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1급기밀] 특전사 출신 배우 김상경의 간절한 외침! "軍 비리 적폐 청산!"
18.01.28 22:54
故 홍기선 감독의 유작에서 열연을 펼친 김상경은 한껏 들뜬 모습으로 기자를 맞이해 주었다. 특별한 군 생활을 했던 그였기에 [1급기밀]은 그에게 있어 남다르게 다가올 수밖에 없는 작품이었을 것이다. 인터뷰 내내 김상경은 자신의 군시절 이야기를 회상하며 영화가 말하고자 한 방산 비리의 문제점을 일일이 지적한 모습에서는 극 중 박대익의 모습에 빙의된 듯 보였다. 영화에 대한 솔직한 그의 시선과 군대 비리 문제에 대한 그의 생각에 대해 유심히 들어봤다.
-완성된 결과물을 본 소감은?
언론 시사회 때 이야기한 것처럼 감독님이 극장 안에 계신 것 같은 느낌이었다. 감독님이 원래 이야기하고자 한 것들이 잘 담겨 있는 것 같았다. 우선 분량이 길지 않은 게 참 좋다. (웃음) 요즘 영화의 러닝타임이 줄어드는 추세인데, 사람들이 느끼기에 적당하게 잘 완성된 것 같다.
-방산비리를 소재로 한 무거운 작품이다. 참여한 계기가 있다면?
원래 시나리오를 볼 때 소재를 보지 않는다. 시나리오에 내가 얼마나 동의하느냐에 중점을 두며 이 이야기가 지금 시점에 필요한지에 우선울 두고 있다. 마음에 들었던 것은 이 영화의 시나리오가 너무 잘 짜여 있었다는 것이었다. 일반인들이 보기에 쉽고 메시지가 잘 풀어져 있어서 좋았다. 편집은 메시지에 치중되어서 잔 재주 없이 돌직구 스타일로 갔다는 느낌이 든다. 무엇보다 지금까지 다루지 않았던 방산 비리를 다룬 영화라는 점에서 참 뜻깊었다. 알다시피 완성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은 작품이었다. 여러 정부에서 방산비리를 없애자고 했고, 나는 찍을 때도 시나리오를 보면서 투자도 쉽지 않을 거라 했는데 오히려 우리가 정부 쪽에서 투자(모태펀드)를 못 받는다는 게 의외라고 생각했다. 이 영화는 보수와 진보로 대변되는 야당과 여당 대표과 함께 손잡고 봐야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안보는 보수도 주장하는것 아닌가? (웃음) 내가 볼때 감독님이 그전에 했던 영화들이 사회에 도발적인 영화들이 있다보니 그렇게들 오해한 것 같다. 하지만 감독님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은 분이시다. 많은 사람들이 방산비리를 모르니 그것을 알리자고 했으며, 내부고발자들이 배신자로 낙인찍히는 것에 대한 문제도 이야기하고 싶으셨던것 같다. 이것은 군대가 아닌 연예계, 등 사회 각층에 발생하고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공익을 위해서 제보를 해줘서 좋은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
-현재도 방산비리가 암암리에 진행돼 논란이 되고 있다. 군(軍) 쪽에서는 이 영화를 어떻게 보고 있나?
내가 알기로는 그쪽에서도 어느 정도까지 다룰지 물어봤었다고 한다. 나는 우리 영화가 군대를 위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나도 군 생활을 했었기에 군인에 대한 심경을 잘 안다. 그들은 진심으로 나라에 대한 충성으로 일하고 있는 분들이다. 특히 내가 만난 군인들과 김영수 소령님 같은 분들은 충성심 강한 분들이다. 안타깝게도 이 사태를 만든 일부분의 세력들 때문에 군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퍼지고 있다. 그래서 나는 그런 군인 정신을 잘 다룬 인물이 주인공이란 점에서 우리 모든 장병과 군 관련 인사들이 이 영화를 함께 봐야 한다고 본다. 그것을 반대했다면 그 사람들이 비리 세력이다. 오히려 국방부와 군인들이 우리 영화를 반겨줬으면 한다. 사실 감독님은 이런 무거운 주제보다는 막걸리와 관련된 이야기를 즐기시는 분이시다. (웃음)
-영화는 초반부에 군대를 가족처럼 따뜻하게 그리더니, 시간이 흐르면서 마피아 조폭 집단처럼 그려졌다. 그래서 박대익이 버려지는 모습이 조폭 집단에서 버려지는 모습처럼 보였다.
실제 주인공인 김영수 소령님께서 말씀 주시길, 영화 속 박대익이 여러 고초를 당하고, 가족과 아이들이 피해를 입은 장면이 전부 실제였다고 한다. 영화 속 장면들은 그분의 경험 그대로를 담았다. 그분이 2009년 MBC 'PD 수첩'에 나간 이후로, 2년 동안 군 조직과 싸웠다고 한다. 너무 억울해서 여러 기관에 고발하고 싸웠지만, 계속 무시되었다고 한다. 도저히 군대 내부에서는 해결할 수 없다 해서 'PD 수첩'에 나오게 되었다고 한다. 그때 심정을 물어보면 그분의 목표는 장군이 되는 것인데, 그런 꿈을 버린다는 점이 참담했다고 한다. 특히 가족들에게 미안했다고 한다. 그런 상황에서도 가족들의 응원이 있었기에 영화 속 모습처럼 싸움을 포기하지 않았다고 한다.
-영화를 본 김영수 소령님의 반응은 어땠나?
아주 격양된 느낌이었다. 너무 잘 봤다고 이야기해 주셨고 속이 시원하다고 하셨다. 작고하신 감독님과 오랫동안 준비했고 계속 밀려서 답답해하셨는데, 결과물이 이제서야 공개되니, 매우 기뻐하셨다. 이제 시사회를 하고 개봉이 확정되니 감회가 남달랐다고 한다. 영화 속 박대익이 후반부에 선서 형식으로 외치는 장면은 김영수 소령님이 실제로 책상에 붙힌 표어다. 그 정도로 그분은 제대로 된 참 군인이었다. 대다수 악의 축으로 언급된 군인들은 그 수칙을 어기는 사람들이다.
-박대익 외에 다른 캐릭터는 다 가상인가?
그렇다. 박대익은 김영수에 가깝고 그외 다른 인물들은 극화되었지만, 아마도 우리 영화 속 모습과 별반 다를 바 없는 인물들일 것이다.
-고증은 어떻게 했나?
이 작업이 애착이 갈 수 밖에 없는 게, 시나리오 개발 때부터 故 홍기선 감독님과 김영수 소령님이 같이 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영화 속 '식구니, 가족이니' 하는 표현이 그냥 나온 것이 아니다. 실제로 영화 찍으면서 전투기 추락사가 많았는데 실제 그러고 죽었다면 정말 억울했을 거라고 본다. 군대 내에서 그로 인해 사고로 돌아가신 분들은 그쪽 잘못보다는 군인 잘못으로 몰아세웠다고 한다. 그게 군 감찰로 해결이 안 되니 그 점에서 보면 이 영화는 전 군이 단체 관람해야 하는 게 좋다고 한다.
-영화 속 결과와 방산비리와 관련한 실제적 결과는 너무나 다르다. 그 점에서 안타깝게 느껴질 것 같다.
김영수 소령님도 사건이 터지고 시간이 흘러서야 인권상을 받으며 명예를 회복했는데, 그분의 원래 꿈은 '별'을 다는 거였다고 한다. 우리 영화가 끝나고 나서, 실제 벌어진 방산 비리 관련 사례들이 언급되는데, 그 점에서 보면 이 사건은 비극이다. 구조적으로 전체적인 분위기가 바뀌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우리 영화가 방산비리와 내부고발자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만큼, 이런 내부고발 하신 분들이 보호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고 생각된다.
-극 중 박대익은 군의 간부 출신인 데 반해, 김상경 배우는 특전사 병사 출신이다. 특전사때의 경험이 간부 연기를 하는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되었나?
군시절 특전사 시범단 출신이었다. 아무래도 외부행사를 많이 하다 보니, 수많은 장군님들을 많이 뵐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극 중 경례, 호칭을 붙이는 제식 장면이 어렵지 않았다. 게다가 내가 키가 큰 편이라 행사할 때도 안내를 많이 했다. 그래서 군 생활 내내 긴장을 많이 해야 했다. (웃음) 마침 군 후배중에 국방부에 일하는 후배가 있다. 내가 연기하는 박대익이 극중 국방부의 소령이어서 그 친구에게 국방부의 소령이 어떤 위치냐고 물었더니 돌아온 답이 "군 간부가 너무 많아서 소령은 거의 이등병이에요."란다. (웃음) 특전사 야전 훈련 시절에는 미군 그린베레와 함께 합동훈련을 했는데, 그 친구들은 진짜 영화 속 군인들하고 똑같았다. (웃음) 담배를 피는게 아닌 씹는 담배가 보급되는가 하면, 기본 장비도 우리보다 너무 좋아서 부러웠다. 그 당시 미군이 갖고있는 장비의 부러움을 생각해서 박대익의 심경을 연기했다.
-최무성, 최귀화 배우가 연기한 천장군과 남선호는 보는 사람이 봐도 너무나 위압적이었다. 실제 연기할 때는 누가 가장 위압적이었나?
두 사람 다 생긴 것 자체가 위압적이다. (웃음) 감독님이 진짜 캐스팅을 잘했다. 무성이 형은 배우로서의 에너지가 다른 사람이다. 원래부터 무게감이 남달랐지만, 원래 갖고있는 연기 내공이 막강해 장군과 같은 악의 중심을 연기하기에 딱 적합한 배우다. 최귀화는 조직의 발 빠른 행동대장 같다고 해야 할까? 워낙 연기를 열심히 하는 친구다 보니 그 무서운 간부의 모습을 잘 살려냈다. 김병철의 준위 캐릭터는 말단의 대왕 같은 캐릭터로 사무실 안의 대위도 무시하는 또 다른 악의 중심적인 인물이다. 대충 경례하는 모습부터가 남다르지 않은가? (웃음) 갑자기 군 이야기를 하니 예전에 같이 복무한 분들을 시사회에 초대하고 싶다.
-평소에도 말을 잘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 편인 것 같은데, 예능 분야 같은 다른 분야에도 진출해볼 의향이 있는가?
사실 예능 쪽에서 제안이 왔었는데 아직 부담스럽다. 영화 말고 다른 분야서 나를 드러내는 게 쉽지가 않다. 인터뷰와 '인생술집' 같은 프로를 보면 사람들이 재미있다고 말하지만, 계속 출연하게 되면 사람들이 나를 유쾌한 사람으로만 기억할 뿐 영화 속에서 보던 나를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면 관객들이 내 캐릭터에 집중하지 못할 것이다. 그래도 요즘은 대중들이 예능에서의 모습과 영화 속에서의 모습을 구분해서 봐주고 계셔서 좋긴 하다. 그만큼 관객과 팬들의 수준이 많이 달라졌다. 이제는 예능을 해도 될 시대인 것 같다.
-이번 영화 속 정치적 이미지보다는 홍상수 페르소나에 대한 색채도 김상경의 개성이다.
그러게... 그러고 보면 나는 다양성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예능을 하게 되면 재미있을 것 같다. (웃음) 하지만 다른 사람은 멀티플레이가 다 되지만, 아직 나는 여러 부분에 집중하기 어렵다. 내가 원래 캐릭터 연구할 때 학구적으로 다가가는 스타일이다. 캐릭터 완성할 때도 지속적으로 연구할 정도로 집중하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연기할 때는 한 곳에만 집중하고 싶다.
-김상경이 출연한 [살인의 추억][화려한 휴가] 그리고 [1급 기밀]은 우리 현대사의 미해결, 미완 된 사건을 소재로 하고 있다. 우리의 어두운 이면을 담은 작품들을 연이어 했다는 점에서 수많은 만감이 교차되었을것 같다. 그래서인지 이러한 소재의 작품들을 하고 있는 것이 김상경의 또 다른 숙명처럼 느껴진다. 그러한 미해결된 우리의 역사를 마주할 때 마다 어떤 느낌이 드는가?
아이러니하게도 그 세 개의 작품들은 내가 찾아서 하는 게 아니다. 그 세 가지 다 시나리오가 다 재미있었다. 내가 감동 받은 만큼 사람들에게 쉽게 전달될 작품이 될 것 같아서 작업하게 된다. 사람들이 보기에 쉬어 보이는 시나리오를 선택하면, 그 사건이 플러스알파가 되어 있던 것이다. 결국 운이 좋았다고 봐야 한다. 원래 내가 영화를 잘 안 보고, 내 영화 찍은 것도 잘 안 보는 편이다. (웃음) 그렇게 해야 새로운 내 모습을 만들 수 있으니까. 내 스타일이 그렇다.
-이번 한해에만 세 개의 작품이 개봉한다. ([1급기밀] [궁합] [사라진 밤])
그러니까. (웃음) 내가 의도한 게 아닌데... 그렇게 따지면 하정우는 왜 그런 건가? (웃음) 개는 진짜 전생에 나라를 구한것 같다. 그만큼 운도 중요하다. 나한테도 하정우와 같은 운이 다가왔으면 좋겠다.
-올해 목표가 있다면?
좋은 사람이 되는 게 목표다. 좋은 아빠, 좋은 남편이 되고 싶은데 그게 참 힘들다. 물론 좋은 배우도 되어야지. (웃음) 무엇보다 지금의 일상을 행복하게 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 항상 감사하고 있다.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리틀빅픽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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