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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감독님 울려드려서 죄송합니다" [1987] 장준환 감독이 인터뷰 도중 운 사연

18.01.15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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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배우들의 인터뷰를 진행할 때마다 영화 촬영이 끝난 후에도 캐릭터에 몰입된 그들의 모습을 마주하고는 했었다. 하지만 [1987]의 장준환 감독 처럼 연출자가 극에 너무 몰입해 인터뷰 내내 눈물을 글썽이던 모습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만큼 [1987]은 장준환 감독에게 있어 '사명'과도 같은 작업이었으며, 아픈 역사의 고통을 직접 마주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그러한 감독의 진심이 담긴 열의 덕분에 이 영화는 오랫동안 기억될 명작이 될 수 있었던 것 같다. 두 번이나 눈물을 보이며 슬픔이 배어 있던 시간이었지만, 말미가 돼서야 큰 웃음을 보이며 훈훈한 마무리를 지을수 있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작업 기간이 꽤 길었다고 들었다.

그래도 빨리 나온 편이다. [화이]까지 10년 걸렸으니, 이 작품은 4년이나 걸렸다. (웃음) [화이]가 끝나고 어떤 작품을 할까 고민이 많았는데,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보고 바로 해야겠다는 마음이 생겼다. 박처장이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수많은 캐릭터들이 부딪히다 한곳에 모이기까지가 굉장히 독특하고 재미있어 보였다. 창작자로서 시도해 볼 만한 장면이라고 봤으며, 나중에는 객석에 앉은 관객들도 '내가 주인공이라며...' 같이 고민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또 보완 작업을 하고 있다고 들었다? 무엇을 추가할 예정인가? (인터뷰는 개봉 전 언론 시사 다음날 진행되었다)

마지막 광장 장면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이왕이면 박종철 열사의 모습도 함께 보이면 좋지 않을까 해서 커다란 걸개그림을 넣으려 하고 있다. 몇 개의 CG와 음향도 추가할 예정이다. 너무 무리하게 작업해서 그런지 감기도 걸렸다. (웃음) 다들 좋게 봐주셔서 고맙고, 유족분들에게 누가 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언론 시사회가 끝나고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울음을 터뜨리셨다. 어떤 감정을 느껴서인가?

그 말 하니 또 울 거 같은데... (웃음) 김윤석 배우도 인터뷰 도중에 울었다고 들었다. (웃음) 그날 모든 배우가 완성본을 처음 보는 자리였다. 그래서 영화 마지막에는 출연진 모두가 울었다. 나도 편집 작업을 계속하면서 봤지만, 함께 보니 감정이란게 느껴졌고 대기실에서 감정을 추스르려고 노력했는데, 박휘순 배우가 대기실에서 계속 울고 있으니 이상한 감정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이 영화의 이야기가 가진 진폭이 굉장히 크다는 사실을 알았다. 다른 배우들은 스타일리스트를 통해서 다 고치고 추수리며 왔는데 나는 그분들이 없다 보니 우는 모습 그대로 나올 수 밖에 없었다. (웃음) 박종철 열사가 돌아가신 때가 만 21살이었고, 이한열 열사는 20살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스무 살의 두 청년을 국가 권력이 그렇게 했다는게...

(감정이 복받쳤는지 눈물 흘리며 울음...인터뷰 잠시 중단)

-마지막 광장 장면이 아무래도 오늘날의 촛불을 연상시킨다. 

촛불시위는 지금 생각해도 너무나 신기하다. 그로 인해 세상이 한 번에 바뀌게 되었는데, 그 동력이 바로 시민들의 촛불이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국민의 힘을 느꼈으며 '이런 비슷한 일이 또 생길 수 있을까?' 라며 착잡한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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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영화를 기획하던 시기에 감독님은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입장이었다. 준비하면서 어려움은 없으셨나?

신변의 위협을 느끼거나 제작 방해를 하는 일은 없었다. 그래서 비밀리에 영화를 기획했다. 혹시나 준비 과정에서 우리가 원치 않은 장애물이 생기지 않을까 해서 은밀하게 진행했다. [택시운전사]도 그렇고 우리 입장에서는 암울한 시기에 용기를 내며 작업한 거라 더 뜻깊었다. 


-문성근, 우현등 과거 정치, 운동권에 있었던 배우들이 캐스팅돼 문제의 권력의 편에 선 사람들을 연기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이들의 캐스팅 비하인드와 이들처럼 1987년 민주화 운동 당시 활약한 배우들에 대한 에피소드가 있었는지?

영화 촬영 때, 우현 선배와 중국집에서 술 한잔하면서 당시 민주화 운동과 관련한 비하인드를 많이 들었다. 연세대 시위 도중 운동화 하나가 주인 없이 덩그러니 땅 위에 있어서 가지고 왔더니, 그게 이한열 열사의 운동화였다고 한다. 그 운동화를 보며 이한열 열사를 많이 추억하고 슬퍼했다는 이야기가 기억에 남았다. 문성근 선배의 경우는 아버님이셨던 문익환 목사가 이 영화의 캐릭터로 등장해서, 재미있겠다 생각해 캐스팅 제의를 하게 되었고, 흔쾌히 승낙해 주셔서 기분이 좋았다. 


-특별출연이었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긴 배우들이 많았다. 조우진 배우가 조카인 박종철 열사의 부검 장면을 보고 기자들을 향해 "경찰이 죽였다"라고 울면서 외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잠깐 등장하는 인물이 너무 많다 보니 관객들이 편하게 보려면 익숙한 얼굴들이 등장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 일환으로 지금 같은 멀티 캐스팅이 이뤄졌다. 그것은 어떤 흥행 배우들이 나와서라기보다는 이 작품이 요구한 부분이었다. 이런 일환으로 캐스팅을 진행했다. 조우진의 경우는 '씬스틸러' 역할을 해줄 거라 생각하고 캐스팅했는데, 기대 이상의 좋은 연기를 보여줬다. 


-역시나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은 강동원의 등장이다. 어떻게 섭외했나?

동원 씨하고는 예전부터 단편 작업을 함께한 적이 있어서 친분이 있었다. 서로 연락을 주고받는 사이여서, 이 각본을 바로 전해줬다. 이제는 대스타가 되어서 이 각본을 전해주기가 민망했고, 사회적으로 영화에 출연하기가 어려운 시기였는데, 각본을 보자마자 "내가 할게요!" 라고 말해줬다. 그 부분이 너무 고마웠다. 그래서 이 영화가 시작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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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김윤석의 박처장이 이끄는 집단을 무자비한 악역으로 그리기보다는 인간적인 집단으로 묘사했다. 권력의 희생양처럼 그려진 동시에 어떨 때는 의리를 강조하다 시간이 흘러 추해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집단을 어떻게 정의하려 했나?

우선 그들은 악역이다. 하지만 그 악역이 좀 더 강력해지고 힘을 발휘하려면 좀 더 폭넓고 단단해 져야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아까 설명한 그들에 대한 묘사는 악역으로서 그들의 역사를 부여한 장면들이며, 이 영화가 1987년 이전의 우리의 현대사를 아우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 했다. 지금 몇 마디로 정의하기 어렵지만, 인간에 대한 고찰로 더 그려보자는 시각으로 접근했다. 하지만 그들이 악역이란 것은 확실하다.  


-그러고 보니 박 처장은 왜 계속 호두를 집고 있는 것으로 설정했나?

(웃음) 클리셰인줄 알겠지만, 악역들은 항상 손에 뭔가를 집고 있지 않은가? 고양이를 품에 안듯이... (웃음) 그 당시 모든 기성세대들은 손에 호두를 지고 있었다고 한다. 거기에도 역사적 의미를 넣고 싶었다. 그에 대한 역사를 더 이야기하자면, 박 처장의 손에는 깊이 있는 흉터가 남겨져 있다. 그 흉터는 과거 빨갱이를 때려잡다가 생긴 과거의 상처로 그만의 확고한 의지를 상징한다. 


-박 처장의 부하 조반장(박희순)이 '받들겠습니다'라고 말하는 대목도 인상적이었다. '알겠습니다' 도 아닌 그런 의미심장한 표현으로 말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 부분도 처음부터 있었던 설정이었다. 30년밖에 안된 시대지만, 조직의 규율과 군기가 굉장히 강했던 시기였다. 나는 그 당시 기성 세대는 아니었지만 삼촌, 아버지 세대의 분위기를 기억하고 있다. 특히나 대공 같은 곳은 첨예하게 인간이 할 수 없는 일들을 계속해야 하는 곳이다. 그런 집단은 조직 체계나 규율이 견고해 자기들만의 규율과 체계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래서 하기 어려운 일을 던져줬을 때 '받들겠습니다' 라는 충성심이 담긴 말을 하게 되면 엄격한 분위기가 더 돋보일 거라 생각했다.


-의외로 유머 적 요소가 많다. 김태리와 강동원의 첫 만남을 두고 [늑대의 유혹]의 패러디 아닌가 라는 말이 있었는데, 어떤 의미의 장면인가?

사실 그전에도 여러 사람이 강동원 씨가 우산 쓰고 신발을 전해주는 장면이 [늑대의 유혹] 패러디 아니냐고 묻더라. (웃음) 당연히 의도한 건 아니었다. 이왕이면 이제는 사라진 파란 우산에 대한 로망을 그려보고 싶어서 비가 온 날을 설정하게 되었다. 이왕이면 잘생긴 남학생이 주인공이어야 더 로망 있게 그려질 거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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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들이 실존 인물이어서 신경 쓴 부분이 많았을 것 같다.

정말 조심했다. 하지만 이 작품이 영화로서 가져야 하는 매력과 힘을 다 가지길 원했다. 팩트안에 이야기를 담는데, 각자의 기준이 다르겠지만, 그것을 어떻게 캐릭터화할지 고민했었다. 


-1987년의 배경을 조성하는 작업이 생각보다 어려웠다고 들었다.

맞다. 30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조금만 더 들여보면 우리나라가 정말 많이 변했음을 알 수 있었다. 30년의 흔적을 보여줄 만한 곳이 많이 없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세트를 만들고, CG로 구현해야만 했다. '연희 슈퍼'를 찾는 것도 몇 개월이 걸렸다. 결국, 지방에 내려가서 찍어야 했으며, 소품까지 상세하게 검토해야만 했다. 


-명동성당에서 촬영할 수 있어서 의미가 남달랐을 것 같다.

너무 감사하다. 명동성당 안에서의 최초 촬영이었다고 한다. 스태프들도 그 촬영 장면을 굉장히 뿌듯해하고 있다. 1987년 천주교 신부님들의 희생과 노력이 매우 컸었다. 물론 그때는 기독교, 불교 등 여러 종교계 인사들도 함께 움직여주셨다. 사실 명동성당에서의 실화 에피소드가 매우 드라마틱하다. 오랫동안 경찰들이 성당을 포위했지만, 시민들이 모금을 하고 여고생들이 도시락을 전해주고... (또 울어서 잠시 중단) 왜 이렇게 이야기만 하면 눈물이 나지. 하하 미치겠네... (눈물을 닦으며) 정말 여러 사람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우리가 지금의 시대를 살 수 있었다. 


-유해진과 김태리 캐릭터는 소시민의 모습을 상징하는 캐릭터다. 이 둘은 온전하게 창조된 캐릭터인가? 

유해진이 연기한 한병용은 실제 재야인사를 도운 교도관 두 명을 모티브로 했다. 그분들 이름이 한제동, 전병용 이다. 한병용은 그 두 분을 합친 이름이다. 우리 영화에서 연희만 온전하게 창조된 인물이다. 연희는 그 당시의 보통사람들, 서민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캐릭터로, 저항하고 있지만 저항하지 못해 바라만 봐야 했던 사람들의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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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유라는 인물이 논란이 되는 것에 어떻게 생각하나?

그 논란에 대해 알고 있다. 그분이 실제로도 몇 번이나 '당시에 나는 나쁜 사람이었다' 라고 인정한 거로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 영화에서 내부 고발자로서의 팩트가 매우 중요한 부분이기에 이 인물을 배제할 수 없었다. 


-연기를 너무 잘하는 배우들이 모여서 순간적인 재치가 담긴 연기 장면이 많았을 것 같다. 그런 순간은 없었나?

출연진 모두 재능이 출중한 프로들이다. 그런 순간들이 많았지만, 대표적인 것은 아무래도 김윤석 선배의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 장면이다. 각본상과 다르게 표현하거라 스태프들 모두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자신도 믿지 않는 말도 안 되는 설명을 설득하는 모습이 정말 절묘하게 그려진 애드립이었다고 본다. 


-영화가 첫 공개 될 때 유족들의 반응은 어땠나?

시사회가 끝나고 박종철 열사의 누님하고 통화하게 되었다. 누님께서 그동안 이 소재를 가지고 영화화를 한다는 이야기들을 많이 들었는데, 이렇게 좋은 영화로 만들어줘서 고맙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조마조마했었는데, 그분의 말씀 덕분에 안심이 되었고, 참 감사했다. 


-재야인사 김정남을 체포하는 마지막 장면이 매우 긴장감 있게 그려졌다. [아르고]의 후반부 장면인 쫓는 자와 쫓기는 자의 모습을 교차적으로 보여주며 진행되었는데, 마지막을 장르적으로 마무리하고 싶었나? 

맞다. 그런 부분은 영화적인 재미로 표현하려 했다. 사실 김정남 선생은 실제로 굉장히 점잖은 인물이다. 그런데 약간의 영화적인 긴장과 재미를 가져가야 한다 생각해서 그런 스파이 물의 느낌을 주려고 했다. 그렇지만 그 성당 안에서도 예수님, 십자가, 명동성당 내부에 이어지는 비둘기 장면을 통해서 단순한 장르물이 아닌 또 다른 측면에서 관객들이 즐길 수 있도록 그리자고 의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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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작 준비는 하고 계시나?

전혀 못 하고 있다. (웃음) [1987]을 개봉시키는 게 우선이어서, 그다음을 생각하지 못했다. 아마 10년 이 더 걸리지 않을까? (웃음) 예전에는 스스로 완벽해지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뭔가를 쉽게 시작하지 못한 것 같다. 전경화 바이올리니스트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전성기 때 음 하나 틀린 것 때문에 잠을 못잤을 정도였다. 하지만 나이를 먹게 되면서 그 음표 몇 개 틀려도 괜찮다는 안정을 갖게되었다."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그 말이 지금의 나에게 굉장히 큰 격려가 되었다. 완벽해 지는 것보다는 다가가는 과정이 정말 중요한 것이라는 걸 배우게 되었다. 


-계속 울리게 해드려서 마지막을 엉뚱한 질문으로 가볍게 마무리하려 한다. 감독님의 대표작을 언급하자면 당연히 [지구를 지켜라]가 언급될 수밖에 없다. 영화의 마지막에 외계인 왕자(백윤식)가 지구에 희망이 없다며 파괴하라고 명령하는데, 그 왕자가 [1987]의 마지막 장면을 봤다면 인류에 희망을 느끼며 폭파를 멈추려 했을까?

(크게 웃음) 아마 그랬을 것이다. 막 누르려는 순간 (또 크게 웃음) 전 국민이 뛰쳐나와서 외치는 모습을 보면서 이상한 감정을 느꼈을 것이다. 마치 무언가 끌어 오른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인류는 아무것도 아니야"라고 생각했던 그에게, 그 장면은 너무나 남다르게 느껴졌을 것이다. 왕자는 폭파 스위치를 누르려는 것을 멈추며 묵묵하게 그 순간을 바라볼 것이다.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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