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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1987]의 '아픈 역사'와 마주한 1990년 생 김태리의 심경은?

18.01.07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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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단과 관객의 호평 속에 [1987]이 흥행 순항을 이어나가고 있다. 극 중 연희를 연기한 김태리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을 당시는 개봉 직전으로 여느 배우들 처럼 긴장된 상태였다. 하지만 그녀가 걱정한 것은 흥행성보다는 작품이 전하고자 한 진정성에 대한 관객들의 반응이었다. 아무래도 이 영화가 그녀가 태어나기 이전인 3년 전의 사건과 역사를 바탕으로 한 만큼, 김태리 본인도 그 시절의 아픔을 잘 표현했는지 걱정이었다. 현재의 흥행만큼 관객들의 반응을 봤을 때 그녀의 걱정은 기우에 가깝다고 봐야겠다. 오히려 관객들은 90년생인 그녀가 어떻게 이 시대의 아픔과 캐릭터를 이해하고 적응했는지 궁금해할 따름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영화를 본 소감과 극 중 본인 연기를 자평해달라

시작부터 너무 어려운 질문 아닌가? (웃음) 나는 영화를 잘 봤다. 옆에 선배님들이 계셨는데, 다들 잘 보신 것 같았다. 내 연기 장면은 아직 개봉 전이니까 부족하다거나 아쉽다거나 하는 것은 마음속에만 두려 한다. (웃음) 


-영화 속 인물들 속에서 평범한 존재라고 생각했는데, 꽤 중요한 역할이었다. 연희라는 인물을 어떻게 구축하려고 했나?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연희에게 끌렸던 부분이 바로 그것이었다. 연희는 극 중 굉장히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을 대변할 수 있는 중심적인 인물이었다. 많은 감정 요소들이 앞에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택을 한 것은 그녀가 느낀 그 감정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현장 막내에 홍일점이었다. 어떤 기분이 느껴졌나?

막내라고 연기 외적으로는 어려움은 없었던 것 같다. 다들 잘 챙겨주셔서 감사했다. 홍보 할 때도 장난처럼 "이런 건 태리가 말해야지" 하시면서 말도 건네주셨다. 
 
 
-태리 배우는 1990년생이다. 태어나기 이전 시대인 1987년의 정서와 배경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한 게 있다면?

일단 역사를 제대로 알려고 공부했다. 공부 과정에서 시나리오가 굉장히 고증을 잘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당시 사건의 개요와 사람들이 어떤 식으로 행동하고 뭉치게 된 과정이 굉장히 흥미로웠다. 연희를 연기하는 입장에서는 연희의 전사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연희가 삼촌을 매우 중요한 존재로 생각하고, 가족을 위하는 모습이 이 영화의 전사에 많이 담겨있다. 영화에서는 상세히 언급하지 않았지만, 연희 아버지는 고생하시다가 돌아가신 노동자다. 그런 것들은 1987년의 역사와 별개로 그 당시 노동자들 특히 해고자들의 활동과 삶을 담은 책과 다큐를 보며 이해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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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회 때 세상을 바라본 시각이 비관적이었다고 말했다. 영화를 보며 가치관이 달라진게 있었나?

원래는 그랬지만 2016년과 2017년의 촛불집회를 마주하고, 1987년 당시의 상황을 알게 되면서 나에게 강렬한 믿음을 주게 되었다. 역사가 나쁜 쪽으로 굴러간다. 하지만 어쨌거나 우리는 더 나은 것으로 선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덕분에 사회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고 할까? (웃음) 저들이 다수의 사람을 기만하고 속이려 했듯이, 항상 관심을 기울이며 세상을 바라봐야 한다고 다짐했으며, 그래야 그들이 우리를 우습게 보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우리는 항상 단합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사회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제작기 영상을 보면 감독님과 태리씨가 의논하는 모습이 나온다. 거기서 감독님이 태리씨에게 "감정을 찾을 때까지 기다릴께"라고 말하신 부분이 나오는데, 그 정도로 이번 영화의 감정 연기가 매우 힘들었던 것으로 보인다. 정말 힘들었나? 

맞다. 너무 어려웠다. 전작에서는 이 정도의 감정 연기가 필요한 건 아니었는데, 제작기 영상을 보셨듯이 감독님의 도움이 많이 필요했다. 그래서 많이 노력했으며, 감독님의 조언 덕분에 이 정도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영화에서 가장 화제가 된 대사인 "탁 치니 억!" 은 6월 항쟁의 전초가 된 유명한 발언이다. 실제로 그 장면을 보게 되니 어떤 느낌이 들었나? 

그러니까! 사람들을 얼마나 우습게 봤으면 그런 말도 안 되는 말을 했을까? 그 정도로 묻힐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었고, 그런 말을 해도 숨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니...보면서도 정말 화가 났다. 시나리오를 읽을 때도 '참나' 하면서 어이가 없어서 웃었다. (웃음) 그런데 김윤석 선배님의 연기를 보니 더 소름이 돋았다. 정말 그 시대에 있어서는 안되는 황당한 사건이었다고 본다. 


-첫 출연장면이 영화 중반쯤 돼서야 등장한다. 그런데 얼굴에 마스크 팩을 한 채 모습을 드러낸다. 자신의 모습을 마주하니 어떤 기분이었나?

(웃음) 언제쯤 나오는지 내나자신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 장면은 관객의 마음으로 바라봤다. 초반부터 영화를 잘 보고 있었는데, 내 가족이 등장하면서부터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웃음) 객관적으로 보고 싶었지만, 그 장면이 등장하면서부터는 도망가고 싶었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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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원 배우와의 호흡 장면은 어떻게 봤나?

객관적으로 보지 못해서 그거는 언급하기가... (웃음) 


-대학생 장면이 귀엽게 그려져서 재미있게 다가왔다.

그 부분이 다른 장면들보다 자연스러웠다. "세수만 했는데..."는 나름의 애드립이었는데 잘 먹힌것 같다. (웃음) 옆에 있던 박경혜 배우와 호흡이 너무 잘 맞았다. 아무래도 또래이다 보니 그런 것 같은데, 그 친구가 나보다 동생이다. (웃음) 평상시에도 만나서 밥 먹고 영화도 보는 친한 사이다. 또래랑 있으면 말을 편하게 하는 편이며, 고민 같은 것도 쉽게 이야기한다. 


-진짜는 아니었지만, 최루탄 장면에서 눈물을 흘리고 고통스러워하는 장면이 리얼했다. 어떻게 연기한 것인가? 

그 장면을 촬영하기 전에 경혜가 파이팅이 넘쳐서 "언니 같이 화생방 하자!" 라고 말했다. (웃음) 물론 못했지만...우선 최루탄을 맞은 사람들의 모습을 영상을 통해 보게 되면서 얼굴 표정에 어떤 문제가 발생해서 어떤 반응을 불러일으키는지 공부했다. 


-강동원 앞에서 화장이 번진 모습을 들켜 '어머!' 하고 놀라는 장면이 재미있었다.

(웃음) 사실 그 장면은 여러 번의 테이크가 있었던 장면이었다. 그런데 그 장면을 그대로 쓰실 줄이야....(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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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원을 대신해 운동화값을 계산하는 장면은 그냥 단순한 계산이라고 봐야 할까? 아니면 다음 만남을 기약하려는 연희만의 계획이라고 봐야 할까?

(웃음) 아무래도 그 상대가 잘생겼으니까... (웃음) 연희의 당찬 모습을 보여준 장면이라 생각한다. 


-영화에서 시위대를 피해서 도망가다가 쫓아왔던 경찰을 때리는 장면이 나온다. 김태리 배우 자체도 소신 있는 모습이 강한데, 그런 매력의 원동력이 있다면? 

소신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나를 좋게 봐주고 있어서 고맙다. 그런데 그만큼 내가 좋은 정신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웃음) 어쨌거나 예정된 작품을 완성해야 하는 건 당연하기에 나에게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해내기 위해 내 앞에 주어진 과정과 당당히 맞서려 하는 편이다. 지금의 이 인터뷰 활동도 마찬가지라 본다. 무섭지만 어떻게든 해야 하고, 그럴 때마가 내 부족함을 깨달으며 고쳐 나가려 한다.


-인터뷰가 무섭나?

선배들 도 다 무서워한다. (웋음) 참여를 한 사람으로서 이야기하게 되다 보니 조심스러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도 그 직후도 아니고 시간이 흐른 뒤라 그 날을 복귀해야 하니 말할 때 약간 해맬 때 가 있다.  


-연희가 만화사랑 동아리에 가서 문제의 '광주 영상'을 보게 되는 장면을 촬영할 때 기분은 어땠나?
 
여태까지 장난스럽거나 풋풋한 연희를 보여줬다면, 이제부터 관객들에게 연희가 실제로 어떤 사람인지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민주화 운동을 부정적으로 봤을 정도로 사회 변화에 무심했던, 연희는 사실 아주 정서적인 사람이다. 실제로 왈칵 눈물이 쏟아질 정도로 너무나도 슬픈 감정이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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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 연희의 전공이 자세히 언급되지 않았는데, 무엇이었나? 만약 그 시절 전공을 한다면 무엇을 하고 싶나? 

극 중 경영학과로 설정되었다. 만약 전공하게 된다면 국어국문학이나 철학 쪽으로 하고 싶다. 관심은 많은 분야지만, 아무래도 그 분야는 혼자서 공부하기 어려우니까 같이해야지. (웃음) 그게 아니면 미술 쪽으로도 배우고 싶다. 


-사실 어찌 보면 연희가 영화 마지막 바깥으로 나오게 된 배경은 극 중 인물들과의 인과관계 때문이다. 만약 그러한 인과적 이유가 없었어도 그녀는 밖으로 나왔을까?

흠...흥미로운 질문이다. (웃음) 글쎄... 그런 관계와 사건들이 없었다면 아마도 나가지 않았을 것이다. 아마 그런 마음이 그 시대 평범한 사람들의 또 다른 심경이 아니었을까? 연희는 원래 그런 마인드로 고집스러운 사람이다. 대학 선배에게도 그런다고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고 말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연희의 아버지가 극중 그러한 변화를 위해 노력하다 돌아가셨으며, 그로인해 변화에 대한 저항에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그래서 연희가 영화 마지막 광장을 향해 달려갔을 때는 감회가 남달랐을 것이다. 그렇게 강하게 부정했던 아이가 복잡한 사건을 겪고 그 광장을 마주했을때, 느낌은 매우 강렬했을 것이다. 그 시대에 누구나 피해자 이거나 피의자였을 것이다. 연희는 그러한 사람들에 대한 대변이다. 


-연희는 어찌 보면 당시 민주화 운동 세대와 이상을 향해 나아가는 사람들을 위한 연인이라는 상징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만약 현실에서 그러한 이상과 현실 변화를 위해 노력하는 연인을 만나게 된다면?

이상하게 들릴 수 있지만, 솔직히 말자면 나는 내 입장이 먼저라고 생각한다. 그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영향을 줄 수 있지만, 그러한 느낌을 받기 전에는 내 생각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사실 내가 대학생 때에 주관이 없었다. (웃음) 지금이라면 내 고집을 우선으로 생각하겠지만 대학생 때 어린 내가 그러한 연인을 만난다면,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다. (웃음) 


-전작 [문영] [아가씨]에서 연기한 캐릭터들은 대체로 생활력이 강하게 그려진다. 실생활의 김태리 배우도 그런 면모가 있는가? 

아마 그런 것 같다. 나는 혼자서 잘사는 성격이다. (웃음) 의지하지 않고, 고민이 있어도 혼자 해결하려는 스타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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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영화가 배우 김태리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아가씨] 때도 그랬지만, 이 영화도 지나고 나면은 굉장히 큰 의미로 남겨질 것 같다. 촬영하면서 나름대로 치열하게 고민을 했으니, 오랫동안 마음에 남을 것 같다.  영화가 감독님이 원하시는 대로 나왔을지 모르겠지만, 노력하신 만큼 최대한 진심을 담은 영화라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큰 의미가 담겨 있는 것 같다. 역사의 한 페이지를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서 남긴다는 게 사회적인 영향을 끼치듯이 그런 면에서 의미가 큰 작품으로 다가올 것 같다.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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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CJ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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