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염력] 심은경 "이제 악역을 해보고 싶어요"
18.02.05 10:33
처음 심은경의 [염력] 출연 소식을 들었을 때, 그녀가 이 영화의 초능력을 활용할 주인공이 될 거라 생각했었다. 그녀는 과거 두 번이나 초자연적인 능력을 지닌 소녀 캐릭터를 연기한 적이 있었다. [헨젤과 그레텔]의 영희, [불신지옥]의 귀신들린 소녀 등. 어두운 성향의 초능력 캐릭터를 연기하며 영화의 섬뜩함을 더해줬던 그녀였기에 이번에는 좀 더 밝은 역할의 인물을 할 줄 알았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초능력을 사용한 주인공은 류승룡이었고, 그녀는 주인공을 보좌하는 역할이었다. 메인 주인공이 되지 못한 것에 대해 아쉬움을 느낄법했지만, 오히려 그녀는 이번 영화의 역할에 만족하며, 평소 마음속에 담아뒀던 소망했던 역할에 대해 자신있게 고백했다. 어두움과 해맑은 미소를 보여준 영화 속 그녀의 모습과 너무나 다른 악역에 대한 소망에 조금은 의외라 생각했지만, 매번 색다른 변신을 보여준 심은경이었기에 그녀가 연기할 악역이라면 어떤 모습으로 그려질지 궁금해졌다.
다음은 일문일답.
-완성된 결과물을 본 소감은?
재미있게 잘 봤고 영화 촬영 했을 때 재미있었던 에피소드가 생각나서 웃으면서 본 기억이 났다. 감회도 새롭고 관객분들이 어떻게 받아주실지 기대되고 긴장된다.
-가장 애착이 가던 장면은?
개인적으로 장례식 장면을 좋아한다. 루미와 석현이 액세서리 가게에서 서로의 감정을 확인하는 모습이 좋았다. 촬영했을 때도 나도 모르게 감정이 우러러 나왔고, 영화처럼 분위기가 침체되었다기 보다는 마음을 가볍게 먹고 할 수 있어서 좋았다. 전날 까지도 긴장을 많이 했는데, 감독님께서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말고 하라고 하셔서 스태프들과 농담하면서 편안한 마음으로 연기했다. 나도 모르게 감정이 울컥 나와서 수월하게 할 수 있었다. 장례식은 좀 험악한 분위기였지만, 촬영장은 화기애애해 애드리브를 조절할 수 있었다. 관객들이 어떻게 봐줄지 궁금하다.
-연상호 감독의 뮤즈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에는 어땠나?
[부산행] 때 현장 소문이 좋았다고 했다. 감독님이 빨리 촬영하고 분위기가 좋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염력] 했을 때 왜 그런 이야기가 나왔는지 알 것 같았다. 정말 감독님이 배우들 포함해 모든 스태프들을 이끌어 갈 수 있는 힘을 갖는 분이시고 공감 능력이 많은 분이라는 걸 알았다. 모두의 고생을 다 아는 만큼 배려를 하신 모습이 귀감이 되었다.
-욕을하며 용역 깡패와 전경들에게 대항하는 장면이 용감해 보였다. 정말 화가 나서 달려든 것처럼 보였을 정도다.
루미 입장에서는 억울한 일들을 당했고, 본인이 장사하던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상태였다. 오프닝에 루미의 서사가 나오는데 아버지의 부재가 있었고,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이 있었기에 그것에 대한 억한 심경이 있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용역 분들과 대항하고 억울한 걸 하소연 하는 모습은 본인의 이야기를 정확하게 하고, 이왕이면 세게 지지 않으려 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촬영하면서 진짜 화가 나지 않았다. (웃음) 그런 것들은 다 연기다.
-인상 깊었던 감독님의 배려는?
굉장히 더운 날씨에 촬영했다. 스태프들 지치지 말라고 커피차를 한 달간 제공했다. 촬영장소는 춘천이었는데, 스태프들이 목마를 때 마다 아이스 커피를 마시며 할 수 있었다. 다들 힘들어서 지칠법하면 분위기를 재미있게 만들어 주셨다. 촬영을 정해진 시간과 콘티 안에서 할수 있던 상황들이 많았는데, 그런걸 보면서 놀란 장면이 많았다. 그런 대처 방식이 많았고 함께 하면서도 놀란 일이 많았다.
-이번 영화 출연은 감독님의 제안 덕분이었나?
[부산행] 때 이 프로젝트에 대해 들었다. 그때는 아주 짧게 들었고, 감독님께 다음에 함께 작업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다음 날 감독님께서 "신배우님의 주연작이 있다"라고 말씀 주시면서 초능력 이야기이고, 아빠와 딸의 이야기가 있다고 들었다. 그래서 내가 초능력을 쓸 줄 알고 기다렸는데, 아니었더라. (웃음) 그래도 영화의 중심축 이어서, 감독님을 믿고 출연했다.
-영화가 공개된 이후에는 만약 분노한 루미가 초능력의 주인공이었다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을 했었다. 만약 루미가 초능력자였다면 어떘을까?
(크게 웃음) 일단은 다시 철거되었던 부위를 재건축했을 것이다. (웃음) 석헌은 초능력을 쓸 때 혀와 다리를 돌리는 모습을 보여줬지만, 루미는 성격 자체가 무뚝뚝 한 면이 있어서, 그런 행동대신 그냥 손으로 날리는 시늉만 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웃음)
-원래부터 판타지 영화를 좋아하나?
좋아한다. 개인적으로 팀 버튼 감독님의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을 참 좋아한다. 그러면서 이런 판타지 영화에도 출연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팀 버튼 영화의 또 다른 작품인 [스위니토드]도 좋아하고, [아키라] 같은 초능력을 소재로 하는 애니메이션도 졸아한다.
-일상의 본인이 [염력]을 갖게 된다면?
(한참 고민하다가) 이거 방금 생각난 건데...(웃음) 아침에 씻기가 귀찮아서 염력으로 세수를 하고 옷도 입게 되면 참 편할 거 같다는...(웃음) 그럴 때 쓰고 싶다. 그리고 이거는 염력이 아닌 다른 능력에 관한 이야기인데, 보편적일 수도 있는데 지금 현재 우리나라의 날씨가 남극을 이겼다고 한다. (웃음) 이렇게 추운 날에는 바로 현장에 도착할 수 있는 순간이동 능력을 갖추고 싶다.
-이 영화에서 진짜 히어로의 자격은 석헌이 아닌 루미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루미는 약자들의 마음을 잘 알고, 극 중 대립 상대였던 전경들을 구하려고 할 정도로 마음씨 또한 착하다. 어쩌면 루미는 인격적으로도 부족한 아버지 석헌을 계속 도울 보조자가 될 것이라 생각했다. 만약 [염력 2]가 나온다면 본인도 초능력을 갖는 히어로가 될 것인가? 아니면 아버지를 도울 보조자가 될 것인가?
만약 후속이 나온다면 루미가 염력을 얻게 되면 좋지만, 전편의 이음새를 생각해 본다면 아리송하게 느껴질 것이다. 그래서 루미가 초능력을 얻게 되는 과정은 좀 더 고민해 봐야 할것 같다. 아무래도 루미 보다는 염력이 있는 것은 석헌이 갖고 있어야지 그것이 바로 우리 영화가 가져다주는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루미는 치킨집을 잘 운영하면서 또 다른 악당들과 맞서 싸우며, 아버지와 정을 나누고 속정을 보여주며 드라마의 축을 담당하는 인물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웃음)
-변호사를 연기한 박정민과 로맨스 적인 여운을 남기는 장면이 딱 한 번 등장한다. 원본에서는 또 다른 로맨스 장면은 없었나?
시나리오에서 언급된 장면이 그 한 장면이 다였다. 사실 우리 영화의 핵심적인 줄거리는 평범한 사람이 초능력을 얻게 되어서 사용하는 것에 있다. 그래서 영화 속 로맨스는 정말 '요만한' (손가락으로 표시하며) 부분이다. 그 로맨스는 그냥 지나가는 신에 불과했다. 마침 그 장면이 우리 영화의 첫 촬영이었는데, 내가 원래 첫 촬영때 긴장을 많이 하는 스타일이라 밤에 잠을 못자고 바로 나갔다. 정민 배우님이 잘 이끌어 주셨고, 원래부터 팬이어서 촬영 때 부터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나누며 만족스럽게 작업했다.
-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정유미의 악역이 탐났다고 언급했다. 어떤 점이 탐이 났나?
정유미 언니가 그런 캐릭터를 만들어 낸 것에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그런 가식적인 홍상무라는 캐릭터가 너무 좋았다. 우리 영화의 악역은 악당 같은 느낌이 더 많이 든다. 시나리오 봤을 때 예상치 않다고 생각했는데 유미 언니가 정말 두 배 이상의 매력으로 만들었다. 시종일관 해맑지만, 자신의 행동에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 무서운 캐릭터였다. 개인적으로 내가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 악역을 맡아본 적이 없었다. 어렸을때 부터 악역에 대한 갈망이 있었는데 기회가 되면 꼭 한번 하고 싶다.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의 악역을 해보고 싶은가?
[다크나이트]의 조커처럼 강렬한 인상을 남길 수 있는 악역을 해보고 싶었다. 그런 의미에서 한 것이 [부산행]에서의 좀비였다. (웃음) 악역이라고 하기에 좀 그렇지만, 정말 내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했던 장면이었다. 정말 빠져서 연기했고, 방방 뛰면서 연기했다. 분장하고, 피도 묻히고 셀카 찍으면서 사람들에게 자랑했다. (웃음) 내 스스로에게 만족감을 드러낸 연기여서 감독님에게 감사했다. 이런 역할 있으면 또 하고 싶다고 제안 드렸다. (웃음)
-[걷기왕]의 캐릭터등 좀처럼 예상치 못한 캐릭터를 연기할 때가 있다. 작품을 고르는 기준이 무엇인가?
특별히 규정해 놓은 규칙은 없다. 대신 내가 맡은 역할이 그 작품에서 어느 정도의 영향을 끼치는지 초점을 맞추는 편이다. 오히려 주인공보다 조연이 더 끌릴 때가 있다. 내가 하고 싶은 영화에 출연하고, 그 작품의 축이 되는 게 중요하다고 봤다. [부산행] [걷기왕] 그리고 [염력] 또한 그런 기준에서 선택하던 작품이었다.
-그전에 연기한 초능력 소녀들은 우울하고 어두운 캐릭터였다. ([핸젤과 그래텔]의 영희, [불신지옥]의 소녀) 다시 한번 초능력 주인공을 연기하면 우울한 역할이어도 할 의향이 있는가?
그러네... 그러고 보니 내가 과거에도 초능력 연기를 했구나. (웃음) 지금 생각해 보니 어두운 장르를 많이 촬영했다. 만약에 초능력을 사용하는 캐릭터라면 어둡고 밝은 것은 구분하지 않을 것이다. 무조건 시나리오가 마음에 들면 할 것이다. 장르에 편협하지 않은 상반된 장르의 영화여도 연기의 재미를 주는 작품이라면 다 해보고 싶다. 이왕이면 두 개의 버전 다 만들어 주시면 더 좋겠다. (웃음)
-[염력]의 매력포인트는?
웰컴 투 연상호 월드! (웃음) 흔치 않게 다뤄지지 않은 초능력의 쓰임, 그리고 배우들의 열연과 호흡. 이것이 우리 영화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매니지먼트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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