나리오를 봤을 때, 저승과 이승에 있는 강림의 일관적인 모습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처음 내가 이승에 왔을때, 재기발랄하게 연기했는지만, 이후 재판 과정은 적응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대사 톤을 되도록 누르려고 노력했으며, 연기력을 절제시키려 했다. 옛날 대학교 무대 미술 시간 때 강의하신 교수님이 색감이 아리송하면, 무조건 검은색으로 칠하라고 조언해 주셨다. 그래서 캐릭터도 어디에도 섞이지 않는 인물로 그리려 했다.
-두 영화가 모두 눈물을 가져다준다. 두 영화만의 감동의 차이는 무엇이라 보는가?
우선 눈물의 진원지가 다르다. [신과함께]는 보편적인 정서를 지니고 있으며, 누구나 살아가면서 있을법한 감정을 자극했다고 본다. [1987]은 우리가 능동적으로 살아가면서 얻게되는 감정에 기인했다고 본다. [신과함께]가 실내극이며 가족 드라마의 정서를 지니고 있다. [1987]은 실외극에 밖에 나가서 싸우는 이야기다.
-두 작품 선택에 고민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배우가 작품 선택을 하는 것은 취업하는 것과 똑같다. 그래서 한 작품에 들어가는 것은 직장을 옮기는 것과 같다. 그래서 매번 제안이 올때마다 고민을 하게 된다. [1987]의 경우는 시대적 배경 때문에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그점에서 봤을 때 무조건 해야 한다 생각했다.
-촬영장에서 누가 더 신 같았나?
장광 선배님이 너무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변하셨다. 어떻게 그렇게 코를 붙이고 분장하셨는지...(웃음) 하지만 개인적으로 1부에 처음 등장한 변성 대왕(정해균(이 정말 신같았다. 2부에서는 마지막에 나와 큰 강인함을 전해줄 것이다.
-사후 세계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본인은 어떤 재판을 수월하게 넘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하나?
나태지옥? 내가 하는 일이 부지런할 수밖에 없으니까. 그리고 살인지옥? (웃음) 내가 댓글 다는 인간은 아니잖아. (웃음) 그런데 모르지 내 말 때문에 상처받은 사람이 있었을 것이다. 천륜 지옥은 글쎄, 나는 부모님에게 잘한다 생각하지만, 부모님은 서운해하시겠지. (웃음)
-만약 자신이 연기한 역대 캐릭터들이 저승에 간다면, 가장 환생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캐릭터는?
재미있는 질문이다. (웃음) 아무래도 내가 연기한 캐릭터들이 도덕적으로 문제가 많은 인간들이라...(웃음) [추격자][아가씨][비스티 보이즈][황해][베를린] 등등 그러고 보면 큰 사건 저지르지 않은 [멋진 하루]의 조병운 캐릭터가 가장 환생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생각한다. (웃음)
-그 캐릭터는 전 여자친구의 돈도 갚지 못하고, 여러 여자들과 사고도 많이 쳤는데...
(웃음) 어, 그러네. (다시 고민하며) 그러면 [허삼관]의 허삼관이 가능성 있을것 같다. 내 아들이 아닌 애를 피 뽑아서 살렸으니...(웃음) 그러고 보니 그 캐릭터는 나태가 걸리네. (웃음)
-[신과함께]도 슈퍼 히어로 같은 느낌이 들었다. 진짜 히어로물에 관심있나?
재미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히어로물을 관람하는 걸 좋아한다. 이번에 개봉 예정인 [염력]이 참 재미있을 것 같다.
-김용화 감독님이 스탠리가 제작하는 히어로 영화에 진출할 예정인데, 그 영화의 주인공으로 출연할 욕심은 없나?
아무래도 백인이 하지 않을까? 그래도 만약 동양인이 하게 된다면 매우 재미있을 것 같다. 그런데 이번에 김감독이 하는 히어로물이 아직 바로 하는 건 아닌 것 같다. 김감독에게 한번 해달라고 농담으로 말했는데... 이게 진심처럼 들릴 수도 있다. (웃음) 아직은 구상 중이니 기다려 봐야겠다.
-김용화 감독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는 편이다. [1987] 장준환 감독은 어땠나?
이번 인터뷰가 CJ가 반만 냈어도 골고루 했을 텐데...(웃음) 장준환 감독은 좋은 관객 같았다. 배우분들에게 좋은 연기를 주문하지만, 촬영장에서는 좋은 관객의 입장으로 영화 촬영을 진행하는 분이다. 디렉션들이 매 테이크 마다 흥미로웠다. 새로운 테이크가 나올 수 있도록 디렉션이 매우 훌륭하다. [1987]에서는 7회차를 찍었는데, 7회차 동안 많은 걸 느끼기에는 부족했다. 앞으로 기회가 있다면 장감독님하고 오랫동안 많이 작업하고 싶다.
-인터뷰를 하다 보니 감독님의 입장을 잘 대변하는 편인 것 같다.
내가 감독이기도 하니까. (웃음) 아무래도 내가 착하니까. (웃음)
-차태현이 하정우 배우를 많이 먹고, 많이 걷는다고 표현했는데...
(웃음) 나도 다이어트로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편이다. 그런데 굶어서 하는 건 아니라고 본다. 뺄 거면 먹는거 이상을 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먹는 걸 참 좋아한다. 어렸을때부터 참 복스럽게 먹는다는 말을 들었었다. (웃음) 그래서 나에게 복이 참 많이 들어오는 것 같다. (웃음) 개인적으로 요리를 좋아하는 편이며, 음식도 가리지 않고 먹는다. 난 진짜 많이 걷는 편이다. 그만큼 '걷기'는 정신적인 체력을 유지해 주기 때문이다.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여러 작품을 하다보면 그만큼 스트레스가 쌓이기 마련이다. 이것을 풀 수 있는 답이 있다기보다는 좋은 정신 건강을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비법은 아니지만, 걷기가 그 점에서 좋은 거라 생각한다. 그다음 좋은 건 족욕, 마음껏 먹는것 이다. (웃음) 대신 냉동식품은 멀리하는 게 좋다. (웃음)
-촬영하면서 사계절을 보냈다. 그래서 인생을 많이 돌아봤을 것 같다.
영화 촬영의 환경적인 부분에 영향을 받는 편이다. 작품마다 새로운 장소, 나라에서 촬영이 진행되기도 한다. 그래서 어떨 때는 내 자신이 유목민 같다고 느껴질 때가 많다. 그래서 적응력이 빨라진다. [허삼관]을 순천에서 찍었는데, 순천의 팬센에서 두 달 반을 지냈을 때 집이라고 생각하며 지냈다. 촬영을 위해 모텔에 장기 투숙하게 되면 그곳을 내 공간이라 생각한다. [신과함께]를 하면서 용서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이승에서 용서받았다면, 저승에서 두 번 심판 하지 않는다는 대사가 인상적이었는데, 그 점에서 보면 내가 그 부분에서 참 소홀하게 보낸 것 같았다. 친한 후배가 있었는데, 과거의 치우친 내 생각 때문에 돌아보지 못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용서라는게 스며 들더니, 그 후배에게 술에 취한 채로 전화를 걸었다. 집이 분당인데 30분도 안돼서 나한테 왔다. 그러면서 그 날 즐겁게 만나고 친해졌다. 그 한순간의 용기까지는 아니지만, 그런 시도를 했다는 게 참 좋았고, 그것을 통해서 관계를 회복할 수 있다는 게 놀라웠다. 그때마다 마음이 멀어졌던 친구에게 마음을 고백하고 섭섭한 것을 이야기하게 되었다. [신과함께]를 통해 그런것을 느꼈다면, [1987]은 그 시대에 목숨을 걸고 싸운 사람들에게 감사함을 느꼈다. 그리고 우리는 우리 후손들에게 무엇을 보여줘야 할까 고민도 하게 되었다.
-현재 제작, 연출 계획은 없나?
다음 연출작의 아이템을 정해둔 상태다. 작년에 언급했던 코리아 타운 소재의 작품은 아니고,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다. 이미 작가를 섭외해서 어떤 컨셉으로 할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를 해놓은 상태다. 현재 시나리오 작업 중이며, 기다리고 있다. 우선은 배우로서 해야 될 작업에 충실할 계획이다.
-차기작인 [월식]은 어떤 작품인가?
현재 영화가 각색 중이다. 알려진 내용과 달리 조금 다른 내용으로 그려질 것 같다. 현재 대략 알려진 내용은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다.
-배우, 감독으로 일할 때 어떤 점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는가?
아무래도 호기심이 가장 큰 것 같다. 그래서 궁금증이 자극되면 뭔가 하고 싶다는 발동을 받게 된다. 사실 많은 분이 나에게 물어본다. 그림 받을 때 어떤 영감을 받는지? 사실 어떤 느낌이나 영감은 없다. 그게 참 순간적이다. 점심때 먹은 낚지볶음이 맛있으면 그때 그 컨셉에 맞춰서 그림을 그리고 싶은 기분이 생기게 된다. [신과함께]를 하게 된 것도 김용화 감독이 좋았고, 꼭 해보고 싶어서 한 것이다.
-현재 사장님이 흥행 중이신데...
누구? 아 정우성 사장님? (웃음) 우성, 정재형 전부 대단하고 멋진 사람이다. 전에 기획사를 나오면서 혼자 할 생각이었다. 우리 아버지도 혼자 하시니까. (웃음) 그냥 아버지와 함께할 걸 그랬나? (우음) 어쨌든 두 형님은 소탈하면서도, 인간적인 매력이 넘친 분들이다. 그리고 훌륭하게 잘 살아오신 분들이어서, 이분들과 함께 하면 계속 갈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어떤 분은 내가 거액이 넘은 계약금을 받고 들어갔다고 했지만, 그런 거 없다. (웃음) 타고 다니는 자동차를 비롯해 회사 내 종이컵도 검소한 편이다. (웃음) 그게 참 좋았다.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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