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리뷰: 기괴하지만 아름다운 인간과 괴수의 사랑 ★★★★
18.02.14 15:03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 2018]
감독:기예르모 델 토로
출연:샐리 호킨스, 마이클 섀넌, 리차드 젠킨스, 옥타비아 스펜서, 마이클 스털버그, 더그 존스
줄거리
우주 개발 경쟁이 한창인 1960년대, 미 항공우주 연구센터의 비밀 실험실에서 일하는 언어장애를 지닌 청소부 엘라이자(샐리 호킨스)의 곁에는 수다스럽지만 믿음직한 동료 젤다(옥타비아 스펜서)와 서로를 보살펴주는 가난한 이웃집 화가 자일스(리차드 젠킨스)가 있다. 어느 날 실험실에 온몸이 비늘로 덮인 괴생명체가 수조에 갇힌 채 들어오고, 엘라이자는 신비로운 그에게 이끌려 조금씩 다가가게 된다. 음악을 함께 들으며 서로 교감하는 모습을 목격한 호프스테틀러 박사(마이클 스털버그)는 그 생명체에게 지능 및 공감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실험실의 보안책임자인 스트릭랜드(마이클 섀넌)는 그를 해부하여 우주 개발에 이용하려 한다. 이에 엘라이자는 그를 탈출시키기 위한 계획을 세우게 되는데…
여느 SF 판타지 감독들과 달리 기예르모 델 토로의 크리쳐에 대한 애정은 그 누구보다 남다르다. 데뷔작 <크로노스>부터 <헬보이>시리즈까지만 보더라도 작품 속 등장하는 크리쳐는 '괴물'이 아닌 자각을 지닌 '생명체'로 기이한 외형과 달리 그 안에는 인간이 지니지 않은 순수함을 지니고 있다. <셰이프 오브 워터:사랑의 모양>(이하:<셰이프 오브 워터>)은 그러한 크리쳐에 대한 애정어린 시선을 지닌 기예르모 델 토로만이 완성할 수 있는 로맨스였다.
인간 여성과 괴수의 사랑이라는 파격적인 소재를 지니고 있지만, 그에게만큼은 이 설정은 '당연함' 이었다. 괴수에 초점이 맞춰진 영화같지만 <셰이프 오브 워터>는 괴수에 대한 비중보다는 말을 못 하는 주인공 엘라이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일반인들과 대화를 할 수 없는 그녀에게는 아이러니하게도 수다스러운 인물들이 주변에 포진해 있다. 엘라이저는 그들의 말을 일방적으로 들어줘야 만 하는 처지로 혼자 있는 방과 출퇴근하는 버스에서 외로움을 달랠 뿐이다.
그녀가 왜 말을 못 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유는 중요하지 않다. 목덜미에 있는 상처가 서글픈 그녀의 과거를 암시해 줄 뿐 영화는 외로움 속에 사는 그녀의 일상을 비추는 데 집중한다. 그런 그녀에게 실험실에 나타난 괴수는 동질감을 나눌 수 있는 유일한 존재다. 인간의 형태를 지니고 있지만, 소통할 수 없는 존재이며 특이한 생김새와 능력을 지닌 원시적인 존재다. 직접적인 말을 하지 않지만, 눈빛과 손짓, 사물을 가리키는 것으로 소통을 시도하는 모습은 말을 통해 사람과 대화하지 못하는 엘라이자 만이 할 수 있는 능력이다.
그 점에서 볼 때 엘라이자와 괴수는 생명체라는 개념을 넘어선 같은 '크리쳐'일 것이며, 그것은 외형이 아닌 마음과 정서가 같다면 같은 존재가 될 수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그 점에서 보면 이 영화는 보는 것의 관점이 중요한 작품인 동시에 인물의 행동에 깊은 의미와 상징이 담긴 작품임을 알 수 있다. 두 크리쳐의 만남과 사랑은 그 점에서 보면 운명과도 같다. 기예르모 델 토로는 이들의 러브스토리를 정당화하기 위해 영화이 시대적 배경을 부각한다.
영화의 배경이 된 시대는 미국과 소련이 대립한 냉전 시대이자, 인종차별이 만연하고, 자본주의에 의해 이기심이 가득한 시대이며, 남성우월주의 같은 마초성이 강조된 시기였다. 같은 인간이지만 이념과 외형이 다르면 서로를 경계하고 위협하는 폭력적인(혹은 남성적인) 이 시대에 괴수와 인간이 사랑을 나눈다는 것은 파격이 아닌 순수함의 완성인 것이다. 한편으로는 당시 기준에서 연약할 수 밖에 없는 장애를 지닌 여성이 인간 남성이 아닌 다른 생명체와의 사랑을 선택했다는 설정만 놓고 봤을때 매우 상징적인 시도이다.
<셰이프 오브 워터>는 엘라이자와 괴수의 관계 외에도 그들을 돕는 사람들의 모습에 주목하며, 편견의 시대 속에 인간의 진정한 가치를 지닌 그들의 모습을 통해 진정한 사랑의 가치와 정의를 되묻는다. 50년대 팝송과 영화 속 장면은 낭만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며 당시의 시대를 살아간 극 중 인간적인 인물들과 두 '크리쳐'의 마음을 대변하는 도구가 된다. 자신의 개성이 아닌 시대의 정서와 융합해 한편의 50년대 낭만극을 보는듯한 분위기를 만들어낸 기예르모 델 토로의 연출력은 이전과는 다른 향상을 만들어내며 위험한 러브 스토리를 아름다운 이야기로 완성한다. 매번 놀라운 열연을 펼친 샐리 호킨스는 이번 영화에서 몸으로 모든 것을 표현하는 행동예술에 가까운 열연을 펼치며 영화만의 인상적인 여운을 남겼다.
기예르모 델 토로의 오른팔 같은 존재로 작품마다 크리쳐를 연기한 더그 존스의 괴수 연기는 이번에도 존재감을 발휘했으며, 마이클 섀넌, 옥타비아 스펜서 리차드 젠킨스 모두 특유의 개성 연기를 선보이며 영화의 완성도를 높여줬다. 기괴하게 느껴질 기예르모 델 토로의 감성이 한편의 아름다운 러브 스토리로 완성되었다는 점에서 이번 영화는 그의 역대 작품중 가장 특별하게 느껴질 작품으로 평가받을 것이다.
감독의 전작 <헬보이>를 재미있게 봤다면 이것과 연계된 이스터에그와 정서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헬보이>에서 해양생물 에이브 세피엔을 연기했던 더그 존스가 이 영화에서 수종 괴수를 다시 연기했다는 점이 흥미롭게 다가올 것이다.
<셰이프 오브 워터:사랑의 모양>은 2월 22일 개봉한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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