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운사이징] 리뷰: 인간이 줄었어요…그런데 인간의 욕심은 끝이없네요 ★★★
18.01.09 14:06
[다운사이징, 2017]
감독:알렉산더 페인
출연:맷 데이먼, 크리스토프 왈츠, 홍 차우, 우도 키에르, 크리스틴 위그
줄거리
평생을 같은 집에 살면서 10년째 같은 식당에서 저녁을 때우며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폴. 아내의 유일한 소원인 더 넓은 집을 갖는 것도 대출 조건이 되지 않아 포기할 수 밖에 없다. 한편, 인구과잉에 대한 해결책으로 인간축소프로젝트인 다운사이징 기술이 개발된다. 이 기술은 단순히 부피를 0.0364%로 축소시키고 무게도 2744분의 1로 줄이는 것이 아니라 1억원의 재산이 120억원의 가치가 되어 왕처럼 살 수 있는 기회의 시작이기도 하다. 화려한 삶을 그리며 폴과 아내는 다운사이징을 선택하지만, 시술을 마친 폴은 아내가 가족의 곁을 떠나기 싫어 다운사이징 된 자신을 두고 도망갔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게 된다. 커다란 저택, 경제적인 여유, 꿈꾸던 럭셔리 라이프를 살아가지만 이혼 후 모든 것이 무의미해져 버린 폴. 그리고 모든 꿈이 실현되리라 믿은 다운사이징 세상에서도 또 다른 위기가 그를 기다리는데…
영화의 내용을 보고 추억의 90년대 인기영화 [애들이 줄었어요] 시리즈를 생각했다면 아이, 어른 모두 작아지는 [다운사이징]에도 같은 성향의 기대감을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러한 특수한 소재를 어드벤처적 성향으로 활용하는 작품이 아닌 '세계화' '식량문제' '환경파괴' 등 현재의 인류가 겪고 있는 중대한 문제를 풍자적인 시각에서 접근하려는 어른들을 위한 모험물이다. 어찌 보면 꽤 인상적인 접근이라 생각되지만, 한편으로는 조금 더 가벼울 필요가 있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도 동반하고 있다.
[다운사이징]의 환경, 식량, 자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간의 신체를 13cm 줄이는 대안이 등장하면서부터 이야기를 진행한다. 인류를 구한다는 순수한 목적으로 발명된 기술로 이를 통해 식량과 자원을 절약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영화는 곧바로 이 기술이 보편화된 10년 후로 시점을 바꿔 다운사이징 기술이 경제적 목적으로 인해 폐해를 유발하게 되는 과정을 유심히 담아낸다.
다운사이징을 하는 사람들은 세상을 구해야 한다는 순수한 목적보다는 지금보다 훨씬 부유한 삶을 살기 위해 이 기술을 자신에게 적용하려 한다. 몸무게를 2744분의 1로 줄이기 때문에, 현재의 1억 원의 재산이 다운사이징 세계에서는 120억 원의 가치가 되고, 그 덕분에 왕 같은 삶을 살 수 있게 된다. 다운사이징이 활용된 세상은 그야말로 모두가 부유하게 사는 이상적인 세계다. 남아도는 돈 때문에 매일 저녁 파티가 지속되고, 소비 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지지만 심각한 환경, 경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인간이 사는 현실 세상에 '이상'은 없는 법. 다운사이징의 사람들이 부유하게 사는 만큼, 현실 속 정상인들은 불만을 느끼게 되고, 이로 인한 사회적 논쟁이 지속된다. 그리고 이 기술을 악용한 사례가 연이어 발생하게 되고, 그 사례는 이상적이라 생각한 이 세상의 암(暗)이 된다. [다운사이징]은 몸집은 축소되었지만, 인간이 지닌 욕심은 무한하게 크다는 것을 보여주며, 현실 속 자본사회의 폐단과 문제를 이야기속에 대입시킨다.
그 점에서 보면 역설적인 풍자와 알렉산더 페인 감독 특유의 삶에 대한 유쾌한 시선이 잘 담긴 드라마로 인식된다. 하지만 극 중 인간들 만큼 감독과 제작진이 이 영화에 담으려 한 메시지에 대한 욕심 또한 지나치게 컸으며, 그것이 이 영화의 완성도를 떨어뜨리는 '폐단'이 되었다. 다운사이징 기술의 이상과 그로 인한 문제를 현실적 시점의 문제와 연계해 다루는 것까지는 좋았으나, 중후반 이후부터 인종, 이념적 갈등을 다루면서부터 이야기는 이상하리만큼 심각하게 전개된다.
현실의 인간과 축소된 세상에 대한 비교를 담은 장면이 사라지게 되면서, 이후의 다운사이징 세상은 현실속 평범한 세상을 그린 것과 별 다를바 없이 묘사된다. 한마디로 시각적인 재미와 풍자가 사라지고, 무거운 주제관만 남게 된 것이다. 결국 영화는 후반부 인류의 대위기까지 언급되는 산만함으로 이어지게 되고, 다운사이징이라는 축소 기술에 대한 특징과 묘사는 자연스럽게 사라지게 된다. 아무리 영화가 말하고 싶은 바가 컸어도, 작품의 특징과 소재에 대한 적절한 활용을 기반으로 전개를 이어나가야 하지 않았을까?
그것이 바로 관객의 기대 포인트와 제작진의 의도가 동시에 살 수 있는 방법이지만, 알렉산더 페인 감독은 메시지를 더욱 강조하는 것을 택했다. 소재가 주는 재미에 초점을 맞추며 영화를 보려한 관객에게는 아쉬움이 남을 부분이지만, 메시지를 중요하게 생각한 관객과 알렉산던 페인 감독의 팬이라면 [다운사이징]은 충분히 볼만한 작품이다. 주인공 폴의 시점에서 진행된다는 점에서 페인 감독의 작품에서 느낄 수 있는 인물의 성장과 자아 성찰을 그대로 느낄 수 있으며, 삶에 대한 메시지와 여운 또한 강하게 다가오는 편이다.
[다운사이징]은 1월 11일 개봉한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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