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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포 미드나잇]리뷰 커피처럼 진한 사랑을 원하시나요?

13.05.18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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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포 미드나잇>
감독:리처드 링클레이터
출연:에단 호크, 줄리 델피
러닝타임:108분 / 관람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기자 시사회가 끝나고 회사로 복귀하는 길, 지하철을 타고가는 한 시간동안 제 mp3에서 재생된 음악은 장혜진 '1994년 어느 늦은 밤'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대여, 다른 건 다 잊어도 이것만은 기억했으면 좋겠어. 내가 그대를 얼만큼 사랑하고 있는지를, 사랑하는지를' 가사 두 단락이 머릿속에서 또 마음속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이 영화가 <노트북>, <타이타닉>처럼 슬픈 사랑을 다루고 있냐고 물으신다면, 그건 아니라고 대답하겠습니다. 아이언맨의 토니스타크처럼 사랑을 쟁취하냐고 물으신다면 그것도 아니라고 대답하겠습니다. 물 흐르듯 잔잔히 흐르는 이 영화가 이토록 가슴 먹먹한 것은 제시와 셀린느의 사랑을 우리 모두는 한번쯤 꿈꾸었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합니다.
 
 비포 미드나잇을 논하기에 앞서 전편인 비포 선라이즈와 비포 선셋의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십대의 그들은 유럽의 기차에서 처음 만났습니다. 남자는 실연을 당하고 미국으로 돌아가는 길이었고 여자는 개강 준비를 하러 파리의 집으로 가는 길이었습니다. 우연히 만났고 우연히 이야기를 나누었으며, 필연적으로 사랑에 빠졌습니다. 허락된 시간은 단 하루. 영화의 제목처럼 태양이 뜨면 그들은 헤어져야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인생과 철학과 사람과 사랑에 대해 논하는 두 청춘 남녀는 빛나도록 아름다웠습니다. 그러나 다시 태양은 떠오르고, 두 남녀는 원래의 목적지를 향해 긴 이별을 합니다. 6개월 후에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남긴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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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9년이 흘렀습니다. 9년 전 여자는 약속을 지키지 못했고, 남자는 오지 않는 여자를 하염없이 기다렸습니다. 참 야속하게도 시간은 흘렀고 사랑이란 감정은 희석되어 점점 옅어졌습니다. 그 사이 남자는 결혼을 했고 가정을 만들었으며 자신을 닮은 아이도 낳았습니다. 그런데, 삼십대가 된 남자앞에 다시 여자가 나타납니다. 9년 전 처럼 우연히. 삼십대가 된 그들은 다시 사랑을 이야기 합니다. 삼십대의 사랑은 그러나, 9년 전 비엔나에서처럼 맹목적이지 않습니다. 여자는 사랑을 믿지 않는다고 말하고 남자는 어쩔 수 없이 현실에 적응했다 말합니다. 다시 사랑을 말하기에 그들은 이미 현실과 너무 많이 타협해 버린 30대의 평범한 남녀입니다. 또 다시 주어진 시간은 단 하루. 붙잡고 싶지만 아무런 말도 할 수 없는 여자는 결국 노래로 자신의 마음을 대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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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포 미드나잇은 비포 선셋 그 9년 후의 이야기입니다. 전편에서 그들은 어떠한 관계의 정립도 하지 못한 채 이야기의 끝을 맺습니다. 이제 마흔 하나, 사십대에 접어든 제시와 셀린느는 또 한번 만나서 사랑을 말합니다. "다시 열차에서 날 봐도 말을 걸어올꺼야?" 라는 그녀의 물음에 "내 인생 최고의 선택"이었다고 그는 답합니다. 아직 끝나지 않은 그들의 이야기가 다시 시작됩니다.
 
 전편들이 그랬듯 영화에는 어떠한 장치도, 조연도, 악역도 없습니다. 카메라는 오직 두 사람을 비추는 매개체일 뿐입니다. 연인의 대화 주제는 여전히 다양합니다. 꿈, 미래, 과거, 그리고 그들이 처함 '현실'. 40대의 사랑이 이전과 다른 것은 그 안에 우리네 현실이 들어 있다는 것입니다. 현실에 마주한 둘은 18년 전 그날처럼 마냥 사랑만을 말하지는 못합니다. 계속되는 갈등 속에서 서로가 '소울메이트'인지 의문을 품기도 하고 마음에 없는 말을 내뱉기도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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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도 연인은 노래의 가사처럼 서로가 서로를 얼마나 사랑하는 지 잊지 않습니다. 누구나 열정이 가득한 스무 살, 조금 독특하게 만난 하룻 밤의 인연이라 여길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서로의 사랑을 믿었고, 다시 만났습니다. 그들이 투닥거리면서도 18년째 인연을 이어갈 수 있는 것도 서로가 서로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고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 영화를 보실 여러분께 저는 '로맨틱 코메디'를 기대하지 말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로맨틱코메디라고 말하기엔 영화는 너무나 현실적이니까요. 달콤하고 말랑말랑한 사랑은 없지만 진한 커피같은 사랑은 있습니다.  진정한 소울메이트를 찾고 싶은 당신이라면, 가슴 먹먹해지는 사랑을 하고 싶은 당신이라면 <비포 미드나잇> 추천합니다. 가장 현실적이지만, 가장 판타지같은 사랑을 보실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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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점: ★★★☆
TV,VOD 평점: ★★★★
(별 넷 만점)
 
 
P.S 1 : 시리즈와 함께 배우들도 40대가 되었습니다. 40대가 되어도 에단 호크는 여전히 부드럽고 줄리 델피는 여자인 저도 반할만큼 아름답습니다.
 
P.S 2 : 전편을 보지 않으셔도 스토리 이해에 큰 지장이 있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이 영화가 주는 진정한 감동을 맛보고 싶으시다면 <비포 선라이즈>, <비포 선셋>을 보고 가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사진=<비포 미드나잇>보도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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