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지만 긴 여운] 뉴욕의 도둑이 된 한국인 여성의 사연 [버블걸]
17.12.28 00:30
[버블걸, 2013]
감독:송지연
출연:김진영, 루쎈 비디닐리브, 레이첼 배허
줄거리
뉴욕의 한 외톨이 어학연수생, 송이는 방을 구하는 척하며 집들을 보러다니며 그녀가 기억하고 싶은 물건들을 하나씩 훔쳐와 그녀의 서랍장에 보관한다. 그러던 어느날 방문한 한 집에서 뜻밖의 저녁초대에 응하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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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
연출을 맡은 송지연 감독은 박찬욱 감독의 영화 [박쥐]의 미술팀의 일원으로 참여해, 2009년 뉴욕으로 유학을 가 영화연출을 배워온 경력이 있다. 현재는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프로듀서 겸 감독으로 활발하게 활동하는 영화인이지만, 그녀의 유학 시절을 소재로 한 [버블걸]을 본다면, 당시의 유학 생활이 녹록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아마 그것은 낯선 타지에서 어울리지 못한 채 외롭게 살아가던 모든 이들이 겪어봤을 경험이었을 것이다. [버블걸]은 제목 그대로 낯선 타지에서 비눗방울로 상징되는 자신만의 세계에서 고립된 채 살아간 외로웠던 이들의 내면을 대변하는 이야기다.
주인공 송이는 어학 연수차 뉴욕에 1년 동안 머물렀지만, 그 누구와도 쉽게 어울리지 못한 채 외롭게 지내고 있다. 대신 그녀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타지에서의 생활을 견뎌내고 있었다. 송이는 방을 구한다는 명분으로 뉴욕의 집들을 방문해 자신의 눈앞에 보이는 타인들이 소유한 매력적인 물건들을 훔쳐 자신의 집에 컬렉션을 구성한다.
그렇게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있던 송이는 어느 날 길가에서 책을 팔고 있던 남성으로부터 작가 버지니아 울프의 자살 사연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주머니에 돌을 넣은 채로 자살한 버지니아 울프의 일화는 사람들의 물건을 훔치며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있던 그녀의 현실에 대한 비유지만, 아직 송이는 자신의 행동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그녀가 자신의 이러한 '도벽'에 문제의식을 느낀 대목은 세 번째 방문한 집의 주인인 백인 남성을 만나면서부터였다.
다른 이들과 달리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며 친절하게 대하는 그의 행동에 송이는 나쁘지 않은 반응을 보이며, 그가 초대하는 저녁 식사 시간에도 참석하게 된다. 자연스럽게 대화가 이어져 분위기가 무르익는 듯 보였으나... 그녀의 나쁜 '손버릇'이 인연을 만드는 걸림돌이 되었다. 남성 앞에 자신이 훔쳤던 물건을 보여줄 뻔했던 송이는 자신의 행위가 부끄러운 행동임을 인지하게 되고, 그동안 자신이 훔친 물건들을 강가에 흘려보낸다. 결국 타지에서 자신을 고립시킨것은 바로 본인의 나쁜 버릇이었다.
자신의 과거와 작별한 송이의 행동이 앞으로 큰 변화를 예고한 듯, 그녀를 가둬놓은 큰 비눗방울이 터지게 된다. 자신의 세계에서 나온 송이는 이제 당당하게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게 되었다. 이제 그녀의 타지에서의 삶은 어떤 변화를 맞이하게 될까?
*또다른 추천 단편 '내 친구는 왜 자살을 하려 했나?' [뭍으로 나온 물고기]
[뭍으로 나온 물고기, 2016]
감독:표국청
출연:고주영, 장마음, 김진구, 전병일
줄거리
소꿉친구였지만 사이가 자연스럽게 멀어졌던 도담과 아성, 어느 날 아성은 등교를 하던 도담에게 자신이 자살을 할 것이라는 고백을 하게 된다. 그 뒤로 아성에 관한 일이 계속해서 신경 쓰이게 된 도담은 아성과 관련된 꿈을 꾸거나 과거를 회상하기도 하고 아성과 관련한 인물 들을 만나며 아성이 자살을 하고자 하는 이유를 쫓기 시작한다. 이유를 쫓던 도담이 마주하게 된 것은 아성이 다녔다고 하는 수영장. 그리고 그 수영장의 수면에 비친 자신의 얼굴과 마주 하게 된다.
사춘기 여고생의 불안한 심리를 친구의 자살이라는 비유를 통해 그려냈다. 다양한 비유 장면과 독특한 편집 방식을 비롯해 배우들의 섬세한 표현 연기가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씨네허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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