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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팬서] 리뷰: 히어로 영화의 판도를 바꿔놓은 위대한 흑인 군주의 등장 ★★★★

18.02.07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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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팬서,2018]
감독:라이언 쿠글러
출연:채드윅 보스만, 마이클 B. 조던, 루피타 뇽, 마틴 프리먼, 앤디 서키스

줄거리
시빌 워’ 이후 와칸다의 왕위를 계승한 티찰라(채드윅 보스만)는 와칸다에만 존재하는 최강 희귀 금속 ‘비브라늄’과 왕좌를 노리는 숙적들의 음모가 전세계적인 위협으로 번지자 세상을 구할 히어로 ‘블랙 팬서’로서 피할 수 없는 전쟁에 나서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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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팬서]는 [아이언맨] 이후로 꾸준하게 히어로 영화를 제작하며, 대중화를 주도한 마블 스튜디오가 내놓은 새로운 제시안이었다. 이제는 '마블 스럽다' 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대중들은 마블이 제작하는 히어로 영화의 특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이 말은 즉, 좋은 의미에서 볼 때 그만큼 익숙해졌다는 뜻이며, 나쁜 의미로 볼 때 고정화된 이미지를 고수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러한 아슬아슬한 상황 속에도 새로운 스타일과 개성이 담긴 영화를 내놓으며 나름의 변화를 추구했지만, 기존 마블 세계의 대격변을 암시하는 [어벤져스:인피니티 워]의 개봉이 가까워진 만큼, 혁신 수준의 변화가 필요한 시기가 되었다.

[블랙 팬서]는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가 주도한 기존의 히어로들을 대체할 신세대 마블 히어로들의 본격적인 등장과 이후 그들이 보여줄 영향력을 미리 가늠해 볼 수 있는 중요한 작품이었다. 그러한 관점에서 봤을 때 [블랙 팬서]는 마블을 넘어서 기존 히어로 영화의 새로운 판도를 예고했다. 기존 마블 영화의 관점에서 봤을 때 블랙 팬서는 아이언맨을 대체할 캐릭터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다. 왕국의 군주라는 점에서 엄청난 재력과 권력을 떠올리게 하며, 이를 활용한 첨단 장비로 무장한 모습 때문에 새로운 아이언맨을 기대했을 것이다. 
 
하지만 [블랙 팬서]는 [아이언맨]처럼 재력과 권력을 즐기는 유쾌한 히어로가 등장하는 영화가 아니다. 보코하람을 연상시키는 아프리카 테러 집단을 단숨에 쓸어버리는 오프닝이 말해주듯이, 이 영화는 현실의 문제와 같은 무겁고 진지한 소재를 히어로 영화만의 관점으로 풀어내려는 의미심장한 주제관을 지닌 작품이었다. 
 
물론 마블은 그 전에도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를 통해 테러, 전쟁을 비롯한 미국의 대외 정책과 같은 무거운 주제관을 우회적으로 풍자하는 재주를 보여준 바 있다. 하지만 [블랙 팬서]가 추구하려는 것은 기존의 관점과는 차원이 다른 내용이다. 현대화된 세계속에 희귀해져 버린 왕국이라는 나라의 가치, 군주의 자세, 올바른 권력, 흑인을 비롯한 소수 인종의 인권 문제가 이 영화가 내포하고 있는 소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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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 그랜트의 어떤 하루]와 [크리드]를 통해 흑인 사회의 현실과 이면을 휴먼 드라마로 풀이한 라이언 쿠글러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는 점에서 [블랙 팬서]는 흑인 사회와 문화에 대한 부각이 그 어느때 보다 강하게 다가온다. 때문에 그의 특성을 아는 관객이라면 이 영화를 마블 세계관 영화로 보기 보다는 라이언 쿠글러의 영화라는 관점으로 보게 될 것이다. [블랜 팬서]는 모든 관객이 재미있게 즐길수 있는 작품이지만, 흑인 관객에게 더할 나위 없는 카타르시스와 쾌감을 전해줄 요소들이 배치되어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러한 요소들이 이 영화를 히어로물의 혁신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요인이다. 앞서 공개된 넷플릭스의 마블 히어로 드라마 [루크 케이지]가 뉴욕 할렘가는 배경으로 흑인 사회와 문화를 전면으로 다루며, 그 안에 자리 잡은 애환과 삶을 이야기로 풀어냈다면, [블랙 팬서]는 한발 더 나아가 최빈국으로 여겨지는 아프리카와 전 세계의 흑인, 소수 인종의 문제를 이야기의 주제로 전면 배치한다. 

현실 속 아프리카는 과거 서구의 식민지 정책으로 한 수탈로 지금의 경제적 빈곤과 분쟁을 이어온 지역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과 달리 마블 영화 속 가상의 왕국 와칸다는 그러한 아프리카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180도 바꿔놓은 이상향의 국가이다. 인류 최초로 우주로부터 온 자원(마블 세계관의 중요한 자원인 비브라늄이 바로 그것)을 통해  과학 기술과 진보를 발전시켜 서구보다 앞선 기술력과 힘을 가진 와칸다는 국제 사회에서 남모르게 무시당한 아프리카와 흑인 사회의 통쾌한 복수와도 같은 설정이다. 

그것을 말해주듯 가상의 왕국 와칸다는 아프리카 부족 문화의 전통성과 현실의 미래 도시의 모습을 합쳐놓은 듯한 독특한 비주얼을 보여준다. 그러한 전통성은 현실 속 영국, 스웨덴, 아랍 국가들과 같은 전제군주제와 부족 문화를 합쳐놓은 듯한 와칸다의 군주 계승 과정에서도 흥미롭게 표현된다. 각 부족의 대표가 모인 가운데, 왕위 계승 서열 1위와 왕권에 도전하려는 도전자가 1대 1로 붙는 대전은 주인공 티찰라가 단순한 군주가 아님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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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팬서]는 바로 이러한 흑인 사회의 문제와 군주의 위상과 가치를 핵심 줄거리로 두고 있다. 힘겨운 도전을 이겨내 조상들이 오랫동안 지켜온 군주의 가치를 계승하며 왕이 되었지만, 아프리카의 최빈국과 여러 나라서 인권 문제에 시달리고 있는 흑인 사회에 대한 외면이 왕국의 존립마저 위협하는 최대 걸림돌이 된다. 왕이 된 티찰라는 이 문제들과 정면으로 마주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왕권을 지키기 위해 추악한 행위마저 서슴지 않았던 선조의 비밀을 알게되고 그것이 현실을 위협하는 실체임을 깨닫게 된다. 

왕권을 차지하기 위해 싸워온 주인공은 가치관을 흔드는 진짜 문제와 마주하며 다시 한번 새롭게 거듭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러한 힘겨운 과정이 말해주듯 [블랙 팬서]는 흑인을 위한 히어로가 아닌 인류 사회에 큰 영향을 끼칠 이상적인 군주가 되어가는 한 인간의 자각을 그린 드라마였다. 왕권이라는 묵직한 주제답게 왕가의 이야기를 다룬 가족 드라마의 성향이 이 영화에도 짙게 베어 있다. 

아프리카라는 장소적 배경과 아버지로부터 이어받은 왕권과 친척 간의 배신을 담았다는 점에서 디즈니 [라이온 킹]을 연상시키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왕좌의 게임]과 [더 크라운] 같은 왕실 드라마의 성향을 조금씩 발견하게 된다. 왕이 되기 위한 과정과 왕권을 지키기 위한 대립이 강하게 베어 있다는 점에서 왕실 드라마 특유의 긴장감을 즐길 수 있다. 그 점에서 티찰라 캐릭터의 독보적인 개성과 재능이 강하게 베어있는듯 하지만 [블랙 팬서]는 주인공을 비롯한 모든 주조연 캐릭터의 유기적인 관계를 통해 모든 캐릭터 하나하나를 중요하게 다루려 한다. 

이 또한 그동안의 마블 시리즈서 다뤄온 과정이지만 [블랙 팬서]의 캐릭터 설정이 유독 독특하게 느껴졌던 것은 바로 이 역할을 주도한 이들이 흑인, 여성 출연진으로 그동안 조연 격 캐릭터로 치부된 캐릭터들의 역할과 비중을 한층 더 강화했기 때문이다. 작품의 성향상 남성적 권력과 분위기가 다소 강하게 베어있지만, [블랙 팬서]들의 여성들은 단순한 시녀나 왕비 같은 캐릭터가 아닌 이 영화의 핵심과 같은 존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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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찰라의 연인이자 스파이 역할을 해온 나키아, 티찰라를 호위하는 오코예, 티찰라의 동생이자 최신 장비를 발명하는 과학자 슈리는 주인공을 보좌하고 도와주는 캐릭터로 이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장 압권은 그동안 마블의 난제였던 강렬한 악역의 부재를 해결한 악역 캐릭터의 등장이다. 마이클 B.조던이 연기한 에릭 킬몽거는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와 나름의 당위성이 담겨진 행동으로 악역에 대한 비중을 높여주었다. 기본 설정과 주제관에서부터 혁신을 가져온 만큼 히어로물 다운 화려한 볼거리를 보여준다.

원작 시리즈에서 블랙 팬서의 맞수로 등장한 율리시스 클로를 잡는 과정은 한편의 첩보 액션처럼 그려지며, 아프리카 전통 무술을 기반으로 한 주인공답게 역동적이면서도 강력한 타격, 무술 액션의 향연이 이어진다. 와칸다의 진일보한 모습을 보여준 첨단 비행 장비와 코뿔소와 같은 동물을 활용한 무기 또한 신선한 느낌을 보여준다. 특히 한국 관객에게는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은 부산에서의 추격 액션신이 매우 흥미롭게 보여질 것이다.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 때와 달리 광안대교와 해운대의 고층 빌딩 등 한국의 고급스러운 모습이 화려하게 담긴 배경 속에서 펼쳐지는 액션은 그야말로 진귀한 느낌을 전해준다. 특히 광안대교에서의 액션은 국내를 비롯한 해외 관객들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긴 장면으로 기억될 것이다. 나키아역을 맡은 루피타 뇽의 어설프지만 정겨운 한국어 대사도 영화만의 재미로 다가올 것이다. 
 
기존 히어로 세계관을 바탕으로 인종과 성별의 활용을 통해 히어로 영화의 새로운 판도를 내세운 마블 [블랙 팬서]는 2월 14일 개봉한다. 

P.S: 항상 그렇듯 두 개의 쿠키 영상이 등장한다. 하나는 블랙 팬서가 앞으로의 마블 시네마틱에 끼칠 영향을 암시하는 장면이며, 다른 하나는 [어벤져스:인피니티 워]에 대한 예고이다.

P.S 2: 여성 캐릭터들이 꽤 비중있게 다뤄진 점에서는 곧 새롭게 합류할 여성 히어로 [캡틴 마블]의 등장으로 인한 마블 세계관의 변화를 암시하는 대목이 아닌가 생각된다. 마블 최강의 힘을지닌 히어로가 될 것임을 암시한만큼, 그녀의 등장이후 마블 영화에서 활동적인 여성 캐릭터를 자주보게 될 것이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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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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