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조선명탐정 3'의 김명민, 의사, 탐정…개성넘치는 캐릭터를 만드는 그만의 비법
18.02.18 16:16
요즘 김명민의 모습을 심심치 않게 마주하고 있다. 스크린에는 <조선명탐정:흡혈괴마의 비밀>(이하:<조서명탐정 3>)이, 브라운관에는 과거의 명작 <하얀거탑>이 UHD 리마스터드 버전으로 새롭게 반영되고 있다. 흥행과 시청률 면에서 좋은 반응을 끌어내며 다시한 번 '연기 신'으로서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는만큼, 한껏 여유로운 모습으로 기자를 맞이해 주었다. 야망에 가득 찬 의사와 코믹한 탐정의 모습 등 극과 극을 오간 그였지만, 평범한 일상에서는 연기적 부담에서 벗어난 천진난만한 소년 같았다.
-결과물을 본 소감은?
초반에 코믹이 강세고 뒤로 갈수록 드라마에 집중하는 게 우리 시리즈의 특징이다. 시나리오가 전보다 더 탄탄해졌고, 지원씨가 연기를 너무 잘해줘서 진짜 울었다. 사람들이 많이 기대하고 있어서 앞으로 이 시리즈를 계속 해야 할 의무가 생긴다. 원래 우리 역량으로는 여기까지지만, 사람들의 희망사항이 지속되고 있어서 가야한다고 생각된다. 설날의 한 번씩 이 영화를 봤는데, 이제 명탐정 시리즈가 끝난다고 하면 아쉽게 느껴지지 않을까? 명절에 성룡 영화를 봐야 하듯이 우리 영화도 그렇게 느껴질 것이다. 성룡이 외화였다면 우리는 한국영화이니 우리 영화를 보고 많이 추억해 줬으면 한다.
-[브이아이피]의 채이도 때의 모습도 강렬했는데, [조선명탐정] 시리즈의 김민을 연기할 때는 여유를 느끼는 것 같다.
맞다. [조선명탐정] 출연은 여행 가기 전 가방 싸는 느낌이라고 할까? 아주 설레이고 그곳에서 만날 옛 친구와 가족을 만나는 기분이 든다. 그건 나뿐만이 아니라 현장에 있는 모든 스태프들이 그렇게 느꼈을 것이다. 그런 친근한 정서가 담겨 있기에 우리 영화가 재미있게 느껴질 수 있었다. 우리 영화는 메이킹 필름과 완성된 버전을 봐도 분위기가 경쾌하다고 느낄 것이다. 자신한다. (웃음)
-김지원 씨는 이 시리즈에 처음 합류한 배우인데 잘 적응했나?
처음에는 긴장했다. 아무래도 우리는 오래전부터 다같이 해서 여유로웠지만, 지원 씨 로서는 부담이 됐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새로운 여배우가 오면 공주님처럼 받들 준비가 되어 있었다. (웃음) 여배우님을 잘 챙기고 모든 포커스를 맞춰야 한다고 생각해서 아마도 부담 없이 연기했을 것이다.
-이제는 여성 캐릭터도 고정적으로 가지고 갈 생각은 없나?
그건 명탐정의 특징이 아니다. (웃음) 김민과 서필이 메인이 되어야 하고 새로운 주인공이 합류해야 하는 식이 우리의 원칙이다.
-오랫동안 함께 한 오달수와는 이제 눈빛만 봐도 통했을 것 같다. 그렇게 완성된 대표적인 장면은 없었나?
모든 장면이 그랬다. (웃음) 사실 1편 촬영 때가 '멘붕'이 왔던 시기였다. 모니터룸에 배우들 자리가 없어서 좀 당황했었고, 스태프는 일사분란하게 움직여서 전쟁터 같았다. 감독님은 모니터를 안 보시고 카메라의 작은 화면을 보고 커트를 주도하고 계셨다. 드라마 촬영장 보다 너무나 빠른 현장이어서 달수형과 멘붕에 빠졌었다. 이것에 적응하느라 몇 주 걸렸는데, 이후에 적응되면서 그 현장 분위기를 즐겼다. 빠른 촬영으로 내일 일정을 오늘 하루에 마무리하는 연출력이 우리 김석윤 감독님만의 재능이다. 심지어 3일 전 일정까지 단 하루에 완료했다. 편집을 모텔에서 완료하시더라. (웃음) 그 정도로 감독님이 워낙 철저한 분이시다.
-그 정도면 배우로서는 만족할 만한 환경 아닌가?
완전 만족이다. (웃음) 가성비뿐만 아니라 퀄리티도 너무 좋다.
-명탐정의 김민은 셜록 보다는 인디아나 존스에 가까운 어드벤처 캐릭터다. 해리슨 포드가 나이 70이 넘어서 했듯이, 노년에 나이가 가까워서도 명탐정 연기를 하게 되면 계속할 의향은 있으신가?
글쎄 내가 해리슨 포드 나이까지 연기할 지 잘 모르겠다. (웃음) 우리 영화가 액션 보다는 입으로 터는 영화라...(웃음) 그래도 좋은 약도 많이 나오는 시대고 100세 시대니... 가능할 것이다. (웃음)
-[조선명탐정] 시리즈의 배경이 조선후기라고 봐야 할까?
그런 시대적 배경을 넘어 주시기 바란다. (웃음) 1편의 왕이 죽어야 하는데 아직도 살아있지 않은가? (웃음) 우리 영화가 시대 점프를 많이 하니 자세한 디테일을 버리고 그냥 즐기시기 바란다. (웃음)
-김지원의 매력은?
연기에 몰입하면 딴 사람이다. 처음 합류했을 때는, 긴장했는데 슛이 들어가면 다른 사람이 된다. 걸크러쉬한 캐릭터. 여왕적인 캐릭터 등등 여러 가지 톤을 왔다 가야 해서 힘들었을 것이다. 그만큼 여주인공의 비중과 역할이 중요한 역할이었다. 김지원 씨 덕분에 우리 영화가 더 화제가 될 것이다.
-김지원이 더 주목받으면 주연으로서 아쉽지 않나?
아까 말했듯이 우리 영화는 시리즈를 거듭할수록 여주인공이 자주 바뀐다. (웃음) 그걸로 됐다. 정말 잘했고, 기대 이상의 활약을 보여줬다. 여배우가 산다면 우리가 찬밥이 되어도 상관없다. 이번에 내 역할과 김지원 캐릭터가 극중에 썸을 타서 내 캐릭터가 빛을 봤다.
-김민은 항상 맞으면서 지혜를 찾고 성장하는 캐릭터. 시리즈가 될 때마다 계속 맞아서 아쉽거나 조금 더 싸움 잘하는 캐릭터였으면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은 없었나?
아니다. 나는 김민이 싸움을 잘한다고 생각한다. (웃음) 1편에도 그의 액션씬이 되게 많은 편이었다. 이번에도 무기를 만들고 머리를 써서 싸웠다.
-마술쇼의 합은 잘 맞았나?
일반적으로 잘 맞았는데 앙증맞음과 교태를 부려야 해서 그걸 맞추느라 힘들었다. 개그맨 이수근 씨가 맞춰준 자세였고, 우리 영화의 안무가님께서 완성해 주셨다. 내가 봐도 참 귀여웠는데... 이렇게 말하면 재수없겠지? (웃음) 무래도 인간 김명민이 아닌 김민이란 캐릭터가 연기하니 사람들이 재미있게 봐줄 것이라 본다. 왠지 김민의 의상을 입으면 뭐든 다 할 수 있을 거라 자신한다.
-지금 브라운관에는 드라마 <하얀거탑>이 방영 중이다. 너무 다른 분위기 때문에 사람들이 편견 어린 시선으로 영화를 보려 하지 않을까?
그건 관객, 시청자 각자 취향이다. 생각이란 것은 본인들이 하고 싶을때 하는것이다. 대신 배우로서 나는 그런 생각을 조금이라도 벗어나게끔 하는게 내 역할이라고 본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게 내 의무다.
-이번에 재방을 본 소감은 어떤가?
솔직히 내 모습을 다시 본다는 게 좀 어색했다. 그래도 명작은 명작이라고 느껴진다. 배우로서는 굉장히 감사할 일이다. 11년 전 작품을 황금시간대에 해주시니 영광스러울 뿐이다.
-그동안 여러 작품에서 인상적인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새로운 역할에 대한 갈망을 항상 느끼나?
내 자신이 식상한걸 좋아하지 않는다. 한번 입는 옷을 이틀 연속 입는걸 싫듯이 내가 똑같은 캐릭터를 하는건 싫다. 지금까지는 캐릭터들이 알맞게 들어온 것 같다. 장준형, 이순신 장군 같은 캐릭터는 천운이 좋았다. 앞으로도 내가 이런 캐릭터를 받을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작품을 고를 때 캐릭터를 우선으로 하기 보다는 각본이 재미있는지를 우선으로 본다. 주인공 캐릭터가 아무리 잘나도 그 주인공을 받쳐줄 조연 캐릭터가 있는지 봐야한다. 그런 작품을 만난다면 배우에게는 행운이다. 하나 하나 옷이 입혀질 때의 완성을 보는 것이 배우로서는 최고 희열이다. 캐릭터를 내 입맛에 맞춰 바꾸는 순간 결국에는 똑같은 캐릭터로 남겨질 뿐이다.
-오달수 배우와는 평소에도 연락하는 사이인가?
종종 연락한다. 여행까지는 아니고 드라이브를 가서 밤을 같이 보낼 때가 있다. 사적으로 함께 있으면 일상의 이야기를 주로 한다. 마음속 깊이 담긴 이야기를 꺼낸다고 해야 할까? 달수 형이 실제로 교수 타입이라면, 나는 직선적인 타입이다. 그게 우리의 차이이면서 서로 좋아하는 성격이다. 오히려 그렇게 다른 모습이 잘 맞는다. 서로 성격이 달라서 서로에게 도움이 되었다고 봐야 할까?
-자녀에게 가장 먼저 보여준 자신의 출연 작품은 있나?
지금 아들이 중1이다. 아무래도 <불멸의 이순신>을...(웃음) 태어나자 마자 애가 "네 이놈!"이라고 외쳤다. 그것도 두 살때 (웃음) 그래서 유치원때 조선시대 욕을 했다고...(웃음)네 이놈, 네 이년 이렇게. (웃음) 그리고 초등학교 1학년때 계속 손을 장준혁 처럼 위로 올리고 다녀서...(웃음) 선생님이 "너 어디 불편하냐?"고 물어봤다고 한다. 그리고 2학년때는 애들에게 똥떵어리라고 해서...(웃음) <조선명탐정> 때는 "이런 개 같은놈"을 따라해서 속상했다. (웃음) 내 출연작이 애한테 영향을 주고 있어서 조심하고 있는 편이다.
-시리즈를 지속하면서 스스로 성장했다고 느껴지시나?
성장했다기보다는 이제는 성숙해 알게 되었다. 2탄부터 관객분들이 내 캐릭터를 인지해 주셨고, 김명민과 김민을 분리해서 보시니 이제 부담이 사라졌다. 그래서 3편은 부담 없이 연기할 수 있었다.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주)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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