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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만이 내 세상] 리뷰: 진부한 소재를 맛깔나게 완성한 연기 '챔프' 두 형제 ★★★

18.01.15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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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만이 내 세상, 2017]
감독:최성현
출연:이병헌, 윤여정, 박정민, 최 리, 한지민

줄거리
한때는 WBC 웰터급 동양 챔피언이었지만 지금은 오갈 데 없어진 한물간 전직 복서 '조하'(이병헌). 우연히 17년 만에 헤어진 엄마 '인숙'(윤여정)과 재회하고, 숙식을 해결하기 위해 따라간 집에서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뜻밖의 동생 '진태'(박정민)와 마주한다. 라면 끓이기, 게임도 최고로 잘하지만 무엇보다 피아노에 천재적 재능을 지닌 서번트증후군 진태. 조하는 입만 열면 "네~" 타령인 심상치 않은 동생을 보자 한숨부터 나온다. 하지만 캐나다로 가기 위한 경비를 마련하기 전까지만 꾹 참기로 결심한 조하는 결코 만만치 않은 불편한 동거생활을 하기 시작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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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도 익숙하고 진부한 요소들이 지나칠 정도로 담겨있어서, 어찌 보면 '나쁜 영화'가 될 수도 있었다. 할리우드 가족 영화와 90년대 중후반의 브라운관 드라마를 봐왔다면 영화의 줄거리를 듣기만 해도 어떤 영화인지 충분히 예측하게 될 것이다. 서번트 증후군 출신의 음악 천재, 눈물겨운 가족 史, 배다른 형제가 우애를 찾아가는 과정, 시한부 인생 등 슬픔과 장애가 동반된 소재의 작품을 조금이라도 봤다면 그리 새롭지 않은 뻔한 작품으로 인식되기 쉽다. 

영화는 너무 심하다 싶을 정도로 그 예측을 한 번이라도 비껴가지 않는 이야기를 진행한다. 뻔한 내용의 이야기와 익숙한 설정의 장면이 연이어 등장하지만, 이 부분에서부터 영화의 남다른 변화가 돋보이기 시작한다. 자칫 신파와 진부한 설정의 드라마로 빠질법한 '위기의 순간'이 다가왔지만, 영화는 당연하게 흘러갈 거라 생각한 상황을 절묘하게 피해간다. 형제의 우애와 가족의 화해, 장애를 지닌 천재 동생의 재능이 발휘되는 과정이 예상대로 진행되지만, 이상하리만큼 그 장면들이 다르게 다가오는 듯하다. 

진부하지만 나름의 투박한 정서로 진한 감성을 강하게 전달해 주는 이 영화의 힘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아마도 그것은 배우들이 캐릭터에 느끼고 있는 감정을 영화가 그대로 반영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생각된다. 배우들에게 지나치게 의존했다는 단점으로 볼 수도 있지만, [그것만이 내 세상]은 진부할 수도 있는 요소가 인간미와 진심이 담긴 연기로 표현되면 다르게 그려질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한물간 복서인 이병헌의 조하와 서번트 증후군을 겪는 피아노 천재인 박정민의 진태는 이 영화만의 특별한 정서를 대변하는 캐릭터이다. 단순하고 다혈질적인 캐릭터로 비치는 투박한 캐릭터지만 조하는 이 영화의 외로우면서도 어두운 정서를 상징하는 존재이며, 환한 미소를 지으며 해맑은 미소를 짓는 진태는 이 영화의 순수를 상징한다. 극명한 투박함과 순수의 만남이 진부할 수도 있었던 이 영화의 정서를 색다르게 완성하며, 예상외의 드라마를 구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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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주연 배우 외에도 윤여정, 최리, 한지민, 김성령 등 안정된 출연진으로 이뤄진 조연진도 선을 넘지 않은 개성 있는 연기를 선보이며 제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한다. 영화의 유머도 볼만한 편이다. 가는 곳마다 사고를 일으키는 진태의 행보를 묵직한 조하가 해결하는 과정이 정감있는 유머로 완성되어 극의 분위기에 활력을 불어 넣어준다. 이병헌, 박정민, 최리가 한 공간에 모여있는 장면은 '동네 친구들'을 보는듯한 인상적인 조합을 완성해 이 영화가 지닌 정겨운 정서를 풍부하게 꾸며준다. 

이렇듯 가벼움, 어두운 색채, 드라마가 적당히 섞일 수 있었던 것은 극의 흐름마다 다른 모습과 분위기를 띄워주는 출연진의 열연 덕분이다. 물론 진부한 배경과 설정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점들도 분명하게 드러난다. 진태의 역할이 시간이 지나면서 줄어들고, 특별출연으로 등장한 한지민의 역할이 커지면서 형제의 우애가 완성되는 과정이 밋밋하게 그려진다. 

가족의 화해 과정 또한 마찬가지로, 갈등 요소가 감성적 장면에 의해 묻어가는 선에서 마무리된다. 제목의 소재가 된 들국화의 '그것만이 내 세상'이 지니고 있는 음악적 의미와 영화의 정서를 생각해 볼 때 어떤 의미가 있는지 불분명하다. 결국 배우들이 이 문제점을 드라마로 잘 승화시킨 영화로 이병헌, 박정민, 윤여정의 존재감을 확인시켜준 작품이다. 믿고 보는 배우들의 출연이 가져다주는 재미의 '좋은 예' 라고 해야 할까?

[그것만이 내 세상]은 1월 17일 개봉한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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