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키스트 아워] 리뷰: 이것이 진정한 보수 정치인의 모습이다 ★★★☆
18.01.16 16:07
[다키스트 아워, 2017]
감독: 조 라이트
출연: 게리 올드만, 크리스틴 스콧 토마스, 릴리 제임스, 벤 멘델슨, 스티븐 딜레인
줄거리
살아남는 것이 승리였던 사상 최대의 덩케르크 작전, 절대 포기하지 않는 용기로 40만 명을 구한 윈스턴 처칠의 가장 어두웠지만 뜨거었던 시간을 담은 영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덩케르크]를 흥미롭게 감상했다면, [다키스트 아워]는 그 작전의 비하인드를 알고 싶은 영화팬을 위한 후속편과 같은 작품이다. [덩케르크]가 전장의 치열한 현장을 담는 데 집중했다면, 이 영화는 그 모든것을 결정했던 정치판의 치열한 현장을 담아내며, 민주적 절차 속에 그려진 인간 군상과 그들의 충돌을 촉발시킨 대립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의미심장한 제목을 띄고 있지만, [다키스트 아워]는 역사적으로 유명한 인물인 윈스턴 처칠 수상 개인의 이야기라 해도 무방할 정도로 그의 시각으로 급박했던 당시 상황을 재연한다. 개인의 전기를 담은 작품인만큼, 인물의 독특한 개성이 강화되기 마련. [다키스트 아워]는 최근 방영된 넷플릭스 드라마 [더 크라운]에서 비춰진 처질의 괴팍한 성격과 개성을 똑같이 부각하고 있지만, 게리 올드만의 내면 연기와 다양한 시점에서 그려진 정의로 깊이를 더하려 한다.
다혈질에 단어 선택 하나에 민감함을 보이며 비서들을 곤란하게 만드는 장면과 국왕과의 스케줄 일정 조율에 낮잠 시간을 고집하는 대범함은 위대한 수상의 면모보다는, 괴짜 캐릭터에 가깝게 그려진다. 이러한 개성적인 주인공의 존재는 관객에게 친근감을 전해주는 동시에 영화에 대한 집중도를 높여주게 된다. 하지만 [다키스트 아워]는 어느 순간 '영웅' 처칠의 모습을 벗어나, 무능한 정치인 이자, 이성보다는 고집만 내세워 정치적 불신을 낳았던, 그의 어두운 모습마저 비추려 한다.
수년 동안 영국 행정부의 여러 장관직을 맡아 왔지만 잇단 정책 실패로 영국의 위신을 깎아내린 그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그대로 반영되는가 하면, 2차 세계 대전이 반발된 와중에도 의회와 국왕의 신뢰를 얻지 못해 나홀로 외롭게 골방에 틀어박힌 영화 속 처칠의 모습은 수상의 위엄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패자'에 가깝다. 강인함 속에 가려진 그의 나약한 인간적인 모습을 담으려 한 의도로 볼 수 있지만, 그러기에는 영화적 설정이 너무나 잔인하게 느껴질 정도로 처칠을 강하게 몰아붙인다.
이렇듯 강인한 투사와 나약한 노인의 모습을 오가는 처칠의 모습은 국가 간의 전쟁보다 더 냉혹한 현실 정치의 이면을 반영하는 상징이 된다. 처칠이 주인공이란 점 때문에 그의 전기 영화로 인식될 수 있었지만, [다키스트 아워]가 주목하고 자 한 것은 처칠이라는 한 정치인이 민주주의라는 시스템 속에서 '자신의 신념'을 '모두의 신념'으로 바꾸게 된 '과정'이었다.
수상에 대한 전격적인 신뢰보다는 정당의 실력자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영국 의회의 냉엄한 현실과 그로 인해 '항복'이라는 잘못된 선택을 할 수 있었던 역사적 상황을 통해 당시의 정치란 내부의 '적'과 싸우는 것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덩케르크]의 군인들이 전쟁터의 적과 싸웠다면, [다키스트 아워]는 내부의 적과 싸우며 위대한 선택을 이끌어 낸 정치인과 민중의 전쟁을 그리고 있다.
의회의 신임을 얻지 못했지만, 그 의회를 구성한 국민들의 지지로 다시 일어서게 된 자신감 넘치는 처칠의 모습이 부각되는 후반부는 '덩케르크' 구출 작전은 처칠 한 개인의 승리가 아닌 정의와 인간적 가치를 우선시하는 민중들의 선택이자 승리였음을 강조한다. 정치적인 치명상을 입은 와중에도 죽음을 각오하며 나치 독일과 맞서 싸울 것을 주장하는 처칠의 고집스러움은 '악(惡)에 절대 굴복해서는 안된다'라는 기본적 가치를 우선시하는 보수 정치인 본연의 모습으로 상징화된다.
전쟁이 반발한 상황과 지속적인 위기상황이 이어지는 배경 속에 정치적인 압박이라는 궁지에 몰리며 고군분투하는 처칠의 활약은 영화만의 긴장감을 불러오며, 영화만의 강렬함을 더해주게 된다. 양면적인 모습 속에 따뜻한 인간미를 지닌 처칠을 표현한 게리 올드만의 연기는 가히 일품이며, 외형과 내면적으로 완전히 달라진 그의 변신이 큰 흥미를 가져다준다.
[다키스트 아워]는 1월 17일 개봉한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U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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