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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를 영화로 만들어 망친 일본영화들

11.12.16 09:28

 
 
 
작년 겨울에는 내내 도서관과 집만 오갔습니다. 교통사고의 후유증으로 다리가 아파 멀리 어디를 갈 수도 없었고, 어떤 일도 하기 어려웠었죠. 그래서 저는 거의 모든 시간을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거나, 일기를 쓰거나 영어 공부를 하거나... 이렇게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래도 그동안에 바빴다는 핑계로 읽지 않았던 책들을 몰아서 읽다 보니까 나름 책 속에 빠져서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 때 읽었던 책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소설책이 있다면, 일본 소설 '고백'이라는 소설책입니다. 저는 일본을 좋아하지 않지만, 일본 영화도 썩 좋아하진 않지만, 일본 소설책만큼은 정말로 좋아합니다. 그래서 저는 주로 일본의 베스트셀러 책들을 몰아서 읽습니다. 일본 작가들의 독특하고 창의적인 소재와 특유의 비유와 묘사가 제 맘에 쏙 들기 때문이지요. 그 '고백'이라는 소설책이 영화로 나온다고 했을 때, 저 혼자 얼마나 큰 기대를 했었던지요.
 
 
 

제가 생각했던 영화 포스터와 여주인공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 원작을 너무나도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에, 한껏 기대를 했습니다. 이 영화의 줄거리는, 영화 포스터를 보면 짐작할 수 있듯이, "내 딸을 죽인 사람은 우리반에 있습니다"에서 이 여자 주인공은 교사이며, 이 여교사의 딸이 자신의 학급 학생에 의해 살해 당한 이야기가 영화 속에 있을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즉, 전반적인 스토리는 자신의 딸을 죽인 학급 학생을 상대로 한 여교사의 복수극이 시작됩니다. 일본 소설은 이렇게 독특한 소재가 많습니다 이 때문에 제가 일본 소설을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합니다. 아무튼, 제가 읽어 본 책들 중에 저도 모르게 헉! 하고 탄성이 나오는, 그리고 가장 반전이 많고, 획기적인 스토리를 가지고 있어 기억에 오래 남았습니다.
 
 
하지만, 늘 그렇듯이, 책은 우리의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게 만들지만, 영화는 상상력을 발휘하기에는 다소 한계가 있습니다. 작가가 표현하려고 하는 것을 그대로 영화에 전부 표현한다는 것도 제한 될 수 밖에 없을 뿐더러, 보는 관객들 입장에서는 스토리에 대한 상상보다는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책을 읽었던 것보다 흥미를 잃고 맙니다. 그래서 인지, 제가 기대했던 것 만큼의 퀄리티가 영화에서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원래 책에서는 다양한 시점에서 이야기를 풀어가는 반면, 영화에서는 어쩔 수 없이 다양한 시점에서 말하기에는 무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이 '고백'이라는 영화 외에 원작을 망친 영화를 하나 더 소개해 드리자면, '냉정과 열정 사이'라는 영화입니다.
 
 
'냉정과 열정사이' 이 소설을 읽지 않은 청춘 남녀가 있을까, 싶을정도로 로맨스 베스트셀러에서 최고가 아닐까 합니다. 이 책 역시 남자와 여자라는 각각 다른 시점에서 그들 각자의 삶에서 시작되는 멀지만 가까운 로맨스 이야기를 다룹니다. 저는 특히 '에쿠니 가오리'를 좋아하기 때문인지, 냉정과 열정사이 주황색 책에 적힌 에쿠니 가오리의 표현력을 정말로 좋아했습니다. 아무튼, 이 베스트셀러 역시도 일본사람들은 영화로 다시 재탄생 시키는 것을 좋아해서, 영화로도 만들어집니다.
 
 
저는 이 영화를 직접 영화관에서 본 것은 아니지만, TV에 보여주는 영화 채널에서 이 영화를 보게 되었는데요. 영화를 보다가 저도 모르게 잠이 들고 말았습니다. 너무나도 잔잔하고 너무나도 지루하기 때문에 견딜 수 없었나 봅니다. 그리고 앞에서 말한 것과 마찬가지로 책이 주는 상상력 자극이 영화에서는 없기 때문인지, 그저 뻔한 로맨스 영화로 밖에 보이지 않더군요.

저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나 봅니다. 이 영화는 책의 평점에 비해서 현저히 낮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남자와 여자, 각각 두 시점을 하나의 영화로 옮기는 것에는 많은 노력이 필요해서, 책이 표현하려고 하는 다양한 의미와 스토리를 영화로 표현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였습니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중요한 것은 유명한 베스트셀러이기에 큰 화제를 모았지만, 생각했던 것에 비해 기대 이하라 소설을 좋아했던 독자들은 영화를 본 후 큰 실망감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또 다른 베스트셀러를 망친 영화로 '배틀로얄'을 소개해 드리고 싶습니다.
 
 
줄거리는 같은 학급 학생들이 서로를 죽여 마지막에 남는 '1인자'만이 살아 남아 탈출 할 수 있는 공포, 스릴을 다룬 내용입니다. 지금 생각해봐도 상당히 충격적인 소재입니다. 같은 반 학생을 죽여 최후의 1인을 뽑는 것. 이런 일이 있을 수나 있을까요? 있어서도 안되는 일이기도 하지만.
 

이 영화 캡쳐 장면을 보시면 알 수 있듯이, 자신이 살기 위해 서로를 죽이고, 혹은 타인을 구하기 위해 대신 죽고 이런 죽고 죽이는 장면이 대부분입니다. 그러나 참으로 신기하게도, 이런 살인적인 환경 속에서도 로맨스가 일어나기도 합니다. 원래는 책에서 나오는 인물들이 다들 각자 사연이 있는 이야기로 서로를 죽이는 스토리인데, 반면 영화는 책에 있는 자극적인 내용만을 넣은 아무런 스토리가 없는 그저 죽이는 장면만의 구성으로, 당시 '배틀로얄' 책에 관심을 모았던 독자들에게 비난을 받습니다. 책의 중요한 내용은 거의 무시된 채, 영화 안에서 짧게 표현하려다 보니 그저 내용없는 공포 영화로 전락하게 말았습니다.
 
앞에서 말한 영화들은 전부 책의 상상력을 영화로 옮기기에는 많은 한계점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해준 영화들이 아닌가 합니다. 일본 감독들이 좋아하는 영화로의 재구성을 이제 그만 해야 할 때도 된 것 같습니다. 차라리 해리포터처럼 영화로 더 재미있게 해리포터의 광팬인 독자들을 충족시킬 수 있는 뛰어난 시각적인 효과를 발휘하는 것이 아니라면 책의 재미있는 소재들이 영화로의 어이없는 재구성으로 인해 괜히 비난을 받는 일이 더 이상은 없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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