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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력] 리뷰: 이 영화…큰 사고 쳤다 ★★★★

18.01.23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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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력, 2018]
감독:연상호
출연:류승룡, 심은경, 박정민, 김민재, 정유미

줄거리
평범한 은행 경비원 ‘석헌’(류승룡). 어느 날 갑자기 그의 몸에 이상한 변화가 찾아온다. 생각만으로 물건을 움직이는 놀라운 능력, 바로 염력이 생긴 것. 한편, ‘민사장’(김민재)과 ‘홍상무’(정유미)에 의해 ‘석헌’의 딸, 청년 사장 ‘루미’(심은경)와 이웃들이 위기에 처하게 되고...‘석헌’과 ‘루미’, 그리고 변호사 ‘정현’(박정민)이 그들에 맞서며 놀라운 일이 펼쳐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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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트렌드와 소재를 보고 이 영화에 할리우드 히어로 물의 성향을 기대했다면, 연상호 감독의 전작 [부산행]을 떠올려보자. 좀비물의 규칙을 충실히 따르며, 기차라는 한정된 공간을 긴장감 있게 풀어낸 장르 영화의 흐름을 지향하고 있지만, 실상은 '헬조선'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잔인한 풍자극이었다. 그 전의 작품인 애니메이션 [사이비][돼지의 왕]까지 거슬러 살펴본다면, 이번 [염력] 또한 장르물의 외피를 뒤집어쓴 풍자물에 가까울 것이다. 

완성된 [염력]은 그러한 예상을 한치도 비껴가지 않고, 너무나도 익숙해진 가족적인 휴머니즘 접근 방식을 택하고 있다. 그 점에서 보면 전작의 흐름을 답습한 뻔한 작품으로 여겨질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 어렵고 의미심장한 방향을 지향하기보다는 한층 더 대중 친화적인 방식으로 주제를 다루려는 연상호 감독의 정공법이 옳은 선택이었음을 보여준다. 투박하고 낡았지만, 할 말을 하며 영화적 재미를 전해주는 것이 대중 영화가 추구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며 [염력]은 그러한 자신만의 선택을 꿋꿋하게 이어나간다. [염력]이 인상깊은 대중 영화로 정의될 수 있는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오락 영화의 장점을 다 갖추며, 그안에는 현대사의 근본적인 비극을 깔끔하게 정리해 종합적인 결론을 내놓았다.

히어로, 초능력 영화의 형태를 띠고 있는 만큼, 주인공의 존재감과 그가 히어로가 되는 기원이 가장 궁금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염력]은 그러한 기대치를 보기 좋게 넘겨버린다. 초능력의 주인공이자 이 영화의 히어로인 석헌은 좋은 구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전형적인 중년 아저씨의 모습을 지니고 있으며, 자신의 가정조차 제대로 돌보지 못하고 가출한 실패한 가장이다. 초능력은 너무나도 엉뚱한 방식으로 생기게 되고, 능력을 얻게 된 주인공은 이것을 돈벌이에 어떻게 활용할지부터 고민하고 있다. 

인물의 구성과 상황만 놓고 봤을 때, [염력]은 연상호 감독의 전작인 [부산행]과는 180도 다른 코미디 적 성향이 강하게 베인 작품임을 알 수 있다. 석헌이 자신의 초능력을 발견하고 이를 실생활에 활용하는 과정이 유머러스하게 전개되고, 문제의 염력 초능력이 사용될 때 마다 류승룡의 과장된 표정 연기와 우스꽝스러운 슬랩스틱 동작이 연이어 등장해 웃음을 유발한다. 이러한 웃음 적인 요인은 영화의 악역인 김민재와 태항호가 이끄는 용역업체 조직에까지 이어져 영화의 분위기를 한층 가볍게 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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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연상호 감독은 이러한 유머 적 설정을 단순한 오락 요인으로 활용하기보다는, [염력]만의 풍자 도구로 활용하는 데 주력한다. 웃음의 배경에는 자본의 논리와 서민의 생존권이 충돌하는 '철거'의 역사가 짙게 배어있으며, 더 나아가 용산 참사와 같은 우리 시대에 발생한 모든 비극을 부각해 암암리에 발생하는 불합리한 현실에 관해 이야기하려 한다. 가벼운 코미디와 강력한 초능력이 무난한 시각효과를 통해 그려지고 있지만, 이 모든 것은 영화 속 인간 군상의 슬픈 비극을 처절하게 그리기 위한 장치에 가깝다.  

초반 용역 업체와 철거민들의 대결 구도를 유지하며, 용역 업체를 악역에 가깝게 그린 영화는 중반부에 접어들면서 이 모든 것을 조종한 배후인 '진짜 악역'을 드러낸다. 악역의 정체는 암흑가의 잔혹한 보스와 탐욕에 깃들여진 노인이 아닌 대기업 상무의 지위를 지닌 고학력의 젊은 여성으로 기존 할리우드 히어로물에서 그려진 악역과는 차원이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절박한 서민층의 현실을 공감하지 못하고, 절대 '을'인 용역 업체를 압박해 목적을 달성하는 정유미의 '홍상무'는 자본이 낳은 괴물이자 연상호 작품 속 등장한 역대 악역 중 가장 악랄하고 섬뜩하게 느껴질 수 있는 존재다. "초능력과 같은 힘은 이기기 위한 사람을 위해 주어진 것"이라는 논리를 설파하며 초능력을 지닌 석헌을 두려워하지 않는 그녀는 법과 질서를 움직이는 자본의 무서움을 상징한다. 

상식이 기반이 된 법이 서민들을 보호해 주지 못하는 설정은 익숙하게 느껴질 전형적인 구성이지만, 여전히 현실 속 관객들에게 공감대를 형성해 줄 유용한 교감 장치다. [염력]에서 이 설정이 특별하게 느껴진 것은 바로 이것이 주인공 석헌이 평범한 인간에서 정의의 히어로로 자각하게 되는 복선으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염력]은 '현실의 서민과 개인을 구할 수 있는 국가적 시스템은 없다'라는 암울한 현실적인 메시지를 전하며 판타지적인 결말을 내세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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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처럼 초능력을 엉뚱한 곳에 활용하던 석헌이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초능력의 강도를 높여가는 과정을 보여주면서, 마지막에는 울분을 터뜨리며 초능력의 거대한 힘을 사용하는 액션은 영화적 카타르시스와 순수한 민중의 힘이 세상을 구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로 연결된다. 

나름의 의미심장한 주제를 작품의 메시지로 담아두고 있지만, [염력]이 추구하고 있는 진짜 핵심은 아버지와 딸의 화해라는 부성애적인 가족 드라마에 있다. 가족을 버린 아버지를 증오하는 딸과 엉뚱하고 철없지만 오로지 딸을 생각하며 초능력을 활용하던 아버지 석헌이 갈등을 해소하고 관계를 맺는 과정은 이 영화의 정서적 감동으로 연결되어 [염력]의 드라마를 더욱 풍성하게 구성해준 동시에 메시지에 깊이를 전해주는 요인이 된다. 

과장된 표정 연기로 마음껏 코미디 연기를 펼친 류승룡과 다혈질의 성격 속에 여린 마음을 지닌 루미를 연기한 심은경의 연기가 인상깊게 그려진 가운데 박정민, 김민재, 태항호, 유승옥 등의 개성파 조연 진들의 활약 또한 영화의 시각효과 못지않은 또 다른 볼거리다. 압권은 '똘끼' 어린 여성 악역 홍상무를 연기한 정유미로 여성스러운 외형적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경쾌한 싸이코 악당의 모습을 선보여 존재감만으로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한국 영화에서는 보기 드문 이색적인 캐릭터로, 연상호 영화 세계의 '렉스 루터' (슈퍼맨의 천적) 같은 존재라 생각된다. 

상업 영화의 장점을 어느 정도 갖췄다는 점에서 [염력]은 2018년 한국 영화의 호쾌한 첫 출발을 알린 작품으로 [부산행]에 이어 예상치 못한 큰 사고를 칠 작품이 될 것으로 기대 된다.  

[염력]은 1월 31일 개봉한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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